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37)
# 74장 놈을 건드리지 마라 (2) #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천여운의 행보를 망연자실하게 지켜보고 있던 성왕 주태겸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금 전에 천여운이 한 말은 전혀 사전에 논의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갑자기 정말로 역모(逆謀)를 꾸미는 악당처럼 말을 하고 있는데, 전신에 오한이 일어날 만큼 무서워졌다.
“지, 짐을 죽일 작정이냐?”
하얗게 질려 있는 황제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눈앞에 있는 마교의 교주가 기존에 자신이 알았던 무림인들과 달리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않음은 느꼈지만 이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황제가 바라보는 천여운의 두 눈동자에는 어떠한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제가 폐하를 죽이지 못할 것 같습니까?”
-꾸욱!
그 말과 함께 목의 살갗에 갖다 대고 있던 백룡도의 도신이 더욱 살을 파고들었다.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헛!”
‘이, 이 자는 정말 진심이다.’
태어나서 보위에 오른 직후까지 한 번도 작은 상처조차 나지 않았던 황제였다.
목에 도날이 파고드니 죽음에 대한 중압감은 말로 이룰 수가 없었다.
“이 역도의 무리가 감히 황제 폐하께 무슨 짓이냐!”
-슉!
황제의 목숨마저 위협하는 천여운의 행동에 대노한 북진무사 영조가 눈이 뒤집혀서 그를 향해 신형을 날리려했다.
-스륵!
불과 한 발자국 내딛고서 튀어나가려는 그의 앞에 대호법 마라겸이 가로막았다.
영조가 신법으로 그를 제치려고 했지만 상대는 명왕이라는 별호 이외에 풍신이라 불리는 사내였다.
옆으로 몸을 뒤틀자, 바로 그 앞으로 나타나 가로막았다.
‘무슨 신법이 이렇게?’
빠르다고 생각하려는데 그의 목덜미에 싸늘한 것이 느껴졌다.
어느새 마라겸이 그의 뒤로 신형을 파고들어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던 것이다.
찰나의 순간에 영조의 머릿속에 마라겸이 했던 경고가 스치고 지나갔다.
[약속하지. 여기서 한 발자국만 더 뗀다면 수신호위라는 자와 같이 수급이 바닥을 구르게 될 것이다.]영조의 두 눈이 커졌다.
정말 공언한 대로 고작 한 발자국 밖에 떼지 않았는데 목을 베려들었다.
“아, 안돼에에엣!”
당황해서 몸을 돌려 막으려했지만 마라겸의 검은 너무도 빨랐다.
목에 차가운 검날이 닿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심에 사로잡힌 그의 얼굴은 짧은 순간에도 불구하고 식은땀으로 젖어들었다.
-팍!
“컥!”
목덜미를 내리치는 힘에 영조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목을 벤다고 경고를 했지만 차마 그를 죽이진 못하고 마라겸은 검면으로 내리쳐서 기절시켜버렸다.
‘교주님처럼은 힘들구나.’
아무리 사전에 목숨을 경고했다고 해도 상대는 황실 고위 무관이었다.
교주인 천여운이 정말로 황실을 전복하겠다는 최후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는 무작정 죽이기는 힘들었다.
결론은 이 공동 내에 있는 자들의 목숨은 천여운의 결정에 의해 달려있었다.
‘허어, 큰일이로다. 대체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제자들에게 부끄러웠지만 공동파의 장문인 청수 진인조차 어찌해야 할지 난처한 표정으로 천여운과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파 무림맹의 수뇌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를 막아야 했다.
여기서 황제가 죽게 된다면 당금 무림과 관의 관계는 한 치 앞을 모르게 된다.
그런데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천여운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성왕 전하를 보위에 오르게 하겠다고? 그렇다면 성왕 전하께서는 마교와 손을 잡았단 말인가. 원시천존. 원시천존.’
정파 무림맹은 황실과 연을 이어나가기 위해 늘 황제와 차대 보위를 물려받을 황태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무림맹은 장자인 영왕 주태윤이 태자의 자리를 물려받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여러 방면에서 그를 지원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 극도육무문과 손을 잡고서 살인멸구를 하려든 것 때문에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할 판국이었는데, 그것을 넘어서 마교주의 뜻대로 움직이는 황자를 보위에 오르게 한다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그것은 안 된다. 그리 된다면 지금까지 본 맹이 지켜온 정도 무림의 균형이 무너진다.’
정파 측에서 늘 경계했던 일이었다.
이런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 자신의 힘만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원시천존. 원시천존. 빈도가 이리 무력하게 느껴질 줄이야.’
현경의 고수 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 적어도 화경의 고수 다섯에서 열 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상대는 생사경의 고수다.
무림맹의 전력의 중추인 열일곱 명의 웅주들이 합공을 해도 백 초식을 견딜 수 있을까 말까한 절대고수를 무슨 수로 저지한단 말인가.
‘일인 군단 그 자체로다.’
양지의 세계와 무림의 극명하게 다른 점이다.
단 한 명의 절대적인 고수가 미치는 영향력은 전황 전체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현 마교주 천여운이 그런 존재였다.
“폐하!!!”
“끄으으윽!”
“당장 그 분을 놓아라!”
신하들이 충성심으로 부르짖는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진기에 강제로 억눌린 그들로서 황제를 구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무력하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다였다.
‘이것이 진정한 절대고수인가?’
황제는 그제야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황궁의 한복판이고 수많은 무관, 관료들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해서 절대로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절대고수인 천여운은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도 황제인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
‘무섭다. 태조께서 불가침 조약을 절대로 깨선 안 된다는 유훈을 남기실 만하다.’
태조는 후대의 황제들에게 절대로 무림인들과 척을 짓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것을 새겨듣기는 했지만 황제는 그것이 무림이라는 단체로 여겼지 절대고수 한 사람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간과한 자신의 판단이 우책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막말로 천여운 정도 되는 절대고수가 마음만 먹는다면 밤중에 조용히 황제를 암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잠깐! 설마 이 자의 목적은…..’
문득 황제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역량을 지닌 사내라면 권력을 탐했다면, 방금 전에 생각한 것처럼 밤에 암살을 하든 더 조용히 자신을 처리하고서 성왕을 보위에 올리는 방법을 쓸 수도 있었다.
‘설사 태겸이를 보위에 올리기 위해 짐을 여기서 죽인다면 다른 황자들을 지원하는 관료들을 억누르기 위해 더 많은 피를 흘려야만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눈앞의 이 사내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수신호위를 죽일 때 손속에 일말의 자비조차 없던 자가 굳이 황궁의 관료들을 죽이지도 않고 진기로 억누르고, 자신을 공중에 띄워서 위협을 가한다는 것은,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기 위함이구나.’
무슨 수를 써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괴물임을 보여주었다.
황제와 관료들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그것이 각인되었으니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마교주 이 자는 짐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이를 확신한 황제가 입을 열려고 하는데 창백한 인상의 누군가 난입하여 천여운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다름 아닌 성왕 주태겸이었다.
갑자기 나선 주태겸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천여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죠? 전하.”
“처, 천 교주! 부디 여기서 멈춰주시오!”
뜻밖에도 주태겸은 황제를 위협하고 있는 천여운을 만류했다.
황제 역시도 이 같은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이 아이와 마교주는 한 패가 아니었던가?’
천여운이 협박을 한 것 때문에 당연히 그와 주태겸이 무조건 한 배를 탔다고 여겼던 황제였다.
성왕 주태겸은 황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후궁의 소생이었다.
두 번째로 태어나서 이 황자이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삼 황자보다도 서열 순위는 밀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여운의 지원을 받아야 황제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입장이었다.
“천 교주의 심기가 불편함을 알고 있소. 하나 분명 천 교주께서 했던 본 왕과의 약조는 극도육무문이라는 역도의 무리들의 음모를 막는 것이지 않았소.”
“극도육무문?”
성왕 주태겸의 입에서 극도육무문이 거론되자 황제가 더욱 의아해했다.
그 문파명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단편적으로 그들이 영왕 주태윤을 지원하는 것과 다른 삼대 세력과 더불어 불가침 조약에 참석하고 싶어 하는 신생 세력 정도로 알고 있던 황제였다.
“약조는 분명 지켰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폐하를 건드리는 것은 아니지 않소!”
얼굴이 창백해져서 두려워하면서도 주태겸은 의외로 강하게 나왔다.
정말로 불의에 맞서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황제나 다른 관료들로 하여금 혼란을 가져왔다.
물러서지 않는 성왕 주태겸을 향해 천여운이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말했다.
“건국 시절에도 그랬지요. 본교에서는 순수하게 대명 황조에 도움을 주었지만 늘 결과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천여운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수신호위를 눈빛으로 가리켰다.
압도적인 힘이 없었다면 수신호위에게 패해서 마교는 황실에 도움을 주고도 강제로 충성 맹세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그것은…..”
“폐하의 말씀대로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알죠. 본교에서는 이제 그것을 그만두려고 합니다. 굳이 대명제국과 황실, 그리고 폐하께 호의를 베풀 이유를 못 느끼겠군요.”
천여운의 몸에서 치솟는 살기에 황제의 얼굴이 굳어져갔다.
살기만 보아선 당장에 베어버릴 기세였다.
이에 주태겸이 다급히 외쳤다.
“머, 멈추시오! 폐하께서는 모든 진실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오!”
“죄송하지만 지금 저는 진실을 굳이 설명할 기분이 아니군요. 당장 비키지 않는다면 강제로 치워버릴 겁니다.”
“비킬 수 없소! 폐하를 죽이겠다면 본 왕도 같이 베시오.”
부들부들 떨면서 양 팔을 벌려서 막아선 주태겸을 향해 천여운이 혀를 차면서 말했다.
“고집이 세군요.”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우드드득!
“끄아아아아악!”
그러자 양팔을 벌리고 막고 서있던 주태겸의 다리가 기이하게 꺾이면서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다리가 부러져서 비명을 지르는 주태겸의 모습에 당황한 황제가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이오! 귀 공은 짐을 죽이고 이 아이를 보위에 올릴 거라 하지 않았소!”
아무리 후궁의 소생이라도 자식은 자식이었다.
바로 앞에서 자식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부모가 누가 있겠는가.
그런 황제를 향해 천여운이 전혀 개의치 않고서 말했다.
“살아만 있으면 상관없습니다만.”
“이…이 자가….”
황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무시하고서 행동하는 천여운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가 알고 있던 정파 무림인들과는 너무도 달랐다.
‘이, 이게 마교인건가.’
-꽉!
그때 바닥에 쓰러져서 비명을 질러대던 성왕 주태겸이 핏대가 선 얼굴로 그의 발목을 잡고 늘어져서 외쳤다.
“제발! 제발 천 교주 노여움을 거두고 폐하를 살려주시오!”
애원하는 목소리에도 천여운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서 말했다.
“두 다리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셨군요. 그렇다면 그 두 팔도 앗아가도록 하죠.”
천여운이 손을 들려고 하자 황제가 다급히 외쳤다.
“처, 천 교주! 멈추시게!”
“제게 명령하지 마십시오.”
-뿌드드드!
“끄어어어어!”
천여운이 이를 무시하고서 손을 돌리는 시늉을 하자, 성왕 주태겸의 두 팔이 강제로 돌아가려고 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황제가 통곡에 찬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짐이! 짐이! 졌소!”
황제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패배 선언에 엎드려 있는 환관, 금의위들, 그리고 두 제독과 지휘사, 첩형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굳어져버렸다.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될 말이 대명제국 황제의 입에서 튀어온 것이다.
“어찌 이런 일이…..”
“폐….폐하아아아아….”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넋을 놓고 있는 관료들의 반응을 뒤로 한 채 황제가 목이 매여서 다 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짐이 졌네. 천 교주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터이니, 부디….부디 천 교주께서 짐과 성왕 아니, 짐의 자식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게.”
황제의 완전한 항복 선언.
이것이 중원에 퍼져나간다면 그 파장은 말로 이룰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말씀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그렇네.”
무슨 일이 있어도 과감하게 황제의 목을 벨 것만 같았던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드디어 원하는 대답을 얻어낸 것이었다.
그런 천여운의 표정에 황제가 괴로웠는지 두 눈을 감았다.
‘역시…..원하는 것이 있었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결국 상대가 의도하는 대로 움직인 셈이었다.
-털썩!
“크윽.”
황제의 몸을 강제로 떠오르게 했던 진기가 풀렸다.
바닥에 주저앉은 황제는 얼마나 떨리는지 다리가 풀려서 일어나질 못했다.
그런 황제를 천여운이 밑으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요구 조건은 이틀 뒤 폐하의 건안궁에서 듣도록 하지요. 정식 절차를 위해서 옥새를 준비하도록 하십시오.”
“오, 옥새!”
천여운의 입에서 나온 옥새라는 말에 황제의 표정이 굳어졌다.
옥새까지 찍어서 정식으로 공문을 만들어버리면 태조 폐하가 했던 것처럼 조약을 맺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명제국과 황제에게 있어서 최대의 치욕이었다.
이에 분노를 느낀 황제가 떨리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는데, 천여운이 빙그레 웃으면서 경고했다.
“이틀의 말미를 드린 것은 여기에 있는 성왕 전하와 황궁 관료, 그리고 공동파의 도사들께 진실을 들으시라고 여유를 드린 겁니다. 그리고….”
천여운이 손을 강하게 허공으로 휘저었다.
그러자 진기에 억눌려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던 삼백여 명의 금의위와 환관들이 누군가 강제로 머리를 내려친 것처럼 바닥에 세차게 이마를 박았다.
-쾅! 쾅! 쾅!
“크헉!”
“컥!”
이마에 피를 흘리는 그들은 한 사람도 남김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강한 뇌진탕으로 기절한 것이다.
“혹시나 쓸데없는 짓을 한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폐하의 목을 취하겠습니다. 현명한 판단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크…..큭……알겠소.”
명백한 협박에 황제가 고개를 숙이며 비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천여운은 처음부터 이들을 쓰러뜨리거나 죽이고자 마음먹었다면 곧장 죽일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더 이상 눈을 마주하지 못하는 황제를 뒤로 한 채, 천여운이 수하들을 향해 말했다.
“돌아간다.”
“충!”
큰 소리의 복명과 함께 마교인들이 먼저 공동 밖으로 나가는 천여운의 뒤를 따랐다.
오랜 세월을 황릉의 보물을 지켜왔던 일 태상, 아니 이제는 대장로 란영이 시원섭섭한 얼굴로 공동을 훑어보고는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 일 각 뒤까지 넋을 놓고 있던 두 제독과 지휘사가 무릎을 꿇고서 황제에게 비통한 목소리로 외쳤다.
“폐하아아아! 신들이 무력하여 불충을 저질렀사옵니다. 부디 이 치욕을 갚을 기회를 주십시오!”
“치욕을 갚을 기회를 주십시오!”
그런 그들을 향해 멍하게 있던 황제가 서서히 눈이 뒤집혀서는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가 떠난 지 한참 후에나 그런 소리가 나오는가?”
황제의 날카로운 일침에 두 제독과 지휘사가 부끄러움에 붉게 상기되어 어쩔 줄 몰라 했다.
변명할 여지가 없이 그들은 천여운과 마교인들의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차마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에 공동파의 장문인 청수 진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되려 호통만 듣고 말았다.
“폐하….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무림맹에….”
“진인께서는 부디 그 입을 다물길 바라네.”
“…..원시천존. 원시천존.”
그런 그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황제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짐을 더 수치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이 일을 거론하지 마라. 그리고 절대로 마교주…….후우, 놈을 건드리지 마라.”
“…..명을 받듭니다!”
힘없이 대답하는 제독들을 뒤로 하고서 황제가 바로 앞에 쓰러져 있는 성왕 주태겸을 살폈다.
두 다리가 부러진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한 듯 했다.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황제가 그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어 주고서 우두커니 서있는 첩형들에게 명했다.
“여봐라. 짐의 아들을 어서 어의에게 데려가도록 하라.”
“네…네이!”
-씨익!
그런데 기절해 있다고 생각한 주태겸의 입 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