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28)
# 72장 수작은 수작으로 (2) #
황궁 수호전의 일 태상 란영.
그녀의 진정한 정체는 마교의 마룡장종의 외당주인 문란영이었다.
이제 그녀는 천여운의 명으로 대장로 문란영으로 거듭났다.
‘오대고수인 무쌍검에 이어서 황궁의 실질적인 일인자마저 영입하는 셈이잖아!’
허봉이 얼마나 들떴는지 상기된 얼굴이 되었다.
여섯 종파와의 내부 전쟁이 종결된 후로 급속하게 전보다도 전력이 상승해가고 있는 마교였다.
물론 란영의 경우는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아…..”
-슥!
란영이 붉어진 눈시울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어느 정도 감격의 여운이 가시는 듯하자 천여운이 말했다.
“지금 당장 그대를 본교로 데려가고 싶지만 아직 남은 일들이 있다. 그것만 해결하고 데려갈 터이니, 잠시 동안 대장로가 이곳을 더 지켜줄 수 있겠나?”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명을 내려주십시오! 반드시 이행하겠나이다.”
란영이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백구십여 년 동안을 이곳 황릉 지하 공동에서 보내왔다.
당대 교주의 명령으로 잠시 더 기다린다고 해서 크게 상심할 것도 없었다.
“좋다. 그렇다면 대장로가 해줄 일이 있다.”
“소신이 말입니까?”
천여운은 대장로 란영에게 생각해둔 바를 알려주었다.
그 말을 전부 들은 그녀는 한동안 잃었던 흥미를 되찾은 사람처럼 얼굴에 화색이 돌아서 답했다.
“충! 명을 받듭니다.”
“좋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황릉을 나가봐야 할 것 같다.”
벌써 축시(丑時) 말이었다.
날이 밝기 전에 황릉을 빠져나가서 서둘러 처리할 일이 있었다.
그런 천여운을 란영이 다급히 불러 세웠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교주님!”
“음?”
“…….흠흠, 석실에 여분의 옷이 있는데, 두 분 모두 그것이라도 입고 나가시지요.”
“!?”
그랬다.
이야기를 하느라 미처 잊고 있었는데, 천여운의 옷은 기린의 진원이 내뿜는 불꽃에 전부 타서 알몸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경공이 빠르다고 해도 나신으로 황궁을 돌아다니는 것은 민망스러운 일이었다.
* * *
아침이 밝아오고 황궁의 한쪽 편이 발칵 뒤집혔다.
동창의 식객들이 머무는 동당객당에서 동창의 금 첩형과 식객들, 그리고 황궁 수호전의 전사들인 궁녀들의 시신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인 진시(辰時) 초가 되어서 발견된 것 때문에 더욱 난리가 났다.
황궁은 두 시진 단위로 경계 근무를 서는 자들이 교대를 하는데, 그 전의 교대 근무자들까지 살해당했기 때문에 이제야 발견되었다.
“끔찍하구나.”
금의위 천호(千户) 이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계 근무를 서는 금의위의 긴급 호출을 받고서 출두했는데, 피 냄새가 진동을 했고 현장에 있는 시신들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싸움이 일어났는데 주위의 누구하나 알지 못했다는 것인가.’
이상했다.
경계 근무를 서는 자들이 살해당했다고 해도 가까운 곳이라면 전투를 벌이는 소리 때문에 알아차렸을 만도 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도 아무도 듣지 못했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었다.
‘설마 진기로 소리를 차단…..후우, 아니다. 바보 같은 생각이다.’
황궁 최고의 고수 중 한 사람인 북진무사가 온다고 해도 이 넓은 마당 전체의 소리를 진기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은 시신들을 수습해서 조사를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여봐라. 각 시신들을 분류…”
-쾅!
그가 명령을 전부 내리기도 전에 본당 전각의 문이 거세게 열리며 불청객들이 나타났다.
하얗게 분을 칠한 푸른 관복을 입은 관료들이 본당 마당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동창?’
천호 이암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은 바로 동창의 환관들이었다.
그들의 한가운데에 옥으로 된 목걸이를 걸고 있는 자는 동창의 당두였다.
당두가 그에게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후후후, 이 시각부터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저희 동창에서 수사를 진행합니다.”
그 말에 천호 이암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황궁 내에서 벌어진 살해 사건은 저희 금의위가…”
“이곳이 지금 어디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동당객당.
동창에서 운영하는 그들의 영역이었다.
물론 관리를 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이었지만 황궁 내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 것은 금의위였다.
동창이 하는 일은 첩보 기관이면서 관리의 부정이나 모반을 정탐하는 임무를 맡는다.
“당두. 지금 영역 문제로 다툴 상황이 아닙니다. 수십 명이 넘는 궁녀들과 무관들이 살해 당한 사건입니다.”
이들과 길게 엮어봐야 좋을 것이 없기에 천호 이암이 선을 그었다.
그러자 동창의 당두가 붉게 칠한 입술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후후후, 뭔가 착각하고 있군요. 우리 금의위 천호님.”
“?”
“이 사건은 금의위들도 연루되어 있는 범죄입니다.”
“뭐, 뭐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천호 이암이 불쾌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자신도 이제 막 보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금의위가 연루되었다니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이 환관 놈이 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지 동창의 당두가 환관들에게 명했다.
“황궁에 역도의 무리들을 끌어들인 금의위들을 전부 포박하세요.”
그 명령이 떨어지자 환관들이 미리 준비한 포승줄을 들고서 금의위들에게 다가왔다.
말도 안되는 명에 어이가 없어진 천호 이암이 소리쳤다.
“역도라니! 지금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역도(逆盜)의 무리.
그것은 역적과 도적을 붙인 말이다.
이제 막 사건이 발견된 장소에서 금의위들을 역도로 무리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몰아붙인 것은 지극히 모함에 가까웠다.
“대체 누가 우리 금의위들에게 말도 안 되는 모함을 한단 말이오?”
“지엄하신 영왕 전하와 제독이신 임 공공의 명에 일개 금의위인 천호가 입을 함부로 놀리시는 군요.”
“여, 영왕 전하?”
당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이암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왕 주태윤.
대명제국의 태자에 가장 가까운 황제의 적자이다.
거기서 모자라 동창의 수장이자 장관인 독창제독의 명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같은 시각 성양궁(星洋宮).
성왕 주태겸이 기거하는 황궁이다.
그곳에 동창의 환관들이 이백여 명이 몰려와 궁 전체를 둘러싸고 포위했다.
아무도 도망칠 수 없도록 철두철미하게 막아놓은 성양궁으로 들어가는 전각 입구에 화려한 백색 군갑을 갖춘 훤칠한 청년이 서있었다.
그 뒤로 푸른 관료복에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늙은 환관과 황궁 종 사품 무관들의 관료복을 입은 중년인이 수행 보좌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준비는 되었겠지?”
“호호호, 그렇습니다. 영왕 전하.”
백색 군갑의 청년은 바로 영왕 주태윤이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자들처럼 간드러지게 웃으며 답한 자는 동창의 일인자인 동창제독 임청화이다.
임 공공이라 불리는 그는 북진무사 영조, 그리고 수신호위와 더불어 황궁 삼대 고수 중 일인으로 환관들의 전설적인 무공 비급서인 규화보전(葵花寶典)을 극성으로 익혀 화경의 극에 이른 절세고수였다.
“아마 지금쯤 오 첩형이 답신을 가져왔던 정도 무림맹의 그 도사들과 함께 황릉 내부 수색에 들어갔을 겁니다. 호호호.”
그 말에 영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중년의 무관에게 물었다.
“차질 없이 준비되었기 바란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전하. 이미 묘시 초에 준비가 되었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중년의 무관이 자신의 뒤쪽에 서있는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장포인을 힐끔 쳐다보며 답했다.
이에 영왕 주태윤이 흡족해했다.
“좋아. 이번 일로 태자의 지위가 확실해진다면 본 왕이 적극적으로 극도육무문을 지원하도록 하겠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고개를 숙여 감사를 올리는 중년의 무관.
놀랍게도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극도육무문의 인물이었다.
영왕의 궁전인 영장궁(英裝宮)에서 주태윤과 함께 있었기에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자였다.
“시작하라.”
“네이.”
영왕 주태윤의 명에 동창제독 임 공공이 내공을 실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성왕 전하께서는 궁밖으로 나와 추포를 받으시오!”
간드러지는 목소리인데도 내공이 얼마나 심후했는지, 궁 전체를 포위하고 있는 동창의 환관들이 전부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들렸다.
임 공공이 두 차례 반복해서 이를 외친지 얼마 되지 않아, 전각의 문이 열리며 성왕 주태겸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남진무사 연남군과 금의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태겸이 형님 전하를 뵈옵니다.”
주태겸이 고개 숙여 영왕 주태윤에게 인사를 올렸다.
여기서는 그가 가장 높은 신분을 지녔기에 그게 순리였다.
하지만 인사를 끝낸 후에는 곧장 불쾌하다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대체 어인 일입니까? 형님 전하.”
“오랜만이구나.”
형님 전하라 부르는 그와 달리 주태윤은 성왕 주태겸을 아우라 부르지 않았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배다른 형제인 그를 아우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랜만인 것도 좋은데, 동창의 제독인 임 공공부터 시작해 환관들이 어째서 제 궁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지요?”
마치 대역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 주태겸의 질문에 답을 한 것은 임 공공이었다.
“성왕 전하. 지금 궁내에 큰 변이 일어났습니다. 역도의 무리들이 침입하여 궁녀들 수십 명과 동창의 식객들을 살해하였습니다.”
“뭐?”
임 공공의 말에 주태겸의 두 눈이 커졌다.
그의 당혹스러워하는 태도에 임 공공이 기세를 이어나갔다.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전하. 이 역도의 무리들이 황릉에 침입해서 태조 폐하의 보물을 훔쳤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제보?”
제보라는 말에 주태겸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주태겸이 고개를 돌려 임 공공에게 물었다.
“하! 임 공공. 대체 어떤 제보를 받았는데 이렇게 궁을 포위 한 거요?”
단순히 제보라고 했는데, 마치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임 공공이 특유의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내며 답했다.
“호호호,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옵소서. 전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전하께서 사자로 다녀오신 마교의 역도들이 복귀하는 행렬에 숨어서 황궁에 잠입하여 이런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간밤에 이를 발견한 저희 동창의 당두들이 이를 저지하려다 실패하고 이를 제보했습니다.”
그런 임 공공의 말에 주태겸의 뒤에 서있던 금의위 중 한 사람이 움찔거리더니,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다행히 임 공공의 시선은 여전히 주태겸에게 향해 있었다.
주태겸이 여전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그걸 본 왕이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말인 즉 본 왕이 그들을 데려오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 말에 임 공공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야 모를 일이지요. 전하. 지엄하신 황제 폐하께서 이번 일의 진상을 밝히고 범인을 추포하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조사를 하면 명명백백히 드러날 일입니다. 호호호.”
“추포? 하! 지금 본 왕을 추포하겠다는…”
“허어!”
화가 나서 언성이 올라가려하는 주태겸의 말을 자르고서 영왕 주태윤이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건방진 녀석. 감히 황실을 어지럽히고도 아주 당당하구나. 역도의 무리들과 연루되었다면 얌전히 추포를 받아도 모자랄 판국에 말이다.”
더 이상의 황자 간의 상호존중은 사라졌다.
‘후처의 자식 주제에.’
영왕 주태윤은 그를 동등한 위치로 여기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서 우러러봐야 하는 위치야 말로 주태겸에게 어울리는 자리라 생각했다.
후처의 자식 주제에 자신과 태자의 자리를 놓고 겨룬다는 것 자체가 수치였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밟아주마.’
모든 것이 확실하게 준비되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를 지지하는 금의위들부터 한 번에 몰아낼 작정이었다.
황자인 주태겸마저 완전히 연루시키는 것은 힘들겠지만, 지지 세력을 제거하고 황제의 신뢰를 잃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더 이상 추태를 보이지 말고 얌전히 추포를 받아라. 죄상이 있는지 없는지는 곧 밝혀질 일이다.”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주태윤에게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주태겸이 싸늘해진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증좌도 없이 이리 하는 것은 모함입니다.”
“하하하하핫, 증좌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이미 사전에 증좌 조작은 끝났다.
황릉 지하 공동에 죽어있는 수호전 전사들의 모든 시신에 마교의 무공들로 흔적이 가득할 것이다.
“증좌 따위야 조사를 핑계로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본 왕이 고작 너를 추포하고자 증좌를 조작할 것 같으냐? 지금 동창의 관료들뿐만이 아니라, 황궁 감식반 의원들과 정도 무림맹의 사신들이 확인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황자인 그가 쉽게 납득하고 추포를 받아들일 리가 만무했다.
옥새가 찍혀있는 추포장이 없으면 강제로 추포할 순 없다.
“제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습니다.”
“허어! 네 녀석이 정녕!”
“전하.”
노기가 오르려는 영왕을 동창제독 임 공공이 만류하는 목소리로 불렀다.
“무슨 일인가? 공공”
“호호호, 성왕 전하께서 쉽게 납득하지 못하시니, 차라리 직접 증좌를 보여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성왕 주태겸이 한 번에 납득하지 않을 것을 예측했던 그들이다.
금의위들과 함께 직접 데려가서 마교인들이 이를 저질렀다는 것을 보여주면 추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것을 계획했던 영왕 주태윤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굳이 강제로 추포하면 될 일을 무엇 하러 증좌를 보인단 말인가?”
이 말을 하면서 주태윤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주태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충분히 그를 자극했으니 지기 싫어하는 녀석의 성정대로라면 분명 더욱 강하게 나오리라.
그리고 그 예측은 들어맞았다.
“흥! 좋습니다. 증좌를 직접 본다면 추포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원하는 대답이 나오자 영왕의 뒤에 서있던 극도육무문의 무인의 눈빛이 반짝였다.
성왕을 추포해서 황제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하면 자신들이 지원하는 영왕을 무사히 태자로 만들 수 있고, 계획대로 모든 죄를 마교에 뒤집을 수 있다.
‘흐흐흐, 계획대로 되는구나.’
* * *
황궁의 북서쪽에 있는 거대한 태조 황릉.
제단에 숨겨진 통로로 영왕 주태윤과 성왕 주태겸이 나란히 앞서서 증좌를 확인하기 위해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 뒤로 동창제독 임 공공을 비롯한 동창의 환관들, 그리고 남진무사와 금의위 네 명이 뒤따라서 들어갔다.
‘네놈과의 악연도 이제 끝이구나. 후후.’
영왕 주태윤은 걸어가는 내내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태자 후보로 거론되는 그가 이번에 황궁 보물이 사라진 역도의 무리들과 연루되어서 추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료들이 태자 책봉에 반대할 것이다.
-웅성웅성!
통로의 끝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횃불들로 밝힌 첫 번째 지하 공동에는 수많은 시신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 시신들을 황궁 감식반의 의원들과 무림맹의 사신단으로 온 공동파의 도사들이 일일이 살펴보고 있었다.
“성왕 전하를 배알하옵니다!”
“영왕 전하를 배알하옵니다!”
두 왕이 나타나자 그들이 작업하던 것을 멈추고서 인사를 올렸다.
영왕 주태윤이 손을 들어 올리며 득의양양한 얼굴을 하고서, 성왕 주태겸과 함께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후후후, 모든 것이 순조롭구나.’
극도육무문의 중년인이 나열된 시신들을 바라보며 흡족해했다.
황궁 수호전의 전사들이 전부 마교인에게 몰살당했다고 한다면 필시 황제가 분노하게 될 것이다.
‘도혈문주와 각 문주들이 꽤 고생했겠군.’
지하 공동이 여러 층이라 들었는데, 이곳만 하더라도 시신이 거의 오십 구가 넘었다.
다섯 명이서 이 시신들에 일일이 마교의 검흔을 남기려면 꽤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정파 무림맹의 고수들이 증언한다면 더욱 신빙성이 있겠지. 크큭. 마교 놈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당하겠지.’
근 몇 년에 걸쳐서 철두철미하게 계획했다.
이번 일로 차기 황제의 지지와 영물의 피도 얻고, 마교를 압박할 수 있으니 일거삼득(一擧三得)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즐거워하고 있는데, 갑자기 영왕 주태윤의 당혹스러워 하는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게 대체 무슨 소리느냐!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뭔가 심상치 않은 그의 반응에 극도육무문의 중년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주태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체 무슨 문제가 생겼기에 저렇게 외치는 것일까?
곧 그 연유가 드러났다.
“시신에 남겨진 흔적이 극도육무문의 무공이라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뭣?’
뜬금없는 소리에 중년인의 두 눈이 커졌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