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11)
# 66장 황궁의 숨겨진 힘 (2) #
현경의 극에 오른 천여운의 기감 반경은 거의 십 리에 이를 정도였다.
물론 거리가 멀어질수록 상대의 기를 정확하게 읽는 것은 힘들지만 가까울수록 특유의 기운으로 누구인지조차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동당객당에서 허봉의 기운을 감지한 천여운은 급히 그를 구하기 위해 같이 이동하던 대당두와 환관들을 버려두고 왔다.
덕분에 목숨을 구제받은 허봉이 환해진 얼굴로 전음을 보냈다.
[교주님!] [잘했다. 허봉.]천여운이 그런 그를 바라보며 칭찬했다.
그를 구하기 위해서 금 첩형과 겨루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그가 극도육무문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느 환관들과 달리 양기가 넘치는 내공에 극도신무를 익히고 있었다.
조법으로 변형되었다고는 하나 특유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초식의 움직임만큼은 절대로 속일 수가 없다.
[네? 잘했다뇨?]그들이 수상하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던 허봉이 의아해했다.
[네가 극도육무문의 간자를 발견했잖느냐.] [헉? 제가요? 그, 그럼 저 환관 놈이 극도육무문?]전혀 몰랐었던 허봉이 놀라서 금 첩형을 힐끔 쳐다보았다.
팔이 뜯겨져 나간 덕분에 흐트러진 내기를 가다듬느라 몸에서 하얀 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 천여운이 그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음을 보냈다.
[허봉. 내 신호가 떨어지면 도망치거나 숨을 준비를 해라.] [네?]영문을 알 수 없는 천여운의 말에 허봉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천여운이 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이가 한 명 더 있었으니, 금 첩형이었다.
“끄으으으.”
뜯겨져나간 팔목의 부분을 지혈하고 있는 금 첩형의 안색이 좋지 않다.
그는 본능적으로 천여운과 손을 섞으면서 그가 절대로 금의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금의위 중에 저런 전율적인 고수가 존재할 리가 없다.’
금의위들 중에서 무위로는 최고라 불리는 북진무사조차도 그보다 한수 떨어진다.
그렇다는 것은 적어도 화경의 극에 이르거나 그보다 훨씬 상위 고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뭔가를 추측하기는 힘들었다.
‘황궁의 인물은 아니다. 대체 누구….엇?’
-오싹!
그때 금 첩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주 불길한 기운이었다.
금 첩형이 다급히 주위의 하급 무관 옷을 입고 있는 식객들을 향해 소리쳤다.
“뭔가 온다! 당장 병장기를 빼들고 경계하라!”
“네? 그게 무슨?”
“말대꾸하지 말고 어서!”
처음에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절대고수인 천여운을 경계하려한 그들이었다.
그러나 금 첩형의 다급한 반응에 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식객들은 재빨리 각자의 독문병기를 빼들었다.
-챙! 챙!
그들 역시도 절정 이상으로만 차출된 고수들이었지만 천여운이나 금 첩형에 비하면 기감이 약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 이질적인 기운을 감지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슉! 슉! 슉!
귀를 자극하는 뭔가를 딛는 소리.
그리고 무인이라고 하기에는 소름 돋는 이질적인 기운.
“와, 왔다.”
“모두 조용히 해!”
금 첩형의 외침에 일순간 주변에 정적이 감돌았다.
-휘이이잉!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바람이 일어나며 담장 벽에 걸려있는 횃불들이 일제히 꺼졌다.
횃불 빛이 사라지고 주변이 일순간에 어둠으로 물들었다.
어두워진 주변의 담장 벽 위를 비롯한 건물의 천장들에 펄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불길한 기운들이다.’
금 첩형이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인기척들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어둠 속에서 수많은 안광들이 그들을 포위한 채 지켜보고 있었다.
달빛에 비추는 그들의 눈빛은 독특하게도 노란 빛을 띠었다.
‘뭐, 뭐지?’
‘황궁 내에 이런 자들이 있었나?’
불길한 기운들을 가진 인영들에게 둘러싸인 삼십여 명의 무관들은 긴장했는지 병장기를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에 대한 불안함은 공통적인 심리일 것이다.
-스륵!
그때 마당의 한 복판으로 검은 인영 하나가 나타났다.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보름달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며 검은 인영의 얼굴을 반쯤 비췄다.
곧게 올린 희끗한 머리에 다소곳하게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붉은 비단 옷을 걸치고 있는 궁녀였다.
“영 상궁?”
금 첩형이 놀란 눈으로 입을 뗐다.
동당의 업무를 주로 맡아서 했지만 큰 행사 때는 건안궁에 입궐하였기에 그 정체를 모를 리가 만무했다.
궁녀의 정체는 황궁 궁녀들의 서열 2위라 할 수 있는 부제조상궁 영월이었다.
황실 내전 창고의 출납을 담당하는 책임자였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살펴본 그는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담장 위에 마치 짐승처럼 두 손과 발을 모은 채 대기하고 있는 노란 안광의 주인들은 전부 궁녀들이었다.
-웅성웅성!
식객인 무관들 역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궁녀들에게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은 근본적으로 불길하면서 그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절대로 평범한 궁녀도 아니었고 무인이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설마 이들이 수호전의 사람들이란 말인가?’
황궁의 숨겨진 힘, 황궁 수호전(皇宮 守護殿)
황궁에 침투해온 이래로 수호전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했다.
금 첩형은 수호전의 고수들은 무림인들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무위를 지녔다는 풍문에 의거해서 금의위를 비롯해 서창 등 무력집단을 주시했다.
그러나 설마 나인이라 할 수 있는 궁녀들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만약 이들이 정말로 수호전의 사람들이라면 여기서 부딪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더군다나….’
오른팔을 잃었기에 공력이 절감한 상태였다.
더군다나 정체불명의 금의위도 처리하지 못했는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부제조상궁 영월을 상대하는 것은 더더욱 무리였다.
-꽈악!
금 첩형이 자신의 상처부위를 꽉 쥐고서 말했다.
“영 상궁께서 어인 일로 이곳 동당의 객당까지 납시었소?”
일반적인 환관들의 직위 체계라면 부태감 격에 속하는 금예는 동급 직위라 할 수 있겠지만 동창의 품계는 높은 관료직과 동등한 종 3품에 해당한다.
부제조상궁 영월이 담담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황궁에 쥐새끼들이 들어왔는데, 그들 중에 가장 위험한 자가 이리로 향하여 쫓아왔더니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재미있는 광경이라니요?”
“예전부터 새겨보고 있었는데 역시 동당의 객당은 복마전이구려.”
복마전(伏魔殿).
마귀가 숨어있는 전각을 말한다.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라는 뜻이다.
몰아붙인다는 생각에 금 첩형이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
“복마전?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오? 이곳은 동창의 영역이오. 아무리 부제조상궁이라고 해도 함부로 난입해도 되는 곳이 아니오!”
황궁의 규정상 황명이 아니라면 각 당의 출입은 그 책임자의 권한에 달려있었다.
금 첩형은 황궁 법도를 핑계 삼아 그들을 내보내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역시도 이것이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본 상궁은 나인들의 수장으로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
“그대가 그리 찾아 헤매던 황궁 수호전의 삼태상의 일인으로 찾아온 것이오.”
“수호전!”
놀랍게도 부제조상궁 영월은 스스로의 정체를 과감하게 밝혔다.
황궁 수호전이 정체를 드러내는 의미는 단 하나였다.
황궁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황궁에 위협을 가하는 자를 처단할 때였다.
“…..그대가 수호전의 삼태상일 줄은 몰랐구려. 영 상궁.”
“모두가 늘 그리 말하지요.”
영월의 오른손에 기운이 응집하고 있었다.
이를 감지한 금 첩형이 다급히 자신의 팔을 들어 보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영 상궁! 본 동창을 복마전이라고 모는 것은 과한 처사인 것 같소. 보시오. 본 첩형의 뜯겨나간 팔을 보면 모르겠소. 우리도 당했소이다.”
팔이 뜯겨나가지 않았더라면 해명거리가 없을 뻔했다.
덕분에 잘됐다고 여겼는데 부제조상궁 영월은 전혀 개의치 않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부상을 당한 것이 어떻다는 거죠? 아까도 얘기했듯이 그대가 황궁에 입궐하는 순간부터 계속 예의주시 했었다고 말했을 텐데요. 금 첩형.”
“큭! 영 상궁! 지금 본 첩형을 핍박할 것이 아니라 저들….엇?”
-휘잉!
금 첩형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의위를 가리키려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횃불이 꺼지면서 잠시 어둠이 들이닥치기 전만 하더라도 분명 마당의 한 가운데에 있던 금의위가 없었다.
더군다나 기침을 했던 그 신입 식객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 이놈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던 금 첩형이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든가 말든가 부제조상궁, 아니 황궁수호전의 삼태상의 일인인 영월이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노란 안광을 내뿜는 궁녀들에게 명했다.
“수호전의 법도에 따라 전부 제압해라. 반항할 경우에 죽여도 좋다.”
“충!!!”
-슉! 슉! 슉!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궁녀들이 일제히 마당 내부로 신형을 날렸다.
긴장하고서 상황이 어찌될지 경계만을 하고 있던 식객들이 전의를 일으키며 병장기를 휘둘렀다.
“맞서 싸워라!”
“황궁 수호전이라고 해도 계집들이다!”
궁녀들에게서 풍겨지는 불길한 기운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차피 그들과 부딪칠 것을 예정에 두고 있던 무관들이었다.
아직 싸워보지도 않고 전의를 상실할 만큼 약한 이들도 아니었다.
“하압!”
한 무관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궁녀를 향해 도초를 펼쳤다.
도기가 실린 도초가 절묘한 도결을 그리며 다섯 방향으로 갈라져 궁녀를 베려했다.
-촤촤촤촤촥!
인정사정없이 베어오는 도초에 놀랍게도 궁녀는 적수공권으로 쇄도해왔다.
두 손에 기(氣)를 두른 것도 아니었는데, 도기가 실려있는 도결을 향해 궁녀가 맨손으로 독특한 장법을 펼쳤다.
‘이 계집이 정녕 미쳤구나.’
대담함에 손에 힘이 빠질 뻔했지만 지금 궁녀들은 적이었다.
무관은 독한 마음으로 도초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깡! 깡! 깡!
놀랍게도 그녀의 두 팔목을 단숨에 베려했던 도가 철구에 부딪친 것마냥 쇳소리와 함께 뒤로 튕겨나갔다.
오히려 도를 쥐고 있는 손바닥이 얼얼해질 지경이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영문을 알 수 없어하는데 궁녀의 안광을 번뜩이며 손바닥이 그의 가슴을 때렸다.
-퍽!
“끄아악!”
가슴에 일격을 당하는 순간 화기(火氣)가 무관의 몸을 관통했다.
오장육부가 타들어가는 고통과 함께 무관의 벌린 입에서 새까만 연기가 흘러나왔다.
괴이한 현상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이 계집들 뭔가 이상해!”
이런 현상을 겪는 것은 다른 무관들도 마찬가지였다.
궁녀들은 무관들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처럼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깡! 깡!
“거, 검이 안 통해?”
그런데 그녀들의 치맛자락을 흩날리는 것과 달리 그녀들은 마치 갑주를 걸친 것처럼 기가 실린 공격에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통하는 공격은 강기(罡氣)를 응집한 것만이 통했다.
-촥!
무관들 중에는 초절정의 고수들도 몇 명이 있었는데, 주위에 도검이나 기를 통한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서 단번에 강기를 일으켰다.
‘베인다!’
다행스럽게 강기를 일으킨 공격은 먹혔다.
몸이 단단하기는 했지만 금강불괴 수준은 아닌 듯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격이 먹힌 것이 아니었다.
“이, 이런 미친!”
팔이 잘려나갔는데도 궁녀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지, 특유의 노란 안광을 섬뜩하게 번뜩이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계집들은 괴물이라도 된단 말인가?’
-타타타탁!
놀란 나머지 초절정 고수인 그마저도 보법을 펼치며 거리를 벌렸다.
함부로 대응하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후우…후우…”
-고오오오오!
갈수록 짙어져가는 노란 안광에 몸에서 열기마저 느껴지는 궁녀들이 심장을 옥죄이는 공포처럼 그들을 향해 무섭게 다가왔다.
불사신이라도 되는 것 같은 이들의 기세에 식객들의 얼굴이 서서히 질려갔다.
반면 이를 보게 된 금 첩형의 눈빛은 기묘하게 반짝였다.
‘찾았다! 이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