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83)
# 55장 용호채 (4) #
-우드득!
“끄억!”
-털썩!
갑자기 서있던 무사가 목이 꺾여서 쓰러지자, 별실이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찬! 이찬!”
옆에 있던 다른 턱수염의 무사가 쓰러진 자를 살피다가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주, 죽었어.”
“히익! 고, 고작 손짓으로?”
그 말에 별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순간 공포심으로 질려갔다.
허공섭물을 썼을 때부터 굉장한 고수라고는 생각했지만 단순히 손짓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 전율적인 고수다.’
눈앞에 서있는 저 청년은 차원이 다른 고수였다.
그것을 인식하자 별실에 있는 자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워졌다.
‘대, 대체?’
갑자기 무사 한 사람을 죽이자, 루주인 두현이나 총관 만오는 두려움보다도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빌어먹을! 고순이 당했네. 삼귀님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죽게 생겼어.] [지금 그게 문제인가. 도망치세!]어디선가 들려오는 전음 소리에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찾았다.”
“네?”
그 순간 천여운이 두 손을 내밀어 끌어당기는 시늉을 하자, 서로 전음을 보내며 도망치기 위하여 발바닥의 용천혈에 내공을 모으던 두 무사가 강대한 진기에 의해 앞으로 넘어졌다.
-쿠당탕!
“으억!”
“몸을 꼼짝할 수가….”
넘어진 그들이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강대한 진기가 그들을 억눌러서 어쩔 수가 없었다.
루주 두현은 넘어진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두 사람은 앞서 죽은 무사인 고순과 더불어 황하삼귀가 심어놓은 간자들이었다.
정보단체인 그가 간자들을 사전에 알아두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이럴…..수가? 어, 어떻게 간자들을?’
놀랍다 못해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어떠한 정보도 없는데다가 오늘 처음 보았을 텐데 대체 무슨 수로 간자를 알아낸 것일까?
영문을 알 수 없어 하는 루주 두현의 귓가에 천여운의 전음이 들려왔다.
[더 이상 간자가 있나?] [어, 없습니다.]루주가 북풍채의 간자 세 사람을 찾기까지 걸린 시간이 한 달.
천여운이 찾은 시각은 촌각에 불과했다.
거기다 모자라서 찾은 간자들을 일말에 망설임도 없이 전부 죽여 버렸다.
‘대체 이 자는 누구란 말인가?’
이쯤 되니 그의 정체가 정말 궁금해졌다.
-쿵쿵!
그때 계단 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왔다.
별실로 오는 통로 쪽을 무사들이 바라보자, 천여운의 수하들인 백기와 허봉이 알몸으로 벌거벗은 삼십대 중반의 사내 세 명을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저, 정말로 끌고 왔어.’
‘이런…..’
그들은 바로 황하삼귀였다.
방금 전까지 기녀들과 방탕하게 노느라 옷을 전부 벗고 있던 그들이다.
알몸으로 얻어터져서 전신이 멍투성이가 된 그들은 점혈을 당했는지, 눈만 부릅뜨고서 별실에 도착했다.
“명을 이행했습니다!”
‘이, 이를 어째!’
정말로 황하삼귀를 끌고 오는 사태를 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루주 두현의 인상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저들을 저 꼴로 끌고 왔으니 더 이상 사태를 수습하기가 힘들다.
점혈이 눌려져서 꼼짝할 수 없지만 분노로 인해 전신이 붉게 달아오른 황하삼귀였다.
[대,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저희 암문의 명운이 달려있다고…]혹시나 황하삼귀가 듣기라도 할까 전음을 보내는 루주 두현이었다.
물론 천여운은 그냥 대답했다.
“암문의 명운이 나와 무슨 상관이라는 거지?”
“네?”
천여운은 암문이 어찌 되든 관심이 없었다.
어떠한 사유가 있든지 천여운은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그들의 사정을 일일이 고려하지 않는다.
“대, 대협?”
“그건 그대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않나?”
‘빌어먹을!’
그제야 그는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자는 황하삼귀보다도 더 말이 통하지 않는 자였다.
그들은 뱃속에 기름칠을 해주고 주머니 속을 채워주기라도 하면 얌전하기라도 했는데, 이런 유형의 인간은 절대로 타인의 뜻대로 움직이는 자가 아니었다.
‘위험해. 본문이 쌓아온 모든 게 무너질 수 있어.’
-타타탁!
천여운이 황하삼귀의 가장 좌측에 있는 자에게로 다가가 그의 점해진 혈도를 풀어주었다.
아혈(啞穴)이 점해져서 말을 할 수 없었던 황하삼귀의 셋째 갈연이 기다렸다는 듯이 악에 차서 소리쳤다.
“너 이 개새끼야.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거냐? 이거 안 풀어? 이런 씨발 놈들이….”
“이게!”
-퍽!
“크헉!”
갈연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허봉이 발끈해서 그의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이런 미친놈이 감히 누구더러 욕을 하는 거냐? 죽고 싶어?”
다른 것은 몰라도 주군인 천여운을 모욕하면 용서할 수 없는 허봉이었다.
머리를 맞은 갈연이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바닥을 응시했다.
목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당장에 고개를 돌려서 허봉을 노려보았을 것이다.
“이런 씨발…..”
욕이 끊이질 않았다.
사파 중에서도 강도, 납치, 강간 등 가장 더러운 짓을 주업으로 하는 자들이라 그런지 입이 험했다.
그런 그들에게 천여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들이 누구인지는 관심 없다. 딱 하나만 묻겠다. 대답하지 않으면 목을 베겠다.”
“뭐?”
목을 베겠다는 말에 황하삼귀 세 사람의 동공이 흔들렸다.
여태까지 배짱이 많은 자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목숨을 가지고 위협하는 자는 처음이었다.
그들의 백부인 황하패주 갈모잠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조급해진 갈연이 루주 두현을 쳐다보면서 소리쳤다.
“비, 빌어먹을! 어이 두 루주! 지금 뭐하는 거야? 이 새끼들이 이따위로 지껄이는데 그냥 내버려둘 생각…”
“베어.”
-촥!
천여운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날카로운 예기가 갈연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언제 뽑았는지 양단화의 오른손에 그의 보도가 들려 있었는데, 도신에 붉은 핏방울이 묻어있었다.
“새, 생각….생….”
-스르륵! 툭!
황하삼귀의 셋제 갈연의 목이 갈라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잘려진 목의 단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분수가 알몸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두 황하이귀의 몸을 적셨다.
‘셋째야!!!’
‘모, 목을 베다니!’
죽은 형제의 뜨거운 피가 몸에 젖자 그들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분노의 감정보다도 두려움이 앞섰다.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죽는다.”
천여운은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끼이이익!
그들의 뒤에 서있는 사 장로 양단화가 일부러 겁을 주려는 것처럼 도를 바닥에 끌었다.
마치 사형을 집행하는 망나니가 뒤에 서있는 것처럼 말이다.
도를 끄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두 명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 이 새끼….지….진짜야.’
‘주, 죽을 수도 있다!’
형제 중에 한 사람이 죽자 그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된 황하이귀다.
자신들의 백부를 들먹인다고 해도 눈 하나 깜빡일 사람들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아아……’
‘우….우리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오상루의 루주와 총관 두 사람은 바닥을 뒹구는 황하삼귀의 셋째 갈연의 목을 보면서 더 이상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모든 일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타타탁!
천여운이 이번에는 둘째가 아닌 첫째 갈모의 점혈을 풀어주고 물었다.
“용호채가 어디에 있지? 위치를 말해라.”
“요, 용호채?”
자신들의 근거지인 북풍채도 아닌 용호채를 묻자 갈모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들의 살벌한 태도만 봐서는 꼭 용호채를 습격할 기세였다.
용호채의 위치를 불었다가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어떻게 하지?’
자신들이 수적이긴 했지만 수로십팔채의 중요한 규율 중에 하나가 동료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거짓말로 위치를 속였다가 괜히 목숨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찰나의 순간 수많은 고민을 한 갈모의 선택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 이곳에서 동쪽으로 황하를 따라서 백 리(里) 정도 가면 두문산이란 곳이 있는데, 그 앞의 강이 갈라지는 어귀에 용호채가 있소.”
갈모의 입에서 용호채의 위치가 나왔다.
같은 수로채의 사람들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소중한 것이 자신의 목숨이었다.
천여운이 고개를 돌려서 루주 두현을 바라보자 진실이 맞는지 굳은 인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암문을 다그칠 필요는 없었군.’
원래는 황하삼귀를 전부 죽인 후에 루주인 두현에게 용호채의 위치를 들으려 했는데, 그 전에 답이 나왔다.
갈모가 천여운을 바라보며 애원하는 소리로 말했다.
“이, 이제 살려주시오. 알고 싶어하는 것을 알려줬잖소.”
“뭔가 착각하고 있군.”
“?”
“내가 언제 네놈을 살려준다고 했지?”
“뭐, 뭣?”
갈모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형제들을 팔았지만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그였다.
그러나,
“전부 죽여라.”
“이! 이! 개새…”
-촥! 데굴데굴!
천여운이 눈짓을 보내자 사 장로 양단화가 망설임 없이 그의 목을 베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는지라 황하삼귀의 첫째인 갈모는 억울하다는 눈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애초에 약조한 것은 없었다.
후환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천여운이다.
어차피 살려둔다면 이들은 곧바로 수로십팔채의 정점인 황하패주 갈모잠을 찾아가 고할게 뻔했다.
당연한 순리였다.
“네놈이 마지막이군.”
양단화가 가볍게 도를 휘둘렀다.
“읍읍읍!”
-촥! 데굴데굴!
황하삼귀의 둘째인 갈택은 끝내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형제들이 차례로 죽는 것을 보면서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는지 죽기 전의 그의 방광에서 오줌이 흘러나왔다.
‘이, 이게 마교!!!’
‘피도 눈물도 없구나.’
별실에 있는 사람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사파보다도 더욱 잔인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정말 오금이 지릴 정도였다.
루주 두현이 두려움이 찬 눈빛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원하는 정보도 얻었고 저들을 죽였으니 자신들의 차례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가자.”
“충!”
천여운의 말이 떨어지자 수하들이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그 뒤를 따랐다.
‘아! 어째서?’
천여운이 자신들을 그대로 두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별실을 나가려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던 루주 두현이 문득 어떤 용기가 생겼는지 소리쳤다.
“어, 어째서 우리를 살려두는 것이오?”
그게 궁금했다.
황하삼귀를 죽일 정도로 후환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자가 자신들을 살려두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입을 막아둬야 안심이 될 텐데 말이다.
이에 천여운이 잠시 멈춰 서서 대답했다.
“그대 입으로 황하삼귀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나? 한 배를 탔으니 당연히 도운 거다.”
“뭐, 뭐요? 그런 억지가 대체!”
“어쨌든 필요한 정보를 얻었으니 값을 치룬 거다. 그럼.”
의도하지 않은 대답을 마치 도움을 준 것처럼 말하자 루주 두현이 황당해했다.
간자가 살아있었다면 하마터면 오해를 살 뻔 했다.
그러나 간자들은 죽었다.
‘…..그저 변덕인 것 같구나.’
“하아……”
다행히 천여운이 황하삼귀를 통해서 원하는 정보를 알게 된 것을 빚으로 쳐서 살려준 것 같았다.
이에 안심이 되었는지 루주 두현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 두현에게 천여운이 피식 웃으면서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런데 말이야. 그대가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주는데, 간자가 한 명 더 있다. 그 정도는 그대가 처리할 수 있겠지?”
그 말을 들은 루주 두현의 두 눈이 터질 것처럼 커졌다.
‘비, 빌어 먹을! 간자가 한 사람 더 있다고?’
천여운이 죽인 세 사람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또 다른 한 사람이 존재했다면 이것은 최악의 사태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간자를 단번에 찾아낸 천여운의 말을 그는 절대로 가볍게 흘려 넘길 수가 없었다.
그 간자를 찾지 못한다면 황하패주 갈모잠의 손에 잔인하게 죽을 지도 몰랐다.
반드시 그 자를 찾아야 했다.
“아무도 별실을 나가지 마라!”
“네?”
루주 두현이 별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명령했다.
그러는 사이에 천여운과 수하들은 바깥으로 나왔다.
오상루를 벗어나 뒷골목을 걸으면서 허봉이 내심 궁금했었는지 물었다.
“주군께서는 어떻게 간자를 찾으신 겁니까?”
그 질문에 천여운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거짓말이다.”
“네?”
“간자는 없다.”
“없다면….헉!”
천여운이 던진 마지막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오상루에는 더 이상 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천여운의 그 거짓말은 있지도 않은 간자를 만들어내 별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심을 심어주었다.
“훌륭한 연환계로군요.”
천여운이 의도를 파악한 사 장로 양단화가 감탄했다.
연환계(連環計).
계책을 써 적이 내부적으로 서로를 견제하여 속박하도록 만든다.
루주 두현과 암문의 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간자를 찾느라 한동안 서로를 믿지 못하고 전전긍긍해야만 할 것이다.
“서두른다. 오늘 내로 용호채에서 신의의 손녀를 빼낸다.”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