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12)
# 66장 황궁의 숨겨진 힘 (3) #
-촥촥!
“젠장!”
강기로 팔이 잘려나갔는데도 미친 듯이 달려드는 궁녀에게 초절정의 고수가 검강을 일으킨 검으로 검초를 펼쳤다.
그의 검강이 불사신처럼 고통도 호소하지 않고 달려드는 궁녀의 몸을 난자했다.
하지만 궁녀라고 해서 자신의 몸을 벨 수 있는 강기에 무턱대고 달려들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팟! 쾅!
‘피했어?’
궁녀는 몸을 틀어서 강기를 피해낸 후에 빠른 몸놀림으로 그의 주변을 빙빙 돌면서 허점을 찾으려했다.
‘무슨 움직임이!’
궁녀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보법과는 너무 달랐다.
마치 날렵한 살쾡이처럼 이리저리 튀어나가면서 검초를 피해냈다.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다리나 목을 베어야 해.’
팔을 베어서도 저런 움직임을 보인다면 다리를 멈추게 하거나 목을 베는 수밖에 없었다.
고통을 어떻게 견디는지는 몰라도 정말로 불사신일 리는 없다.
-촤촤촤촥!
-팟! 팟! 팟!
궁녀는 그의 검초에 적응했는지 점차 익숙하게 피해냈다.
초절정의 고수는 이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계속 반복적으로 검초를 펼치다가 변초를 쓴다면, 이에 적응한 궁녀의 방심을 끌어낼 수 있으리라.
‘이때다!’
궁녀가 그의 검초가 닿기도 전에 자세만 보고 왼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에 초절정의 고수가 검세를 꺾으며 궁녀의 목을 향해 검을 베어 들어갔다.
궁녀가 놀라서 피하고 싶었지만 관성의 힘에 의해 멈출 수가 없었다.
“아!”
-촤악!
초절정의 고수가 그녀의 목을 베어내는데 성공했다.
목이 베이자 불사신처럼 계속해서 움직일 것 같던 궁녀의 몸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됐다! 불사신은 무슨…”
-퍽! 퍽!
“크헉!”
궁녀를 죽였다는 생각에 환희에 차던 초절정의 고수가 엄청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고통은 잠시였고 당혹감에 뒤를 쳐다보니 궁녀 두 명이 그의 등과 옆구리에 일격을 먹였다.
내부로 파고드는 뜨거운 화기에 피가 들끓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었다.
-치이이이익!
“끄으으윽!”
초절정 고수가 기겁을 하면서 내공으로 몸을 보호했지만 이미 늦었다.
오장육부로 파고든 화기가 그의 장기를 태우려들었다.
초절정의 고수가 있는 힘을 끌어내서 검강을 일으켜서 궁녀 한 명의 목을 베어냈다.
-촥!
동료의 목이 베이자 등에 일 장을 먹인 궁녀가 그의 머리를 붙잡았다.
-콱!
“놔, 놔라….으, 으아아악!”
머리를 파고드는 화기에 초절정의 고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무리해서 계속 강기를 일으키면서 기운을 소진한 초절정의 고수는 더 이상 반항할 수가 없었다.
-팍! 팍!
그의 눈알이 뜨거운 화기에 검게 그을리며 터져버렸다.
궁녀들이 가지고 있는 이 화기는 단순한 양기라고 하기에는 이질적인 힘이었다.
말 그대로 순수한 화(火)의 기운이었다.
-치치치치칙!
“끄아아아악!”
사방에서 불에 지지는 듯한 매캐한 냄새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숫적으로 열세인 데다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이 괴물 같은 궁녀들의 알 수 없는 힘에 무관들이 하나 둘씩 죽어갔다.
물론 모두가 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흥!”
한쪽 팔이 뜯겨나가 공력이 절감한 금 첩형이었지만 그는 화경의 극에 이른 고수였다.
궁녀들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그의 눈에는 평범한 움직임에 불과했다.
-휙! 휙! 휙!
궁녀 한 명이 그에게 달려들자 상반신만 살짝 움직여서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화가 났는지 궁녀가 인상을 쓰고서 변초를 쓰려했지만,
-탁!
“한 팔이 없다고 본 첩형을 우습게 여겼구나. 하압!”
-콰직!
궁녀의 팔을 낚아챈 그가 날카로운 조법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서 뜯어내버렸다.
어깨까지 통째로 뽑아버린 금 첩형이 그녀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퍽! 쿠당탕!
엄청난 공력에 궁녀의 몸이 뒤로 열 보가 넘는 거리를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아무리 고통에 강한 궁녀라고 하나 파고든 공력을 쉽사리 내보낼 수 없는지, 바닥에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찌이이이익!
금 첩형이 뜯어낸 궁녀의 팔목에 옷을 이빨로 찢어냈다.
맨살이 드러난 궁녀의 팔을 본 금 첩형의 눈이 환희에 차올랐다.
“크크큭, 드디어! 드디어! 찾았구나!”
궁녀의 팔의 피부에는 놀랍게도 붉은 비늘 같은 것이 촘촘하게 올라와 있었다.
병장기와 검기를 막아낸 것은 바로 이 비늘이었다.
이것을 발견한 첩형은 환희에 차서 궁녀들과 싸우고 있는 식객들을 향해 소리쳤다.
“역혈대라신공의 해금을 허한다.”
“충!”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싸우고 있던 무관들 중에 네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이를 개의치 않고 궁녀들이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 달려들었는데, 네 사람의 몸에 돌연 변화가 일어났다.
-쿠득! 쿠득!
그들의 상체 근육이 기괴할 정도로 빠르게 부풀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붉게 물들며 얼굴에 핏줄들이 울룩불룩 튀어나와 흉측하게 변해갔다.
“크르르르르!”
그 입에서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 모습에 근방에서 싸우던 몇 남지 않은 무관들조차 놀라했다.
성인 남자의 신장보다 두 배 가까이 커진 네 명은 인간의 형상을 벗어난 괴물에 가까웠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이런 괴물들이 어떻게 식객들 틈에?”
아무 것도 모르는 그들로서는 마치 괴물들의 틈바구니 속에 낀 느낌이었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무관들과 달리 궁녀들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다시 역혈대라신공을 펼친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콱!
역혈대라신공을 펼친 무인이 달려드는 궁녀의 발목을 낚아챘다.
마치 그 모습이 거인이 소인을 잡은 것만 같았다.
그렇게 발목을 잡아낸 무인은 아등바등거리는 궁녀의 반대쪽 다리를 잡고 찢어버렸다.
-촤아아아악!
궁녀는 너무도 쉽게 몸이 반으로 찢겨지고 말았다.
궁녀의 너무도 잔인하게 죽여 버린 후에 포효하는 모습이 괴물 그 자체였다.
“크와아아아아!”
“히익!”
몇 안 남은 무관들은 도저히 이 공포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담장 쪽으로 경공을 펼쳤지만 그들을 궁녀들이 가로막았다.
“비, 빌어먹을! 이 괴물들이!”
-촥! 깡!
“젠장!”
무관들이 어떻게든 그녀들을 물리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병장기가 통하지 않았다.
적어도 강기를 다룰 줄 알아야 상처를 입힐 수가 있는데, 그나마 강기를 다룰 줄 아는 초절정의 고수 세 명은 죽고 나머지 네 명은 저런 괴물이 되어버렸다.
“크와아아아아!”
포효하면서 괴물 같은 능력을 보이는 역혈대라신공의 무인들을 삼태상의 일인인 영월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에게 금 첩형이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 첩형에게 비장의 수가 없을 줄 알았소? 흐흐흐.”
“…..역시 네놈들은 복마전이 틀림없구나.”
“그놈의 복마전 소리는 그만두고 항복한다면 궁녀들과 그대의 목숨을 보전하게 해줄 수 있소.”
금 첩형의 목적은 이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황궁의 숨겨진 힘이라 불리는 수호전의 위치와 그들이 가진 이 이질적인 힘의 근원을 원했다.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이는 금 첩형에게 영월이 혀를 차면서 말했다.
“고작 저런 인간의 탈을 벗은 짐승 따위로 수호전을 넘보려고 하다니. 쯧쯧.”
“뭐라?”
-딱!
영월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녀의 뒤에서 면사포를 쓴 두 명의 궁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붉은 문양이 그려진 푸른 비단 겉옷을 입고 있었다.
“감찰상궁?”
복장을 보아하니 부제조상궁을 보좌하는 감찰 상궁들이 틀림없었다.
면사포의 틈으로 보이는 노란 안광을 보니 다른 궁녀들과 마찬가지로 이질적인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녀들의 손에 들려있는 긴 연검이었다.
“궁녀들을 도와서 저 인간의 탈을 벗어난 짐승들을 죽여라.”
“이 태상의 명을 받듭니다.”
-팟!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녀들의 신형이 바닥을 박차며 단숨에 역혈대라신공을 펼치는 무인들을 향해 쇄도했다.
“크르르르르!”
역혈대라신공을 펼치는 무인들이 빠르게 조법을 펼치며 그녀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감찰상궁은 다른 궁녀들보다도 훨씬 빠른 몸놀림으로 바닥을 이리저리 튕기듯이 신형을 옮기며 그것을 피해냈다.
-슉! 슉! 슉!
“크르르르, 이 쥐새끼 같은 년이!”
화가 난 역혈대라신공의 무인이 날카로운 손톱에 조강(爪罡)을 일으켜서 좀더 고차원적인 조법을 펼쳤다.
-휙!
그러나 감찰상궁은 이들의 공격을 피해낸 후에 연검으로 팔을 내리쳤다.
“크크크크! 소용없다!”
역혈대라신공을 펼치면 몸이 강도가 단단해진다.
화경의 고수 이상이 펼치게 되면 금강불괴에 가깝지만 그들 역시도 초절정의 고수였기 때문에 검기 정도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촤악!
“크아아악!”
절대로 벨 수 없을 것 같던 두꺼운 팔을 연검이 파고들었다.
완전히 뼈까지 베어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감찰상궁의 연검을 확실하게 통했다.
-치이이이이!
역혈대라신공을 펼친 무인이 놀라서 그녀의 검을 보니, 불에 달군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더군다나 희미하게 푸른빛을 일렁이는 것을 보면 강기도 일으킨 듯 했다.
다른 궁녀들과 달리 이들은 무공마저 제대로 익힌 자들이었다.
“크아아아아아!”
위험하다고 판단한 역혈대라신공의 무인이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달려들려 했으나, 미처 간과한 것이 있었다.
상대는 감찰상궁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틈이 생겨나자 주위에 있던 궁녀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일격을 날렸다.
-퍼퍼퍼퍼퍽!
아무리 단단한 육신이라고 해도 수많은 화기를 머금은 일장들이 중첩되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아아!”
적을 위압하는 포효가 어느새 고통의 비명에 가까워졌다.
‘크윽! 수호전의 힘을 얕봤구나.’
역혈대라신공으로 상황이 반전되었다고 여겼던 금 첩형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궁녀들도 많이 죽었지만 네 명의 역혈대라신공을 펼치는 무인들만으로 제압하기에는 숫적으로 열세였다.
전임자의 실패도 있었기 때문에 수호전의 눈을 속이기 위해 소수만 내부로 잠입한 것이 오판이었다.
‘별 수 없구나. 우두머리인 영 상궁을 제압하는 수밖에.’
스스로 황궁 수호전의 우두머리인 삼태상 중 한 사람이라 밝힌 영월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제압한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으리라.
‘공력이 절감했으니 최고의 초식으로 단숨에 제압한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금 첩형이 왼손에 십성 공력을 끌어올렸다.
아주 잠깐 영월의 시선이 궁녀들과 역혈대라신공의 무인들이 싸우는 곳으로 향하는 순간,
그의 신형이 그녀에게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파팍! 콱!
“크헉!”
시선이 돌아갔다고 생각한 그녀가 금 첩형의 기습 공격을 막은 것도 모자라, 목을 움켜쥐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멀쩡했던 영월의 두 눈이 노란 안광을 띠고 있었다.
“손버릇이 나쁘구나. 금 첩형.”
“켁….켁! 흐아아압!”
금 첩형은 다급히 조강을 일으켜서, 목을 움켜쥔 그녀의 손을 쳐내려고 했지만 청옥석이라도 내려치는 것처럼 꿈쩍도 안했다.
-까아아앙!
“허억!”
궁녀들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엄청났다.
설마 강기마저 견뎌낼 정도의 강도를 지녔을 줄은 몰랐다.
영월의 두 눈에 짙은 살기가 일렁였다.
“어리석은 자여. 역시 그대와 같은 복마전의 놈들은 굳이 살려서 데려갈 필요가 없겠구나. 그냥 죽거라.”
-꽈아아악!
“끄어어억!”
금 첩형을 부러뜨리려고 하는지 그녀의 손아귀에 엄청난 힘이 들어갔다.
당장에라도 목이 비틀릴 것 같은 공포심에 사로잡힌 금 첩형의 선택은 간단했다.
-불끈! 불끈!
“응? 이건….”
붙잡고 있던 금 첩형의 목이 통나무처럼 굵어졌다.
그것도 모자라서 상체가 부풀어 오르며 얼굴에 징그러울 만큼 핏줄이 튀어나왔다.
역혈대라신공을 펼친 것이다.
“어리석은!”
영월이 그가 완전히 역혈대라신공을 펼치기 전에 죽이기 위해 왼손을 들어올려 심장 쪽을 겨냥했다.
그녀의 왼손이 붉게 물들며 화기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흠칫!
‘응?’
흉흉한 기운이 느껴졌다.
영월이 놀란 나머지 뒤로 신형을 날렸다.
-쾅!
그와 동시에 역혈대라신공을 펼치는 금 첩형의 뒤로 공중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위에서 떨어진 그 자는 금 첩형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꽉!
“누, 누구?”
갑자기 머리를 잡히는 바람에 당황한 금 첩형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그의 머리로 엄청난 전격이 파고들었다.
-파치치치치치치칙!
“끄가가가가가가가각!”
온 몸에서 하얀 빛이 불똥처럼 튀어 오르는 것이 가관도 아니었다.
파고든 전격은 기혈을 역행하며 역혈대라신공을 펼치는 공력을 분산시키며 부풀던 그의 몸이 가라앉으며 두 눈의 색도 원래대로 돌아갔다.
-부르르르르!
전격은 가라앉았지만 그 여파는 남았기에 금 첩형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머리털은 전부 타서 대머리가 되어버린 그였다.
“이…이런…..미친……”
역혈대라신공을 펼치기도 전에 강제로 저지당한 것이다.
그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돌렸더니 아까 전에 사라졌던 금의위가 서있었다.
바로 천여운이었다.
‘이놈 도망간 게 아니었어? 서….설마….’
“이….이 비, 빌어먹을 새끼가…..”
-털썩!
금 첩형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기절하고 말았다.
갑자기 나타난 천여운 덕분에 그를 죽이려던 것을 저지당한 수호전의 이 태상 영월이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아….어디로 갔나 했더니 숨어있었구나.”
그녀는 천여운의 무력을 측정할 수 없으나 흉흉한 마성의 기운만은 뚜렷히 느껴졌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그를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천여운이 그런 그녀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이 자는 나의 것이오.”
“흥! 뭐가 어쩌고 저째? 본 태상에게서 도망간 줄 알았더니. 갑자기 나타나서 한다는 소리가….잠깐! 설마?”
순간 이 태상 영월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처음에는 그저 도망갔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 어부지리를 노려?”
그랬다.
천여운은 이들이 서로 싸워서 전력이 소모하기를 기다린 것이었다.
그녀는 금 첩형이 어째서 욕을 하면서 쓰러졌는지 그제야 깨닫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