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19)
# 69장 기린의 화신 (1) #
황릉의 제 사 공동은 세 갈래의 길로 나누어져 있다.
곧바로 밑으로 향한 천여운과 달리 허봉은 다른 공동으로 와있었다.
세 갈래에서 우측으로 향하면 나오는 곳이 황궁 수호전의 금옥이다.
그곳에서 그는 얼굴이 피멍으로 가득한 사내 한 사람과 속옷만 입고 있는 시신 두 구를 옮기고 있었다.
“젠장.”
허봉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튀어나왔다.
속옷으로 중요 부위만 가리고 있는 시신들은 고문으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손톱과 발톱은 전부 벗겨져 있었고 인두로 몸을 지진 흔적부터 갖은 고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궁은 무슨 개뿔!”
허봉은 시신들을 보면서 상기된 얼굴로 계속 욕설을 내뱉었다.
그들은 암종의 대주들이었다.
금옥에 잡혀 들어온 순간부터 모진 고문을 당하다 목숨을 잃은 그들이었다.
“허 부관님. 그만 불을 붙여주시지요.”
시신들의 주변에 태울만한 것을 모아온 상처투성이의 사내가 말했다.
그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암종의 대주였다.
가장 마지막에 고문을 받게 되면서 운 좋게 적습으로 인해 살아남게 되었다.
횃불을 들고 있는 허봉이 잠시 망설였다.
“본교로 데려가지도 못하고…..”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 태워야 하는 것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 모습에 암종의 대주가 그에게 횃불을 넘겨달라고 했다.
“후우, 제가 하겠습니다.”
피멍으로 엉망인 얼굴이었지만 부은 눈에는 결의가 가득하다.
허봉이 그에게 횃불을 넘기자 아무 망설이 없이 그는 시신들의 주변에 있는 천조각과 부러뜨린 나뭇가지에 불을 붙였다.
-화르르륵!
등불에 있던 기름을 부어놓아서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치솟는 불꽃을 보면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암종의 대주가 조용히 말했다.
“어차피 간자로 살아가기에 본교를 위해서 희생을 각오했습니다. 임무 중에 순직한 형제들에게 슬퍼하는 기색은 보이지 마십시오.”
“누, 누가 슬퍼한다고 그럽니까? 그냥…..”
뒷말은 차마 잇지 못했다.
암종의 대주들은 첩보와 간자, 그리고 암살을 위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의 친지도 없다.
그들은 오직 마교를 위해서 살아가는 그림자들이었다.
스스로 걸어가고자 하는 길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도 마지막 임무를 천마신교의 하늘이라 할 수 있는 교주와 함께 했고, 그들의 시신을 직접 구했기에 떠나길 길이 헛되지 않다고 여겼다.
‘교주님께서 화가 나신 모습은 오랜만이다.’
교주에 등극한 후로 크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천여운이다.
그런데 고문을 당한 암종 대주들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급격하게 눈빛이 식어가는 것을 본 후에 오래간 만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가셨는데 괜찮을까 모르겠네.’
불에 타는 시신들을 보면서 허봉은 걱정했다.
그와 살아남은 암종의 대주에게 시신들에 대한 처리와 한 가지 일을 맡겨놓고 먼저 지하로 향한 천여운이었다.
허봉은 그를 천하무적이라고 믿었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었다.
‘서둘러서 마무리하고 교주님이 계신 곳으로…’
-쾅! 드르르르르!
바로 그때였다.
지하 공동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커다란 진동이 일어났다.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공동이 떨리는 것이 육안으로 판별이 가능할 정도였다.
‘이건 대체?’
진동만이 아니었다.
지하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솟구쳤다.
허봉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암종의 대주에게 말했다.
“자, 잠시 교주님께 다녀올 테니, 이곳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서두르십시오!”
허봉의 신형이 빠르게 금옥이 있는 공동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 * *
숨겨진 보물이 있는 마지막 제 칠 공동.
그곳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기관진식이 설치된 미로를 통과해야만 한다.
강제로 격세석 벽을 부수게 되면 천장이 무너지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서 선택권이라고는 없었다.
여러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지만 그것은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도혈문주의 앞에선 단순히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
“유치하군.”
-파스슥!
바닥에서 튀어나온 창날은 반탄강기에 막혀서 부서지고, 벽에서 튀어나온 화살들도 그들의 움직임에 비해서 너무 느렸다.
굳이 도혈문주가 나설 필요도 없이 그를 보좌하는 사내가 웬만한 기관진식들은 파훼시키면서 이동한 결과 드디어 미로의 끝에 도달했다.
‘출구다!’
들어올 때처럼 격세석 장벽이 하나 가로막고 있었고, 그 밑으로 출구가 있었다.
그런데 출구에서 환한 빛이 횃불의 불빛처럼 일렁였다.
그들이 출구를 통과하자 그들의 눈앞에 여섯 번째 공동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녀를 보좌하는 사내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화르르르르르!
출구로 나오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그들을 마중했는데, 공동의 끝에 이곳의 삼분지의 일을 차지하는 큰 못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한 것은 그 못의 정 한가운데에 작은 섬처럼 암석이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곳에 거대한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부글부글!
그 불꽃으로 인해 못이 뜨거운 온천수처럼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덕분에 공동은 뜨거우면서 희뿌연 수증기로 매우 공기가 습했다.
‘참으로 신비로운 곳이구나.’
깊은 지하이다 보니 마치 용암의 대지로 들어선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못 한 가운데 타오르는 불꽃의 기이함에 시선을 빼앗겼던 그들의 귓가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감히 이곳에 더러운 발을 내딛은 것이냐?”
“엇?”
목소리는 들리고 있었는데, 그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못 한 가운데의 거대한 불꽃에서 풍기는 이질적인 기운이 이곳 공동을 잠식하고 있어서 기감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사내와 달리 도혈문주의 시선은 거대한 불꽃으로 향하고 있었다.
“네년이 마지막 파수꾼이냐?”
‘네년?’
그녀의 말에 사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워낙 걸걸한 목소리여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던 그였다.
그때 공동으로 다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건방진 계집이로구나. 하긴 황궁의 보물을 노릴 만큼 간이 부었으니 말이야.”
목소리가 방금 전보다 날카로워져 있다.
빈 정이 상한 듯 한 목소리에 도혈문주가 전혀 기가 죽지 않고 불꽃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언제까지 거기서 숨어서 지껄일 참이냐. 모습을 드러내라. 설마 겁을 먹은 것은 아니겠지. 아아! 혹시 모습이 추해서 숨은 게냐?”
일부러 상대를 도발하고 있는 그녀였다.
여인들끼리의 기 싸움이란 이런 것일까?
‘이런 식의 도발이 통할까?…..엇?’
두 사람의 대화에 사내가 의문을 가지는데, 거대한 불꽃이 있는 뒤편에서 검은 인영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도혈문주의 도발에 넘어간 모양이었다.
-화르르르르!
모든 것을 태울 것만 같은 화마 속에 대체 어떻게 들어간 것일까?
바로 그때 거대한 불꽃 속에서 보이던 검은 인영이 천천히 그것을 가로질러 앞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닛?”
놀랍게도 검은 인영의 몸 전체가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불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그것을 가로지르더니, 못을 평지를 걷듯이 걸어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화르르륵!
온몸이 불꽃으로 휘감고 있는 모습이 불의 화신 그 자체였다.
이곳 황릉을 지키는 수호전의 전사들 가운데 화기를 다루는 자들을 더러 보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했다.
‘불에 타는 것이 아니라 전신이 불꽃 그 자체다.’
인간이라고는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사내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곳으로 내려오면서 어떠한 황궁 수호전의 전사들을 보아도 경계심이 들지 않았으나, 저 불꽃으로 휩싸인 자는 달랐다.
‘정녕 인간의 기운이 맞는 건가?’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기운이 광폭하면서 공격적이었다.
긴장하는 그와는 달리 옆에 서있는 도혈문주의 눈빛에는 전의가 감돌았다.
지금까지는 전혀 흥미를 가지지 못했으나, 이제야 관심이 갈 만한 대상을 찾았다는 그런 표정마저 짓고 있었다.
“후후후, 단순히 이곳을 지키는 자로만 생각했는데, 그것을 취했구나. 맞지?”
그녀의 질문에 불꽃을 휘감는 자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신을 휘감고 있는 불꽃이 서서히 수그러들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스슥!
불꽃이 뒤덮고 있어서 전신이 검게 그을렸을 것만 같았는데, 얼굴부터 온몸이 붉은 비늘로 뒤덮여 있는 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헛?’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었지만 그녀는 실 한 올도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다.
봉긋한 가슴하며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에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비늘의 여인이 오른손을 어딘가로 뻗자 공동의 구석 한편에 있던 천 같은 것이 날아와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스스스슥!
그렇게 가슴부터 허벅지까지 천으로 가려지자 놀랍게도 전신을 뒤덮고 있던 붉은 비늘들이 피부 속으로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타오를 것 같은 적발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고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얼굴만 봐서는 고작 약관에 불과해보였다.
‘자, 자극적이구나.’
천으로 몸을 가린 것과 다름없어서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덕분에 사내가 괜히 민망한지 눈을 돌렸다.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지 적발의 여인이 도혈문주를 얼굴부터 위 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얼마나 특별하나 했더니 별 것 없구나.”
추하다는 말을 계속 의식했던 모양이었다.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적발의 여인은 중원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절세미인이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의 얼굴을 감평당했다는 생각에 도혈문주가 기분이 나빠졌는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하. 고작 무덤 지기 주제에 건방지구나.”
“고작 무덤지기? 본 녀는 대명제국의 태조와의 약조에 의거해 오랜 세월 동안 이곳 황릉의 보물을 지키고 있다. 고작 너 같은 도적 따위가 함부로 입을 놀릴 대상이 아니다.”
‘태조?’
태조와의 약조라는 말에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뭔가 범상치 않다고는 여겼지만 저 여인의 말만 들으면 근 이백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런 그녀의 말에 불쾌해 하던 도혈문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기린의 피에 영생의 효능도 있었나?”
“영생!”
무공에 극에 이른 무인도 수명에는 한계가 있다.
세월 앞에서는 누구도 장사가 없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근 이백 년을 살아왔다는 자가 여전히 약관의 모습이라는 것은 영생에 가까운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었다.
“눈이 탐욕으로 가득하구나. 어리석은 자들이여.”
그들의 눈에서 비치는 탐욕의 빛을 발견한 적발의 여인의 목소리에서 살기가 일어났다.
보물을 노리고 들어온 자들이라면 죽여야 한다.
“일 태상 란영. 태조의 명에 따라 보물을 노리는 도적들을 참하겠다.”
-화르르륵!
스스로를 일 태상 란영이라 밝힌 그녀의 양팔에 불꽃이 일어났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눈앞에 있는 모든 적을 태워버릴 기세였다.
‘엄청나다!’
단순히 드러나는 기운만으로도 어지간한 고수들은 견디지 못할 만큼 강렬했다.
놀라하는 사내에게 도혈문주가 말했다.
“뒤로 물러서라. 본좌가 상대 하겠다.”
“아, 알겠습,,,”
-스륵!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의 앞으로 흐릿한 잔상 같은 것이 일렁였다.
“엇?”
신기루처럼 공기가 일렁이며 나타난 자는 다름 아닌 일 태상 란영이었다.
어찌나 빨랐는지 사내는 그녀가 다가온 것조차 몰랐다.
“뭐가 뒤로 물러나라는 것이냐. 둘 다 사이좋게 보내주마.”
-화르르륵!
그녀의 양손에서 일어난 불꽃이 화마처럼 그들을 동시에 뒤덮었다.
단순히 열양의 기운이나 화기를 넘어선 불꽃에 사내가 당혹스러워 하며 검을 뽑아 검강으로 검막을 만들어냈다.
-촤촤촤촤촤촥!
검강으로 만들어낸 검막이 촘촘한 그물망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사내는 다급하게 방어를 취했으나 당연히 이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화르르르르르륵!
“이, 이게 무슨?”
불꽃이 일순간에 검막을 뒤덮더니, 강한 열기가 침투하며 검병을 잡은 손이 뜨거워졌다.
내공으로 보호하고 있지만 그 열기가 너무 뜨거워 탈 것만 같았다.
-치이이익!
“크윽!”
사내가 검막을 회수하고서 신형을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불꽃이 그물의 틈새로 스며들면서 화마가 그를 덮쳤다.
-화르르륵!
“비, 빌어먹을!”
사내가 잡고 있던 검을 놓고서 신형을 뒤로 날렸지만 불꽃이 이미 몸을 휘감았다.
순식간에 그의 몸에 붙은 불꽃이 그를 태우려들었다.
“으아아아악!”
팔을 시작으로 상반신에 불꽃이 붙자 사내가 화들짝 놀라서 뇌려타곤을 펼치며 바닥을 뒹굴었다.
반면 동시에 공격을 당한 도혈문주는 달랐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던가.
불꽃이 뒤덮으려고 하자, 도혈문주가 발도술을 펼치며 도리어 일 태상 란영의 목을 베려고 들었다.
-촤악!
‘빠르다!’
몸을 가볍게 젖혀서 피하려고 했던 란영이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 신형을 뒤로 날려서 도혈문주의 발도술을 피해야만 했다.
‘그 거리에서 피해?’
도혈문주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확실히 자신의 간격에 있어서 단숨에 죽일 작정이었는데 피해냈다.
도를 정확하게 보았다는 소리였다.
“네년. 보통이 아니구나.”
도혈문주가 열 보 정도 거리를 물린 일 태상 란영에게 제법이라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일 태상 란영 역시도 마찬가지라는 듯이 답했다.
“호오! 본 녀의 일 수를 막아내다니? 근 이십 년 만이로구나.”
그녀 역시도 일수에 그들을 불태워서 죽일 작정이었는데, 도리어 자신이 피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참으로 오랜만이군. 이런 상대는.’
황궁의 진정한 숨겨진 힘이라 불리는 그녀였다.
긴 세월을 살아온 만큼 누구도 그녀의 일수를 쉽게 파하지 못했는데 정말 오랜만이었다.
흥미가 돌았는지 일 태상 란영의 눈빛에 전의가 감돌았다.
‘황궁 수호전이라 실망할 뻔했는데 재미있겠구나.’
-고오오오!
서로에게 호승심을 느낀 두 절세고수들이 서로를 대치하고서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들이 그러고 있던 차에 도혈문주를 보좌하는 사내는 몸에 붙은 불꽃을 겨우 끄고서, 화기를 배출시키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가부좌를 취하고 있는 그의 몸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도혈문주의 도를 피하느라 물러나기를 망정이었지 공격이 더 이어졌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
‘저, 정말 괴물 같은 여인이다.’
도혈문주 같은 여인이 세상에 또 있을까 했는데, 황릉에 이렇게 숨어 있었다.
괴물의 상대는 괴물이 제 격이었다.
자신이 끼어들어봐야 방해만 될 것이 뻔하기에 도혈문주가 그녀를 상대하는 동안에 보물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후우……화기를 마저 배출시키고 나는 못이 있는 쪽으로 가서…응?’
-쿠르르르르!
공동의 천장 쪽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화기를 배출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던 그가 뭔가 싶어서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콰콰콰쾅!
천장이 갈라지며 지반을 받치고 있던 암석이 그를 뒤덮었다.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으, 으아아아악!”
-퍼퍼퍼퍽!
운기조식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재빨리 피했겠지만 지독히도 운이 없었다.
그대로 무너지는 암석에 깔려버린 그였다.
서로가 대치하고서 허실을 탐색하고 있던 두 여인이 갑작스럽게 무너진 천장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도상문주!”
방금 전 비명소리는 분명 자신을 보좌하던 도상문주가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가 가부좌를 틀고 있던 곳에는 무너진 천장의 암석 파편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파편들 위로 누군가가 서있었다.
“이놈은?”
“금의위?”
두 사람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천장에서 내려온 자는 새하얀 얼굴에 금의위의 복장을 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앞서 다른 두 공동을 지나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단숨에 지하 바닥을 뚫고서 마지막 공동까지 내려온 그였다.
천여운이 대치하고 있는 두 여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행히 늦지 않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