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30)
# 72장 수작은 수작으로 (4) #
불과 한 시진 전, 묘시(卯時) 초.
아직까지 해가 뜨지 않아 하늘은 어두웠다.
영왕 주태윤의 궁전인 영장궁 내의 객당 마당 앞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서있는 중년인이 있었다.
그는 극도육무문의 도곤문주 추성이었다.
‘…..너무 늦다.’
무림에 정식으로 극도육무문의 모습을 드러낸 이래로 세 번째로 가장 많은 고수들이 투입되는 대계였다.
이 한 번으로 가져올 득(得)은 기존의 실패를 만회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인시 중엽쯤에는 완료되어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예정된 시간보다도 늦어지고 있다.
‘설마 실패인가.’
준비 기간만 몇 년이 걸린 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황궁 내의 요직인 동창에 사람을 심는 것부터 황제의 장자인 영왕과 교분을 쌓는 것까지 어느 하나 신중을 기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황궁 수호전의 고수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이번 계획의 가장 큰 핵심은 황궁 수호전의 고수들을 제거하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서 극도육무문의 여섯 최고 고수 중의 일인인 도혈문주마저 투입되지 않았는가.
그녀의 패배는 이 계획의 실패로 이어진다.
어두웠던 하늘이 어느새 남색 빛으로 물들며 해가 뜰 조짐이 보인다.
-슉!
“기다리고 있었나?”
“앗!”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도곤문주 추성이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장포를 입고 있는 자였다.
“얼굴을?”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텐데.”
특유의 오만함이 깃든 여자의 목소리.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도혈문주였다.
무사히 복귀한 도혈문주는 불꽃에 손상된 그녀의 보도 혈사의 도집을 보여주었다.
‘아, 황궁의 수호전의 고수와 겨루느라 부상을 입은 게로구나.’
기린의 영물이 화기를 머금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자존심이 강한 도혈문주가 상처를 입었다는 이를 보여줄 리가 만무했다.
그렇게 도곤문주 추성은 별다른 의심 없이 그녀와 동행하고서 영왕 주태윤을 배알하러 갔다.
모습을 숨길지언정 목소리만큼은 어떤 누가 속일 수 있을까?
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촤악!
“끄아아아아악!”
황릉의 지하공동으로 내려와, 오른팔이 잘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이 자가 미치기라도 했나?’
-웅성웅성!
느닷없이 벌어진 일에 주변에 있던 동창 환관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곤문주의 동료라고 했던 면사포의 장포인이 갑자기 기습적으로 그의 팔을 벨 거라고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그들의 놀라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촥!
“끄악!”
“이, 이놈들이!”
환관들과 같이 영왕과 성왕을 기다리고 있던 남진무사 연남군과 금의위 네 명이 병장기를 뽑고서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이 역도들을 물리치고 성왕 전하와 감식반 의원들을 보호하랏!”
“충!”
살인멸구를 위한 동창제독 임 공공의 명령은 결국 혼전을 야기했다.
순식간에 지하공동이 전장터가 되었다.
덕분에 근방에 있던 환관들은 팔이 잘린 도곤문주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졌다.
“내가 도혈문주라고 생각하나?”
“!?”
팔이 잘린 고통도 잊은 채, 도곤문주 추성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면사포의 장포인을 바라보았다.
아까 전에 전음을 교환했을 때만 하더라도 분명 도혈문주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인가.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라니?’
이치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가끔 독특한 비술로 타인의 목소리를 따라하는 간자들도 있지만 그건 동성일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도곤문주 추성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목소리는 둘째 치고 도혈문주로 변장을 하고서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완벽하다고 믿었던 이 계획을 눈치 챘다는 의미였다.
그런 그의 질문에 면사포의 장포인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몰라도 된다.”
그 말과 함께 장포인의 새하얀 도가 움직였다.
‘헛?’
한 팔이 잘린 덕분에 계속 도에 집중하고 있었던 도곤문주 추성이 재빨리 허공섭물로 곤봉을 손으로 빨아들였다.
다행히 운기를 마치고 있던 그는 단숨에 팔 성 공력을 끌어올렸다.
-채애앵!
단숨에 목을 베려고 드는 도를 막아냈다.
그런데 도를 막아낸 곤봉에 강한 울림이 생겨나며 그의 신형이 옆으로 바닥을 질질 끌면서 옆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익!
‘무, 무슨 공력이?’
지금 이 자의 일도는 초식이 아니었다.
그저 가볍게 휘두른 것뿐이었는데, 그의 공력을 압도하고 있었다.
얼굴을 면사포로 가리고 있어서 표정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전혀 힘을 들이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놈……강하다.’
한 번 부딪친 것만으로 실력 차를 격감했다.
그의 팔을 벤 것은 단순히 기습에 의한 운이 좋은 일격이 아니었다.
-쩌저저적!
‘이, 이럴 수가? 한철로 만든 곤봉이?’
금이 가고 있었다.
두 발을 지지대 삼아서 뭉툭한 곤봉으로 막아내고 있는데, 이 얇은 도신에 부서지려했다.
공력으로 겨루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 자의 힘을 이용해야 해.’
지금 상황에서는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상대의 공력을 이용해서 극도신무로 반전시켜야 한다.
도곤문주 추성이 공력을 줄이고서 일부러 면사포의 사내의 힘에 순응했다.
-채애애애앵!
그러자 곤봉을 잡고 있던 그의 몸이 옆으로 부웅하고 떠올랐다.
도가 휘둘러지는 힘에 몸을 맡긴 그는 옆 돌기를 하며 몸을 회전시켰다.
-휘이익!
덕분에 면사포 사내의 도가 빗겨나가고 말았다.
-촥!
‘이때다.’
추성이 회전하는 도중에 곧바로 극도신무의 초식으로 이어나가려 했다.
이화접목의 이치를 이용했기에 면사포의 사내는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해, 변초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여겼다.
-휙!
‘뭣?’
몸을 회전하고 있는 추성의 두 눈이 커졌다.
면사포 사내의 새하얀 도신이 빗겨나간 방향에서 갑자기 멈추더니, 역방향으로 다시 도날이 회전하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마, 말도 안 돼!’
갑자기 억지로 멈추게 되면 육신에 과부하가 일어나 팔의 근육이 상한다.
이런 것이 가능한 무공은 오직 자신들의 극도신무뿐이었다.
“빌어먹을!”
회전하고 있던 그가 다급히 역으로 쇄도해오는 도를 곤봉으로 막았다.
-채애애애애앵!
“크헉!”
몸이 거꾸로 회전하던 도곤문주 추성이 도를 막아내는 순간, 금이 가던 곤봉이 완전히 부서지면서 그의 신형이 호숫가에 날리는 물수제비처럼 바닥을 수차례 튕기며 날아가 버렸다.
-쿵! 쿵! 쿵! 쿵! 쾅!
지하 공동의 벽 끝에 몸이 박혀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발이 지면에 떨어진 순간을 노렸기 때문에 이화접목은커녕 그 위력을 고스란히 맛보고 말았다.
“끄웨에에엑!”
바닥에 무릎을 꿇은 도곤문주 추성이 피를 토해냈다.
내상이 너무 심했다.
고작 일격을 막았을 뿐인데 파고드는 공력에 오장육부가 뒤틀릴 것만 같았다.
‘이, 이놈은 정말 괴물이다.’
화경의 고수인 자신을 마치 한참 격이 떨어지는 하수처럼 고작 일도 만에 날려버렸다.
팔이 잘려서 공력이 반감했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도곤문주 추성은 짧은 찰나에 수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완성된 역혈대라신공이 정말 쓸 만할까?’
최근에 완성된 역혈대라신공의 운기법을 받기는 했지만 사용해본 적이 없다.
이것을 사용하고 나면 반 시진 동안은 내공을 운용할 수 없다는 부작용 때문에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는 쓸 일이 없다고 판단했던 그였다.
그 어지간한 일이 생겼다.
‘저 괴물을 죽이지 않으면 대계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어차피 내상도 심했고 팔이 잘려서 살아나갈 확률도 적었다.
그렇다면 이자와 동귀어진이라도 해야 한다.
적어도 괴물 같은 저 놈만 죽인다면 동창의 환관들이 성왕 주태겸과 남은 자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쿠드드드득!
역혈대라신공을 운용하자 단번에 신체에 변화가 생겨났다.
얼굴에 핏줄이 징그럽게 일어났다.
상반신 근육이 크게 부풀기 시작하면서, 부상을 입은 고통이 신기하게도 사라져갔다.
‘내, 내공이 늘어난다!’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놀랍게도 단전의 내공이 거의 폭증하다시피 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나 폭증한 공력으로 극도신무를 펼치면 엄청난 위력이 발휘될 것이다.
“크크크크큭! 이 정도 힘이라면 아무리 네놈이 괴물이라도 동귀어..”
-꽉!
“엇?”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면사포의 사내가 그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통하지 않는 기술을 어지간히 남발하는군.”
“뭣?”
그 순간 면사포의 사내의 손에서 화려한 빛이 일어났다.
화려한 빛은 방대한 전격(電激)이었다.
-파치치치치치치치치칙!
“끄가가가가가가가각!”
백회혈로 파고드는 전격에 그가 강한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질러댔다.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류의 고통이었다.
백회혈을 시작으로 전신으로 밀려들어온 전격은 놀랍게도 역류하던 기운을 강제로 해지시켜버렸다.
덕분에 급속하게 이뤄지던 신체의 변화가 다시 원상복구 되었다.
-치치칙!
전신을 강타하던 전격이 사라지자, 겨우 정신을 붙들고 있던 도곤문주 추성이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무,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털썩!
말을 전부 마치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쓰러진 도곤문주를 바라보면서 천여운이 담담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뭐, 네놈의 잘못은 아니다. 그저 상대가 나빴을 뿐이지.”
그 말 그대로였다.
운이 없게도 세상에서 유일하게 역혈대라신공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난 것뿐이었다.
한편 백 명이 넘는 환관들이 공격해오면서 난전이 벌어졌다.
공동파의 장문인 청수 진인을 비롯한 네 명의 공동파 제자들이 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수적으로 너무 밀렸다.
-채채채챙!
“큭!”
게다가 그냥 환관들도 문제였지만 당두들의 실력이 남달랐다.
이들은 절정의 무위를 지닌 고수들이어서 검초 하나하나가 예리할 정도로 요혈을 노려왔다.
덕분에 공동파의 제자들조차 쩔쩔 맬 수밖에 없었다.
‘허어, 영왕 전하를 미리 잡았어야 했나.’
청수 진인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성왕 주태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환관들의 공격을 막는 것을 우선시 했는데, 영왕 주태윤을 인질로 잡았으면 이들을 견제하기 수월했을 지도 모른다.
‘하긴 임 공공이 있으니 그것도 어려웠을 지도.’
그들을 죽이라고 명한 동창제독 임 공공은 곧바로 영왕 주태윤을 먼저 빼냈다.
규화보전이라는 희대의 무공을 익힌 그는 독특한 경공으로 단숨에 주태윤을 낚아챈 후에 성왕 주태겸의 목숨을 노렸다.
물론 그것은 실패로 돌아갔다.
‘보통 고수가 아니다. 이 계집은…’
주태겸에게 번개처럼 바늘 암기를 날렸는데, 그 앞에 무릎 꿇고 있던 일 태상 란영이라는 여인이 불꽃으로 방패 같은 것을 만들어서 막아버렸다.
화기를 다루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대, 대체 어찌 할 작정이오? 공공! 전부 죽이라니?”
임 공공 덕분에 겨우 목숨을 부지한 주태윤이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쳤다.
완벽할 거라던 계획이 꼬이는 것도 모자라서, 임 공공이 살인멸구까지 하려고 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전하. 저를 믿어주십시오. 책임지고 전부 해결하겠습니다.”
그 말에 영왕 주태윤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믿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소! 이미 벌어진 일이 아니오. 저들을 죽이지 못한다면 본 왕과 공공은 모든 것이 끝나오!”
같은 황족의 목숨을 대놓고 노리는 것은 최악의 우책이었다.
실패하게 된다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소신을 믿어주십시오. 전하. 저 임 공공이옵니다.”
“공공…..”
임 공공이 웃어 보이며 그를 달랬다.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영왕이 더욱 불안해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것이 통했는지 영왕 주태윤이 겨우 이성을 되찾았는지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태겸과 저들을 반드시 죽여야 하오. 누구도 살아남아선 안 되오!”
“후후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
겨우 그를 안심시킨 임 공공이 속으로 안도했다.
혹여 자신의 우발적인 결정에 노발대발해서 따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임 공공이 전황을 살폈다.
-챙챙챙!
한참 격렬하게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동파의 도인들과 일 태상 란영이라는 여인이 성왕 주태겸을 노리는 환관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압!”
-채채채챙!
동창의 이 인자인 오 첩형은 금의위의 고수인 남진무사 연남군을 상대하고 있었다.
원래 입구 쪽에서 동창의 환관들과 대기하고 있던 연남군이었는데, 성왕 주태겸이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 듯 했다.
‘잘 막았구나. 오 첩형.’
오 첩형이 막지 않았다면 주태겸을 보호하는 진이 두터워졌을 것이다.
모든 호위가 그에게 집중되었다면 또 다른 눈과 귀를 가진 황궁 감식반 의원들을 먼저 처리하는 편이 나을 듯 했다.
‘그들을 먼저 처리하고 성왕을 노려야 겠구나.’
황궁 감식반의 의원들은 의외로 금의위 네 명이 보호하고 있었다.
금의위들은 증언을 해줄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환관들의 공격을 빈틈없이 차단하고 있었다.
‘뭐지? 금의위들이 저리 무공이 뛰어났나?’
그런데 금의위들 치고는 고작 네 명이서 너무 잘 버텼다.
워낙 환관들의 숫자가 많아서 공격이 끊임없이 들어와서 그렇지 일대일로 겨뤘다면 금방 승부가 날 만큼 무위가 뛰어났다.
‘저놈들을 먼저 처리해야 겠다.’
-팟!
금의위들과 황궁 감식반 의원들을 먼저 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동창제독 임 공공이 신형을 날리기 위해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고오오오! 쿵!
“흐헛!”
잠시 떨어졌던 발바닥이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그의 전신을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진기가 강제로 억눌렀다.
“뭐, 뭐얏?”
화경의 극에 올라서 누구보다 심후한 내공을 지닌 임 공공이다.
그런 그조차 이 거대한 진기의 압력에 쉽게 발걸음을 떼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게 진기라고?’
단순한 진기라기보다는 무형의 기운이 억누르는 것과 다름없었다.
“누,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쿵! 쿵! 쿵! 쿵! 쿵!
여기저기서 둔탁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크헉!”
“이, 이게 대체…”
“모, 몸이 움직이지가!”
공동에 있던 백여 명이 넘는 환관들이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하나 둘도 아니고 이 많은 인원이 진기로 인해 무릎을 꿇리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내공이 그나마 강한 당두들이 버텨보려고 했으나,
“꿇어라.”
-쿵! 쿵! 쿵!
“끄억!”
더욱 강한 진기가 압박을 가하면서 강제로 무릎이 꿇려졌다.
덕분에 내공이 약한 자들은 바닥에 엎어져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쩌저저저적!
“끄으으으윽!”
“사, 살려줘.”
바닥을 억누르는 진기는 거대한 중력과도 같았다.
누르는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그들을 지탱하는 바닥에 조금씩 패일 정도였다.
‘전하!’
당황한 임 공공이 고개를 돌려 영왕 주태윤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주태윤 역시 돌바닥에 코까지 박고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끄웨에에에엑! 고오오옹…..고오오옹!!!”
“저, 전하아아아아!”
내공이 없는 그가 견디기에는 너무도 고통스러운 압박이었다.
이러다간 영왕의 얼굴이 납작하게 찌그러질 판국이었다.
‘다, 당장 저지해야 해!’
다급해진 임 공공이 이 말도 안 되는 진기를 내뿜고 있는 존재를 찾았다.
멀리 있지도 않았다.
그 존재는 공동의 한 가운데에 서있었다.
‘저, 저 자는?’
진기로 인한 풍압으로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는 새하얀 얼굴의 사내.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