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33)
# 73장 황제의 수신호위 (3) #
기우(氣宇)가 헌앙(軒昻)하고, 용의 기품과 위엄이 서린 얼굴.
천하를 포용하는 권위란 이런 것이라고 알려주는 듯한 곤룡포의 중년인은 당금 황제인 주태원이었다.
‘어, 어째서 폐하가 이곳에? 아! 저들도 오다니?’
영왕 주태윤이 황제의 뒤에 서있는 자들에 인상이 더욱 일그러졌다.
백미의 붉은 관복에 화려한 장신구를 하고 있는 노환관은 동창과 더불어 황궁 관료들의 감사를 맡고 있는 서창의 제독인 육청은과 두 첩형이었다.
그리고 서창 제독의 우측 편에 서있는 남색 관복을 입은 환관들은 대내행창의 제독인 서태식과 그를 보좌하는 두 첩형이었다.
황궁에서 동창과 더불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두 환관 조직들의 수장이 전부 나타났다.
더군다나,
‘도지휘사!’
황제의 우측 편에 서있는 정2품 관복을 입은 풍채가 좋은 중년인은 금의위의 일인자인 도지휘사 백자기였다.
백자기의 옆에서 무자 특유의 패기를 발산하는 자는 금의위 최강의 무인이라 불리는 북진무사 영조다.
황궁 내에서 무공을 익힌 모든 집단의 수장들이 전부 모인 셈이었다.
‘황제도 껴있었군. 귀찮게 되었어.’
황제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애초에 기감을 통해서 황릉으로 진입하는 자들의 기운을 감지했기에 특별히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단지 신경 쓰이는 것은 두 가지 뿐이었다.
“폐하!”
-타타타타탁! 털썩!
한참을 놀라하던 영왕 주태윤이 다급히 황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두 팔이 부러져서 팔꿈치가 튀어나오고, 코피를 흘리고 있는 주태윤의 몰골만 본다면 온갖 수난을 겪은 행색이었다.
“폐하, 살려주시옵소서. 성왕의 음모로 동창 제독인 임청화가 목숨을 잃고, 소자 역시도 이리 되었습니다.”
“하!”
태도 일변하는 그의 말에 성왕 주태겸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황제의 앞에서 저런 태도를 보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평소라면 일황자인 그의 말을 경청했을 황제의 눈빛이 싸늘하기만 했다.
“폐, 폐하!”
그런 차가움이 주태윤을 당혹스럽게 했다.
죽은 아선 황후의 유일한 소생이자 장자인 만큼 한 번도 그를 대함에 있어서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황제였다.
그랬던 황제의 눈빛에는 실망감과 불신이 가득했다.
“아닙니다. 그, 그게 아닙니다! 폐하! 아니. 아바마마! 이 모든 것이 성왕 저 후궁..”
“그 입 다물지 못할까!”
황제의 분노가 섞인 일갈에 주태윤의 떼를 쓰는 아이 같던 주태윤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영왕 주태윤에게 황제가 입술을 뗐다.
“짐에게 눈과 귀가 없는 줄 아는 구나. 네가 어찌하는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었건만 끝내 선을 지나치는 구나.”
“그, 그게 무슨…”
“허어! 동창제독과 네가 뭔가 일을 꾸미고 있음을 짐이 모를 줄 알았더냐.”
‘!!!’
비수처럼 다가오는 황제의 일침에 주태윤은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동창 제독을 비롯한 많은 관료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여전히 황궁의 모든 권력은 황제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만큼 이 황궁에서 황제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은 없다는 의미였다.
“오, 오해이십니다. 저와 임 공공은 성왕이 마교인들과 손을 잡고서 태조 폐하의 보물을 훔치려는 음모를 발견한 겁니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는 주태윤의 말에 황제의 실망은 깊어져갔다.
황제가 뒤에 서있던 대내행창의 제독인 서태식을 불렀다.
“서 제독.”
“예. 폐하.”
“그들을 불러라.”
황제의 명령에 대내행창의 제독 서태식이 공동에 있는 관료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폐하의 명으로 감찰 임무를 종료한다.”
“감찰 업무?”
뜬금없는 감찰 임무라는 말에 주태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동창의 환관들 중에 두 명의 당두와 세 명의 환관들이 벌떡 일어나서는 황제가 있는 입구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뭐야? 이놈들이 어째서?’
황제의 열다섯 보 앞까지 다가온 환관들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선두에 서있는 당두 중 한 사람이 외쳤다.
“대내행창의 당두 심형이 감찰 임무를 종료하고 폐하의 용안을 뵈옵니다.”
“용안을 뵈옵니다.”
주태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놀랍게도 이 다섯 명의 환관들의 진정한 정체는 대내행창의 환관들이었던 것이다.
‘어째서 이들이 동창에 있단 말인가?’
어찌나 놀랐던지 주태윤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감사와 첩보 업무를 주로 하는 동창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허봉과 겨루고 있다가 엎드려 있는 동창의 오 첩형 역시 당혹스럽긴 매한가지였다.
‘빌어먹을! 그렇게 솎아낸다고 솎아냈는데 아직도 간자 놈들이 있었다니.’
무소불위의 환관 조직이 동창뿐만이 아니라 굳이 서창이나 대내행창까지 존재하는 이유.
그것은 수많은 관료들을 감찰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세 환관 조직이 서로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권력이라는 술독에 중독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로 인해 이 세 조직은 틈만 나면 서로에게 간자를 심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솎아내는데 아직도 다섯 명이나 되는 대내행창의 간자들이 내부로 파고들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된 곳이 아니고는 대규모의 인원 내의 간자를 파악한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보고하라.”
“명을 받듭니다.”
대내행창 제독 서태식의 명령에 감찰 임무를 마친 대내행창의 당두가 영왕 주태윤과 동창 제독이 하달했던 내용들을 상세히 아뢰었다.
“소신이 동창에서 감찰 임무를 한 것은 반 년 전부터입니다. 그렇게 살펴보던 석달 전부터 영왕 전하가 동창의 본부인 동당으로 자주 출입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뇌부로 있던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자세한 사항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황릉의 시신을 조작하려한 것부터 극도육무문과 손을 잡았다는 내용만으로도 주태윤을 궁지로 몰기에는 충분했다.
대내행창의 간자들의 입이 열릴수록 영왕 주태윤은 사색이 되어갔다.
모든 보고가 끝났을 때 황제는 매몰차게 말했다.
“고작 태자의 자리에 오르려고 황릉을 습격해서 수호전의 전사들을 몰살시키고 이런 짓을 벌인 것이더냐.”
“폐, 폐하….”
“실망스럽도다. 모든 것이 짐의 부덕함으로 일어난 잘못이다. 다른 황자들과 마찬가지로 엄하게 키웠어야 했건만.”
그를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훈육을 탓하는 황제였다.
이미 절망의 나락에 빠진 주태윤은 눈이 반쯤 돌아가서 그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황제의 완고한 성품을 알기에 정황이 드러난 이상 더 변명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도지휘사. 저들을 당장 체포해서 구금하도록 하라.”
황제의 명령에 도지휘사의 얼굴에 흡족함이 묻어났다.
금의위가 동창의 산하로 편입되었을 때 치욕을 느꼈었는데, 모든 상황이 반전되어 그들을 체포하게 되었다.
세상일은 참으로 모를 일이었다.
“지엄하신 폐하의 명을 받듭니다. 북진무사.”
“충!”
“폐하의 명을 이행하라.”
금의위의 수장인 도지휘사가 북진무사 영조를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입술을 오므려서 피리 소리 같은 것을 냈다.
-삐이이이익!
그 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공동을 나가는 통로 쪽에서 갑주를 입은 금의위들이 줄을 지어 몰려들어왔다.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데 그 숫자를 짐작하기도 힘들었다.
‘아! 이렇게 많은 자들이?’
성왕 주태겸의 두 눈에 이채가 띠었다.
병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밀려들어오던 금의위들의 줄이 끝나며, 군관들답게 공동 안에서 오열을 맞춰 섰다.
그 숫자가 자그마치 이백 명에 이르렀다.
대기하고 있는 금의위들에게 북진무사가 외쳤다.
“역도의 무리들인 동창의 환관들을 전부 체포하라!”
“충!!!”
이 날만을 기다려왔던 금의위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무관이면서도 환관들에게 무시를 당했던 것을 되갚아줄 기회였으니 말이다.
“꼼짝 마라!”
“…..”
수장인 임 공공도 죽고 황제가 나타난 마당에 이미 모든 것이 끝났음을 인지한 동창의 환관들은 무력하게 포승줄에 묶여서 끌려 나가야만 했다.
황제는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영왕 주태윤을 가리키며 명했다.
“녀석도 끌고 가서 영장궁에 가둬두어라.”
“헉!”
황제의 명령에 금의위들이 주저앉아 있는 영왕 주태윤에게 냉큼 다가갔다.
“무례를 용서하소서. 전하.”
“이놈들!”
그래도 황족이라 포승줄로 묶을 수는 없었기에 금의위 두 사람이 팔을 붙들고서 일으켜 세웠다.
끌려 나가는 주태윤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이 외쳐댔다.
“아바마마! 이러실 수 없습니다! 주태겸 저놈도 무림인들을 끌어들여 동창제독도 죽이고 소자를 이 꼴로 만들었는데, 어째서 소자에게만 이렇게 이러신단 말입니까!”
서럽다는 듯이 울면서 말했지만 황제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실망이 극에 이르렀는데 무슨 말이 들리겠는가.
“아바마마! 아바마마!”
동녘이 환해지는 아침에만 하더라도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거라 기뻐했던 영왕 주태윤의 야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되어 거품처럼 사라졌다.
황제를 부르짖으며 끌려 나가는 모습은 처절하기마저 했다.
‘폐하께서 직접 나서시니, 영왕의 음모도 일사천리로 정리가 되었구나.’
아끼던 장자의 잘못에도 냉혹한 황제였다.
영왕의 목소리가 더 이상 지하공동에서 들리지 않게 되자, 황제는 자연스럽게 입구 쪽에서 공동 한가운데로 걸음을 옮겼다.
“아들 녀석의 일은 해결하였으니, 남은 일을 처리해야 겠군.”
“아!”
황제의 뒤를 따라서 두 제독과 첩형들, 그리고 지휘사, 북진무사가 따라왔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뒤로 서창, 대내행창의 환관들이 두 줄로 밀려들어오면서 지하공동의 외곽을 둥글게 에워쌌다.
‘이들을 전부 데려오셨단 말인가?’
주태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이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도합 삼백여 명이나 되는 금의위, 서창, 대내행창의 관료들이 들어서자, 공동의 절반이 가득 차버렸다.
여전히 위엄이 가득한 황제와 달리 도지휘사를 비롯한 두 제독들의 표정은 나찰처럼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무엄하다! 감히 대명제국의 황제 폐하께서 납시었는데, 어찌 무릎을 펴고서 서있는 것이더냐!”
도지휘사가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황제가 황릉의 지하 공동에 왕림하면서 성왕 주태겸을 비롯한 모든 관료들이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무엄하게도 무릎을 꿇지 않은 자들이 있었다.
네 명의 금의위와 흑색 장포를 걸치고 있는 긴 머리카락의 사내, 천여운이었다.
아까 전까지는 황제가 영왕과 동창의 환관들의 처분을 내리는 일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군율이 엉망이구나. 남진무사의 소속인 듯 한데, 폐하를 앞에 두고서 어찌 저런 불경을 저지른단 말인가!’
도지휘사 백자기의 눈에는 천여운을 제외한 네 명이 금의위의 갑주를 입고 있어서 산하의 수하들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금의위이든 아니든, 누구라도 황제 폐하의 앞에선 무릎을 꿇어야 한다.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
-척!
“폐, 폐하!”
그런 백자기를 제지한 것은 황제였다.
황제가 손을 들어 올려서 그만 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도지휘사가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황제의 명에 불복하는 것은 그 권위를 배반하는 일이었다.
“겸아. 이들이 네가 끌어들인 무림인들이더냐?”
아직 무릎을 꿇고 있는 성왕 주태겸이 놀라워했다.
아직까지 이들이 누구인지 아뢰지 않았는데, 황제는 가지고 있는 정보와 특유의 통찰력으로 자신과 이들의 관계를 유추해냈다.
물론 무릎을 꿇지 않은 시점에서 대충은 예측하고 있었다.
“끄, 끌어들인 것이 아니오라, 소신을 도와준 이들이옵니다.”
주태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황제도 두려웠지만 그에 못지 않게 괴물 같은 마교주 천여운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모습에 황제가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생각했다.
‘무림맹의 인사들이 이리 뻣뻣할 리가 없지. 그렇다면 역시 그들인가?’
모든 것을 보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황제는 이 검은 장포를 입고 있는 젊은 사내가 자신의 장자인 영왕 주태윤을 두 팔을 잔인하게 부러뜨리는 것을 보았다.
공과 사를 구분하기 위해 방관했지만 기분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황제가 이번에는 천여운과 금의위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마교인들인가?”
성왕 주태겸과 접촉한 무림인이라고 해봐야 사신으로 갔던 마교뿐이었다.
연이 없는 사파인들이 그를 도왔을 리가 만무했다.
이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천여운이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조용히 일이 해결되면 돌아가려고 했는데, 역시 인연이라는 것은 모르는 법이군요. 이렇게 폐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천마신교의 당대 교주인 천여운이라고 합니다.”
“교주?”
교주라는 말에 황제의 두 눈이 커졌다.
팔을 부러뜨리는 장면부터 보아서 그 정체를 듣지 못했는데, 설마 마교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교주일 줄은 몰랐다.
-으득!
그런 황제와 달리 지휘사와 제독들의 화는 정점에 달했다.
관과 무림이 불가침 조약이 맺어 있기는 했지만, 늘 호의적이고 머리를 숙여왔던 정파인들만 접했던 그들의 눈에는 천여운의 행동은 반역이나 다름없었다.
-쾅! 쩌저저저적!
초절정의 고수인 서창의 제독 육청은이 분노로 진각을 밟았다.
진각을 밟은 곳이 갈라지며 균열이 일어나자, 충분히 신위를 선보였다고 생각한 육청은이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호통쳤다.
“무엄하다! 감히 황제 폐하께 포권이라니? 네놈이 오체분시를 당해야 정신을…”
-척!
“앗!”
그런 그의 목에 어느새 날카로운 검 끝이 들어왔다.
‘어, 언제 검을?’
검을 뽑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
아까 전만 하더라도 평범한 금의위로 보였던 자가 독특한 문양의 가면을 쓰고서 그의 목에 검을 겨냥하고 있었는데, 그 살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노환관이야말로 본교의 하늘이신 교주님께 무례를 범하지 말라. 관과 무림은 동등한 관계로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 그대들의 산하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그 가면에 쾌속한 검술. 그대가 마라겸이로군.”
독특한 문양의 가면을 쓴 자는 바로 대호법 마라겸이었다.
마라겸의 이름을 맞춘 자는 바로 북진무사 영조였다.
황궁 최고의 검객이라 불리는 북진무사 영조는 무림인들과 교분이 있었고, 평소에 황제의 명으로 무림의 동향을 살폈기에 그 정체를 단번에 알아챘다.
“그 명성은 익히 들어왔다. 전장에서 생과 사를 주관한다고 하여 명왕(命王)이라고 불린다지. 한데!”
-챙!
영조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집에서 보검을 뽑아 마라겸을 겨냥했다.
그리고 불쾌하다는 듯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대명제국의 황제 폐하 앞에서 검을 뽑아, 그 관료인 제독의 목숨을 위협하고도 살아 돌아갈 수 있을 성 싶으냐!”
-쿵! 쿵! 쿵! 쿵!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금의위들이 방패를 바닥에 계속해서 내리쳤다.
적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위협을 가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마교인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촥!
“헛!”
“검기?”
방패를 내리찍는 금의위들의 앞의 바닥에 날카로운 검기가 선을 그렸다.
덕분에 방패를 내리찍던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후우….”
-팍!
그런 그들의 앞으로 금의위 중 한 사람이 머리에 쓰고 있던 두건을 거칠게 벗어던지며 걸어왔다.
두건 속에 드러난 찰랑이는 붉은 머리카락의 사내는 바로 좌호법 이화명이었다.
-화르르륵!
이화명의 붉은 검신에 뜨거운 화염이 일렁였다.
“확실하게 경고하지. 방패가 아니라 검을 뽑는 자는 가장 먼저 죽여주마.”
좌중을 압도하는 살기어린 경고.
이에 금의위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염…..왕!”
영조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붉은 머리카락에 타오르는 검을 보는 순간에 당연히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마교 교주도 모자라 명왕과 염왕이라니? 이런 거물들이 황궁에 침입하다니. 허어.’
마교주에 대해선 모르겠지만 정파 무림맹의 웅주들이 저 두 거물들의 이름만 들어도 혀를 찰 정도로 무림에서 명성이 높은 자들이었다.
그렇게 놀라하는 차였다.
-탁!
엎드려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자 중에 한 사람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적발에 매혹적인 여인이었다.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는 두 제독과 지휘사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오오! 일 태상!”
마교인들의 위협에 경계심이 생기던 차에 잘 됐다고 여겼다.
황궁의 수호전의 최강의 고수인 일 태상 란영이 나선다면 아무리 마교인들이라고 한들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곳이 황릉이라 다행이구나! 저 여자는 이백 년을 살아온 괴물이다. 아무리 명성 높은 무림인이라고 할지라도 일 태상의 앞에선 그저 애송이에 불과하다. 후후후.’
-화르르르륵!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의 전신에 불꽃이 휘감기며, 불기린의 화신이 되었다.
그 위용에 대내행창의 제독인 서태식의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마교인들이여 고작 검에 불을 일으키는 정도로 호들갑을 떨었는데, 이것이 황궁의 진정한 힘이…”
-화르르르륵!
“아닛?”
의기양양해 하던 제독 서태식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히 마교인들을 위협할 줄 알았던 란영의 손에서 나온 불꽃이 원을 그리며, 그들을 에워싸고 있던 삼백여 명의 금의위, 환관들의 앞을 방벽처럼 가로막았다.
우군으로부터 그들을 격리시킨 꼴이었다.
“이, 일 태상! 이게 무슨 짓이오!”
당황해하는 대내행창의 제독 서태식을 무시하고서, 불꽃의 원 밖에 있는 삼백인을 향해 란영이 외쳤다.
“교주님을 위협하는 자는 그 누구가 될 지라도, 천마신교의 대장로인 나 문란영이 불살라 버리겠다!”
“!?”
아군이라 굳게 믿었던 란영의 입에서 튀어나온 뜻밖의 말에 두 제독과 지휘사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