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15)
# 67장 영물의 피 (2) #
궁녀들과 마찬가지로 이 태상 영월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눈앞에서 자신의 두 손이 잘려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흑검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예기에 우려했지만 너무도 쉽게 베였다.
“아으으으윽!”
‘본 태상의 비늘은 강기도 견뎌낼 수 있거늘.’
궁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선천진기를 지닌 그녀였지만 천여운의 검을 견뎌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꿈틀꿈틀!
그녀의 잘린 팔의 단면이 핏줄들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상처를 입은 것에 대한 재생 능력이 발휘되는 것 같은데, 잘린 팔을 복원시키는 능력은 없었는지 피만 멎어가고 있었다.
팔이 잘렸다는 충격도 잠시였고 이 태상 영월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착!
주름진 그녀 목으로 천마검의 날카로운 검 끝이 닿아있었다.
언제든지 그녀의 목을 찔러서 죽일 기세였다.
‘크윽! 이 괴물 같은 놈!’
처음 손을 섞었을 때는 무력에 있어서 호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그는 원래 무력에 일각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죽는 건가?’
흑검의 끝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렇든 저렇든 천여운이 자신들을 죽여서 입을 막으려는 것이 확실해지자, 더 이상 잘보이려는 마음도 사라졌는지 이 태상 영월이 표독스럽게 말했다.
“흥! 이러고도 황궁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성 싶으냐?”
더 이상의 공손함도 존대도 없었다.
처음 대면했을 때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태도였다.
사람은 절대로 본성이 변하지 않는다.
“못 빠져나갈 것 같나?”
“하! 황궁을 우습게 여기는군. 이 정도로 소란을 피웠는데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리라고 착각하진 않겠지.”
고요한 한밤 중에 이렇게 격렬하게 싸움을 벌였다.
그것도 수호전의 궁녀들이 동창의 식객들을 상대할 때부터 말이다.
근처에만 하더라도 야간 경비를 서는 금의위를 비롯해 동창의 근거지인 동당이 있는데,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곧 그들이 들이닥치면 네놈은 황궁의 역적이 되는 것이다! 살인멸구? 호호호홋 꿈도 꾸지 마라.”
천여운의 무력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가 황궁 내에 있는 모든 전력을 상대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황궁이 더욱 소란스러워진다면 수호전의 다른 태상들도 나오겠지. 그들은 본 태상보다도 더 강하다! 네놈들은 절대로 살아서 마교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야!”
표독스럽게 눈을 부라리며 말하는 영월의 태도는 가증스럽기마저 했다.
그런데 천여운의 반응은 이상할 정도로 무덤덤했다.
못해도 당혹스러워한다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법도 한데 아무 걱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뭐지?’
의아하게 여기는데 그때 목에 닿아있던 천여운의 검 끝이 우측 뺨으로 향했다.
-탁!
“지금 무얼…”
-촤악!
“흐아아가각”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천여운의 검이 그녀의 뺨을 꿰뚫고 일(一)자로 입을 통과해 반대쪽 뺨까지 베어버리고 말았다.
졸지에 입이 찢어진 이 태상 영월이 턱이 벌어져서 소리쳤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그런 그녀의 말에 천여운이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혀도 베려고 했는데 용케 안 베였군.”
“뭐, 뭣?”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에 영월은 등골이 오싹해져 왔다.
검이 뺨을 파고들자마자 혀를 안쪽으로 말아 넣었는데 안 그랬다면 잘렸을 것이다.
-스스스스!
그녀의 베인 뺨의 핏줄들이 엉겨 붙으며 재생하기 시작했다.
인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재생력이라 할 수 있었다.
신체부위가 완전히 잘리는 것이 아니라면 가벼운 상처는 빠르게 자가수복이 가능해보였다.
‘으으으! 어째서! 어째서 아직까지 오지 않는 거지?’
상처는 낫고는 있었지만 최악의 굴욕을 맛보고 있다는 생각에 영월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지금쯤이면 황군이 몰려와도 모자랄 판국에 주변이 너무 조용했다.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천여운이 혀를 차면서 말했다.
“멍청하군.”
“뭣?”
“설마 내가 그 정도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나?”
“그게 무슨?”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천여운이 주변을 가볍게 훑으며 말했다.
“이곳 주변은 진기로 막이 쳐져서 어떠한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는다.”
“지, 진기로 막을 쳤다고?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 넓은 곳을 무슨 수로 막을 친단 말이야!”
그녀가 경악해서 소리쳤다.
완숙한 화경의 고수에 버금가는 선천진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 태상 영월이었다.
그녀 역시도 심후한 진기를 이용해서 특정 공간에 막을 쳐서 소리를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기운을 소진하기에 좁은 공간이나 방 하나 정도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불가능해! 이놈은 내공이 무한하기라도 하단 말인가?’
이 넓은 동창 객당의 본당 마당을 통째로 진기로 막을 치려면 못해도 그녀 자신보다도 열 배에 달하는 진기를 지녀야 가능했다.
“자신이 안된다고 남이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있나보군.”
“마….말도 안 돼.”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어서 부정했던 그녀는 이윽고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여전히 주변은 고요했고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은 이 주변이 외부와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었다는 의미였다.
“몸은 재생하는데 목을 베어도 과연 재생할까?”
-오싹!
천여운이 정말로 목을 베려는지 검을 들어올렸다.
영월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아, 안 돼! 이렇게 되면 본 태상은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진실이 왜곡되어서 죽는 것만큼 개죽음도 없었다.
그것만큼 막아야 했다.
영월이 다급히 소리쳤다.
“소, 소첩을 죽이면 당신의 부하들도 죽을 겁니다!”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죽기 일보 직전에 그녀가 무슨 수로 호법들을 건든단 말인가.
허튼 수작을 부린다는 생각에 천여운이 이를 무시하고서 그녀의 목을 베려했다.
그러자 그녀가 잘린 두 손을 휘저으며 간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수, 수호전의 금옥에 인피면구를 쓴 세 명의 간자들을 잡아두었습니다. 그들을 모른다고 하시진 않겠죠?”
-파앙!
단번에 그녀의 목을 베려고 했던 천여운의 검이 허공에서 멈췄다.
인피면구를 쓴 세 사람이라고 한다면 암종의 대주들이었다.
‘잡힌 것이었나?’
황궁에 잠입한 암종의 대주 및 허봉과는 오늘 밤 자시(子時) 초에 성왕 주태겸의 궁전에서 접선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들이 잡힌 것을 몰랐던 천여운이다.
그가 공격을 멈추자 영월의 눈이 반짝였다.
‘통했다. 역시 이 자의 수하들이 맞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막 내뱉은 것이었는데 통했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 그녀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들을 수호전의 금옥에 붙잡아 두었다고?”
“그,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감정을 전혀 읽기 힘들 정도로 무표정하기만 했던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리자, 그녀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그의 약점을 발견한 것이다.
‘냉혹한 괴물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구나.’
하긴 한 단체의 수장이라는 자가 수하들을 쉽게 버릴 리가 만무했다.
마교인들이 적에게는 냉혹하지만 같은 교인들에 대한 의는 끈끈하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이 태상 영월은 이것을 이용하자고 생각했다.
‘그들을 풀어준다는 것을 빌미로 수호전 근방으로만 데려갈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
수호전의 앞에서 적이라고 소리만 질러도 난리가 날 것이다.
황궁의 진정한 숨겨진 힘이라 할 수 있는 일 태상에게 데려가기만 하면 설사 마교의 교주라고 해도 물리칠 수 있으리라.
그녀가 조심스럽게 천여운에게 제안했다.
“소, 소첩을 살려주신다면 귀인의 수하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촥!
“어?”
영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방금 전에 자신이 본 것이 현실인지조차 구분할 수가 없었다.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검을 휘둘렀다.
목이 서늘했다.
“지, 지금….무엇을?”
“늙은 계집이 입만 열만 수작질이군. 그냥 죽어라.”
“!?”
-스르륵! 툭!
천여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시야가 빙글빙글 회전을 하면서 밑으로 떨어졌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서야 그녀는 자신의 목이 베였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재생력의 부작용인가.
목이 베여졌는데도 그녀는 곧바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
‘어….어째….서?’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콰직!
천여운이 바닥을 구르고 있는 영월의 머리통을 그대로 밟아 으깨버리고 말았다.
끝까지 수작을 부리려던 자의 비참한 말로였다.
-슉! 슉! 슉!
불쾌한 기색을 보이는 천여운의 앞으로 대호법 마라겸과 좌호법 이화명, 그리고 지붕 위에서 망을 보고 있던 허봉이 내려왔다.
마라겸과 이화명이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명을 이행했습니다!”
모든 궁녀들을 전부 사살한 그들이었다.
여자들이라 마음이 약해질 법도 했지만 그들의 손에는 일말의 인정도 없었다.
최대한 마교의 검초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시신들의 자상만으로는 무공의 연원조차 알기 힘들게 처리해놓았다.
천여운이 천마검공의 검초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럼 이 자를 데리고 철수할지?”
좌호법 이화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검게 그을려서 대머리가 되어있는 금 첩형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에 천여운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암종의 대주들이 붙잡혔군요.”
“그들이 말입니까?”
전혀 예상 밖의 일에 두 호법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간자나 암살에 특화된 그들이 잡힐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대호법 마라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교주님. 어찌하실 요량이신지?”
이곳의 일이야 살인멸구로 처리하기는 했지만 금옥에 갇힌 자들을 잡으려면 그들의 경계망을 뚫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더군다나 그들은 황궁의 숨겨진 힘이라 할 수 있는 수호전의 위치를 알지 못한다.
극도육무문조차 오랜 시간동안 공을 들였는데도 알아내지 못한 곳이다.
“교주님. 현실적으로 그들을 구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안타깝지만….그들을 포기하는 편이 어떤지?”
좌호법 이화명이 냉정하지만 이성적인 선택지를 제안했다.
어차피 암종의 대주들은 적에게 붙잡혔을 때에 대비한 훈련을 받은 자들이었다.
탈출이 여의치 않으면 자결을 하도록 말이다.
-질끈!
‘아아…정말 버리는 수밖에 없는건가.’
같이 출발한 동료를 버리라는 권유에 허봉이 기분이 씁쓸했는지 입술을 깨물었지만, 확실히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때 천여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 손으로 차출해서 데려온 자들을 쉽게 버리면 교주로서 자격이 없겠지요. 그리고 이런 자들에게 잡혀서 그들이 자결하게 둘 순 없습니다.”
천여운이 바닥에 으깨져 있는 영월의 머리통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황궁에 잠입하면서 위선과 수작을 부리는 자들은 세상 어디에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아…..그럼 어찌 하실지?”
위험부담 때문에 암종의 대주들에 대한 구출을 반대했던 좌호법 이화명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대답한 것은 천여운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아직 숨이 붙어있습니다.”
어느새 마라겸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떤 자들에게 다가가 있었는데, 그녀들은 바로 감찰상궁이었다.
다른 궁녀들은 전부 죽었지만 아직까지 살아있는 그녀들이었다.
“……대호법. 그들이 쉽게 불겠습니까?”
궁녀들을 학살하다시피 한 그들에게 퍽이나 쉽게 황궁 수호전의 위치를 불겠는가.
이것은 천여운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밖으로 데려가서 약물이 들어간 자백제를 통해서 시도한다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지금 당장에는 그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을 놓친다면 태상과 궁녀들을 잃은 수호전에서 경계를 강화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에 마라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연히 적들에게는 불지 않겠지.”
“네?”
그렇게 말한 마라겸이 고개를 돌려서 천여운에게 말했다.
“교주님 이렇게 하심은 어떠신지?”
* * *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마교의 교주에게 손목이 잡혀서 하 감찰상궁과 부딪쳐서 기절했던 윤 감찰상궁이다.
‘내가 기절을 했다고?’
그것을 복용하고서 이 힘을 가진 후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저주받은 몸이 되었는데, 얼마나 강하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지 신기할 정도였다.
‘어떻게 된 거지?’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가 일어나려했다.
그러나 그녀는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쿵!
“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의 최대 단점은 이런 것일까?
그녀는 일어나려고 시도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상태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그녀의 발목이 잘려있었다.
“내….발이….”
두 발이 발목 채로 잘렸음을 인지한 윤 감찰상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악몽을 꾸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기절한 사이에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주위를 둘러봤더니 코를 자극하는 피 냄새와 함께 수많은 궁녀들의 시신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아아아아….”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더니 익숙한 옷을 입은 시신도 보였다.
잔인하게도 양손이 잘리고 목이 베여서 죽었다.
“이, 이….태상!”
자신이 기절해 있는 사이에 수장인 이 태상을 비롯한 모든 궁녀들이 살해당한 것이다.
그 자들은 정말 괴물이었다.
‘얼마나 된거지?’
아직까지 어두운 밤이었고 주위에 누구도 없는 것을 보면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때 사람의 인기척과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살아있는 궁녀가 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금의위로 보이는 무관 두 명이 달려왔다.
이 근처에서 야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자들인 듯 했다.
“아! 세상에!”
금의위 중에 한 사람이 발목이 잘린 그녀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얼굴이 새하얀 금의위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감찰상궁이 아니오? 괜찮으시오?”
이들의 등장에 윤 감찰상궁의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저, 저는 괜찮습니다. 금의위 무관들께서는 언제 오신 건지?”
그것이 궁금했다.
이런 엄청난 사건이 발발했는데 아직까지 황궁의 어떤 사람들도 발견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웬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서 동창 객당으로 들어왔더니 이리 처참한 일이 벌어져 있었소. 지금 한 사람이 금의위 중앙소에 보고하러 갔으니 곧 사람들이 올거요.”
“아!”
‘얼마 안 되었어!’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금의위의 말이 맞다면 사건이 벌어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게 확실했다.
그렇다면 당장에 수호전의 윗선에 보고해서 마교 교주 일행이 황궁 밖으로 도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녀의 잘린 발이었다.
“죄, 죄송하지만 금의위 무관께서는 혹시 저를 도와주실 수 있을지?”
“당연한 게 아니오. 당장 지금 황궁 의당으로…”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입니다. 지금 황궁에 매우 위험한 역도들이 침입했습니다. 당장 알려야 합니다.”
그녀의 다급한 말에 금의위 중 한 사람이 괜찮다는 듯이 달랬다.
“허어! 그게 사실이오? 큰일이구려. 그래도 곧 금의위들이 올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아닙니다. 그들만으로는 안 됩니다. 송구스럽습니다만. 저, 저를 업어주십시오. 제 다리가 이러하여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지금 상궁께선 의원이 더 급한데 무슨 안내를?”
“제발 부탁드립니다!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요!”
“허어….아, 알겠소.”
막무가내로 보채는 윤 감찰상궁의 말에 금의위 중 한 사람이 결국 그녀를 업었다.
등에 업힌 그녀가 손가락으로 황궁의 북서쪽 방향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서둘러서 가자고 하였다.
그런 그녀의 뒤를 따르는 새하얀 얼굴의 금의위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