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86)
# 56장 선상 위의 재앙 (3) #
불과 반 시진 전,
작은 강의 상류까지 올라간 천여운과 허봉은 작은 마을을 발견했다.
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작은 어촌이었는데, 그곳에서 값을 치르고 나룻배를 구할 수 있었다.
그들을 만나기로 한 시각에 맞춰서 그들은 나룻배를 띄웠다.
하류로 내려가는 강의 물살은 생각보다 빨랐다.
“주, 주군! 노를 젓지 않아도 꽤 빠른데요.”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다고 하던 허봉이 어느새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나룻배의 후미에서 방향타를 잡은 천여운 역시도 강의 유속이 점차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잘못해서 배에 부딪치거나 실수하면 그들을 못 태울 수도 있겠다.’
묵직한 방향타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한참을 내려오던 그들의 눈에 강 한가운데에 희미한 불빛들이 보였다.
그런데 희미하던 불빛들이 이내 갑자기 번져나가듯이 선상이 온통 환해지는 것이 아닌가.
“엇? 주군! 갑자기 배 위가 밝아졌습니다.”
“…..문제가 생긴 것 같군.”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들의 계획에는 큰 허점이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노출되었는지는 몰라도 수적들이 경계 태세에 들어간 것 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철썩! 철썩!
“주, 주군 어떡하죠? 물살이 더 빨라지는데.”
그들이 타고 있는 나룻배는 황하로 이어지는 하류의 유속에 굉장히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강 한가운데에 정박된 용호채의 하나 된 배를 지나칠 것 같았다.
“조용히 탈환하기는 글렀군.”
“네?”
“별 수 없다. 배 위로 오르자.”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팔목의 소매를 걷었다.
그러자 팔목 보호대의 형태로 둘러져 있던 검은 철들이 분해가 되어 하나의 검의 형태를 이루었다.
-차차차차차착!
매번 볼 때마다 신기했는지 허봉의 눈이 동그래졌다.
천여운이 흑검으로 변한 천마검에 진기를 불어넣자, 검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둥둥 뜨기 시작했다.
천마검이 익숙하게 날 밟고 올라서라고 하듯이 발목의 높이로 내려왔다.
-착!
천여운이 흑검에 발을 올려서 흡착시킨 후에 말했다.
“이리와라. 허봉.”
“넷?”
“날아오를 거니까. 안겨라.”
문규였다면 좋아서 곧장 안겼겠지만 허봉은 살짝 민망한 표정이 되었다.
이에 천여운이 피식 웃더니, 그를 낚아채서는 단숨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팍! 부웅!
“우와아아앗! 주, 주군!”
방심했던 허봉은 천여운의 팔에 낚여서 공중으로 떠오르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두운 강 위를 날아오른 천여운은 단숨에 배 위쪽으로 올라왔다.
-쾅!
그들이 타고 있던 나룻배는 빠른 유속에 용호채의 전투선에 부딪쳐 부서지고 말았다.
그러더니 이내 강물 아래로 가라앉았다.
강의 유속이 너무 빨라서 이 지점에서는 나룻배로 버티기 힘든 곳이었다.
-쿠당탕!
내려놓는다는 천여운의 말을 미처 듣지 못한 허봉이 선상 바닥을 뒹굴었다.
쪽팔린 나머지 얼른 일어난 그는 엄청나게 많은 수적들의 숫자에 내심 기겁을 했다.
‘이, 이거 너무 많잖아!’
나룻배에서 보았을 때도 많은 것 같다고 여겼지만 굉장한 수였다.
반면 수적들 역시도 넋을 놓고서 허공에 떠있는 천여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웅성웅성!
어검비행(馭劍飛行).
무림에서도 전설로만 들려오는 검술과 경공의 최상승의 경지이다.
현경 급의 고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기술이었기에 죽립에 가려진 인주라 불리는 사내가 당혹스러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저, 저 자가 아니다.’
인주는 천여운의 등장에 구패의 일인인 무당패검 현운자를 죽인 범인이 사 장로 양단화가 아님을 확신했다.
물론 진짜 범인은 천여운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천여운의 시선이 빠르게 주위를 훑고 지나갔다.
짧은 시간 안에 이들의 전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두 명.’
배 위에서 눈에 들어오는 고수는 단연코 죽립을 쓰고 있는 인주와 사자 수염을 기르고 있는 용호채의 채주 복호선이었다.
인주는 화경의 극에 이른 자였고, 복호선은 초절정의 극에 이른 고수였다.
그 외에 거슬리는 것은 저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어림잡아서 삼백이 넘는다.’
전력을 단번에 파악한 천여운의 귀로 사 장로 양단화의 전음이 들려왔다.
[교주님. 함정이었습니다!]양단화는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간략히 설명했다.
구출하는 과정에서 감미양이 피리를 불러서 수적들에게 신호를 보낸 것부터 저 죽립인이 수적들과 공조하여 파놓은 함정까지 말이다.
이에 천여운의 시선이 단검을 들고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신의의 손녀, 감미양에게로 향했다.
-흠칫!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천여운의 차가운 눈빛에 그녀가 움찔했다.
함정이야 저 인주라 불린 자가 변수가 되었다지만, 납치되었다고 알려진 감미양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그였다.
그때 인주라 불리는 사내가 허공에 떠있는 천여운에게 소리쳤다.
“고인께서는 극도육무문의 고수이시오?”
이 말에 천여운이 오른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저자는 갑자기 등장한 천여운을 극도육무문의 고수로 오해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짧은 질문 하나에 천여운은 두 가지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폐검곡의 흔적들을 보고서 온 게 틀림없구나.’
사 장로 양단화가 그에게 간략하게 설명할 때, 저 죽립인은 그들이 신의의 손녀를 노리고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다가 그에게 극도육무문의 고수냐고 묻는다는 것은 그들이 폐검곡에 일부러 남겨놓은 극도육무문의 복면인들의 흔적을 보고서 이곳에 왔을 확률이 높았다.
‘푸른 혁대?……아!’
천여운은 이를 통해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네놈 창천회로군.”
천여운의 의미심장한 말에 죽립에 가려진 인주의 두 눈동자가 떨렸다.
극도육무문으로 추측되는 자가 숨겨진 비밀 조직인 창천회를 알고 있다는 것에서 놀란 듯 했다.
[이, 인주! 어떻게 할 것이오? 저, 저자는 아무리 봐도 엄청난 고수인 것 같은데!]용호채의 채주인 복호선이 다급히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공중에서 어검비행을 펼치고 있는 천여운의 모습에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진 그였다.
인주 역시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본 회의 존재를 알고 있는데다가 신의를 데리고 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도저히 놓쳐서는 안 될 자들인 것이다.
하지만 먼저 움직인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네놈들이 납치한 자는 우리가 데려가겠다.”
“뭣?”
-휘릭!
공중에 떠있는 상태에서 천여운이 손으로 뭔가를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부웅!
“꺄아아아악!”
단검을 들고서 수적들의 곁에 있던 감미양의 몸이 떠오름과 동시에 양단화와 백기 등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아, 안돼에엣!”
가까이에 있던 수적 몇 명이 붙잡으려 했지만 놓치고 말았다.
“허, 허공섭물!”
무공을 익힌 용호채의 사람들이 그것을 몰라볼 리가 없었다.
허공섭물까지 보고나자 어검비행술을 펼치고 있는 천여운이 자신들이 감당하기 힘든 괴물이라는 것이 깊숙이 와 닿고 있었다.
‘아뿔싸! 신의의 손녀를 빼앗기다니!’
설마 이런 식으로 감미양을 빼앗길 줄은 몰랐던 인주였다.
백기는 자신의 근처로 날아온 감미양의 손목을 발로 차서 단검을 떨어뜨리게 했다.
-타타타탁!
그리고서 그녀의 혈도를 점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혈도의 점해진 그녀가 뭔가를 말하고 싶어했지만 아혈과 마혈이 동시에 점해져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읍읍!”
“이번에는 얌전히 있으십시다. 감 소저.”
어차피 혈도에 점해져서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다.
-탁!
그러는 사이에 천여운이 공중에 떠있던 천마검에서 선상으로 내려왔다.
-차차차착!
내려오면서 천마검이 분해가 되어 그의 팔목의 보호대의 형태로 바뀌었다.
검신이 눕혀있어서 그랬지만 흑검에 보기 좋게 천마검이라 적혀 있기 때문에 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백기 그녀를 지켜라.”
“충!”
천여운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허리춤에 있던 백룡도를 뽑아서 선상 바닥을 향해 그었다.
-촤아아아악!
새하얀 백룡도의 날에서 흘러나온 도기에 의해 선상 바닥에 일 자로 선이 생겨났다.
이를 수적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천여운이 경고했다.
“이 선을 넘는 자는 가장 먼저 죽여주마.”
살기가 물씬 풍기는 목소리에 수적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천여운의 존재감은 이 많은 숫자의 수적들을 억누를 만큼 위압적이었다.
실제로 선을 넘기면 정말로 죽을 것만 같은 기세였다.
‘큭!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와서!’
강한 압박감에 용호채의 채주 복호선의 표정마저도 잔뜩 굳어졌다.
확연한 무위의 차는 그 역시도 다른 수적들과 마찬가지로 겁을 먹게 만들었다.
그때 인주가 은밀히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채주….혹시 아기는 선실에 있소?] [아아! 그 아기를 이용하려는 것이오? 그런데 문제가 있소. 인주가 데려오라고는 했지만 부채주가 간곡히 부탁하여 아기는 본 채주의 거처에 숨겨두었소.]복호선의 대답에 인주가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역시도 정파 출신이었기 때문에 함정을 파면서도 아기를 내세워서 협박하자니 신경이 쓰이기는 했었다.
[칫. 이럴 줄 알았다면 부채주고 뭐고 아기를 데려올 걸 그랬소.] [아니오. 어차피 저들은 모르니 상관없소.] [아하! 허패구려!] [일단은 있어보시오.]인주가 앞으로 나서며 강경한 목소리로 천여운을 향해 소리쳤다.
“고인이여. 그대가 지고의 경지에 오른 강자임은 알고 있지만 이 고립된 선상 위에서 그 여인을 무사히 데려갈 수 있겠소?”
천여운이 아닌 그녀를 노리겠다고 협박하는 것이었다.
인주는 어째서 천여운의 일행이 감미양을 데려가려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중원 최고의 명의인 신의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녀의 약점인 감미양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그 옹고집을 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의의 손녀를 무사히 데려갈 수 있게 내버려둘 것 같으냐.’
절대로 보낼 수 없다.
신의는 창천회의 계획 중 하나인 극무지체의 대법을 알고 있는 자였다.
그녀가 저들을 돕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커진다.
‘손녀를 구출하지 못한다면 그녀를 애틋하게 아끼는 신의가 굳이 저들을 도와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지.’
인주는 누구보다도 신의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의 성향은 알지 못했다.
천여운이 그런 그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쓸데없는 걱정이군. 그렇게 자신 있다면 덤벼라.”
-착!
천여운이 백룡도의 도 끝을 인주에게 겨냥하며 외쳤다.
단순히 도 끝을 향했을 뿐인데 강렬한 전의와 함께 날카로운 예기가 사방을 감돌았다.
절대로 허언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큭! 실력만큼이나 오만한 자로구나. 별 수 없군.’
결국 인주가 비장의 수를 꺼내들었다.
인주가 용호채의 채주 복호선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그가 입을 열었다.
“크흠! 그녀의 남편과 아기가 우리의 손에 있는데 과연 그대들을 도울 것 같나?”
“아기?”
그 말에 놀란 양단화와 백기가 놀란 눈으로 감미양을 쳐다보았다.
혈도가 점해져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두 눈시울이 붉어져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아기 때문이었나.’
어쩐지 뭔가 그녀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여겼다.
그게 강제가 되었든 자발적이든 용호채 부채주의 아기를 낳은 그녀는 또 다른 볼모가 되어버린 자식을 위해서 함정을 도운 것이었다.
용호채의 채주 복호선이 위협적인 목소리로 감미양이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본 채주의 명령이 떨어지면 선실 안에 있는 아기는 죽은 목숨이다! 만약 그대들이 본 채의 부하들을 손끝이라도 건드리거나, 감 부인이 선상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아기의 목숨은 없다. 알겠나?”
-부들부들!
이에 감미양이 온몸을 떨었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심적 고통을 말해주었다.
“이, 이 비겁한 놈들! 이제는 하다하다 못해서 아기를 인질로 잡는 것이냐!”
허봉이 어이가 없는지 눈을 부라리면서 인주에게 소리쳤다.
사파 놈들이 원래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기로 협박을 할 줄은 몰랐다.
‘기분은 더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 역시도 신의를 움직일 수 있는 패를 쉽게 넘겨줄 순 없었다.
더러운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만 했다.
양단화를 비롯해 백기, 허봉 등이 어찌해야 하나 눈치를 보자, 인주는 자신들의 협박이 먹혔다고 확신했다.
‘됐다!’
“감 부인을 넘기시오. 그렇다면 그대들을 곱게 보내주겠소.”
인주가 조심스럽게 제의를 했다.
허패에 불과한데다가 거기서 더 나아가 신의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적의 반발을 살 것이 뻔하기에 적당한 선에서 협의를 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천여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에도,
“싫다면?”
인주와 용호채의 채주 복호선의 인상이 굳어졌다.
설마 아기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데도 거절의 의사를 비칠 줄은 몰랐다.
“읍읍읍!”
감미양 역시도 어찌나 놀랐는지 울던 것을 멈추고, 눈이 왕방울 만해져서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인주가 다급히 천여운에게 전음을 보냈다.
[하! 그대의 잘못된 선택이 신의의 증손자를 죽일 수도 있는데 허장성세가 보통이 아니구려. 그렇게 된다면 신의가 그대들의 손에 있다고 한들 도울 것 같소?]그 전음에 천여운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죽여라.”
“뭐, 뭣?”
인주의 눈빛에 당혹감이 서렸다.
“지, 지금 그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소?”
“모를 리가 있나.”
그 순간 천여운이 쥐고 있던 백룡도를 수적들이 밀집된 것으로 던졌다.
-슈우우욱!
-푸푸푸푸푸푹!
“크아악!”
“크헉!”
순식간에 천여운의 손에서 벗어난 백룡도가 여섯 명이나 되는 수적들을 몸을 관통했다.
무방비로 있던 수적들은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몸이 꿰뚫려서, 비명과 함께 선상 바닥에 쓰러졌다.
-탁!
천여운이 끌어당기는 시늉을 하자, 그들의 몸을 꿰뚫은 백룡도가 다시 오른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것은 이기어도(以氣馭刀)였다.
일순간에 수하 여섯 명이 죽음을 맞이하자 노기가 치솟은 채주 복호선이 소리쳤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정녕 아기가 죽는 꼴을 보겠다는 것이냐!”
그 말에 천여운이 무표정하게 답했다.
“수하들의 손끝 하나만 대면 죽인다고 하지 않았나? 명색이 여기 수적들의 수장인 것 같은데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나?”
“크으으윽! 네, 네놈이 기어코 벌주를 택하는 것이구나.”
채주 복호선은 여기서 약하게 나가면 허패라는 것을 들킴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강하게 분위기를 이어가려 했다.
복호선이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본 채주의 손이 밑으로 떨어지면 아기를 죽여라!”
“아, 알겠습니다!”
그의 장단에 맞춰서 근처에 있던 수적들이 소리쳤다.
“마지막 경고다. 감 부인을 넘기지 않…”
복호선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천여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면서 잔상이 남긴 상태로 어느새 그의 앞을 파고들었다.
“이, 이런!”
놀란 복호선이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천여운의 백룡도가 더 빨랐다.
백룡도가 번개처럼 위로 솟구쳤다.
-촤악! 툭!
이에 하늘 높이 들고 있던 채주 복호선의 왼팔이 잘리며 선상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팔이 잘려나간 복호선이 피가 나는 단면을 부여잡고 뒤로 넘어졌다.
-쿠당!
“끄아아아악! 내 팔! 내 팔이 잘렸어!”
용호채의 수적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초절정의 고수인 두목이라고 해도 현경의 고수인 천여운의 앞에서는 그저 애송이에 불과했다.
“채, 채주!!!”
당혹스러워하는 수적들을 바라보면서 천여운이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가만히 있지? 네놈들 채주의 손이 밑으로 떨어졌다. 명령대로 해야지. 어서?”
“히익!”
선실에 있지도 않은 아기를 죽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놀란 수적들이 두려움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하자,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채주 복호선의 가슴을 괴력으로 짓밟으며 말했다.
-콱!
“끄아아악!”
“있지도 않은 허패로 날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나?”
복호선은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로 그제야 인지할 수 있었다.
절대로 건들면 안 되는 존재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