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50)
# 79장 역천마제(逆天魔帝) (3) #
“본 맹주는 정의를 위해 대명제국을 위협하고, 동맹을 이간질하여 신의를 저버리게 하는 극도육무문을 용서할 수 없노라!”
장내를 쩌렁쩌렁 울리는 무림맹주 이목의 정기가 넘치는 외침에 기다렸다는 듯이 네 명의 웅주들과 단상 앞에 있던 각 파의 수장들이 각자의 병장기를 뽑으며 호응했다.
-챙! 챙! 챙!
“우리는 맹주를 따르겠소!”
“역도의 무리들과 함께 할 수 없소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챙! 챙! 챙!
병장기를 뽑은 수장들이 결의가 담긴 눈빛으로 기수식을 취했다.
언제라도 출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에 창천회에 가입한 각 파의 수장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어찌한단 말이오?’
‘허어….아군끼리 싸워야 할 판국이 아닌가.’
불과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방향을 나란히 바라보던 동료들이 어느새 반대편으로 넘어가 서로 대치하게 되어버렸다.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큭!’
설마 같은 정파 내에서 파가 갈릴 줄은 몰랐던 남궁경이었다.
무림맹주 이목에게 까맣게 속아 넘어가버렸다.
‘본 주가 잘못 판단했다.’
그가 알고 있던 무림맹주는 가장 정파다운 인물이었기에 설마 이런 식으로 마교주와 공조하여 뒤통수를 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천주. 이를 어찌할 겁니까?]옆에 있는 음주 사천당문의 부가주 당필순이 난감한 표정으로 전음을 보냈다.
[사기가 저하되고 있습니다.]-웅성웅성!
창천회 소속이기는 했지만 같은 정파인들과 대립하는 상황은 예정에도 없었기에 각 파의 수장들 역시도 혼란스러워보였다.
이 대치가 지속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검을 꽂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의미였다.
‘아아아!’
모든 결정권을 가진 남궁경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미 극도육무문과 임시 동맹을 맺고 마교주를 먼저 죽이기로 하였다.
여기서 동지들과는 싸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입장 표명을 확실하게 해라. 남궁 가주.]흔들리는 남궁경의 귓가로 도공문주 이욱의 전음이 들려왔다.
‘이 자가 일부러 독촉하는 구나.’
의도는 분명했다.
둘로 나뉘게 되어버린 정파인들끼리 서로 분란이 지속되게 만들려는 수작이었다.
이것을 듣게 되자 남궁경은 자신들의 방향을 확실하게 정할 수 있었다.
-챙!
남궁경의 남궁세가의 가주 보검인 제왕검(帝王劍)을 뽑고서 외쳤다.
“뜻을 달리한다고 어찌 정의를 추구하는 동지들과 싸울 수 있단 말인가! 우리의 목적은 오직 저 사악한 마교주 역천마제뿐이다!”
“와아아아아아! 역천마제를 죽여서 정의를 수호하자!!!”
현명한 선택에 난감해하던 창천회 소속의 각 파의 수장들이 함성을 질렀다.
이렇게 공표를 했으니 뜻을 달리하는 맹주 측의 정파인들도 섣불리 자신들을 공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잘도 빠져나갔군.’
도공문주 이욱이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셨다.
그의 독촉에 넘어가서 흔들렸다면 정파인들끼리 서로 대립하는 그림도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포기해야 할 듯 했다.
남궁경의 외침에 맹주 이목 역시도 내심 다행스럽게 여겼다.
‘같은 정파인들끼리의 싸움은 피할 수 있게 되었구나. 그러나…..’
저들이 마교주 천여운과 대립하여 죽게 된다면 이를 탓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씁쓸했다.
서찰의 허점으로 인해 극도육무문의 술책을 눈치 챈 이목은 은밀히 황궁에 있는 천여운과 공조하여 서로의 정보를 교환했다.
‘창천회라….’’
그 덕분에 맹주 이목은 정도 무림맹 내부에 극도육무문의 간자만이 아니라 멸악을 주장하는 극단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창천회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비록 그들이 무림맹 내에서 암약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라 악을 멸하여 창천의 세상을 세우려는 것을 알게 되자 차마 내부 적으로 단정 짓기도 어려워졌다.
‘손속의 자비를 요청하고 싶지만….’
그 동안 들었던 마교주 천여운이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을 상대로 살수를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같았다.
자신들에게 있어서나 아군이었지 창천회는 마교주 천여운에게 있어서 철저한 적이었다.
창천회 측의 정파인들을 바라보던 맹주 이목이 현실로 돌아왔다.
‘후우, 천 교주. 그대와 상의한 대로 했지만 정말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우려의 눈빛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비롯한 정파인들의 삼 할이 마교주에게 붙었지만 창천회뿐만이 아니라 연부소가 이끄는 백원단은 움직이지 않았기에 저쪽의 정파인들은 이백 명이 넘었다.
[어찌 단주님을 포로로 잡은 마교주와 함께 한단 말입니까! 주군의 부친이신 맹주님이라도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승백…..]맹주 이목은 다른 웅주들에게처럼 백원단의 부단주 호양검 승백에게 사전에 마교주와 공조했던 계획을 언질을 했으나,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백원단은 무조건 마교주와 싸울 거라는 결의마저 보였다.
‘여전히 그 차이가 크오. 천 교주.’
그런 맹주 이목의 판단은 정확했다.
정파 내에서도 세력이 나뉘기는 했지만 극도육무문의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그들이 주시하는 것은 창천회의 비장의 수였기 때문이다.
같은 무위의 경지더라도 극도신무를 익힌 자신들이 중원 무림인들보다 훨씬 고강한 무위를 지녔다고 자부하는 그들이었다.
“서찰을 눈치챘다고 득의양양해졌나 본데, 어차피 상관없다. 무림맹주여. 그대와 몇몇 수뇌부들이 마교주에게 붙었다고 전황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이오!”
맹주 이목의 일침에 도공문주 이욱이 도발하기라도 하듯이 말했다.
“길고 짧은 것이라. 과연 그게 쉬울까? 후후후, 그래도 무림맹주 그대에게 감사하도록 하지. 덕분에 마교의 군대가 북상하는 것을 막았…”
-쾅!
그때 큰 굉음 소리가 북쪽에서 울려 퍼졌다.
성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 진원지로 향했다.
“헉! 부, 북문이?”
“안 돼에에에에!”
유일하게 열려있던 진성의 북문이 다른 문들과 마찬가지로 닫혀버린 것이었다.
그 앞에 있던 마교의 무사들이 도르래의 밧줄을 끊은 듯 했다.
“아니. 대체 어쩔 작정으로?”
“천 교주!”
육웅주 풍청운이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그나마 유일하게 희망을 가지고 있던 것은 퇴로인 북문을 등지고 싸운다는 점이었다.
언제든지 도주라도 시도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걸 끊어놓다니?’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무림맹의 사람들 모두가 황당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도공문주 이욱이 닫혀버린 북문을 보면서 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자신들이 먼저 취하려 했던 일계가 북문의 봉쇄였다.
“하하하하핫! 손수 퇴로를 막아 주다니! 천 교주. 본 문의 수고로움을 이렇게 덜어주어서 참으로 고맙소이다.”
어리석음을 비꼬는 말에 천여운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굳이 고마워할 것 없다. 누구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뿐이니까.”
“뭐라? 지금 무슨 헛소리를….!?”
-휙!
그때 이욱이 하던 말을 멈추고서, 놀란 눈으로 다급히 성벽 쪽을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도염문주 노도경 역시도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운 눈으로 성벽으로 쳐다보았다.
‘뭐지? 이 기운들은?’
어느새 성벽 쪽으로 꽤 많은 수의 고수들의 기운이 감지되었다.
바로 그때였다.
-파파파파파팍!
성벽 바깥벽을 밟고서 경공을 펼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 숫자가 굉장히 많았다.
곧 성벽 위로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이럴 수가?”
“전부 마교인?”
놀랍게도 그들은 전부 마교의 무사들이었는데, 하나하나가 절정 이상의 고수들이었다.
포위하듯이 동쪽에서부터 서쪽, 남쪽, 북쪽 등 전 성벽 위를 둘러싸고 있는 마교의 무사들은 얼핏 보아도 거의 삼백여 명에 달하는 숫자였다.
그때 노격진천뢰가 들어있는 목함들의 앞에 서있던 거구의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큰 소리로 호탕하게 외쳤다.
“교주 직속대인 호위전에서 이렇게 늦어서야 되겠나!”
“호, 호위전?”
호위전이라 하면 교주를 지키는 직속대였다.
그렇다는 것은 저 성벽에 있는 고수들은 호위전의 무사들이라는 소리였다.
“너무해요. 교주님이랑 같이 있어놓고 그런 말이 나오나요!”
-파파파팍!
투정부리는 목소리와 함께 성벽에서 다섯 명의 젊은 남녀가 성내로 뛰어 내렸다.
약관에 불과해 보이는 남녀들은 겉보기와 다르게 하나 같이 고절한 무공 실력을 지녔는데, 어느새 천여운이 있는 단상 앞으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서 외쳤다.
“육검단의 이검단주 문규가 교주님을 배알합니다!”
“육검단의 삼검단주 백기가 교주님을 배알합니다!”
“육검단의 사검단주 사마착이 교주님을 배알합니다!”
“육검단의 오검단주 호상화가 교주님을 배알합니다!”
“육검단의 육검단주 채택겸이 교주님을 배알합니다!”
그들은 바로 호위전 육검단의 단주들이었다.
근육질의 거구의 사내가 그들을 향해 씨익 하고 웃더니, 곁으로 다가가 다시 한쪽 무릎을 꿇고서 포권을 취하며 외쳤다.
“호위전 육검단의 일검단주 고왕흘이 다시 한 번 교주님께 인사드립니다!”
거구의 사내는 바로 고왕흘이었다.
천여운의 여섯 검들이 처음으로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파팍!
여섯 육검단주들의 인사가 끝나자, 성벽 위에 있는 오백여 명의 고수들이 한 쪽 무릎을 꿇고서 포권을 취하며 성 내외가 떠나가라 큰 목소리로 외쳤다.
“삼가 미천한 교인들이 대 천마신교의 교주님을 배알합니다!!!”
“크윽!”
“무, 무슨 소리가!”
고막이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었다.
창천회, 사파연맹, 극도육무문의 수뇌부들이 대지를 진동시키는 거대한 외침 소리에 어느새 표정들이 굳어졌다.
그것은 이 외침을 성벽 위에 있는 마교인들만이 외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천주 남궁경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성내 단상 주위에서 오열을 갖추고 있던 이백여 명의 금의위들과 삼천 명의 병사들이 전부 한 쪽 무릎을 꿇고서 마교주 천여운을 향해 포권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스스로를 미천한 교인이라 칭했다.
그 뜻은,
‘말도 안 돼!…….저들 모두가 마교의 병사들이라고?’
이들의 책임자인 북진무사와 서창의 첩형이 도망칠 때, 어째서 같이 가지 않았나 싶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전부 마교의 교인들이었던 것이다.
“!!!”
천여운과 사전에 동조했던 맹주 이목과 무림맹의 웅주들도 전혀 이 사실을 몰랐었기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엄청난 수의 마교의 무사들을 쳐다보았다.
‘황궁 금의위와 병사들로 속이다니?’
‘하! 이래서 황하 이북으로 북상하는 것을 막아도 상관없다고 한 것인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발상이었다.
설마 이 많은 숫자의 마교인들이 전부 관인으로 변장하고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전력에서 훨씬 뒤떨어진다고 걱정했는데, 오히려 반전되어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끝이 아니었다.
‘이 패도적인 검기는?’
‘전율적인 기운이다!’
다른 자들과 달리 도공문주 이욱과 도염문주 노도경의 시선은 여전히 동문 쪽의 성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가 곧 드러났다.
-팟!
이윽고 동문 성벽을 넘고서 거대한 두 자루의 대검을 등에 차고 있는 범상치 않은 중년의 사내가 허공을 계단 밟듯이 성안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허, 허공답보!’
절대로 평범한 고수가 아니었다.
그때 사파 연맹의 십칠채주 중의 한 사람인 부운채의 채주 진오승이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무, 무쌍검!!!”
“히익!”
그 외침에 다른 채주들 역시도 그를 알아보았는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타의 무림인들 중에는 몰라보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황하를 누비는 수적들인 그들은 절대로 그 얼굴을 모를 수가 없었다.
“무쌍검 왕전!”
그는 무림맹주 이목과 더불어 오대고수의 일인인 무쌍검 왕전이었다.
수로삼십채라 하여 만 명에 달하는 수적들로 황하를 지배하던 전성기 시절의 그들을 홀로 삼천 명을 몰살시켜 수로십팔채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네, 네 놈이……어떻게?”
황하패주 갈모잠 역시도 그의 등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욱씬!
검은 안대로 가려진 왼쪽 눈 쪽이 강하게 욱신거리며 통증이 되살아났다.
무쌍검 왕전은 그의 왼눈을 앗아간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그런데 이번 불가침 조약과는 전혀 무관한 무쌍검 왕전이 이곳 통허현의 진성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일까?
‘저 자가 오대고수의 일인인 무쌍검이라고? 어째서 이곳에 나타난 거지?’
의아하기는 극도육무문의 상위 문주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고오오오오!
그때 무쌍검 왕전이 무시무시한 투기를 발산하면서, 성큼성큼 천여운이 있는 단상 앞으로 걸어왔다.
정도 무림맹의 웅주들과 각 파의 수장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바로 그 순간 왕전이 한쪽 무릎을 꿇고서 천여운을 향해 공손히 포권을 취하며 외쳤다.
“왕 모가 주군의 명을 받고 달려왔나이다.”
“!!!”
왕전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말에 마교인들을 제외한 성내의 모든 무림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모두가 자신들의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놀랍게도 오랜 세월 동안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오대고수의 일인인 무쌍검 왕전이 마교주 천여운의 수하가 된 것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남궁경은 어찌나 놀랐는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중원 오대고수 중 두 명이 마교주 천여운 측에 합류한 것이다.
천여운이 놀라하는 극도육무문과 창천회, 그리고 사파 연맹의 무림인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했지. 누구도 도망갈 수 없을 거라고.”
“!!!!”
북문마저 봉쇄한 진정한 이유였다.
그를 어리석다고 비웃었던 도공문주 이욱의 동공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
노격진천뢰의 계책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마교주를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속아서 궁지에 몰린 것은 자신들이었다.
“여기가 네놈들의 무덤이다.”
“마교주……이노오오옴!”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특유의 냉소적인 목소리로 개전(開戰)의 신호탄을 울렸다.
“대 천마신교의 이대 천마 천여운이 명한다. 한 사람도 남김없이 전부 죽여라!”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