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31)
# 73장 황제의 수신호위 (1) #
동창의 환관으로 시작하여 그 정점인 동창제독에 오른 임청화.
그의 스승인 유 공공이 유일하게 당부한 것이 있다.
훌륭한 환관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이든 세심하게 관찰하는데 있다고 누차 가르쳤었다.
실제로도 그는 그런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세심한 관찰력으로 권력의 중심부까지 올라섰다.
현 황제도 그렇고 영왕 주태윤이 그를 아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저 자는 대체 누구지?’
지하 공동에 들어왔을 때,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얼굴은 숙지해두었다.
그런데 전혀 보지 못했던 인물이 서있었다.
고작 약관에 불과해 보였지만 긴 머리카락에 새하얀 얼굴의 저 청년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좌중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이게 정녕 인간의 힘이란 말인가?’
“끄으으으윽!”
“모, 몸을!”
동창의 환관들이 안간 힘을 써도 진기에 억눌려서 바닥에서 무릎을 펼 수가 없었다.
얼마나 심후한 내공을 지니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
더욱 놀라운 것은 강제로 무릎이 꿇린 자들은 영왕 주태윤과 환관들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멀쩡히 서있었다.
“허어…..어찌 이런 일이?”
환관들을 상대하고 있던 공동파의 장문인 청수 진인 역시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과 더불어 공동파의 도인들은 진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진기를 숨 쉬는 것처럼 통제할 수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장문인인 청수진인조차 놀라는데 제자들이라고 다를 것이 있겠는가.
진기에 억눌리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전율적인 기운이 느껴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말도 안 돼.’
‘괴….괴물이다.’
공동파의 제자들은 하나 같이 식은땀을 흘렸다.
놀라하던 그들은 이내 장문인인 청수 진인에게 어찌해야 좋을지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청수 진인이 아무 말이 없자, 대제자 영운이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장문인?”
“……일단 가만히 지켜 보거라. 저 자는……오대고수급의 고수다.”
“오, 오대고수!”
청수 진인의 입에서 나온 말에 공동파 제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율적인 고수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장문인의 입에서 오대고수가 거론될 줄은 몰랐다.
오대고수는 중원 무림에서 가장 강하다는 다섯 절대자들이다.
‘저렇게 젊은 사내가 무림맹주님과 같은 오대고수 급의 무인이라고?’
무림맹주 북정도 이목.
정도 무림을 상징하는 최고의 고수다.
얼핏 보아도 자신들과 동년배이거나 훨씬 어려 보였는데 믿기지가 않는 현실이었다.
-웅성웅성!
‘저 괴물이 아군이길 망정이지.’
그런 공동파 무인들의 반응에 성왕 주태겸은 내심 자신의 선택을 뿌듯하게 여겼다.
이 많은 동창의 환관들이 덤볐을 때는 큰일났구나 싶었는데, 설마 이 많은 자들을 일순간에 무릎 꿇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풋!’
멀리서 환관들 사이에서 같이 바닥에 엎어져 있는 영왕 주태윤이 보였다.
주태윤은 황자의 위엄을 잃고서 코까지 박고서, 낑낑 거리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끄웨에에에엑!”
속내를 숨길 수 없었는지 주태겸의 입이 헤벌쭉 벌려졌다.
‘그래! 그게 내가 겪었던 기분이다!’
마교에 사신으로 갔다가 망신당했던 것을 함께 공유하는 느낌이었다.
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했다.
반면 주태윤의 이런 모습에 임 공공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이런 괴물이 어떻게 황궁에 들어온 거지?’
무형의 기운인 진기로 백 명이 넘는 환관들을 강제로 짓누를 정도로 내공의 한계를 알 수 없는 자였다.
살인멸구가 문제가 아니라 역으로 살인멸구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이런 변수가 발생하자 임 공공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큭! 어쩔 수가 없구나.’
지금 상황에서는 영왕 주태윤의 안위가 우선이었다.
동창의 환관들을 전부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전하를 탈출시켜야 한다.’
임 공공이 동창에서 또 다른 화경의 고수인 오 첩형을 바라보았다.
다른 환관들과 달리 내공이 깊은 오 첩형도 그럭저럭 진기의 압박을 견뎌내고 있었지만 천여운의 위압감에 두려워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오 첩형!] [고, 공공! 저, 저 자자는 완전히 괴물입니다.] [정신 차려라. 괴물이건 아니건 당장 전하를 보호해야 한다.] [그…..그렇기는 하지만….]오 첩형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황에서 대체 무슨 수로 영왕 주태윤을 보호한단 말인가.
그들 중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자라고 해봐야 자신과 임 공공뿐이었다.
[놈을 공격해서 막아라. 오 첩형이 공격하면 놈의 진기의 압박이 풀릴 것이다.]아무리 괴물이라 해도 적을 상대하면서 진기로 백여 명이 넘는 환관들을 계속 압박할 수 없으리라 여겼다.
그럼 제어에서 풀린 환관들로 인해 다시 난전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저런 괴물에게는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
[그 동안 본 제독이 전하를 모시고 탈출하겠다.] [제, 제가 말입니까?]당혹감에 빠진 오 첩형의 두 눈이 흔들렸다.
지금 임 공공의 말은 결국 자신더러 희생을 하라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평소라면 솔깃한 제안이었다.
부제독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차기 제독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저 괴물을 상대로 무사히 위기를 넘긴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제, 젠장!’
두려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자신도 희생시킬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그것이 이렇게 빨리 다가온 것이 화가 날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본 제독의 공격에 맞춰서 놈을 노려라!]-팟!
그 전음이 끝남과 동시에 임 공공이 신형이 일 장 높이로 치솟았다.
허공에 떠오른 임 공공이 소매로 손을 집어넣더니, 이내 손에 한 무더기의 바늘 암기가 드러났다.
‘이 비장의 수를 지금 쓰게 될 줄이야.’
이것은 그가 당가의 만천화우(滿天花雨)에 영감을 받아 만든 무공이었다.
파상만침경(波狀萬針勁).
바늘 하나하나에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규화보전의 파상 발경(發勁)을 싣는 비기였다.
내공 소모가 큰 기술이었지만 그 위력은 한 번에 수십 명의 고수들을 몰살시킬 수 있을 만큼 전율적이다.
‘규화보전의 정수를 담은 암기술이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이것을 막기는 쉽지 않으리라 여겼다.
왜냐하면 규화보전의 파상술은 기(氣)를 뒤흔들어 그것을 투과하는 고도의 수법이었다.
“받아랏!”
-파파파파파팟!
임 공공의 파상만침경의 바늘 암기가 천여운이 있는 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오른손에 쥔 것은 천여운, 그리고 왼손에 쥔 바늘 암기는 성왕 주태겸이 있는 방향으로도 날렸다.
-파파파파파팟!
‘쉽게 막을 수 없을 거다.’
백 명이 넘는 고수를 억누를 정도로 진기를 사용하고 있다.
파상만침경을 막으려면 그것을 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사 그것을 풀지 않고서 무리해서 막는다고 해도 곧장 오 첩형의 살초가 그를 덮친다.
‘본 제독이 생각해도 완벽하다.’
이 정도 공격이라면 저 괴물에게서 충분히 영왕 주태윤을 데리고 도망칠 시간은 확보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비기를 펼치자마자 영왕에게로 신형을 날리려던 그의 발걸음이 두 보도 나아가지 못했다.
-파파파파파파팍!
“!?”
임 공공의 두 눈이 커졌다.
그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백 개가 넘는 파상발경이 실린 바늘암기가 허공에서 쏟아지는데, 천여운이 그것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뻗었다.
“이런 미친!”
어찌나 놀랐는지 순간 욕이 나올 뻔했다.
바늘이 허공에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히기라도 한 듯이 도중에 멈춰선 것이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환관들에 대한 진기의 압박을 풀지도 않고서, 그의 비기를 너무도 쉽게 막아냈다.
내공은 둘째 치고 정신이 몇 개라도 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나노가 있는 천여운은 가능하다.
[바늘들에 사용자의 에너지를 침투시켜 판넬 침식에 성공했습니다.]머릿속을 울리는 나노의 목소리에 천여운이 피식 웃었다.
“웃기지도 않는 공격이군.”
“이, 이놈이!”
당황한 임 공공이 남은 바늘들을 모조리 꺼내서 다시 한번 날리려고 하는데, 천여운이 그에 손을 뻗으며 속으로 나노에게 명했다.
‘나노, 놈에게 도로 돌려줘라.’
[사용자의 명령에 의거하여 바늘들에 판넬 원격 시스템을 가동합니다.타겟(Target) 락 온(lock on)]
-삐삐삐삐삐삐삐삐!
천여운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리며 붉은 십자 모양의 입자가 생성되며 임 공공에게로 조준되었다.
-휘리리릭!
허공에 멈춰 있던 바늘들이 일제히 역으로 회전했다.
“이, 이게 대체?”
“네놈의 것이다. 가져가라.”
-파파파파파파팟!
천여운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역으로 그를 겨냥한 바늘들이 일제히 임 공공에게 쇄도해갔다.
“이, 이런!”
비기를 누군가에게 써본 적은 있지만 당한 적은 없는 그였다.
백 개가 넘는 바늘들이 그가 날렸을 때보다도 훨씬 쾌속한 속도로 날아오자. 천여운이 했던 것처럼 허공을 향해 파상발경을 일으켜 파동을 만들어냈다.
-팡!
그의 양장을 뻗자 허공에 물결처럼 강기의 파동이 원을 그렸다.
‘노, 놈도 했는데 본 제독이라고 못할….’
-푸푸푸푸푸푸푹!
“끄아아아아아악!”
안타깝게도 천여운이 했던 방법은 따라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사방으로 넓게 펼쳐진 그의 파상만경침과 달리 천여운이 도로 날려버린 바늘들은 한 지점으로 모여서 파동의 중심부를 강타했다.
덕분에 짧은 시간도 버텨내지 못하고 단숨에 중심부를 바늘들이 관통해버렸다.
-털썩!
“끄으으으윽, 이….이런 괴물 같은 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임 공공의 상반신은 선인장처럼 바늘들로 수를 놓았다.
그래도 발경에 의해 힘은 줄어들었는지, 바늘이 몸을 완전히 관통하지 않고서 반쯤 박히기만 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임 공공이 노기가 서린 눈으로 오 첩형을 찾았다.
‘오, 오 첩형 이놈은 대체 뭘 하는…응?’
계획대로라면 오 첩형도 놈의 뒤를 쳤어야 했다.
그런데 그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는데, 오 첩형이 왠 금의위에게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쩔쩔 매고 있었다.
‘비, 빌어먹을 이놈은 대체 뭐지?’
임 공공의 당부대로 절초를 펼쳐서 남진무사를 뿌리친 그였다.
그는 재빨리 경공을 펼쳐서 천여운의 뒤를 치려했는데, 금의위 중의 한 사람이 갑자기 그를 막아섰다.
고작 금의위에 불과하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화르르르륵!
금의위는 일 태상 란영이라는 여인처럼 불꽃을 다뤘다.
검에 불꽃을 실어서 검초를 펼쳤는데, 방심했다가 어깨를 관통 당했다.
-치이이익!
“크윽….”
불꽃으로 인해 상처가 지져져서 출혈은 없었지만 화기가 체내로 침투했다.
내공을 운기해서 이것을 몰아내고 싶은데 이놈이 미친 듯이 공격해 와서 틈이 없었다.
“감히 주군의 뒤통수를 치려고! 흥!
불꽃의 검을 다루는 금의위는 바로 허봉이었다.
새로운 변수에 막혀버린 오 첩형은 발이 묶여서 임 공공의 계획을 도울 수가 없었다.
‘저놈은 또 뭐란 말인가?’
임 공공은 이제는 황당하기마저 했다.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해결할 거라 여겼던 성왕 주태겸 측에서 계속 정체불명의 고수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럼 다른 파상만침경도?’
당연히 그것은 애초에 일 태상 란영에 의해 막혔다.
수많은 바늘들이 허공에서 주태겸을 덮쳐오자, 곁에 있던 그녀가 불꽃의 기둥을 만들어내서 바늘들을 전부 재로 만들어버렸다.
‘어, 어째서 이런 놈들이 나타났단 말인가….’
“크아아악!”
-쾅!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자 임 공공이 괴성을 지르며 바닥을 내리쳤다.
뭘 어떻게 해보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새로운 태자를 옹립하고 계속해서 권력을 이어나가려 했던 그의 야망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
‘이럴 수가…..임 공공이 저렇게 쉽게 지다니?’
‘황궁 삼대 고수 중 일인이 이렇게 무력하게….’
무릎을 꿇고서 지켜보고 있던 동창의 환관들도 결과에 망연자실해했다.
황궁 삼대 고수이자 동창의 일인자로 군림해온 동창제독 임청화가 이렇게 무력하게 패배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저벅저벅!
허탈해하는 그의 앞으로 어느새 천여운이 다가왔다.
그런 그를 핏대까지 선 눈으로 올려다보며 임 공공이 악에 바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네놈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무엇기에 본 제독의 앞을 가로막느냔 말이닷!”
절대로 황궁 수호전의 고수일 리가 없었다.
그만 없었어도 오늘 성왕을 실각시킬 수 있었는데 너무 억울했다.
그런 그를 천여운이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놈이 되도 안 되는 누명을 씌우려 했던 곳의 주인이다.”
“뭐? 누명을 씌워?”
순간 무슨 말인가 싶어서 어안이 벙벙해 하던 임 공공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방금 전까지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무위로 인해서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단어.
“서, 설마 마…..교주?”
눈앞에 있는 괴물 같은 사내.
그는 십만대산의 주인이자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여운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잘 알고 있군. 그럼 네놈의 운명도 잘 알겠지?”
살기 어린 천여운의 의미심장한 말에 그가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자, 잠깐! 본 제독은 대….대명제국의 관료다. 아, 아무리 그대가 마교의..”
-촥!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도날이 번개처럼 목을 스쳐지나갔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막을 틈도 없었다.
“관료인데, 뭐 어쩌라고.”
“!?”
-툭! 데굴데굴!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의 머리는 이미 자신의 몸뚱이와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