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9)
장 네놈이 자초한 거다(2) #
“훈련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거리를 잘 유지하도록! 또 같은 사고가 일어난다면 이번에는 본 교두의 권한으로 마도관에서 방출시키겠다!”
“마도!”
드디어 진형 훈련이 시작되었다.
무공 교두 임평의 시선은 진형의 전체보다도 단 한 사람에게 쏠려 있었다.
다른 생도들은 이미 열나흘 동안 합을 맞췄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형에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으나 천여운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계속 의무실에 입원해 있었으니 분명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오늘 훈련이 일주일마다 행해지는 진검 훈련이라는 점이었다.
불과 이레 전에 있던 진검 훈련에도 사고가 터졌었기 때문에 임평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젠장! 하필 저 녀석을 내가 맡아가지고.’
조를 편성할 당시에 내상으로 입원을 한 천여운을 모두가 꺼려했기에 제비뽑기를 하자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항상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확률이 높다는 법칙은 적중했다.
‘제발 부디 실수하지 마라. 어차피 네 자리에서 크게 할 건 없겠지만.’
그래도 진형 변형에서 가장 움직임이 적은 위치를 맡겼기에 특별한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임평이 첫 진형 변화를 알리는 붉은 깃발을 들어올렸다.
-타타타탁!
모래가 일어날 만큼 신속하게 일사분란하게 생도들이 움직이며 진형을 변형시켰다.
가장 많은 변화를 주는 것은 당연히 맨 앞에 있는 열이었다.
중심에 있는 조장이 잘 이끌어주어야만 진형이 흐트러지지 않고 변형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좋아!”
임평의 입에서 호평이 터졌다.
첫 번째 변형에서 누구 하나 실수하지 않고 진형을 잘 맞췄다.
조장을 맡고 있는 천무금은 성격은 오만하고 포악할지 몰라도 소교주 후보자답게 주변에 있는 생도들의 움직임을 잘 조율해나갔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우려하는 대상자인 천여운은.
‘어라?’
생각보다 잘 따라오고 있었다.
모든 생도들이 자신들의 종파나 무가에서 무공을 익혀왔지만 타인과 조를 이루어 진형을 훈련하거나 합을 맞춘 적이 없기에 첫날부터 며칠 간 애를 먹었던 것과 다르게 천여운은 능숙하게 제 위치를 찾아갔다.
‘다른 조원들이 하는 걸 잘 따라 맞춘 건가?’
예상보다 잘 따라오자 임평은 잠시 의아해했지만 다른 조원들이 하는 걸 잘보고 따라했구나로 생각을 그쳤다.
진형이 훈련의 기본은 변형된 진을 유지하는 데 있다.
생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진형을 바꾸는 것보다도 이를 유지하는 훈련을 더욱 버거워했다.
“진형 유지해라! 진형!”
첫 번째로 이룬 진형에서 검과 철 방패를 든 상태로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내공을 떠나서 근력이 부족하다면 매우 힘들다.
아직까지는 모두가 잘 버티고 있었지만, 일각 정도가 지나자 제일 무공이 약한 왜소한 체구의 생도들이 팔이 떨렸다.
-덜덜! 철컹!
그러다보니 방패가 떨려서 옆에 있는 생도의 방패와 부딪친다.
나무 방패로 훈련할 때는 소리가 적었지만 철 방패로 할 때는 아주 잘 들린다.
“똑바로 하지 못해! 이래가지고 이 단계 시험에서 다른 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정신 차려!”
임평의 다그침에 생도들이 이를 악물었다.
벌써 열나흘 차인데도 아직까지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는 생도들을 보면 속이 치밀어 오르는 교두 임평이었다.
계속 훈련 받은 생도들 중에서도 이런 녀석들이 나오는데, 무공은커녕 내공조차 없는 천여운은 보나마나 뻔했다.
자연스레 좌측으로 시선이 갔는지 임평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뭐야?…..저 녀석 왜 저렇게 멀쩡해?’
일각이 지났는데도 천여운은 아무런 변화도 없이 무표정하게 앞을 보고 있었다.
들고 있는 철 방패와 진검은 마치 조형물이 서있는 것처럼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
‘이 녀석, 정말 의무실에 누워있다가 온 게 맞는 거야?’
자신의 눈으로 봤으니 그건 확실했다.
그런데 내공조차 전무하다고 알고 있는 천여운이 이렇게까지 자세를 잘 유지하니 매우 놀라웠다.
그에 대해 평가가 좋지 않았던 임평의 시선이 묘하게 달라졌다.
생도들의 반 수 이상이 팔이 떨리기 시작하자 임평이 두 번째 진형 변화를 알리는 노란 깃발을 들었다.
-타타타탁!
기다렸다는 듯이 생도들이 작게나마 팔을 움직여 근육을 풀며 진형을 변화시켰다.
두 번째 진형은 적을 포위하듯이 반원으로 감싸는 형태이다.
적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간격을 조금씩 좁혀나갈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쿵! 쿵! 쿵!
“그래! 조금씩!”
생도들이 오른발을 내딛으며 앞을 향해 반보씩 전진했다.
적을 압박하기 위해 크게 발을 내딛어야 한다.
놀라운 것은 누구 하나 실수하지 않고 간격을 잘 유지해가면서 좁혀나갔다.
“잘 한다! 아주 좋아!”
무공 교두 임평의 입에서 칭찬이 터져 나오자, 반원의 가장 안쪽 중심부에 있던 조장 천무금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가 생각했던 그림은 이게 아니었다.
‘이 개자식은 뭔데 실수를 안 하는 거야?’
의무실에서 열나흘 동안 박혀 있었으니 훈련을 따라가지 못해서 온갖 윽박과 잔소리를 들어야 제 정상이었는데, 그런 소리는커녕 교두의 입에서 칭찬이 나왔다.
조원들이 전부 실수하지 않고 잘 들어맞아야 나오는 칭찬이었다.
진형의 선두에 있을 때는 천여운이 뒷열에 있기 때문에 볼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반원으로 감싸는 형태이기에 눈알만 옆으로 돌리면 보인다.
‘뭐야? 이 자식?’
진형이 완성되어서 다시 동작을 유지하고 있는데, 너무 멀쩡했다.
진검을 든 팔을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쳐야 해서 첫 번째 진형보다도 자세를 유지하기 힘든데 표정 하나 변화가 없었다.
‘이 자식 정말 무공을 하나도 익히지 않은 게 맞는 거야?’
천여운의 바로 두 번째 옆에 자리하고 있는 팔십 번 생도 자현조차도 상위 종파인데도 이 자세는 힘에 겨운지 오른팔이 떨리는데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빌어먹을 더러운 핏줄 새끼. 네놈이 잘 되는 꼴을 내가 볼 것 같아.’
이렇게 된 이상 억지로라도 망신을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무금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심복인 자현을 향해 전음(傳音)을 보냈다.
[내 말이 들리면 고개만 끄덕여.]훈련 도중에 들려오는 전음에 자현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전음은 내공으로 은밀하게 목소리를 보내는 수법으로 적어도 반 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녀야만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진형 때 내가 시키는 대로 해.]천무금은 뭔가 생각해둔 바를 자현에게 전음으로 보냈다.
이를 알겠다는 듯이 자현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각이 지나자 무공 교두 임평이 파랑색 깃발을 들며 세 번째 진형 변화를 지시했다.
-타타타탁!
앞선 두 번째 진형의 변화도 꽤 번거로웠지만 세 번째 진형은 제일 까다로웠다.
그것은 철 방패를 겹겹으로 쌓은 뒤에 그 사이로 진검을 찔러 넣어서 견고한 방어진을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렵지 않군.’
이미 진형 변화에 관한 책을 전이를 통해 완전히 숙지하고 나노 머신인 나노가 시뮬레이션으로 영상을 심어줬기 때문에 천여운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진형을 변화하는데 실수가 없었던 다른 생도들조차도 방패를 쌓으면서 진검을 사이에 넣을 때, 혹시나 앞 사람을 찌를까 머뭇거리느라 움직임이 더디어졌다.
“조심하더라도 신속성을 유지해라! 똑바로 해라!”
당연히 진형 변화가 더디어지니 무공 교두 임평의 언성이 높아졌다.
앞 선 변화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드디어 진형이 완성되었다.
천여운은 삼 층으로 쌓여 있는 방패진의 중간을 담당했다.
그런데 그의 바로 뒤에서 진검을 사이로 찔러 넣는 역할을 하는 생도가 바로 자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상태를 유지해서 일각을 버티는 일 뿐이었다.
‘키킥! 엉덩이가 아주 잘 보이는 구나.’
자현이 입 꼬리를 올리며 발을 살짝 들어올렸다.
발에 내공을 실어서 앞에서 방패를 들고 서있는 천여운을 차서 넘어뜨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더러운 핏줄은 땅바닥에서 기어야 제 맛이지!’
-탁!
걷어차는 소리가 나면 안 되니까 일단 발을 천여운의 엉덩이에 살짝 올렸다.
자신의 등에서 느껴지는 신발의 감촉에 천여운이 고개를 돌리더니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자현을 노려보았다.
‘뭐야? 이 새끼가 감히!’
발에 힘을 주기도 전에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당히 내공을 실으려고 했던 자현이었지만 그 눈빛에 화가 났는지 전력으로 공력을 실어 발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이었다.
-팡!
“크헉!”
천여운의 엉덩이에서 강한 반탄력이 일어나며 자현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뒤로 튕겨간 자현은 바닥을 뒹굴뒹굴 구르더니 대(大)자로 뻗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자현은 아픈 것은 둘째 치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저 자식 엉덩이에서 내공이?’
분명 발에 내공을 실어서 걷어차려는 순간 그 반탄력은 내공이 틀림없었다.
더군다나 자신보다도 훨씬 강한 공력이었다.
당황해하는 차에 대자로 뻗어있는 그의 앞으로 누군가가 걸어와 나찰처럼 무섭게 일그러진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또 너냐?”
그는 바로 무공 교두 임평이었다.
지난번에 이십삼 번 생도의 등을 찌른 덕분에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임평이었다.
자신을 무섭게 쳐다보는 임평의 얼굴에 놀란 자현이 화들짝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찌릿!
발바닥부터 느껴지는 통증에 균형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더 강한 내공에 튕겨나가면서 아직 그 후유증이 발바닥에 남아있었던 것이었다.
비틀거리며 겨우 균형을 잡는 자현의 시선은 임평의 뒤쪽에서 비웃음을 흘리고 있는 천여운만이 보였다.
-으득!
화가 난 자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 더욱 열이 받은 임평의 손이 허리춤에 꽂혀있는 검은 봉으로 향했다.
“입술을 씹어? 이놈 봐라. 정신을 못 차리네.”
“교, 교두님! 그게 아니라 저 녀석의 엉덩이…”
“뭐? 엉덩이? 이놈이 제대로 미쳐가지고!”
-퍽!
“크헙!”
자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평이 번개처럼 검은 봉을 빼들어 그의 명치를 찔렀다.
명치를 맞은 자현은 호흡이 곤란했는지 배를 움켜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자현을 바라보며 무공 교두 임평이 악마처럼 속삭였다.
“네 녀석은 사흘 동안 자유시간이 없다. 수면 시간 전까지는 본 교두와 지.옥.의 추가 훈련을 받는다!”
“하아…하아 교두님…”
자현이 변명을 하려고 하자 임평이 검은 봉을 다시 휘두르려고 했다.
화들짝 놀란 자현이 재빨리 소리쳤다.
“마도!!!”
이 모습을 지켜보는 팔 조 생도들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그 동안 숙소에서 팔 조의 조장인 복마종의 소교주 후보자 천무금을 등에 업고 사역부터 시작해서 온갖 못된 짓을 자행했던 자현의 망신에 통쾌함을 느낀 것이다.
-으드득!
이빨을 가는 소리가 옆에 있는 생도들에게 전부 들렸다.
자신이 세운 계획이 어이없이 실패하자 천무금의 얼굴은 붉어지다 못해서 이마에 핏줄까지 서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천……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