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49)
# 79장 역천마제(逆天魔帝) (2) #
정도 무림맹 측의 동맹 파기로 널리 퍼진 그 위명.
그것은 악명에 가까울 정도였다.
황제를 위협하여 국교를 바꾸게 하고, 정파 무림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무림구패의 일인인 연부소와 무림맹의 두 웅주인 검후 정선 사태, 하북팽가의 가주 등의 팔을 자르고서 납치했다.
이제 처음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신임 마교주가 벌인 일들이었다.
여태껏 그들이 알고 있던 역대 마교주라는 작자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거침없는 패도(霸道)에 가까운 행보였다.
“저 젊은이가 마교주?”
“역천마제!”
“고작 약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허어!”
처음 보게 되는 천여운의 얼굴에 정사를 막론하고 극도육무문의 문주들조차도 놀라워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아무리 많이 줘도 약관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물론 실제로도 그렇고 말이다.
‘허어,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여전하구려. 원시천존. 원시천존.’
무림맹의 육웅주 화산파의 장문인 풍청운이 오랜만에 보는 천여운의 얼굴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풍기는 기운이 완전히 달라졌다.
술로 표현한다면 그 당시에는 독한 화주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완전히 무르익어서 그 독기가 사라지고 은은한 향을 풍기는 고급주와도 같았다.
‘그 짧은 기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단 말인가.’
직위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소교주 시절보다도 훨씬 단단하고 위엄 있는 모습은 누구도 가벼이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충분히 한 단체의 수장이자 군주의 그릇이 엿보였다.
정도 무림맹 측도 놀랐지만 처음 마교주를 접하면서 놀람을 금치 못하는 이가 또 한명이 있었다.
그는 바로 사파 연맹의 대표로 참석한 무림구패의 일인인 황하패주 갈모잠이었다.
인상이 딱딱하게 굳어져서 천여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의 머릿속에는 암문의 수장인 두현이 했던 말이 다시 스쳐지나갔다.
[마, 마교의 하남 북부지부장인 양단화라는 자와 새하얀 얼굴에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아…아무래도 십만대산에서 온 것 같은데, 지부장인 양단화가 그리 공손히 대하는 것을 보면 마교 내에서도 직위가 높은 자인 것 같습니다!]그 당시에 양단화가 모신다는 자의 외양을 상세히 들었었다.
그런데 인피면구 속에 감춰져 있던 마교주 천여운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순간에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마교주….마교주였단 말인가?’
심증에 불과했지만 황하패주 갈모잠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틀림없었다.
조카들인 황하삼귀의 목을 베게 만들고, 물속에 수장되어 사라진 용호채의 진범.
사파 내부의 전쟁만 마무리된다면 반드시 찾아내, 그 피 값을 치르게 하리라고 벼르고 있던 자가 바로 마교주 천여운이었던 것이다.
‘이노오오오오옴!’
차마 입 밖으로 그 분노를 표출하지는 못했다.
방금 전에 보였던 말도 안 되는 신위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었다면 단번에 단상 위로 신형을 날려서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크으으윽!’
분에 겨워하던 차에 갈모잠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조카 녀석들을 마교인들이 죽였다지.] […..놈들에게는 빚이 좀 있지요.] [이번에 그 빚을 갚을 기회를 주마. 조약식이 끝나면 분명 혼선이 빚어진다. 그렇게 된다면 정도 무림맹의 녀석들이나 그 극도뭐시기인가 하는 놈들이 누구를 먼저 노릴지 알겠지?]참으로 공교로웠다.
서패왕 항연이 했던 말이 예견처럼 되어버렸다.
저 괴물을 죽이려면 이곳에 있는 자들이 전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만 가능성이 있었다.
‘보아하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구나.’
자신이 이끌고 온 사파 연맹보다도 훨씬 엄청난 전력을 끌고 온 정도 무림맹과 극도육무문 측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무림맹의 삼웅주이자 창천회의 천주 남궁경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앞에도 범, 뒤에도 범인 형국이 아닌가.’
처음에는 극도육무문의 엄청난 전력을 이용하려고 했다.
오대고수 급에 버금가는 세 명의 현경의 고수에 열두 명이나 되는 화경의 고수를 보유한 그들이 마교주 천여운과 양패구상을 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바닥에 쏟아져 있는 저 많은 양의 폭탄을 보고나니, 저들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너무 위험한 자들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무림인을 죽일 작정이었나?’
저 정도 폭탄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예전에 황궁에서 진천뢰라는 것을 시연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폭발하는 위력이 어지간한 고수들도 막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저 폭탄의 크기는 진천뢰보다도 세 배는 커보였다.
‘도저히…..이용할 만한 자들이 아니다.’
사악한 사파인들도 이 정도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폭탄까지 동원할 정도면 일반적인 무림인들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것만으로도 극도육무문은 창천회가 멸해야 한다고 이념으로 정한 악(惡)에 한없이 가까운 자들이었다.
‘둘 중 누구를 먼저 노려야 한단 말인가.’
마교주 천여운의 신위를 보고나서는 더욱 난감했다.
방금 전의 이기어도의 통제권을 빼앗는 것을 보면 생사경의 고수인 천여운을 일대일로 대적할 자는 성내에 누구도 없어보였다.
심지어 오대고수의 일인인 무림맹주 이목조차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맹주…..’
무림맹주 이목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면 확실했다.
선택의 기로였다.
어느 쪽을 먼저 노려야 실리를 챙기고 손해를 적게 볼지 고민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그의 귓속에 누군가의 전음이 들려왔다.
[남궁 가주.]‘누가 전음을?’
누가 자신을 부르는가 싶어서 기감을 집중하는데, 뜻밖에도 전혀 예상외의 인물이 전음을 보냈다.
그는 방금 전에 이기어도를 보였던 극도육무문의 상위 문주였다.
뜻밖의 인물이 전음을 보내서 의아해하는데, 다음으로 날아오는 전음은 더욱 그를 놀라게 만들었다.
[아니. 창천회의 천주라고 해야 하나.]‘아닛?’
당혹스럽게도 그는 정도 무림맹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한 번도 대면한 적도 없는 극도육무문의 수뇌부 입에서 그 정체가 거론되자 당혹스러웠다.
‘어떻게 이 자가 본 회를 알고 있는 거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천회의 다른 간부인 음주(陰主) 당필순을 보았는데, 자신에게만 보낸 전음인 듯 했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 진성에 있는 창천회를 움직이는 대표가 자신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무서운 정보력이다. 설마 본 회에 간자가 있는 것인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그의 귓가로 전음이 이어졌다.
[거두절미하고 제안하겠다. 그대도 보았다시피 생사경의 고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괴물이다.]그것은 동의하는 부분이다.
현경의 고수이자 오대고수의 일인인 무림맹주 이목조차도 일인군단이라 불린다.
그만큼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절대고수인데, 그보다도 고차원적인 경지에 이르렀다면 대인전투 능력도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어차피 이 자도 적이었지만 들어볼 가치는 충분했다.
잠시 망설이던 천주 남궁경이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무슨 제안이오?] [여기서 모두가 싸우는 혼전이 벌어져봐야 손해를 보는 것은 본문이나 창천회 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 [그쪽도 숨겨둔 패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남궁경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저들이 극무지체 시술에 대한 것도 알고 있는 듯 했다.
이 정도 정보까지 들어갔다는 것은 분명 창천회 내부에 간자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회주에 대한 정보는 회 내에서도 유일하게 천주인 자신만이 안다는 점이었다.
[저 자를 쓰러뜨릴 동안만 잠시 동맹을 맺는 게 어떻겠나?]도공문주 이욱의 전음에서 나온 제안에 남궁경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역시 제안은 예상대로 동맹이었다.
공동의 적을 먼저 제거하고 자웅을 겨루자는 소리였다.
그 편이 서로에게도 득이긴 했지만 대놓고 제안을 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저들도 마교주를 두려워한다는 것인가?’
이런 것을 보면 마교주 저 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약관에 불과하고 이제 막 마교주가 된 자가 무림을 혼란으로 빠뜨린 극도육무문의 수뇌부가 임시 동맹을 제안할 만큼 강한 경계심을 보이게 만들었다.
그들의 악으로 규명한 마교인이 아니라면 당금 무림에 새롭게 등장한 영웅이라고 할 만 했다.
‘…..선택권은 없어 보이는구나.’
잠시 동안 고민하던 남궁경이 결정을 내렸다.
오대고수급의 고수들마저 두려워하는 적이라면 이 자리에서 확실히 죽이는 편이 훗날의 정파 무림을 위해서라도 나았다.
괜히 혼전이 벌어지는 틈을 타 저자가 양측에 피해만 주고서 도망간다면 더욱 답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릴 것이다.
대답을 하려던 차에 놀라운 전음이 들려왔다.
[방금 전, 사파 연맹의 황하패주와도 합의를 보았다. 결정했나?]‘사파 연맹까지?’
무서울 정도로 행동력이 빠른 자들이었다.
어찌 본다면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정해진 수순일지도 몰랐다.
마교주 천여운은 여러모로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
[좋소. 마교주를 해치울 동안 만이오.] […..시간이 촉박하니 무림맹주는 그대가 서둘러 설득할 수 있겠지.] [알겠소.]어차피 무림맹주 이목 역시도 자신의 결정에 동의할 것이다.
자식인 연부소의 잘린 팔이 무림맹으로 송환되었을 때 엄청난 분노를 보여주었다.
당연히 마교주 천여운을 먼저 죽이자는데 이견이 있을 리가 없었다.
“들어라! 우리의 적은 정해져있다. 본 사파 연맹의 일원이면서 본 수로십팔채의 동지들이었던 용호채를 수장시킨 마교주 천여운이다!”
협공하기로 한 것에 전의가 올랐는지 황하패주 갈모잠이 먼저 수하들을 선동했다.
용호채의 진실을 모르고 있던 그들은 갈모잠의 외침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
황하에서는 공포라 불리는 수적들이었지만 동료들만큼은 가족처럼 끔찍이 여기는 자들이 바로 수로십팔채였다.
“오늘 저놈의 피로써 동지들의 혼을 달랠 것이다! 본좌를 따르라!”
-챙!
갈모잠이 독문병기인 수룡도(水龍刀)를 뽑자, 수로십칠채의 채주들과 무공이 뛰어난 정예 수적들이 병장기를 뽑고서 복창을 하며 함성을 질렀다.
“피로써 동지들의 혼을 달래자!!! 와아아아아!!!!”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들 역시도 마교주 천여운이 괴물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았다.
총 두목의 명이 떨어졌으니 이렇게라도 두려움을 떨치고 적을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극도신의 후예들이여! 본문의 대계를 위해서 반드시 마교주를 죽여야 한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도공문주가 큰 소리로 자신의 뒤에 있는 열두 명의 문주들과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에게 외쳤다.
그러자 극도육무문의 문도들 역시도 사기 진작을 하려는지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분위기가 제대로 고조되었다.
거의 마교주 천여운이 무림 공적 수준으로 몰리고 있었다.
‘이 기세를 이어야 겠구나.’
남궁경이 서둘러 맹주 이목에게 동참하자는 전음을 보냈다.
[맹주. 기회인 것 같소. 본 맹도 이참에 마교주 저 자를 먼저….앗?]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탓!
전음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무림맹주 이목이 천여운이 있는 단상 위로 경공을 펼쳐 올라섰다.
[맹주! 설마 그와 겨루기라도 하려는…?]설마 일대일로 겨루려는 것인가 싶었는데, 맹주 이목이 마교주 천여운과 가볍게 서로 목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자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의아해 하는 차에 단상 위로 오르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육웅주 화산파의 장문인인 풍청운이었는데, 무림맹주와 사전에 이야기로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섰다.
“갑시다!”
옆에서 들리는 칠웅주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강의 목소리에 남궁경의 눈이 커졌다.
‘!?’
모용강뿐만이 아니라, 다른 웅주들 모두 단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앞서 올라간 풍청운을 비롯해 칠웅주 모용강, 십일웅주 개방의 방주 홍팔우, 십삼웅주 제갈세가주 제갈용이 맹주 이목의 곁에 섰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웅주들이 전부 단상에 올라간 셈이었다.
“이게 대체?”
그런데 그들이 끝이 아니었다.
-우르르르르!
웅주들의 뒤에 서있었던 백사십여 명의 각파의 수장들이 앞으로 걸어가더니, 단상 앞쪽으로 자리하고는 몸을 돌렸다.
‘이건?’
공교롭게도 남아있는 백여명의 각 파의 수장들은 창천회에 가입한 자들이었다,
대치한 형태가 마치 무림맹주 이목을 비롯한 저들이 마교주에게 붙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아니 실제로 서로가 공조한 느낌이었다.
당황한 남궁경이 전음이 아니라 입으로 외쳤다.
“맹주!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오? 설마 극악무도한 마교주와 함께 할 작정이오?”
정도 무림맹과 마교는 동맹을 파기했다.
게다가 불과 반 시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불가침 조약식을 기회 삼아, 마교주를 직접 처단할 각오마저 보였던 맹주였다.
완전히 그를 믿고 있던 남궁경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그때 무림맹주 이목이 입을 열었다.
“남궁 가주! 그대야말로 어찌 역도의 무리들과 함께 하려는 것인가!”
“!?”
천주 남궁경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극도육무문을 가리키며 역도의 무리라고 칭하며 다그치니,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창천회가 정도 무림맹의 뒤에서 암약하기는 했지만 본질이 정의를 추구하다보니,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면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의견이 갈라진 것인가?’
정도 무림맹의 호응을 기다리던 도공문주 이욱은 무림맹주가 뜬금없이 단상 위로 올라가는 모습에 뭔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파악했다.
잠시 그들의 대화를 관망하던 이욱이 무림맹주를 향해 소리쳤다.
“무림맹주! 설마 마교주의 편에 붙는 것이오? 본좌가 알기로는 정도 무림맹은 마교와의 동맹을 파기했다고 들었는데, 너무 파렴치한 것이 아니오?”
난처해하는 천주 남궁경을 돕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여기서 마교주 천여운에게 조력자가 붙는 것은 막아야 했다.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 따위를 줄순 없었다.
‘…….극도육무문의 도움을 받게 되다니.’
천주 남궁경의 인상이 잔뜩 구겨졌다.
멸악을 이념으로 삼는 창천회의 천주로서 수치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여기서 맹주 이목을 다시 되돌리지 않는다면 정파인들의 전력이 반으로 나뉘는 상황이 발생해 버린다.
그때 맹주 이목이 도공문주를 향해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귀 파는 본 맹을 참으로 우습게 보는 구려.”
“그게 무슨?”
“간자를 심어서 서찰을 속인다고 본 맹주가 모를 것 같았소?”
“!?”
맹주 이목에게서 나온 뜻밖의 말에 이번에는 도공문주의 두 눈이 흔들렸다.
놀랍게도 맹주 이목은 연부소의 잘린 팔의 주먹에 숨겨놓은 서찰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무림맹주 이목과 정도 무림맹은 그가 의도한 계획대로 움직였다.
마교와의 동맹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마교인들이 교주를 돕기 위해 북상하는 것마저도 막았기에 확실히 속였다고 판단한 그들이었다.
맹주 이목의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면 확실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그가 입을 열었다.
“본 맹은 근 수백 년 동안이나 마교와 대립해왔소. 그 오랜 세월을 대립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소?”
“?”
“이제 막 무림에 발을 내민 신생문파인 귀 파에서는 본 맹 만큼이나 그들을 잘 알 수 없다는 소리요.”
“잘 알 수 없다고?”
“본 맹주는 지금껏 마교주들과 서찰을 주고받으면서, 그들이 스스로를 마교주라고 칭한 것은 듣도 보도 한 적이 없소이다.”
도공문주 이욱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찰의 내용은 수차례 검토했지만 전혀 하자를 찾기 힘들 만큼 정황에 맞게 꾸며졌다.
‘마교주를 마교주라고 칭한 것이 대체 무슨 문제란 말인가.’
그런데 창천회의 천주 남궁경의 표정은 그러하지 않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처, 천마신교!”
“천마신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마교라는 약칭은 무림인들이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였다.
마교인들은 자신들을 칭할 때 천마신교 내지 신교라고 외부에 소개를 하는데, 그 교주인 천여운이 서찰에 마교주라 약칭할 리가 없었다.
‘이런….!’
그제야 도공문주 이욱 역시도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말았다.
서찰의 첫 도입부에 적었던 그 마교주라는 한 마디 덕분에 들키고만 것이었다.
“하! 고작 그런 것 따위에 들키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냥 넘어갈 법도 한 일이었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눈치 챈 무림맹주 이목의 통찰력이 더욱 황당했다.
-챙!
그런 도공문주 이욱을 향해 맹주 이목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자신의 보도 천하평정도(天下平正刀)를 뽑아, 도 끝을 겨냥하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작 그런 것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이 그대들의 실수지.”
“큭!”
오랫동안 대립해오면 아군보다도 그 적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던가.
그것이 도공문주 이욱이 간과한 치명적인 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