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48)
# 79장 역천마제(逆天魔帝) (1) #
단상 위의 곰보 같은 얼굴의 중년의 관료.
정 이품 관복이라면 황궁에서도 높은 관직을 하고 있는 자이겠지만 무림인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자였다.
기감 상으로도 어떠한 내공을 익힌 흔적이 없기에 일반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저런 평범한 자에게 저 거구의 사내가 무릎을 꿇고서 교주님이라고 불렀을까?
‘게다가 저 모습은 들었던 것과는 다른데?’
정도 무림맹에서는 마교주 천여운을 역천마인이라 부르면서 그 외모도 각 파에 알렸다.
그가 황궁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천라지망(天羅地網)을 펼치기 위해서다.
모두가 의아해하는 와중에 중년의 관료가 고개를 돌려 단상의 좌측 편에 서있던 남색 갑주를 입은 중년인과 붉은 관복의 환관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이번 행사에 참석한 금의위의 북진무사 영조와 서창의 첩형인 자형인이었다.
목함에서 쏟아진 철구들에 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해 하고 있었다.
중년의 관료가 그런 그들에게 말했다.
“확인이 되었습니까?”
“어찌 이런 많은 양의 폭탄이 진성에 숨겨져 있었다니?”
“황궁 병기고에 있는 진천뢰보다도 훨씬 크오! 어떻게 저런 폭탄이 이곳에?”
그들의 외침 소리에 단상 위로 시선을 집중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했다.
교주라는 말에 신경을 쓰느라 미처 몰랐는데, 폭약을 제거했다는 저 철구가 폭탄이라는 말이 아닌가.
-웅성웅성!
“대, 대체 무슨 소리야?”
“저 많은 철구들이 전부 폭탄이라고?”
쓰러뜨린 목함 하나에만 거의 백 개 이상의 철구가 쏟아졌다.
그런데 다른 목함들까지 합하면 적어도 오백 개의 폭탄이라는 소리였다.
화약의 경우 관에서 취급하는 물건이기에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조금도 소지조차 할 수 없는데, 그야말로 엄청난 양이었다.
“이런 위험한 무기를 가진 자들과는 불가침 조약을 맺을 수 없소.”
“당장 폐하께 아뢰어야 하오.”
북진무사 영조와 서창의 첩형 자형인은 노격진천뢰를 보면서 치를 떨었다.
저만한 양의 폭탄을 진성의 지하에 숨겨두었다는 것은 이곳에 있는 자들을 전부 폭발로 죽이려 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이런!’
도공문주 이욱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어느새 그는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마저 풀고서 노격 진천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진성에 파놓은 지하 동굴의 입구에도 극도육무문의 무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찾아냈다는 것은 분명 그들을 처리했다는 말이었다.
‘아! 그게 문제가 아니야.’
폭탄을 들킨 것에만 놀라하던 도공문주 이욱이 문득 더 큰 문제를 떠올렸다.
노격진천뢰는 마교주 천여운을 놓칠 것에 대비한 최후의 수단이었는데, 그것을 사전에 들키지 말아야 할 자들에게 들켰다.
‘설마 저놈들이?’
도공문주 이욱이 단상 위의 관료들을 노려보았다.
마교주가 오기를 기다린다고 미처 염두 하지 못했는데, 아직까지 이번 불가침 조약을 맺을 새로운 대명제국의 태자가 도착하지 않았다.
정오가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태자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침 조약을 맺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폭탄을 찾는 것을 기다렸다는 말이 아닌가!’
그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단상 위의 관료가 바닥에 쏟아진 노격진천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노격진천뢰 중의 두 철구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관료의 손으로 빨려들어갔다.
“허, 허공섭물!”
“이럴 수가! 저 관료는 고, 고수다!”
너무도 평범하여 잘못들은 것인가 반문하던 무림인들이 충격을 금치 못했다.
관료가 선보인 허공섭물(虛空攝物)은 화경 이상의 고수들만 가능한 고절한 내공 수법이었다.
무림맹의 삼웅주이자 창천회의 천주인 남궁경 역시도 당혹스럽긴 매한가지였다.
‘정말 저 관료가 마교주란 말인가?’
그런데 여전히 기감 상으로 어떠한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놀라하는 무림인들의 반응은 개의치 않는지, 허공섭물로 노격진천뢰의 철구 두 개를 빨아들인 관료가 그것을 북진무사 영조와 자 첩형에게 넘겼다.
“어느 문파에서 이런 짓을 벌인 것인지는 사전에 말씀드렸지요? 그럼 이것을 가지고 황제 폐하와 태자 저하께 잘 전해드리기 바랍니다.”
“알겠소이다!”
“천 교주의 경고가 없었다면 하마터면 큰 사달이 날 뻔했소. 반드시 폐하께 전하겠소.”
-팍!
두 관료가 동시에 감사의 포권을 취하며 철구를 받아들었다.
이것을 가지고 가서 자신들의 눈으로 확인한 것을 황제에게 그대로 고할 작정이었다.
“서두르시오.”
천여운의 경고에 두 사람의 표정에 비장함이 서렸다.
그 경고의 의미를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대담하다 못해서 이런 엄청난 양의 폭탄을 성의 지하에 숨겨둔 역도의 무리들이 쉽게 자신들을 보내줄 리가 만무했다.
“뒤를 부탁하오!”
-팟!
두 사람의 동시에 성내 광장에서 북문 쪽을 향해 내달렸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차출된 화경과 초절정의 고수들이었다.
당연히 경공 실력은 어지간한 무림인들보다도 훨씬 빨랐다.
그 광경에 도공문주가 다급히 외쳤다.
“도광문주!”
“칫! 처음부터 일이 꼬이다니!”
저들을 성밖으로 내보내서 황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극도육무문은 무림인뿐만이 아니라 대명제국 즉, 중원 전체를 적으로 삼게 된다.
원래의 대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팟!
노격진천뢰가 드러난 순간부터 일이 꼬였음을 직감한 도광문주 자운강은 운기를 마친 상태였기에 엄청난 속도로 황궁 북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이에 맞춰서 도공문주 이욱이 손을 들어서 다른 신호를 보냈다.
“닫아라!”
그러자 뒤에 있던 열두 명의 일반 문주들 중의 한 명이 목에 차고 있던 뿔피리를 입에 대고 세게 불었다.
-뿌우우우우우!!!!
진성 전체가 울릴 정도로 뿔피리 소리가 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각 성문의 근처에 있던 무사들이 성벽을 고정하고 있던 도르래의 굵은 밧줄을 도로 베었다.
-촥! 촥! 촥!
-타르르르르르르!
밧줄이 끊기자 도르래가 미친 듯이 돌아가며 열려있던 각 성문들이 일제히 닫히기 시작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설마 성문을 점거한 것인가?”
이 광경에 정도 무림맹과 사파 연맹의 무림인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남문, 동문, 서문이 동시에 닫혀버렸다.
성 밖으로 빠져나가려면 경공을 펼쳐서 성벽을 뛰어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연히 전부 닫힐 거라 여겼던 성벽 중에 북문이 유일하게 닫히지 않았다.
‘역시 활로를 뚫어뒀구나.’
도공문주가 거칠게 인상을 찡그렸다.
지하 동굴에 있던 노격진천뢰까지 찾아냈으니, 북문에 심어둔 자들도 처리했을 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는데 예상대로였다.
북문의 성문이 그대로 열려있자, 도광문주 자운강 역시도 짜증스러워 했다.
“칫! 도움이 안 되는군.”
-챙!
자운강이 재빨리 등 뒤에 차고 있는 자신의 신장만한 도를 뽑아서 그에 걸맞은 도강을 형성했다.
-우웅!
육 척(尺)이나 되는 거대한 도강으로 단숨에 두 관료들과 거리를 좁혀서 통째로 베어버릴 작정이었다.
“네놈들이 경공을 펼쳐봐야 본좌의 손바닥 안이지!”
어느새 자운강의 신형은 북문으로 도주하는 두 관료들과의 거리가 스무 보 이내로 좁혀 있었다.
‘그 거리에서 따라잡았다고?’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북진무사 영조의 인상이 굳어졌다.
황궁 최고의 검객이라 불리는 자신이 마치 사냥감이라도 된 것처럼 쉽게 따라잡히는 꼴이 어이가 없었다.
“두 동강을 내주마!”
절대로 헛소리가 아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예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단숨에 열 보 거리까지 거리를 좁혀온 자운강이 회심의 눈빛으로 거대한 도를 휘두르려고 했다.
‘끝이다! 이놈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슥!
그의 바로 앞으로 잔상 같은 것이 생겨났다.
흐릿했던 잔상은 어느새 짙어졌는데 독특한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장포인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이! 비켜랏!”
-촥!
단번에 그를 베어내려고 했는데, 가면의 사내가 바람과도 같은 몸놀림으로 이를 피해내고서 도리어 자운강의 목을 검으로 찔러왔다.
-슉!
“헛?”
당황한 자운강이 허리를 뒤로 젖혔다.
보통의 무림인들이라면 이 자세에서 어떠한 행동을 하기도 힘들었지만, 극도육무문의 고수들은 극도신무를 익히기 위해 근골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다.
-팡!
허리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자운강이 몸을 뒤틀며, 크게 도를 휘둘러 가면을 쓴 사내의 검을 쳐냈다.
-챙!
엄청난 공력을 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면의 사내의 신형은 두 보 이상 밀려나지 않았다.
다시 젖혔던 허리를 곧게 편 자운강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네놈……명왕이로구나.”
명왕(命王) 마라겸.
마교에서 죽음을 관장하는 자라 불리는 그 고수가 틀림없었다.
죽은 도검문주 이백의 손에서 펼쳐진 극도신무의 절초를 공중에서 피할 정도로 경공의 대가라고 들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나를 알고 있나?”
‘이자가 왔다는 것은 저놈이 정말 마교주로구나!’
정보대로라면 황궁에 상주하고 있는 마교주 천여운의 곁에 있는 고수는 대호법 마라겸뿐이라 들었다.
그런 그가 자신을 가로막았다는 것은 저 관료가 틀림없이 마교주였다.
“젠장!”
도광문주 자운강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잠시 겨룬 사이에 이미 두 관료들의 신형이 북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저들을 따라잡아야 하는데, 방금 전에 한수 겨뤄본 결과 이 자를 제압하려면 적어도 수십 초식은 겨뤄야만 가능했다.
‘명왕 저 놈도 있었구나!’
도공문주 이욱 역시도 자운강이 가로막힌 것을 발견하고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대로 관료들을 놓칠 수가 없었다.
이욱이 두 손을 들어 올리자, 허공으로 세 개의 도가 떠올랐다.
“보내줄 성 싶으냐!”
도공문주 이욱이 북문을 향해 손을 뻗자, 세 개의 도가 화살처럼 그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슉! 슉! 슉!
그러나 북문을 향해 뻗어가던 도는 절반도 날아가지 못해 멈추고 말았다.
마치 벽에 막힌 것처럼 도가 성내 공중에서 파르르 떨리며 고정되었다.
“아닛?”
이욱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외침이 흘러나왔다.
도염문주 노도경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 그러는 것인가?”
“이기어도의 통제권을 빼앗겼소.”
“뭐라? 이기어도의 통제권을 빼앗기다니? 대체 누가?”
그의 물음에 도공문주 이욱의 눈빛이 날카롭게 단상 위의 누군가를 응시했다.
단상 위에 서있는 곰보 얼굴의 관료가 허공에 떠있는 세 개의 도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기로 연결된 이기어도의 통제권을 빼앗다니?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졌구나.’
더욱 진기를 끌어올려도 허공의 도는 떨리기만 할뿐 반응이 없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성내 무림인들 모두가 입을 쩌억 벌리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웅성웅성!
“이,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일인가?”
“지금 이기어도를 막은 게 분명하지?”
이기어도만으로도 무림인들 모두가 경악해할 만한 고절한 수법이었는데, 그것을 저 곰보 얼굴의 관료가 손을 뻗는 것만으로 막아내고 있다.
자신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올랐음을 의미했다.
‘생사경!’
성내에 있는 자들 중에 고수라 할 수 있는 정도 무림맹의 다섯 웅주들이나 사파 연맹의 갈모잠은 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생사경의 고수가 아니고는 이 정도까지 진기를 숨쉬듯이 다룰 수가 없다.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곰보 얼굴의 정 이품 관료가 뻗은 손을 휘젓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휘리릭!
허공에서 멈춰 있던 도가 반대로 회전을 하더니, 도공문주를 겨냥했다.
“이런!”
도공문주 이욱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미 침식당한 이기어도의 통제권은 이미 완전히 관료의 손에 넘어갔다.
관료가 그를 정확하게 쳐다보며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도로 가져가라.”
그리고 손을 내밀자, 반대로 겨냥하고 있던 세 자루의 도가 일제히 도공문주 이욱을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보통의 고수들이라면 놀라서 당황해할 만도 했지만 무림맹주 이목이 오대고수 급이라고 칭할 만큼 그들 역시도 고절한 무위를 지녔다.
“흥!”
-촤촤촤촤촤촥!
도공문주 이욱과 옆에 있던 도염문주 노도경이 동시에 화려한 도초를 펼치며 이기어도를 손쉽게 막아냈다.
그것도 모자라 진기가 연결된 것을 끊게 하기 위해 이기어도를 그대로 부숴버렸다.
-챙그랑!
단순한 이기어도는 현경의 고수에게는 무의미한 공격이었다.
‘빌어먹을! 대계가 전초부터 이렇게 헝클어지다니!’
이런 공격보다도 대계가 엉망이 된 것에 더욱 화가 나는 도공문주 이욱이었다.
이미 북문을 통과한 두 관료들은 점이 돼서 보이지 않았다.
너무 멀어져서 따라잡기도 힘들었다.
-으득!
도공문주 이욱이 이를 갈더니, 단상 위에 있는 정 이품 관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마교주 천여운! 언제까지 인피면구를 쓰고 연기를 할 참이더냐! 당장 정체를 밝히지 못할까!”
“인피면구?”
-웅성웅성!
그의 외침에 성내 모든 시선이 정 이품 관료를 향했다.
소문으로 들었던 외모와는 전혀 달라서 아닐 수도 있다고 여겼는데, 인피면구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뭐, 나도 갑갑하던 참이니까.”
이에 관료가 피식하고 웃고는 자신의 턱밑의 살을 잡더니 그것을 당겼다.
그러자 고무처럼 피부가 늘어나더니, 이내 곰보 같던 인피가 벗겨지며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진정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 정체에 집중하고 있던 무림인들의 두 눈이 커졌다.
‘아아아!’
‘역시!’
‘그, 그 자다!’
긴 머리카락에 새하얀 얼굴, 그리고 검처럼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저 청년은 그렇게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그 존재가 틀림없었다.
근래에 무림 전체를 뒤흔드는 그 위명.
역천마제(逆天魔帝) 마교주 천여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