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29)
# 72장 수작은 수작으로 (3) #
정도 무림맹의 사신으로 오게 된 공동파의 장문인 청수 진인.
그는 무림맹의 십칠웅주(十七雄主) 중에 십이웅주의 좌를 가진 인사이다.
구대 문파의 도가 계열 중에서도 화산파의 장문인인 풍천운과 더불어 강직하고 올곧은 성격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래서 황궁에서 도교의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늘 초청되는 인물이었다.
‘정도 무림맹의 수뇌부이면서 청수 진인 같은 공명정대하기로 유명한 도사가 시신의 상흔을 증빙한다면 누구도 이견을 내지 않을 겁니다.’
라는 극도육무문의 무인이라는 자의 말을 믿고서, 영왕 주태윤은 청수 진인과 공동파의 도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황실과의 연을 중시 여기는 무림맹의 인사인 청수 진인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상흔을 살피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정말 마교에서 그런 역도의 짓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들이 알고 있는 마교는 호전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사파와는 달리 도적질을 할 그런 위인들은 아니었다.
“시신들의 상흔이 남겨진 위치 별로 나누어서 내려놓아라.”
“네이~.”
황릉의 지하공동으로 그들을 데리고 온 자는 동창의 환관 오 첩형이다.
황궁 감식반의 의원들과 공동파의 도사들만으로 시신을 수습하기는 힘들기에 동창의 백여 명의 환관들이 인력으로 투입되었다.
-탁!
환관들이 계속 시신들을 찾아서 옮겨 왔는데, 이제 고작 첫 번째 공동인데도 벌써 오십 구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 자는 숙수로군.’
시신들의 복장을 보면서 오 첩형은 내심 놀라워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처음 황릉의 숨겨진 공동에 들어왔다.
황궁 수호전에 대해서는 풍문으로 듣기는 했지만, 궁녀들을 비롯해 궁정 주방의 숙수, 정원사부터 이런 자들이 수호전의 전사들일 줄은 몰랐다.
‘뭐, 상관없다. 이들의 희생으로 성왕 전하를 실각시키고 영왕 전하께서 황제의 보위를 물려받는다면 거룩한 희생이지. 후후후.’
그렇게 된다면 동창의 지위는 더욱 확고부동해질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 서창의 규모가 커지면서, 권력이 양분될 것을 우려하고 있던 동창이었다.
“흐음.”
어디선가 신음성이 들려왔다.
오 첩형이 바라보니, 시신들의 상흔을 살피고 있는 공동파의 도사들의 표정이 묘했다.
심지어 장문인인 청수 진인도 인상이 굳어져 있었다.
‘왜 그러는 것이지?’
의아해진 오 첩형이 뭔가 싶어서 직접 시신을 살펴보았다.
수많은 상흔들로 가득한 시신.
마교의 무공을 모르는 그로서는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데. 다른 시신들도 뭐……엇?’
옆에 놓여있는 시신을 보던 오 첩형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렸다.
시신들의 상처는 매우 얇고 채찍같이 휘어지는 검 자국으로 가득했다.
연검에 의한 상처였다.
‘서, 설마….’
놀란 오 첩형이 시신들을 살폈는데, 다섯 구 중에 하나 꼴로 이러했다.
문제는 단순히 연검이라는 무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 안 돼. 당장 감식을 중지해야 해.’
오 첩형이 다급히 공동파의 장문인인 청수 진인에게 가려고 했는데, 통로의 입구 쪽에 있던 동창의 환관들이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왕 전하를 배알하옵니다!”
“영왕 전하를 배알하옵니다!”
‘헉!’
오 첩협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지금쯤 영왕 주태윤이 성왕을 데려올 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빨랐다.
다가가서 만류하고 싶었는데, 영왕은 공동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곧장 성왕 주태겸과 함께 청수 진인에게로 다가갔다.
‘이런!’
영왕 주태윤의 성정은 잘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급했다.
일개 첩형에 불과한 자신이 갑자기 황자들의 행보를 가로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그는 우선 제독 임 공공에게 전음을 보냈다.
[공공!] [후후후, 잘 진행하고 있구나.] [크, 큰일입니다.] [뭐가 큰일이라는 것이야?]오 첩형의 다급한 목소리에 뭔가 이상하다고 여긴 임 공공이 물었다.
이에 오 첩형이 자신이 발견한 것을 말해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영왕 주태윤의 당혹스러운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게 대체 무슨 소리느냐!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느, 늦었다.’
이미 청수 진인이 영왕에게 사실을 고하고 말았다.
이윽고 주태윤의 입에서 충격적인 외침이 터져 나왔다.
“시신에 남겨진 흔적이 극도육무문의 무공이라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그 말에 오 첩형이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자신이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동창제독 임 공공이 하얗게 분칠한 얼굴이 붉어질 만큼 노기가 올라서 옆에 있는 극도육무문의 중년인을 노려보았다.
중년인 또한 이런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지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보시오. 도곤문주! 이게 무슨 이야기죠?]임 공공이 전음으로 그를 다그쳤다.
분명히 이 극도육무문에서 왔다는 도곤문주는 모든 준비를 확실히 마쳤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동파의 장문인인 청수 진인의 입에서 상흔들이 마교의 무공이라고 말을 해야 정상이었다.
[극도육무문의 무공이면 그대들 문파가 아닌가요?] [그, 그렇습니다만. 이럴 리가 없습니다!]도곤문주라 불린 중년인 역시도 영문을 알 리가 만무했다.
분명히 도혈문주가 묘시 초에 직접 찾아와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상위 육문주 중 한 사람인 그녀가 이런 실수를 했을 리가 없었다.
‘도혈문주?’
도곤문주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뒤쪽에 환관들 곁에 서있는 면사포의 장포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미 임 공공의 눈빛은 싸늘하게 돌변했다.
‘……별 수 없군.’
황궁에서 삼십 여년이 넘게 오랜 정치 생활을 해온 임 공공이다.
그는 더 이상 도곤문주의 해명을 재촉하지 않았다.
이미 청수 진인의 입에서 시신들의 상흔이 극도육무문이라고 나왔다면 여기서 빨리 그를 내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임 공공이 서둘러 오 첩형에게 전음을 보냈다.
[당장 극도육무문의 이 자를 추포해라.]성왕 주태겸이나 금의위들이 이 자의 정체를 알 리가 없었지만, 변수가 발생한 이상 괜한 후환거리를 두어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임 공공이었다.
그런데 오 첩형이 명을 이행하지 않았다.
[고, 공공!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시신들에는…]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공동파의 장문인 청수 진인의 목소리가 공동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뿐이 아닙니다. 전하. 시신들에는 파상연검술에 의한 상흔들도 남아있습니다. 원시천존. 원시천존.”
‘!?’
붉게 달아오르던 임 공공의 표정이 굳어졌다.
파상연검술(波狀軟劍術).
임청화의 스승이자 전임 동창제독인 유 공공이 규화보전에 나오는 파상검법을 바탕으로 환관들을 위해서 만든 검술이었다.
동창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연검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그들을 상징하는 검술이기도 했다.
‘이,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팟!
당황한 임 공공이 경공으로 영왕 주태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고했다.
“즈어어어언하아아아! 그럴 리가 없사옵니다아아아!”
시신에 파상연검술이 남겨져 있다고 한다면 황궁 수호전의 전사들을 죽인 자로 동창의 환관들이 연루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공동파의 장문인 청수 진인이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어, 스무 구의 시신을 살폈지만 확실히 파상연검술이 틀림없습니다. 공공.”
“청수 진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어찌…”
“공공…..직접 보시지요. 노도도 문제가 없도록 살펴보려고 했지만 상흔들은 그때 연무식 때, 동창의 당두들이 보여주었던 검술입니다.”
‘연무식!!!’
얼마 전 새해를 맞이하여 황궁의 도교 행사가 끝난 후에 구대문파의 도교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동창과 서창, 금의위의 무인들이 연무식에서 검술 시연을 보인 적이 있었다.
청수 진인 정도 되는 명성이 자자한 검객이 보았던 검술을 쉽게 잊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군요. 전하.”
“뭐라!”
옆에서 들려오는 이죽거리는 목소리에 영왕 주태윤이 고개를 돌렸다.
주태윤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
떨리는 주태윤의 눈동자에 입 꼬리가 귓가에 걸릴 만큼 올라간 성왕 주태겸의 얼굴이 보였다.
‘이, 이놈이!’
분명 함정을 판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란 말인가?
어째서 마교의 무공이 상흔으로 남아있어야 할 시신들에 극도육무문과 동창 환관들의 무공 흔적이 남아있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단 하나였다.
지금 청수 진인의 증언으로 모든 정황이 성왕 주태겸이 아닌 자신이 위태롭게 되어버렸다.
불과 촌각 전만 하더라도 득의양양했던 그였다.
꼴도 보기 싫은 성왕을 실각시킬 수 있다고 믿은 함정이 일순간에 자신의 목을 노리는 검날이 되어서 날아왔다.
“으, 음모다! 이건 음모야!”
영왕 주태윤이 어찌나 당황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금으로서는 음모라고 우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주태윤을 바라보며 반대로 득의양양해진 성왕 주태겸이 허리를 당당하게 펴고서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군요. 형님 전하.”
“폐, 폐하?”
주태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만약 이 사실을 당금 황제가 알게 된다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신뢰가 일순간에 무너진다.
동창에서 그를 지원하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황궁에 아무도 없었다.
‘아, 안 돼.’
이제 얼마 후면 단오제였다.
누가 태자로 책봉되는지 결정한다고 알려진 날이다.
동창에서 황궁 수호전 전사들의 살해 및 보물 탈취 사건이 연루되면 자신은 태자는커녕 도리어 실각되고 말 것이다.
“네, 네놈의 짓이다! 후처의 자식 주제에 감히 태자의 자리를 노린다고 이런 음모를 꾸몄구나!”
이성을 잃은 주태윤이 삿대질을 하면서 외쳤다.
물론 궁지에 몰린 그에게는 당연한 발악이었다.
음모라고 우겨서라도 이 상황을 타개하지 않으면 최악으로 치닫게 되니 말이다.
“네놈이 시신을 조작한 게 틀림없다!”
바로 그때였다.
“그 부분은 소신이 설명 드리고 싶습니다.”
걸걸하게 들렸지만 분명 여자의 목소리였다.
공동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그곳으로 향했다.
목소리가 들려온 제 이 공동으로 들어가는 지하 통로 쪽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황실 문양이 그려진 붉은 갑주를 입은 여인이었다.
타오를 것 같은 적발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고혹적이면서 신비로운 모습은 환관들조차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팟!
입구 쪽에서 나타난 그녀가 순식간에 두 왕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찌나 빨랐는지 임 공공이 내심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수다.’
모습만 신비로운 것이 아니라 무위조차 짐작이 가지 않는 여인이었다.
평소라면 그런 아름다움에 넋이라도 나가겠지만 위기에 몰린 영왕 주태윤은 오히려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네, 네년은 누구길래 감히 본 왕의 앞에 나선 것이냐!”
그 말에 그녀가 갑주에 걸치고 있던 황궁 신분패를 두 손으로 공손히 보이며 대답했다.
“전하. 소신은 이곳 황릉을 지키는 황궁 수호전의 책임자인 일 태상 란영이라고 하옵니다.”
“뭐, 뭐라!”
밝혀진 그녀의 정체에 주태윤이 당혹스러워했다.
전부 죽었다고 알려진 황궁 수호전의 전사들 중에 생존자가 나타난 것이니 말이다.
“그, 그럴 리가 없다!”
-탁!
믿기 힘들어 신분패를 빼앗아 살폈는데, 황제의 옥새가 새겨진 이 패에는 황궁 수호전의 일 태상이라는 직위를 증빙하고 있었다.
정말로 황궁 수호전의 책임자가 틀림없었다.
“어찌 이런….”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는데, 동창제독 임 공공이 다급히 전음을 보내왔다.
[전하!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무공을 익히지 않은 주태윤이 의아한 눈빛으로 임 공공을 바라보았다.
임 공공은 무너지는 하늘 속에 솟아날 구멍을 찾은 사람처럼 눈을 반짝이며 전음을 보냈다.
[이 여인이 정말로 살아남은 유일한 황궁 수호전의 고수라면 이 죄상을 전부 극도육무문에 떠넘길 수 있습니다!]‘아!’
임 공공의 전음에 주태윤의 두 눈에 활기가 돌았다.
생각해보니 그녀가 등장했다고 걱정할 일이 아닌 것이 황릉을 습격한 진범들은 극도육무문의 고수들이었다.
이 사실만 말해주어도 적어도 동창과 자신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과연!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활로가 보이자 침착해진 영왕 주태윤이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란영에게 물었다.
“흠흠, 무엇을 설명한다고 하는 것인지, 수호전의 일 태상께서 말해줄 수 있겠소?”
-쿵!
그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외쳤다.
“전하! 태조께서 지키라고 명하셨던 황궁 보물을 저 동창의 환관들과 역도의 무리들에게 빼앗기고 말았나이다. 소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
그녀의 그런 외침에 주태윤과 임 공공이 동시에 벙 쪄버리고 말았다.
이것 대체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살아남은 유일한 황궁 수호전의 책임자라 하여서 활로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숨이 끊어져가는 환자의 목에 제대로 비수를 꽂은 셈이었다.
“호오. 동창의 환관들이 황궁의 보물을 노렸다고 했는가!”
성왕 주태겸이 입 꼬리가 올라가서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크게 말했다.
-웅성웅성!
이에 공동파의 도인들을 비롯해 황궁 감식반의 의원들이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의심스러워하는 싸늘한 눈초리들이다.
그녀로 인해 확실하게 동창의 환관들은 역도의 무리들과 연루된 셈이니 말이다.
‘이, 이러다 정말 동창이 역도로 몰리겠구나.’
이런 최악의 분위기를 읽은 동창제독 임 공공의 눈이 빠르게 좌중을 훑었다.
시신의 흔적을 비롯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수호전의 인물이 저리 증언한다면 동창은 꼼짝없이 황제의 분노를 사고 만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의 전음 소리가 들려왔다.
[임 공공! 별 수 없습니다. 차라리 이곳에 있는 자들을 전부 제거하여 입을 막아야만 합니다!]그 자는 바로 극도육무문의 도곤문주였다.
이미 상황이 글렀다는 것을 인식한 도곤문주는 살인멸구만이 답이라 여겼다.
다행인 것은 이곳이 황릉의 지하공동이라는 점이었다.
‘공동파의 장문인과 남진무사, 그리고 저 일 태상이라는 여자만 제외하면 전부 금방 제압할 수 있다.’
세 명의 고수가 있기는 하지만 전력은 훨씬 앞섰다.
현경의 고수인 도혈문주를 비롯해 자신과 동창제독 임 공공, 그리고 오 첩형이라는 자가 화경의 고수였다.
더군다나 동창의 환관들만 백여 명이 넘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이들만 죽이면 증거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습니다!]도곤문주의 전음에 임 공공의 두 눈이 흔들렸다.
어차피 정황은 이미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확실히 그의 제안대로 이곳에 있는 자들만 전부 제거한다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큭! 방도가 없구나.’
붉게 물들인 입술을 질끈 깨문 임 공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이들을 내보낸다면 자신이 쌓아온 그 동안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
마음에 결정을 내린 임 공공이 동창의 환관들을 향해 외쳤다.
“영왕 전하께서 음모에 빠지셨다! 이 역도의 무리들을 전부 제거해서 전하를 보호하랏!”
“!!!”
졸지에 역도의 무리들과 연루된 걸로 몰려서 눈치를 보고 있던 동창의 환관들은 그의 명령을 듣자마자, 그 진의를 단번에 알아들었다.
“저들을 죽여라!”
“네이!”
-챙!
임 공공의 명령에 환관들이 일제히 혁대에 있던 연검을 빼냈다.
저들이 태세를 바꾸자 공동파의 장문인 청수 진인을 비롯한 공동파의 도인들 역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이 자들이 살인멸구를 할 셈이로구나!’
내심 이곳이 인적이 드문 황릉 지하 공동이라 우려했던 그였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상흔에 대한 진실이 알려지자마자 태세를 전환했다.
“원시천존. 원시천존. 공동의 제자들은 역도의 무리들에게서 성왕 전하를 보호하랏!”
“충!”
정황상 그들은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대상을 파악했다.
여기서 성왕 주태겸이 죽게 되면 공동파도 살인멸구 당하고 역도의 무리로 내몰리게 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도곤문주가 면사포를 한 장포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도혈문주! 문주가 저 일 태상이라는 자를 상대해 주신다면 남진무사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일 태상이라 불린 자의 무공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자신보다는 한 수 위의 고수인 듯 했다.
하지만 현경의 고수인 도혈문주라면 필시 그녀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촥!
단번에 금의위 남진무사를 노리려고 했던 그의 오른팔 어깨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
무슨 일인가 싶어 바닥을 쳐다보았는데, 허리춤에서 곤봉을 꺼내들던 그의 오른팔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운기하던 팔이 잘려나갔으니 그 고통은 말로 이룰 수가 없었다.
“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던 도곤문주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뒤에 면사포의 장포인이 처음 보는 새하얀 도를 들고서, 싸늘한 기세로 서있었다.
“끄으으윽! 도, 도혈문주! 어, 어째서 내 팔을?”
그런 도곤문주에게 면사포의 장포인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아직도 내가 도혈문주라고 생각하나?”
“!?”
놀랍게도 도혈문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면사포 속에서 들리는 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에 도곤문주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