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
# 1장 나의 몸에 마신(?)이 강림했다.(2) #
소년의 이름은 천여운(天麗雲).
마교에 있어서 절대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성인 천가(天家)의 사람이다.
천가라 함은 위대한 교주의 혈육이었기 때문에 교내에서 대우를 받을 거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상은 달랐다.
천가의 피를 이었다고 해도 소교주가 되기 전까지는 마교를 지탱하는 여섯 가문의 외가의 소속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천여운은 유일하게 여섯 가문의 태생이 아닌 교주전에서 일하는 여시종의 태생이었다.
물론 시종의 몸에 낳았다고 해도 천가의 혈육이기 때문에 소교주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 힘도 없는 목숨이 간당간당한 번외 서열에 불과했다.
그런 천여운이 어째서 이런 곤욕을 치르게 된 것일까?
그 원인은 그의 모친인 화 부인에게 있었다.
정략으로 맺어진 여섯 종파의 여인들 누구에도 정을 주지 않고 차디찼던 교주가 한낱 미천한 여시종을 사랑하고 아낀 것이었다.
이것이 정처였던 여섯 종파 부인들의 큰 시기와 노여움을 사버리고 말았다.
여인들의 질투심은 단순한 노여움으로 끝나지 않았다.
천여운은 여시종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열다섯이 되는 해를 살아오는 동안 많은 멸시와 은밀한 암살 시도를 당해왔다.
소교주 후보로서 아무 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이렇게까지 없애려고 한 것에는 정처인 여섯 종파의 부인들의 시기어린 분노가 큰 작용을 해왔다.
그런데 이레(칠 일) 전부터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하기 힘들 만큼 암살 시도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식으로 소교주 자격을 시험하게 될 마도관의 입관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런 연고도, 힘도 없는 천여운이었지만 마도관에 입학하게 된다면, 무공을 익히게 되고 자신만의 세력을 기를 수 있는 여건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마도관에 입성하게 되면 사적인 출입이 금해지기에, 아무리 여섯 종파라고 할 지라도 직접적인 암살 시도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런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어젯밤에는 마도관 입성을 이틀을 앞두고 은밀하게 시도했던 평소와는 다르게 대놓고 암살자를 보냈다.
더군다나 여태까지 그를 암살 시도에서 지켜주었던 장 호위마저 따돌리게 만든 뒤에 말이다.
“마, 마신님께서 저를 살려주신 겁니까?”
바닥에 납작 엎드린 천여운은 머릿속에 말을 하는 목소리를 향해 물었다.
그가 기억하기로는 분명 자신은 검에 찔려서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다. 그런데 적들은 갑자기 나타난 괴인에 의해 죽었고, 자신은 살아났다.
천여운의 대뇌에 부착되어 있는 나노 머신이 답했다.
[주위에 있던 마스터를 노렸던 적들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아닙니다. 하지만 죽어가는 마스터의 몸을 자가수복한 것을 말씀하신 것이라면 제가 맞습니다.]“자가 수복은 대체 무슨 말이죠?”
그의 머릿속에서 말을 하는 나노 머신이 하는 대개의 용어는 알아듣기 힘들었다.
잠시 계산에 들어간 나노 머신은 이대로는 대화가 힘들다고 판단했다.
[마스터의 머릿속에 제 기본 정보를 전이…]“마사타는 대체 무슨 말이죠?”
영어는 이해는커녕 발음조차 전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노 머신은 언어 검색을 통해 자신의 마스터에게 맞는 용어 검색 필요성을 인지했다.
[시대적 용어 검색을 시작 및 변환을 가동합니다.]나노 머신은 천여운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를 검색해서 언어 변환을 시작했다.
이윽고 언어 변별이 끝나자 다시 말을 이어갔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께서 말씀하시는 마신(魔神)이라는 존재가 아닙니다.]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마치 하인들이 쓰는 말투에 천여운의 표정이 의아하게 바뀌었다.
물론 딱딱한 말투는 여전했다.
“마신님이 아니시라면 대체 무슨?”
설명을 하는 것보다 정보 전이가 가장 빠르다고 판단한 나노 머신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천여운은 멋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 순간 천여운의 머리에 찌릿하며 감전 현상이 일어나며 마치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처럼 영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스스스스스!
누군가 지금 천여운의 상태를 보았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눈의 동공이 어찌나 빠르게 흔들리는지 기이한 현상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여운은 어지러움을 느꼈는지 바닥에 엎드려서 신물을 올려냈다.
“우웩!”
[정보 전이를 처음 겪으시는 현상입니다. 두 번째 부터는 어지러움이나 구토현상이 없을 겁니다.]잠시 동안 어지러움을 겪던 천여운이 이윽고 정신을 차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 것도 듣거나 배운 것도 아니었는데, 천여운은 자신의 머릿속, 아니 뇌 속에 부착되어 있는 존재가 나노(nano) 기술이 집약된 기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노 머신?”
[네. 주인님.]“지금 내 몸 속에 수만 개의 정밀한 기계가 들어가 있다는게 정말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육십사억 팔천이백사십만 개의 나노머신이 주인님의 몸속의 전신에 배치되어 있습니다.]자신의 몸속에 인공적으로 만든 무언가가 들어가 있다는 것에 천여운은 뭔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도 아니고 마신도 아닌 것을 알게 되자, 어려워 하던 천여운의 말투도 경어에서 편하게 바뀌었다.
“만약 내가 원한다면 내 몸속에서 나갈 수 있어?”
[정보 전이로 보내드렸다시피 저는 주인님께서 완전한 사망이 이뤄졌을 경우에 몸에서 배출되도록 프로그램 되어있습니다.]쉽게 말해서 죽기 전까지는 절대 나갈 생각이 없다는 말이었다.
천여운은 어쩌다가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복형제란 것들은 아무런 힘도 없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어떻게든 애를 쓰지 않나. 이젠 그도 모자라서 몸속에 나노 머신이라는 기계가 들어왔다.
“그럼 대체 누가 내 몸속에 너를 집어…”
천여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공자님. 백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장 호위의 목소리였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천여운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어찌해야 하나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기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다른 이들이 알게 된다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우려가 된 그였다.
“자, 잠시만 조용히 하고 있어.”
[생각만으로 뇌파를 읽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알겠으니까 잠시 조용히 해봐.”
[일시적으로 음 소거 모드에 들어갑니다.]천여운은 재빨리 침대로 올라가 이불을 덮고 누웠다.
그러는 사이에 문이 열리며 장신의 중년인인 장 호위와 의원으로 보이는 긴 백발이 어깨까지 흘러내리는 노인과 그를 보조하는 소동이 들어왔다.
“아직 공자님께서는 깨지 않으신 것 같으니 조용히 진료만….앗? 공자님!”
장 호위는 침대에 누워서 자신을 쳐다보는 천여운을 발견하고는 두 눈이 커져서 부리나케 그의 앞으로 달려왔다.
“공자님! 몸은 괜찮으신? 욱!”
장 호위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코를 틀어막았다.
천여운의 몸에서 지독하게 매캐한 냄새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나노 머신과 이때까지 대화를 나누느라 자신의 상태를 미처 잊고 있었던 천여운이었다.
전신에서 알 수 없는 끈적하면서도 검은 액체가 배출되어 있었는데 그 냄새가 매우 지독했다.
“호오?”
이에 흥미가 가득 찬 얼굴로 백 의원이라 불린 노인이 다가왔다.
그는 교주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백종우라는 의원으로 긴 백발에 고고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마교 내에서는 마의(魔醫)라고 불리는 자였다.
“천 공자 노부와 구면이지?”
“백 의원님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마교 내에 있는 교인들 중에서 마의를 모르는 이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의 어머니인 화 부인이 병상에 있을 때, 교주의 명으로 진료하러 왔었기 때문에 구면이기도 했다.
“진맥을 하겠네. 손을 줘보게.”
“그, 그게….”
손부터 팔까지 전부 검은 액체로 끈적거려서 내밀기가 민망스러웠다.
마의 백종우가 괜찮다며 손을 내밀라고 한 번 더 권유를 하자 천여운은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백종우는 두 손가락을 맥에 가져다 대어 진맥을 하더니 이내 두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구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백 의원님. 공자께서 혹시 잘못되시기라도 한 겁니까?”
장 호위가 불안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자 백종우는 전혀 아니라며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오히려 반대일세. 자네에게는 기연일지도 모르겠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전신의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기경팔맥(奇經八脈)의 순환도 활발해졌는데, 혹시 영약이라도 먹은 겐가?”
백종우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천여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몸이 되었단 말일세.”
“네?”
그제야 백종우의 말을 이해했는지 천여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여운의 전신에 묻어있는 끈적한 검은 액체는 다름 아닌 그의 몸에 있던 노폐물들이었다.
더욱 운이 좋은 것은 노폐물이 배출된 것도 모자라서 기경팔맥의 순환이 활발해진 것인데, 내공을 익히기에 최상의 상태로 몸이 바뀐 것이었다.
시종의 몸에서 낳은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무공을 비롯해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던 천여운에게는 엄청난 기연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내공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지만 말이다.
‘이봐. 나노 머신. 이거 네가 한 거야?’
[……..] [음 소거 모드를 풀겠습니까?]‘…..풀어.’
[음 소거 모드를 해지합니다. 주인님의 전신에 배치된 나노 머신들이 손상된 육체 수복을 하면서 체내에 있는 불필요한 노폐물들을 제거하고, 혈관과 근맥, 근육을 운동 능력을 발휘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변환시켰습니다.]‘…….너 대체 뭐냐?’
마의 백종우의 말을 듣고 이 같은 일을 나노 머신이 한 것이 아닐까 짐작은 했지만 직접 듣게 되니 그 놀라운 능력에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너 정말 마신이 아닌 거 확실하지?’
[마신(魔神)이 아니라 머신(machine)입니다.]라는 지극히 기계적인 답변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