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51)
# 80장 천마재림 (1) #
마교주 천여운의 입에서 나온 명령은 이곳 진성에 있는 모든 무림인들을 전율케 만들었다.
역시 그의 목적은 이곳 진성에 있는 자들을 전부 몰살시키는 것이었다.
마교의 영역도 아닌 정파의 영역에서 적들을 한 곳에 몰아넣는다는 발상 자체가 대담하다 못해서 무섭게 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이대 천마?’
반면 다행스럽게도 아군이라 할 수 있는 정도 무림맹의 네 웅주들과 무림맹주 이목의 표정이 묘해졌다.
모두를 죽이라는 명령도 놀랐지만 마교주 천여운이 스스로를 이대 천마라고 거론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천마(天魔).
중원 무림인치고 그 위명을 모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정파 무림에 전설적인 대종사 보리 달마, 장삼봉, 독고구패(獨孤九覇)와 더불어 무림의 사대종사라 불렸다.
마교를 세운 시초이자 무림 역사상 최고이자 최강이라 불렸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보통 마(魔)를 추구하는 자들은 정파인들에 의해서 그 위명이 덮일 만도 했지만 워낙 무(武) 하나만으로도 중원 전체를 진동시켰던 자이기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던 천하제일인자였다.
맹주 이목이나 무림맹의 웅주들은 천여운이 스스로를 천마라 칭한 이유는 자세히 모른다.
익히 알기로는 천마라는 인물은 마(魔)로써 패왕의 길을 걸었던 자였다.
‘허어…..스스로를 천마라 칭했음은 천 교주도 패도를 걷겠다는 것인가? 원시천존. 원시천존.’
그것이 정파를 이끄는 수장들의 귀에는 심상치 않게 들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대 마교주 천여운을 보면 확실히 마교의 개파조사인 천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성내가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며 진격해오는 마교의 무사들을 보면서 창천회를 비롯한 사파 연맹, 극도육무문의 무사들도 이내 병장기를 빼들었다.
-챙! 챙! 챙!
각파의 최고 전력들로 구성된 이 전쟁은 더 이상 수뇌부들만 연결된 대표전이 아니었다.
이 전쟁은 향후 각 세력 간의 균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빌어먹을!”
그가 나타나기 전만 하더라도 복수뿐만이 아니라 마교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있던 황하패주 갈모잠은 어찌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그만큼 무쌍검 왕전은 살아남은 수로십칠채의 수적들에게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부웅! 부웅!
두 개의 거대한 대검을 가볍게 양손으로 휘두르는 모습을 보니, 그때의 일이 절로 떠올랐다.
그것은 말 그대로 학살이었다.
자신과 더불어 수로삼십채 시절 채주들과 부채주들이 반나절 동안 합공을 가해서 겨우 쫓아낼 수 있었다.
자신도 그때보다 한 단계 진일보 했지만 왕전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것을 훨씬 상회했다.
“참으로 마음에 드는 첫 임무로군.”
누군가의 산하로 들어간 것이 생애 처음인 왕전.
내심 천여운의 소환에 어떤 싸움이 벌어질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흡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파 연맹과 정도 무림맹의 감시 때문에 건드릴 수 없었던 남은 수로채의 수괴들을 전부 몰살 시킬 기회가 주어졌으니 말이다.
“일단 머리부터 잡아보실까!”
-탁!
왕전이 거대한 대검으로 투창을 하듯이 자세를 취하더니, 이내 심후한 공력을 실어 그것을 황하패주 갈모잠이 있는 곳을 향해 던지려했다.
“제, 젠장! 역시 본좌부터 노리는 것이냐.”
수하들의 앞에서 뒤로 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갈모잠이 독문병기인 수룡도에 내공을 일으켜 도강(刀罡)을 발산했다.
-우웅!
긴장된 표정으로 대검이 날아오는 순간을 포착하려는데, 왕전의 앞을 누군가가 막아섰다.
‘?’
하얀 백발에 붉은 도집을 등에 매고 있는 뒷모습.
그는 극도육무문의 상위 세 문주 중의 한 사람인 도염문주 노도경이었다.
덕분에 대검을 투검하려던 왕전이 그것을 멈췄다.
“하아……”
내심 잔뜩 긴장했던 갈모잠이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 노도경이 강렬한 기운을 발산하며 무쌍검 왕전에게 말했다.
“약자와 싸우려는 겐가. 강자여.”
약간 떨어져 있었지만 이 말을 들은 갈모잠의 인상이 구겨졌다.
졸지에 약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를 개의치 않는 도염문주 노도경은 뒤로 손짓을 하면서 전음을 보냈다.
[그대들은 본 문과 둘로 나뉜 정도 무림맹 측과 합공하여 단상을 공격하게. 이자는 본좌가 맡을 터이니.]선택권은 없었다.
갈모잠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십칠채주들과 백 명의 수적들을 이끌고, 성내 광장의 단상 쪽을 향해 진격했다.
‘주군이 말한 극도육무문의 수뇌부 중의 한 사람인가?’
왕전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문파의 수장도 아닌 수뇌부라는 자의 무공이 현경의 경지였다.
아직까지 직접 손을 겨루지는 않았지만 첫눈에 그 역량이 자신에게 버금갈 정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노인장 같은 자가 무림에 있을 줄은 몰랐구려.”
“후후후, 본문은 단합을 중요시하는 곳이라 말일세. 당금 중원 오대고수 중 한 사람이라지.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노부의 상대가 될 수 있지.”
오만하게 말은 했지만 그 자격은 충분했다.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눈으로는 허실을 찾고 있었는데, 이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적당한 도발은 필요한 법.
“훌륭한 상대를 원한다면 주군과 겨루는 편이 좋지 않겠소?”
그 말에 도염문주 노도경의 인상이 굳어졌다.
뭐라고 반박을 하고 싶지만 저 괴물 같은 마교주와는 일대일로 겨뤄서 승리할 자신이 없었다.
“입심이 제법 세구만. 하나 마교주에게는 본문에서 따로 준비한 것이 있으니, 자네는 본좌와 승부를!”
-챙!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속도로 발도한 노도경의 새빨간 도가 왕전의 목을 베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만전 상태였던 왕전이 이를 막지 못할 리가 만무했다.
가볍게 대검을 옆으로 치켜들어 도를 막아냈다.
-깡!
‘역시 기습이 통하지 않는군. 중원 오대고수다워.’
-지이이이이잉!
왕전의 대검이 충격으로 떨려왔다.
그래도 신형이 밀려나거나 내상을 입거나 하진 않았다.
‘공력이 보통이 아니구나.’
두 사람의 내공 수위는 거의 백중지세였다.
그렇다는 것은 초식 대결로 승부의 판가름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그럼 제대로 해봅시다. 노인장!”
왕전이 오른손에 있는 대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도염문주 노도경에게 유연하게 검초를 펼쳤다.
-촤촤촤촤촤촤!
거대한 대검을 나뭇가지 휘두르듯이 가볍게 유(柔)의 묘리를 담아, 검초를 펼치는 것이 과연 오대고수다운 검술 실력이었다.
“좋아!”
-타타타탁!
고절한 검술 실력에 흥이 올랐는지, 노도경이 극도신무의 독특한 보법을 펼치며 세 보 이상을 움직이지 않고 가까이에서 검초를 피해냈다.
마치 위험을 즐기듯이 말이다.
‘완벽하게 내 검을 피할 자신이 있단 건가?’
그런 자신감이 없고는 할 수 있는 회피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도염문주 노도경의 선택은 옳았다.
거대한 대검을 다루는 무쌍검 왕전의 검초의 유일한 약점은 거리를 가까이 좁히면 초식의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꽤 위험한 대결이 되겠군.’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전의가 오른 왕전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한편 극도육무문과 창천회는 계획과는 다르게 몰려오는 마교의 무사들을 막느라, 거의 난전(亂戰)이 되어가고 있었다.
교주와 함께 한다는 것 때문인지 마교인들의 사기는 하늘에 치솟았다.
“와아아아아아아!”
-챙챙챙!
천여운 혼자라면 그를 집중적으로 노리면 되었는데, 워낙 마교인들의 숫자가 그들의 배가 되다 보니 이를 헤쳐 나가는 것도 힘들었다.
‘크윽! 아주 작정을 했구나. 마교주!’
창천회의 천주 남궁경이 속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어떻게 정파 영역 한복판에 이 많은 수의 마교인들을 변장시켜서 진입할 생각을 했단 말인가.
대담함을 넘어서 치가 떨릴 정도였다.
‘마교주 저놈에게 모든 총력을 부어야 하는데…! 그 자는 어디로 간 거지?’
난전이 되었지만 여전히 천여운을 가장 먼저 노려야 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수장인 그의 목만 베어도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려면 적어도 현경의 고수들이 일제히 합공을 하는 편이 가장 승률이 높았다.
“비켜랏!”
-촤촤촤촤촤!
“끄악!”
남궁경이 제왕검으로 제왕검결의 검초를 펼치며 달려드는 마교의 무사들을 쓰러뜨렸다.
그러면서 극도육무문의 수뇌부들의 행방을 찾았다.
자신들 역시도 난전 속에 마교의 무사들을 헤치면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수많은 병장기들이 부딪치는 소리 가운데 유달리 수준 높은 도초들이 접전을 벌이는 소리가 그의 귀를 사로잡았다.
“아!”
그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정도 무림맹의 웅주들과 각 파의 수장들이 극도육무문의 문주, 무사들과 부딪쳐서 일전을 벌이고 있었다.
애초부터 정도 무림맹의 목적은 극도육무문이었다.
“맹주…..”
무림맹주 이목은 지금 극도육무문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도공문주 이욱라는 자와 일대일로 자웅을 겨루고 있었다.
개전이 시작되자마자 이목은 처음부터 그를 자신의 적수로 염두 했다.
‘대단하다!’
과연 정파를 대표하는 오대고수의 일인다웠다.
이목이 다루는 세 자루의 이기어도가 교묘할 정도로 초식의 합격술을 만들어내며, 도공문주 이욱을 격렬히 밀어붙이고 있었다.
-채채채채채챙!
‘이기어도로 도초를 만들다니, 과연 오대고수답구나.’
기공술의 대가인 이욱 역시도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파죽지세와 같은 기세로 밀어붙이는 것이 빠르게 승부를 보려고 하는 맹주 이목의 의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본좌를 상대로 그것은 오만이다!’
-채채채채채챙!
도공문주 이욱이 그물 같은 도망(刀網)을 만들어내 이기어도를 막아내는 한편으로 왼손에 진기를 일으키더니, 허공으로 들어올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바닥에 균열이 일어나며, 갈라진 파편들에 공력이 실려, 그것들이 일제히 치솟으며 이목에게 쇄도했다.
-슈슈슈슈슈슉!
“피, 피해랏!”
그들의 근처에서 싸우던 정파 무림맹의 수장들과 극도육무문의 고수들이 놀라서 피해야 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기공술의 정점에 이른 자가 펼치는 이기어탄공술이었다.
‘헛! 파편 하나하나가 탄지신통을 펼친 것이나 다름없구나!’
놀란 맹주 이목이 왼손을 끌어당기자, 합격 초식을 펼치던 이기어도 중에 한 자루가 빠르게 날아와 도막을 만들어내며 파편들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아냈다.
-슉!
-파파파파파팍!
“앗? 파편들이?”
“으악!”
막아내서 튕겨나간 파편들은 근처에 있던 수장들과 극도육무문의 무사들의 몸을 파고들 만큼 말도 안 되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무, 물러나랏!”
“저들의 가까이로 가면 안 돼!”
한참 전투를 벌이던 양 측이 동시에 그들에게 멀어졌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수준 높은 싸움이었다.
‘하! 저것이 오대고수 급의 싸움인가.’
그야 말로 탈인간 급의 대결이라 할 수 있었다.
저런 엄청난 대결을 하고 있는 극도육무문 측의 수장에게 마교주를 합공하라고 독촉하기에 애매하기는 했다.
[천주!]그때 천주 남궁경이 귓가에 음주 만독(萬毒) 당필순의 전음이 들려왔다.
얼마 떨어지지 앞쪽에 당필순이 있었는데, 언제 저까지 파고 들었는지 마교주 천여운이 있는 단상까지 거의 열다섯 보 거리까지 전진해있었다.
[사파 연맹 측이 지금 마교주의 호위전 무사들을 막고 있습니다. 이틈에 마교주를 치겠습니다!]결의가 담겨 있는 목소리였다.
만독 당필순의 말대로 마교의 육검들은 서쪽 방향에서 밀려들어온 황하패주 갈모잠과 십칠채주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잔머리를 굴릴 줄 알았는데 의외구나.’
사파인들의 특성상 불리해지면 수작을 부릴 줄 알았다.
물론 엄밀히 말한다면 도염문주 노도경의 도움을 받고서, 그나마 상대하기 무난한 방향으로 공격을 시도한 것뿐이었다.
[당 부가주! 그대 혼자선 무리네! 시술을 발동하고 해도…] [생사경의 고수를 상대로 이것저것 따질게 어디 있습니까! 지금이 기회입니다. 본가의 비기로 마교주와 동귀어진을 하겠습니다!] [비기?]비기라는 말에 남궁경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통허현으로 오기 전부터 당필순이 누차 이야기했던 당가의 비기를 말하는 듯 했다.
마교의 독마종주인 괴독마장 백오와 더불어 독에 관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만독 당필순이 펼치는 동귀어진의 비기는 익히 들어왔다.
‘만독인술을 펼치려는 것이로구나!’
만독인술(萬毒人術).
독을 익히는 자의 최고 경지를 독인의 경지라 한다.
독인의 경지에 이른 자는 전신에 독기를 뿜어댈 수 있는데, 이것에도 시전자가 견딜 수 있는 한계점이라는 것이 있다.
[제 품속에 무형지독이 있습니다.] [허어! 결국 그것을 챙겨왔단 말이오?] [……딱 한 병 남아있는 것입니다.]무형지독(無形之毒)은 당가에서 만든 최고의 독으로 이것은 중원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형태도 없고 향도 맛도 느낄 수 없는 이 독은 한 번 중독된 즉시 아무리 초절정의 고수조차 일 각을 넘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정도로 지독한 위력을 지녔다.
‘역시 전부 폐기한 것이 아니구나.’
위력을 둘째치고 무색무취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서 정도 무림맹 내에서도 절대로 쓰지 말기를 회의로 결정한 금지된 독이었다.
공식이 워낙 복잡해서 비법서로 전해지는데, 이것을 무형지독과 함께 전부 웅주들이 보는 앞에서 폐기하게 했는데 역시나 그 잔재가 남아있었다.
[이런 날을 위해서 남겨놓은 마지막 병입니다. 목숨을 걸고 마교주를 죽이고 저승으로 가져갈 터이니, 천주께서는 부디 눈을 감아주십시오.]남궁경이 단상 위에 있는 마교주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그는 독특한 진법으로 합공을 펼치는 극도육무문의 일곱 화경의 고수들과 겨루고 있었다.
칠성극도진(七星極刀鎭).
그것이 극도육무문에서 준비한 비장의 수였는데, 의외로 천여운을 상대로 꽤나 잘버티고 있었다.
‘아! 지금이 기회인가.’
천여운의 정신이 팔려있을 때, 당가의 비기를 쓴다면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알겠소이다.]천주 남궁경이 결국 그의 동귀어진을 허락했다.
그의 말대로 생사경의 고수를 죽이기 위해서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만독인술에 무형지독이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확실히 그 정도라면 대라신선이라도 죽일 수 있을 만큼 최후의 비기라 할만 했다.
그만큼 독이라는 것은 무림에서도 일종의 반칙이나 다름없었다.
대인살상 능력만큼은 오대고수급이라 불리면서도 괴독마장 백오나 만독 당필순이 무림에 무인으로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번에 이 한 몸 불살라 마교주를 죽이고 창천의 하늘을 만드리라! 그렇게 된다면 당가의 위명이 중원을 울리겠지!’
단상까지 열 보 거리까지 진입한 당필순의 얼굴에 비장함이 넘쳤다.
앞으로 다가갈수록 가장 난전이 심했다.
마교뿐만이 아니라 여러 세력들이 뒤엉켜서 싸우고 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틈을 노려서 계속 앞으로 이동했다.
‘단상까지 아홉 보.’
“크악!”
-챙챙챙!
‘단상까지 여덟 보.’
당필순의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서 앞으로 전진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력의 소모를 줄이고 자신을 노리는 적들만 배제했다.
그 결과 단상까지 다섯 보가 남았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마지막 비기를 쓸 수 있는 사정거리가 완성되었다.
이를 숨죽이고서 지켜보는 천주 남궁경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물들었다.
-달칵! 꿀꺽꿀꺽!
당필순이 품속에 있던 무형지독의 옥병을 따서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하면 안 될 행동이지만 독인의 경지에 이른 그는 체내에서 독을 융합시킬 수 있다.
‘크윽! 지독하구나. 만독을 받아들였는데도 오장육부가 들끓는 것 같다.’
과연 당가의 모든 역사와 기술이 응집된 최강의 독이라 할 만 했다.
이 독까지 체내에 융합해서 당가 최후의 비기인 만독인술을 펼친다면 아무리 생사경의 고수라도 단번에 녹아내릴 것이다.
“흐아아아아압!”
-파아아아아아아!
무형지독을 기존의 독과 융합시킨 당필순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지독한 독기가 풍겨지며 온몸에 흐물흐물 거리는 보랏빛 갑주가 생겨나 전신을 둘러쌌다.
-치이이이익!
“끄아아악! 도, 독이닷!”
“도, 독인!!!”
당필순에게 생겨난 갑작스러운 변화에 그를 막아서던 마교인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자를 단상 위로 내보낼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당필순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마교인들의 앞으로 검강들이 쇄도했다.
-촤촤촤촤촥!
당필순이 뒤를 흘깃 바라보니 천주 남궁경의 제왕검으로 탄검강을 날려, 그를 가로막으려는 마교인들을 견제 하고서 길을 터준 것이었다.
[어서 가시오! 영웅이 되시게!]‘천주!’
남궁경의 전음에 감격한 당필순이 속에서부터 전의가 울컥 치솟았는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단상 위의 마교주 천여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꼭 성공하겠소!’
-파스스스스!
비기 만독인술을 펼치는 그의 보랏빛 갑주는 닿는 족족히 모든 것을 녹아내릴 만큼 엄청난 독기를 발산했다.
이를 강제로 막는다고 해도 반경 십 장(丈)까지 독기의 폭발이 일어난다.
“헛?”
“설마 이건 독인?”
“물러나랏!”
-팟!
이를 발견한 천여운을 칠성극도진(七星極刀鎭)으로 합공하던 극도육무문의 일곱 문주들도 다급히 물러섰다.
이때 당필순은 확신할 수 있었다.
마교주 천여운은 이 자리에서 자신과 함께 죽게 된다.
그리고 그는 정파 무림을 공헌한 영웅으로 평생 만인의 가슴속에 남게 될 것이다.
“마교주여 정의를 위해서 본좌와 함께 저승으로 가…!?”
자고 소리를 치던 당필순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불과 천여운까지 거리 두 보 앞에서 그의 신형이 공중에 멈춰서 있었다.
-둥둥!
“이, 이게 대체?”
천여운이 가볍게 손바닥을 내밀어, 막는 시늉을 하고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말로 이룰 수 없을 만큼 굉장히 민망한 느낌이다.
‘비, 빌어먹을!’
이런 상황은 생각하지 못했다.
설마 신형을 날리는 상대를 허공섭물로 공중에서 붙잡으리라고는 누가 예측하겠는가.
공력에서 너무 격차가 심했다.
‘괴물 같은 놈! 직접 터뜨리면 된다!’
당황해 하던 당필순이 안되겠다 싶어 자체적으로 폭발을 시도하려는데,
“자폭이라도 하려는 건가? 그런데 독은 이미 많이 겪어봐서 말이야. 저승에는 혼자 가라.”
“뭣?”
-쩌저저저적!
바로 그 순간 그의 몸이 차가운 한기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자, 잠깐 이건 반칙이….”
-쩌적!
뭐라고 말을 전부 끝내기도 전에 당필순의 몸은 거대한 얼음덩어리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얼어붙자 천여운이 허공에 떠있는 얼음덩어리를 손으로 밀어내는 시늉을 하자, 그것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진성 바깥으로 넘어가버렸다.
-슈우우우욱! 쿵! 콰아아앙!
진성 바깥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폭발음이 들려왔다.
어찌나 어이가 없었는지, 천주 남궁경이 할 말을 잃고서 진성 바깥에서 뭉실거리며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았다.
‘미친!……이걸 이런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