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81)
# 55장 용호채 (2) #
폐검곡에서 팔 리(里) 정도 떨어진 한 숲속.
그곳에 죽립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들이 경공을 펼치면서 달리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옷을 입어서 칙칙한 느낌이었지만 특이하게도 허리에 차고 있는 혁대는 푸른색이었다.
한참을 달리던 중에 선두에 서있던 자가 어느 지점에서 멈춰 섰다.
“인주(人主)!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가 멈춰 서자 뒤따르던 서른 명에 이르는 자들이 모두가 멈춰 섰고, 그의 근방에 있던 한 죽립인이 선두에 있던 자에게 물었다.
“미약하지만 피 냄새가 나는 구나.”
“피 냄새요?”
그들의 코에는 아무 것도 맡아지지 않았다.
인주라 불린 사내가 어딘가로 방향을 틀어서 그들을 인도했다.
조금 더 우거진 숲 안으로 들어가자, 가려져 있던 이면이 드러났다.
“이건?”
그들이 바라보는 숲 안은 한 바탕 벌어진 큰 싸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검흔들을 지웠지만 도저히 숨길 수 없을 만큼 그 흔적이 컸다.
베어진 나무 수만 수십 그루가 넘었다.
‘…..적어도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 싸운 게 틀림없다.’
화경의 경지에 이른 자들의 기의 잔재는 꽤 오랫동안 흔적으로 남는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기운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곳을 파보아라.”
“넵!”
수풀 앞 쪽에 흙들이 다른 곳에 비해서 어색하게 덮여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을 파게 하자 붉게 물들은 흙더미 속에 잘려진 팔과 다리가 나왔다.
“헛? 이, 이건…..도복?”
팔과 다리를 감싸고 있는 옷만 보아도 도복인지 알 수 있었다.
그 외에 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은 걸로 보아서 시신이 손상 되었던지 혹은 가져갔을 확률이 높았다.
이 근처에서 이런 격렬한 대결을 펼칠만한 도인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구패의 일인이자 무당파의 장로.
무당패검 현운자.
‘문제가 생겼군.’
인주라 불리는 죽립인은 뭔가 일이 터졌다고 확신했다.
서둘러서 폐검곡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는 찰나에 한 죽립인이 그를 불렀다.
“인주! 이곳에 표식이 있습니다.”
“각인?”
죽립인이 부른 곳으로 가자 한 거목이 있었는데, 성인 남성 두 명이 목마를 태운 높이의 위치에 날카로운 것으로 자게 새겨진 흔적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二) 자의 위쪽 획을 더 길게 그어놓았다.
이 흔적은 그들의 비밀 표식이었다.
역으로 윗 획이 긴 이(二)와 인(人)을 더하게 되면 천(天)이 된다.
푸른 혁대를 매고 있는 죽립인들은 정도 무림맹의 숨겨진 조직인 창천회의 존재들이었다.
-파팟!
죽립인 중 한 사람이 거목의 위로 올라갔다.
나무 귀퉁이에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이 시대에는 볼 수 없는 매끄러운 특이한 재질로 만들어진 서책이었다.
“이것이 있습니다.”
“이건?”
서책의 전반부 내용이 담긴 부분이 찢겨나가 있었는데, 후반부만 있는 듯 했다.
첫 장부터 인체도가 그려져 있었다.
무당패검 현운자가 숨겨둔 물건은 바로 신의 가문이 대대로 물려 받은 보서였다.
* * *
무림은 삼대 세력의 구도로 몇 백 년 간 지속되어 왔다.
정파 무림맹, 사파 연맹, 그리고 천마신교.
이 거대한 세 구도 속에서 중원 무림의 영역이 나뉘게 되었다.
북정서사남마(北正西邪南魔).
서쪽은 예전부터 사파가 기승을 부리던 곳이었고, 사파 연맹이 들어선 후로는 그것이 굳건해졌다.
이 삼대 세력은 한결 같이 대립해왔고 그 경계 지역은 끊임없이 피를 부르는 전장터였다.
그러나 이 전장터들 가운데 유일하게 조용한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묵경시(默京市)이다.
유일하게 삼대 세력이 동시에 맞닿아 있는 접점 지역이었다.
사천성, 호북성, 호남성의 정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이 도시는 주인도, 분쟁도 없는 중립지이다.
물론 평화를 위한 것은 아니다.
단지 팽팽한 균형으로 인해 움직이지 않을 뿐이었다.
어느 양 쪽이 움직여서 싸우게 되면 다른 한 쪽이 일거양득이 가능하기에 암묵적으로 묵경시는 중립 지역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저, 저기 저 사람들은 왠지 사파 사람들 같은데요? 흉터가 우와!”
허봉의 말에 백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연히 삼대 세력의 경계 지점이니 사파 출신의 무림인들이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허봉이 가리킨 자들은 흉악한 인상을 지닌 자들이었다.
백기도 눈가에 흉터가 있었지만 그들에 비한다면 그리 심하다고 할 수 없었다.
“좀 조용히 해. 이목을 끄는 것도 아니고.”
“네에에…..”
결국 한 마디 듣고서 침울해하는 허봉이다.
처음으로 큰 도시에 와서 들뜬 것은 이해하지만 허봉은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말이 많았다.
문규와 함께 있다면 두 사람의 수다에 백기는 질릴 지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은 문규가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이었다.
“주군.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들의 길 안내를 하고 있는 사람은 사 장로 양단화였다.
이곳 묵경시에는 네 명이서 왔다.
천여운과 허봉, 백기, 양단화였다.
수로십팔채로 향하게 된다면 정파의 영역보다도 더 거칠고 위험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천여운이 신의 감로수를 데리고 여자들은 호남성 서북부에 있는 마교 지부로 가게 했다.
‘수로십팔채는 주기적으로 근거지를 옮기기 때문에 그 중에서 용호채를 일일이 찾으려면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근경에 있는 그들이라면 잘 알 겁니다.’
그들이 이곳 묵경시로 온 것은 황하의 근경에 있는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간혹 수로십팔채의 수적들이 이곳에 모습을 보인다는 소문도 있다.
그런데,
‘뒷골목?’
사 장로 양단화가 안내해서 들어가는 곳은 묵경시에서도 뒷골목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두운 느낌마저 풍기고 있었다.
“이보시오. 오늘 좋은 화주가 들어왔다오. 와서 한 잔들 하고 가시구려.”
“거기. 나으리들. 오늘 좋은 밤 보내고 싶지 않아요?”
호객 행위를 하는데 대부분이 술을 팔거나 몸을 파는 기생들이었다.
그들이 걸어가고 있는 거리는 술집에서부터 홍등가, 기방 등이 밀집된 지역이었다.
‘이런 곳에 정보를 알만한 자들이 있다고?’
양단화의 말을 듣고서 오기는 했지만 분위기가 저속하다.
이곳 거리를 활보하는 자들의 대다수가 도적떼들이나 사기꾼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보, 보셨나요? 저기 저 여자들 가슴을 거의 다 드러내고…”
“허봉…..제발!”
“쳇….성인군자 납셨네요.”
호들갑을 떠는 허봉을 백기가 만류시켰다.
덕분에 몇 마디 이상을 제대로 떠들어본 적이 없는 허봉이었다.
‘아아, 문규랑 고왕흘이 그립다.’
그들은 전부 받아줬는데 말이다.
반면 백기가 있는 덕분에 한결 편해진 사 장로 양단화였다.
한참을 골목을 들어가던 양단화가 네 층이나 되는 화려한 외관을 가진 건물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곳입니다. 주군.”
[午上樓]오상루.
술집과 기방을 겸해서 하는 곳인 듯 했다.
다른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호객 행위를 하는 자들이 야한 옷을 입은 기녀들인 것을 보면 말이다.
저곳에 과연 정보원들이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들어가기로 했다.
입구로 들어서자 가슴이 파인 붉은 비단 옷을 입은 기녀들이 와서는 그들의 팔짱을 끼려고 했다.
“어머, 나으리들. 한 번 풀러 오셨어요?”
“이 소협. 팔뚝 봐. 너무 마음에 드는데.”
-뭉클!
‘헛!’
한 기녀의 풍만한 가슴이 팔뚝에 닿자 백기가 놀라서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허봉이 키득거리며 좋아했다.
‘아닌 척하면서 완전 숙맥이네.’
“여기 머리가 짧은 이 젊은 나으리는 내 거!”
-찰싹!
“흐허어어!”
그러면서도 허봉 역시도 기녀들이 달라붙자 온 몸이 경직되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작정하고 유혹하려 드는데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때 양단화가 기녀들에게 말했다.
“잔 세 개가 놓인 자리를 원하오.”
“아…..”
그의 말을 듣자 기녀들이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그들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방금 전까지 유혹하려 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기녀들의 안내한 곳은 건물의 삼층이었다.
술과 음식을 파는 일 층과 기녀들이 있는 이 층과 다르게 꽤 무거운 분위기의 장소였다.
그들이 위에 올라오자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들이 고개를 돌려서 힐끗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
‘전부 무림인.’
하나 같이 병장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무림인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병장기들은 단순히 검과 도만이 아니라 철구부터 시작해 독특한 병기들이 많았다.
“이곳에 앉으시죠.”
삼층에 있던 점소이가 다가와 그들을 비어있는 자리로 안내했다.
탁자 위에는 차가 담긴 주전자와 색깔이 다른 세 개의 잔이 놓여 있었다.
“주문을 하시고 불러주십시오.”
점소이가 물러나자 양단화가 조용히 전음을 보냈다.
[교주님. 이곳은 묵경시에서 정보를 파는 암문(暗門)입니다. 하오문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아…..’
중원에는 수많은 방파들이 있는데 그들 중에서 정보를 사고파는 단체도 있다.
정파에서는 개방이 있고 사파에는 하오문이 있다.
그런데 이곳 암문은 오직 묵경시에서만 활동하는 정보 단체이다.
[이 지역이 중립지이기 때문에 본교나 정파 무림맹 등의 지부나 정보 단체가 없다는 이점을 노려서 쏠쏠한 이익을 내고 있는 곳이죠.]하오문이나 개방이 다른 세력의 손님을 받지 않는 반면에 이곳 암문은 중립지에 있다 보니 정사마를 가리지 않았다.
양단화가 세 개의 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는 잔 세 개는 정보의 등급을 나타내는데, 붉은 잔은 하(下), 푸른 잔은 중(中), 하얀 잔은 상(上)으로 등급입니다.] […..우리가 알려는 정보는 등급이 어느 정도입니까?] [아마도 중(中)급 정도로 생각됩니다.]수로십팔채 중에 하나의 위치를 알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하 등급은 아니었다.
주요 요인의 위치를 알려달라는 식으로 정보가 세밀해질수록 등급이 높아지는 것으로 양단화는 알고 있었다.
[대가는 무엇입니까?] [보통은 전표나 금전으로 지불했었습니다. 그런데 간혹 정보를 요구할 때가 있더군요.]양단화가 직접 왔을 때는 그랬던 적이 없었지만 이들은 정보를 파는 것뿐만이 아니라 수집도 하기에 가끔씩은 상응하는 정보를 요구해오기도 했다.
양단화가 푸른 잔에 차를 따랐다.
그러자 점소이가 와서는 이를 확인하고는 양단화와 전음을 나누었다.
어떤 정보를 의뢰하는지 듣기 위해서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점소이가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위 층으로 올라갔다.
얼마 있지 않아 점소이가 다시 나타나서는 그들에게 말했다.
“손님들. 위층으로 자리를 옮겨드리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위층?”
양단화가 인상을 찡그렸다.
전에 왔을 때와는 절차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보통 정보 의뢰 등급을 확인한 후에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그리고 나서 정보료를 요구한 후에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면 음식을 가져올 때 정리해서 몰래 넘긴다.
“루주께서 직접 대접하고 싶으시다는 군요.”
“루주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천여운이 괜찮다는 표시를 보내자 양단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점소이가 위층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한 번도 오상루의 사 층에는 올라가본 적이 없는 양단화였다.
[제가 알기로는 위층은 상급 정보를 요청하는 손님만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일단은 정보가 필요한 것이니 만나보도록 하죠.]어차피 천여운이 기감에는 그리 위험한 자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굳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위층에 올라가자 삼 층과 달리 여러 개의 방이 있었는데, 점소이가 그 중 하나의 방에 그들을 안내했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하게 꾸며진 별실이 나왔다.
그곳에 오른쪽 눈에 검은 안대를 끼고 있는 한 중년인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에는 호위무사로 보이는 두 명의 건장한 사내가 서있었다.
안대의 중년인이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반갑소. 오상루의 루주인 만오라고 하오. 귀한 손님들이라 위층으로 모시라고 했소.”
“루주를 직접 뵐 줄은 몰랐소. 반갑소이다.”
처음 보는 루주의 모습에 양단화가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오상루의 루주 만오가 그들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자리에 앉자 양단화가 의례적인 절차를 끊고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째서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오? 분명 중급 정보를 의뢰했는데 말이오.”
그 질문에 만오가 눈에 이채가 띠더니 곧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그 의뢰는 상급에 속하오. 아니 조금 더 애매하다고 해야 할까.”
“…..그게 무슨 소리요?”
의아해하는 양단화를 보면서 만오가 피식 웃고는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어떠한 표식이 그려진 단검이었다.
단검에는 칼자국으로 十八이라고 그려져 있었다.
“정보 단체인 우리들을 후원하는 곳은 꽤 많지요. 그 중 한군데서 준 증표인데, 혹시 손님께서는 본문을 후원하는 곳이 어딘지 아시겠소?”
십팔이라는 한자를 계속 쳐다보던 허봉이 중얼거렸다.
“십팔?……설마 수로십팔채?”
“후후후, 젊은 소협이 눈치가 빠르구려.”
오상루의 루주 만오의 말에 양단화의 인상이 굳어졌다.
설마 이들을 후원하는 단체 중에 수로십팔채가 들어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만오가 여유롭게 두 손을 벌려가면서 말했다.
“뭐, 그렇다고 정보 단체인 우리들이 그것을 팔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니, 실망할 필요는 없소.”
“?”
“여러분들이 용호채의 위치를 알려고 하는 목적에 불순함이 없다는 것을 약조하시고, 정보에 제 값을 치른다면 알려드릴 요량이라오.”
말인 즉, 용호채에 위협이 되는 일이 아니라면 알려주겠다는 의미였다.
-슉! 슉!
어느새 인가 별실 주변의 오 층으로 많은 기척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적어도 삼십여 명이 넘는 자들이었다.
주변에 충분한 인력이 모이자 만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허리에 뒷짐을 지면서 말했다.
“마교의 북부지부장 양단화 공. 얼마 전에 십만대산으로 복귀 하셨다고 들었소.”
“!?”
놀랍게도 그는 양단화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몇 차례나 의뢰를 하러 직접 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마교 내부의 사정은 모르는지 장로가 된 것은 몰랐다.
오상루의 루주 만오가 천여운을 손바닥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양단화 공 같이 마교에서 꽤 직위도 있으신 분이 꼬박꼬박 존대를 해가면서 모시는 공자님이 과연 누구인지 본 루주는 궁금하오.”
“뭐야?”
그 말에 반응한 것은 오히려 허봉이나 백기였다.
그러자 만오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허어?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소? 그 대가를 말씀드리는 것뿐이오.”
만오의 그런 말에 양단화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가 요구하는 것은 정말로 천여운의 신분이나 정체를 알고 싶다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알려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서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정보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거다. 후후후.’
득의양양해하는 만오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천여운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곳을 후원해준다면 확실히 알겠군.”
“뭐요?”
-파팟!
“흐엇!”
바로 그 순간 천여운이 손을 내밀어 가볍게 끌어당기는 시늉을 하자, 별실에 심후한 진기가 일어나며 만오의 옆에 서있던 호위 무사들 중에 한 사람의 몸이 부웅하고 떠올라 날아왔다.
“허, 허공섭물?”
-콱!
“컥!”
천여운이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호위무사의 목을 단숨에 움켜쥐었다.
허공섭물에 놀란 것도 잠시였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에 만오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 이게 무슨 짓이오?”
“수하 놈과는 할 말이 없다.”
“뭣?”
그렇게 말한 천여운이 목을 움켜잡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면서 말했다.
-꽈악!
“끄으윽!”
“루주 놈이 호위인 척 하고 있으면 쓰나.”
의미심장한 그의 말에 호위 무사의 두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