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21)
# 69장 기린의 화신 (3) #
열두 개의 유형화된 이기어검강의 위용.
그것은 황궁의 숨겨진 힘 그 자체라 불리는 일 태상 란영과 극도육무문의 상위 육문주 중의 일인인 도혈문주를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현경의 극!’
이기유형의 경지에 이른 고수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란영조차도 단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물론 그것조차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놀라하는 그들을 향해 천여운이 담담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부디 실망시키지 마라.”
-고오오오!
천여운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열두 개의 이기어검강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여섯 개씩 나뉘면서 두 여인을 겨냥했다.
‘자칫 방심했다가 위험하겠구나.’
이백 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왔지만 이런 것은 처음 본다.
저 검강 하나하나에 실려 있는 강렬한 기운은 단순히 보이기 용이 아니었다.
천여운이 속으로 외쳤다.
‘판넬!’
[열두 개의 이기어검강에 판넬 원격 조정 기능을 활성화합니다.]-삐삐삐삐삐삐!
나노의 대답과 함께 증강현실에 열두 개의 붉은빛이 십자 형태의 과녁을 그리며 두 여인을 겨냥했다.
‘놀라서 될 문제가 아니다.’
경악해하던 두 여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현경의 극에 이른 천여운이 보이는 신기에 경악하기는 했지만, 여기서 망연자실하게 방관한다면 허무하게 당할 것이 뻔했다.
젊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도 백전의 노장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도혈문주가 눈매를 가늘게 뜨고서 자신을 겨냥하는 여섯 개의 이기어검강을 노려보았다.
비록 놀라기는 했지만 저것을 완숙히 다루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완숙한 현경의 경지에 이른 그녀도 이기어검강을 다룰 수 있지만 정밀하게 다룰 수 있는 숫자는 고작 세 개가 한계였다.
‘기공의 일인자인 도공문주도 이기어검을 일곱 개 이상 다루지 못한다. 저놈이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열두 개를 정밀하게 다룰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더군다나 강기를 유형화하는 것만으로 공력소모가 굉장할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승부는 시간에 달렸다는 의미였다.
자신과 저 불꽃을 내뿜는 여자가 적어도 반 각 이상만 버텨도 승패는 자신들에게 유리해지리라.
‘초식이 아니라 단순한 식은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막을 수 있다.’
일 태상 란영 역시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괴물 같은 능력이기는 했지만 열두 개나 되는 이기어검강으로 초식을 정교하게 다룰 리가 없다고 여겼다.
‘적이긴 하지만 저 년이 오래 버텨주길 바라야 하는 건가.’
란영이 도혈문주를 흘깃 쳐다보았다.
관건은 시간을 얼마큼 끄느냐에 따라서 저 괴물 놈을 쓰러뜨릴 수 있느냐가 달렸다.
‘좋아!’
-화르르륵!
일 태상 란영의 주위에 떠있는 불꽃의 구들을 방향을 천여운이 있는 곳으로 돌렸다.
어차피 열두 개의 이기어검강 중에 자신이 상대할 숫자는 여섯 개다.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척!
천여운이 그들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열두 개의 이기어검강이 허공에 푸른빛의 궤적을 그리면서 그들을 향해 쇄도했다.
-슈슈슈슈슈슉!
그것은 일종의 장관이나 다름없었다.
‘온다!’
경계하면서 기다리던 일 태상 란영이 쇄도해오는 여섯 개의 이기어검강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있던 불꽃의 구들이 이기어검강을 향해 포탄처럼 날아갔다.
-슈슈슈슉!
이기어검강을 부딪쳐 폭발을 일으켜 상쇄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의도대로 앞으로 뻗어나간 불꽃의 구들은 두 개씩 하나의 이기어검강을 향해 날아가 부딪치려 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닛?’
-촤촤촤촤촥!
-콰콰콰쾅!
놀랍게도 날아오던 이기어검강들이 불꽃의 구를 갈라버린 것이다.
그것도 이기어검강이 하나하나가 따로 조정하는 것처럼 상황에 맞게 불꽃의 구들을 가볍게 베고서 다시 쇄도해왔다.
‘설마 정말로 이걸 전부 다룬다고?’
란영의 두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만약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여섯 명이나 되는 괴물을 상대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칫!”
순식간에 자신을 찌르려드는 이기어검강들에 란영이 바닥을 향해 주먹을 내리찍었다.
-쾅! 쩌저저저적!
그러자 바닥에 균열이 일어나며 붉은 용암과도 같은 열기가 흘러나오더니, 이내 그녀의 주변으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화르르르륵! 촤촤촤촥!
불꽃의 기둥이 치솟는 덕분에 그녀를 찌르려던 이기어검강이 막히고 말았다.
불기둥은 철벽이 되어서 이기어검강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했다.
‘어차피 이기어검강이라한들 그 역시 강기가 아닌가. 본 녀의 불기둥은 강기도 뚫을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굳이 하나씩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이백 년 동안 갈고 닦은 그녀의 선천진기는 다른 두 태상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촤촤촤촤촥! 우우우웅!
이기어검강들이 불기둥을 찔러서 꿰뚫어보려 했지만 막혀서 고착되었다.
란영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자신이 예상한대로 이기어검강들은 단순한 찌르기나 베는 것 외에는 응용이 불가능한 듯 했다.
‘그러면 그렇지. 무슨 수로 초식….엇?’
-슉!
불기둥을 뚫지 못한 이기어검강들이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는,
[여섯 개의 이기어검강에 천마검공 세 초식, 이십사마검의 세 초식을 가동합니다.]불기둥을 둘러싼 이기어검강들이 일제히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전부 다른 초식들이었다.
그것은 마교 최강의 검법이라 할 수 있는 천마검공과 검마의 이십사마검의 검초였다.
“서, 설마?”
란영의 입에서 육성으로 경악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검강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발현하게 만드는 것은 검식이 조합된 초식에서 비롯된다.
-촤촤촤촤촤촥!
순식간에 여섯 명의 절대고수들이 합공하는 것처럼 불기둥을 향해 마교의 양대 검초가 강타했다.
견고할 것 같은 불기둥에 여섯 초식들이 부딪치자 상황이 달라졌다.
불기둥에 절세검초들이 난자하더니, 이내 두 개의 이기어검강이 불길을 뚫고서 그 내부에 있던 일 태상 란영에게로 파고들었다.
‘괴물 같은 놈! 하지만 쉽게 당할 성 싶으냐!’
-화르르륵!
란영이 다급히 양손으로 불꽃으로 장결을 일으키며 검초에 대응했다.
단순히 불꽃만이 그녀의 전부는 아니었다.
불꽃을 머금은 그녀의 장법 역시도 고절했는데,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과는 다르게 부드러움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가 단순히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불꽃이 만개하는 꽃처럼 수를 놓았다.
-차차차차창!
그녀의 장법과 이기어검강이 펼치는 화려한 검결이 부딪치며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런데 검초를 막아내던 란영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이….검초는?’
한편 일 태상 란영과 마찬가지로 날아오는 여섯 개의 이기어검강의 공격에 봉착한 도혈문주는 특기인 쾌도술로 자신의 간격으로 검강이 진입하지 못하게 막으려 했다.
-채채채채채챙!!
쾌도의 고수답게 그녀의 간격으로 들어오려던 이기어검강이 허공에서 날카로운 예기들에 부딪치며 불꽃이 튀면서 진입하지 못했다.
“네놈의 내공이 다 하는 동안 본좌의 간격으로 절대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그녀가 자신감에 차서 소리쳤다.
도를 휘두르는 오른손과 팔이 육안으로 잔상처럼 보일 만큼 빨랐다.
그러나 이기어검강이 단순히 찌르기 공격만을 한다면 이것이 장기적으로 통했을 지도 모른다.
“아닛?”
단순히 찔러오던 이기어검강이 갑자기 검결을 그리기 시작했다.
도혈문주의 두 눈이 커졌다.
-촤촤촤촤촤촥!
“서, 설마 초식을?”
놀랄 틈도 없이 여섯 개의 이기어검강이 허공에서 검수도 없이 검초를 펼쳤다.
여섯 명의 검의 고수가 합공을 하는 것처럼 여섯 개의 다른 검초가 펼쳐지자 그녀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건 아니잖아.’
황당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여섯 검초 하나하나가 현경의 극에 오른 고수인 천여운이 펼치는 것과 진배없었다.
일대일로도 벅찬 상대가 여섯이라면 결과는 지극히 뻔했다.
-채채채채채채챙!
“으윽!”
극성의 공력, 그리고 극쾌로 물샐 틈이 없이 도초를 펼쳤지만 그녀의 신형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벌써 열 보가 넘는 거리를 바닥에 지탱하고 있던 두 발이 끌려갔다.
-촤아아아아!
간격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는데도 여섯 검초 하나하나의 위력이 강해서 막아낼 수가 없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 검초 하나하나가 무적이라 단언했던 극도신무의 도초에 버금갔다.
오히려 초식의 완성도에서는 더욱 뛰어났다.
‘뭐지? 이 검법…..낯이 익다.’
죽을힘을 다해 쾌도를 펼치며 여섯 검초를 막아내는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처음에는 이기어검강으로 초식을 펼칠 수 있다는 것에 당혹스럽기만 했는데, 그녀는 이 검초를 본 적이 있었다.
‘이건 그 늙은이가 펼치던 검법?’
틀림없었다.
몇 년 동안이나 극도육무문이 전면으로 무림 활거를 하려던 것을 막던 그 늙은이들 중에 한 사람이 펼치던 검초와 흡사했다.
더군다나 불안정하던 그 늙은이의 검초와 달리 완전무결하다.
그 늙은이는 스스로를 마교의 태상교주라고 밝혔었다.
도혈문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마교다! 이놈은 마교의 놈이구나!’
드디어 그녀는 정체불명의 금의위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녀가 알기로 당금 무림에서 이 검법을 펼칠 수 있는 자는 오직 단 한 사람뿐이었다.
‘긴 머리카락에 새하얀 얼굴…..’
오랫동안 마교에 간자로 있던 암검이종이 잔존인들이 알려준 것과 흡사했다.
그 자의 이름은 분명,
‘천여운!’
현 마교의 교주 천여운이 틀림없었다.
몇 번이나 자신들의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장본인이었다.
-으득!
도혈문주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의 진정한 정체를 알게 되자 더욱 당혹스러웠다.
분명 자신들이 계획한대로라고 한다면 마교의 교주는 자신들이 황궁을 통해 획책한 계획에 의구심을 가지느라 마교에 있어야만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단오제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 하는 자가 대체 어떻게 황궁에 나타난단 말인가?
-채채채채챙!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 자가 정말로 마교주 천여운이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계획이 틀어졌음을 ‘그 분’께 알리거나 이 자리에서 처단을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전자도 후자도 하기 힘들었다.
‘빌어먹을 어떻게 해보고 싶어도.’
이러다간 자신이 먼저 죽을 판국이었다.
반각만 버티면 된다고 여겼는데, 그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때였다.
-치이이이익!
“으윽!”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그녀가 곁눈질로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어느새 그녀의 신형이 거대한 불꽃이 치솟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못 근처까지 밀려있었다.
‘언제 여기까지?’
끝없이 공격해오는 여섯 이기어검강의 초식에 이 정도까지 밀린 것이었다.
바닥에 끌려있는 발자국은 근 이십 보가 넘는 거리였다.
-화르르르륵! 차차차차창!
뒤로 한참을 밀려난 덕분에 앞쪽에서 겨루고 있는 일 태상 란영의 모습이 보였다.
근방이 불꽃과 검강의 검흔으로 초토화가 될 만큼 격렬했다.
그러나 눈에 띨 만큼 란영은 곤욕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놈의 내공이 다하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쓰러지겠어.’
검초에 집중하면서 그녀는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치이이이이!
“아흑!”
모든 공력을 이기어검강을 막는데 집중하느라 등에서 느껴지는 열기조차 막기 힘들었다.
‘빌어먹을! 보물은커녕 이러다간….엇?’
그때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가지가 있었다.
자신의 바로 뒤에 있는 못에 기린의 피가 있다.
‘……어차피 이 상황에선 답이 없다. 도박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짧은 시간 안에 기린의 피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충분히 도박을 해볼 만했다.
적어도 영물의 피라면 공력을 폭증시킬 수 있으리라.
“하압!”
쾌도를 펼치던 도혈문주가 재빨리 쥐고 있던 보도를 두 손으로 쥐고서 지면을 향해 내리찍었다.
이 도초는 최근에 공을 세우면서 ‘그 분’께 전수받은 것이었다.
-쾅!
그 순간 그녀의 신형이 잔상처럼 여덟 갈래로 갈라지며, 쾌도가 멈춰지면서 그녀를 향해 쇄도해오는 이기어검강들을 향해 여덟 잔상이 여덟 도식을 펼쳤다.
극도신무 제 칠초식 팔선도경(八僊刀競)이다.
-촤촤촤촤촤촥!
여덟 갈래로 뻗어나간 잔상이 일순간에 폭발적인 역량의 패도적인 도세를 만들어내며 이기어검강을 밀어냈다.
‘이때닷!’
유형화된 검강마저 주춤거릴 만큼의 위력에 드디어 빈틈이 생겨났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녀가 타오르는 불꽃이 있는 못을 향해 신형을 날리려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악!
“꺄아아아아악!”
몸을 돌리려고 하는 찰나에 그녀의 오른팔에 차가운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이기어검강을 밀어냈는데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툭!
“아아아악! 파, 팔이!”
방금 전의 그 차가움의 정체는 바로 팔이 잘려나간 것이었다.
도를 쥐고 있던 그녀의 팔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바닥에 떨어져서 꿈틀거렸다.
“어, 어째서?”
고통보다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는데, 놀랍게도 그녀의 눈앞에 천여운이 서있었다.
“허튼 짓을 하게 내버려둘 줄 알았나?”
“네, 네놈이 어떻게?”
도혈문주는 경악하다 못해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열두 개의 유형화된 이기어검강을 다루려면 극도의 집중력을 요해야 해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해야 할 터였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어이없는 일인가.
-슈슈슈슈슈슉!
“아닛?”
놀라하는데, 어느 틈에 천여운의 주변으로 그녀가 잠시 막아냈던 여섯 개의 이기어검강이 날아와 포위망을 펼치듯이 둘러쌌다.
그야말로 절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이 많은 이기어검강을 다루면서 움직일 수 있다고?’
그것이 이기어검강이 아니라 이기어검이면 이백 자루 이상도 가능하다.
물론 모든 연산을 나노가 보조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 네놈은 정녕 괴물이란 말이냐?”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다.
분문에서도 몇 차례 사건 이후로 유심히 살피고 있었는데 이건 그 정도로 모자랐다.
대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거해야만 할 대상이었다.
-으득!
그녀가 고통을 참기위해 이를 악 물었다.
고통이나 두려움보다 여기서 그저 망연자실하게 당하는 것이 더욱 수치스러웠다.
오른팔을 자른 천여운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본좌의 팔을 잘랐다고 우습게 여기는 것이나!’
오른팔이 잘리기는 했지만 그녀 정도 되는 고수라면 왼손으로도 도초를 펼치는 것이 가능했다.
더군다나 바로 이렇게 코앞 정도의 간격이라면 말이다.
그녀는 살기를 죽이고서 조심스럽게 왼손으로 공력을 보내려고 했는데,
-촥! 툭!
“꺄아아아아아악!”
미처 공력을 운기하기도 전에 그녀의 남아있던 왼팔이 잘려나갔다.
그녀가 고막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남아있던 한 팔마저 잘려나가면서 고통으로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그녀에게 천여운이 무정하게 말했다.
“허튼 수작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계집.”
“끄으으으으…..하아…하아…”
방심할 거라 여겼는데 그것은 오산이었다.
수차례 강적들과 대결을 하면서 경험을 쌓은 천여운은 적이 숨을 거둘 때까지 절대로 방심하지 않는다.
그것이 적들에게 있어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고 여겨지게 만들었다.
“내 팔을….내 팔을! 끄으으윽!”
양팔이 잘려나갔으니 더 이상의 재기는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것이 그녀를 비참하면서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으득!
육체적인 고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그녀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아…하아…..지고의 경지라 불리는 현경의 극에 이른 자가 고작 오른팔이 잘려나간 여인한테도 겁을 먹은 것이냐? 참으로 우습구나.”
이에 천여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인이 아니라 필요할 때는 언제든 여자임을 내세우는 계집이었나?”
“뭐얏? 네놈이! 감히! 아아아아악! 죽어어어엇!”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그녀가 양팔이 잘린 것을 잊고서 미친개처럼 이빨로 천여운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그러나,
“너나 죽어라.”
-촤촤촤촤촤촥!
“커커커커컥!”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여섯 개의 이기어검강이 일제히 도혈문주의 몸을 찔렀다.
고슴도치처럼 이기어검강에 관통당한 그녀가 비틀거리다, 증오스럽다는 눈빛으로 천여운을 노려보다 이내 뒤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