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55)
# 80장 천마재림 (5) #
도공문주 이욱의 판단은 정확했다.
아무리 생사경의 고수라고 한들, 인간의 껍데기를 하고 있는 이상, 지닐 수 있는 내공에는 한계가 있다.
당연히 생사경의 고수라고 해도 내공을 전부 소진하면 약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확실히 승기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단지 그가 몰랐던 두 가지 사실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내공이다. 그렇게 탄강기를 난사하고도 내공이 이만큼이나 남았단 말인가?’
도공문주 이욱이 막연하게 추측한 생사경에 오른 고수의 내공 보유양은 전 단계인 현경의 경지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내공의 보유량이 그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천여운이 이기어탄검강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정확하게 이 각 정도였다.
물론 이것뿐이었다면 충분히 기회를 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공이 다하는 순간을 노린다면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나?”
‘이, 이놈이! 내공이 소진된 척 속였단 말인가?’
그것을 듣는 순간 절호의 계획이라며 이것을 짰던 도공문주 이욱은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이 없게도 천여운은 내공이 다한 것처럼 속여, 일부러 공격을 유도한 것이었다.
‘아니! 이런 상황을 이용하다니?’
‘대, 대체 어찌된 놈이란 말인가?’
설마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노림수마저 계산해서 속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보다 훨씬 더 먼 곳을 바라본 셈이었다.
그저 무위만 강한 자보다 두려운 것이 지략마저 갖춘 자였다.
어쩌면 최근에 들어 대계가 번번이 실패하는 원인이 어쩌면 단 한사람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놈은 너무 위험하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 그들의 머릿속에 동시에 스쳐지나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것을 인지했다고 한들, 이미 검은 불꽃과 검은 냉기를 발산하는 진기의 무형검이 세 문주들을 덮치고 있었다.
-화르르륵
-쩌저저적!
하필이면 허공에서 절초를 펼치는 바람에 중도에 피할 방도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전설의 무형검과 대적해야만 했다.
‘큭! 별 수 없구나. 그렇다고 해도!’
위력 면에서 차이는 보일 수밖에 없겠지만, 자신들에게는 중원 모든 무공을 능가한다고 자부하는 극도신무(極刀神武)가 있었다.
오대고수인 무림맹주 이목조차 초식 대결에서는 밀려서 근접전을 피하지 않았던가.
“하압!”
천여운의 발밑 쪽을 노린 도광문주 자운강은 극도신무의 절초 중의 하나인 회룡승천(回龍昇天)을 펼쳤다.
정면을 노린 도염문주 노도경이 극도신무의 제 일초식인 도극지정(刀極知情)을 펼쳤고, 그 뒤를 노린 도공문주 이욱은 극도신무의 제 오초식인 극쾌살도(極快殺刀)를 펼쳤다.
-촤촤촤촤촤촤촥!
“어, 엄청난 도초다!”
“저런 도초들이 존재했다니?”
이를 지켜보는 무림인들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할 만큼 대단한 초식들이었다.
도로써 천하제일이라는 칭호를 얻은 극도신의 도법이다.
극도육무문 내에서도 극도신무의 정수를 제대로 익힌 자들은 수장인 도주와 상위 육문주뿐이었다.
그들의 손에서 펼쳐지는 초식의 위력은 여느 문주들이 펼치는 초식들과는 그 위력을 비교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설마 양손으로 다른 초식을 펼치는 것인가?’
절초를 펼치는 세 문주들의 두 눈이 커졌다.
놀랍게도 천여운의 왼손에 있는 흑빙도와 오른손의 흑염검이 전혀 다른 초식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왼손의 흑빙도가 펼치는 초식은 그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
천여운의 손에서 펼쳐지는 극도신무의 초식은 제 이 초식, 도극제형(刀極制形)이다.
평생을 익혀온 무공인데 못 알아볼 리가 만무했다.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이놈이 극도신무를?’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외인(外人)인 마교주 천여운이 극도신무를 펼치니 말이다.
그것도 그들 이상으로 초식의 정밀하다.
놀라하는 세 사람에게 천여운이 펼치는 우검좌도의 초식이 쇄도해왔다.
“큭!”
-차차차차차차차창!
네 명의 절대고수들이 펼치는 절세초식들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이 순간만큼은 진성 내의 모두가 숨을 죽이고서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생사경의 고수 대 세 명의 현경의 고수.
어디서 값을 치르고도 볼 수 없는 초인들의 대결이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었다.
과연 승부는 어떻게 될까?
‘이, 이게 대체!’
그런데 네 사람의 초식이 부딪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극도육무문의 세 상위 문주들의 안색이 질려가고 있었다.
초식을 펼치는데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흑빙도에 초식을 부딪친 도광문주 자운강이 펼치는 도초가 궤적을 그리는 그대로 얼어붙는 것이 아닌가.
-쩌저저적!
‘무슨 한기가 이리?’
초식이 휘두르는 방향으로 얼어붙을 만큼 지독한 한기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도공문주 이욱과 도염문주 노도경은 천여운이 휘두르는 검초의 궤적을 따라오는 엄청난 열기의 흑염(黑炎)에 탈 것만 같았다.
‘이게 정녕 검초란 말인가?’
도염문주 노도경 역시도 열양의 진기를 이용해 도초에 불꽃을 만들어냈는데, 이 흑염에 비하면 장난 수준에 불과했다.
-채채채채채채챙!
비록 천여운의 함정에 빠지긴 했지만 세 명이나 되는 현경의 고수가 합공했기에 어느 정도 동등한 승부가 이뤄질 것이라 예측했던 세 상위 문주들이었다.
그러나 부딪친 결과는 생사경의 고수와 현경의 고수가 가진 간극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었다.
그들이 신형이 허공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전에 승부에 변화가 생겨났다.
“피하게!”
도공문주 이욱이 다급한 목소리로 도광문주 자운강에게 외쳤다.
지독한 한기로 인해 자운강의 신형이 둔해진 틈을 타 어느새 천여운의 흑빙도가 그를 일도양단하려 들었다.
“헛!”
당황한 자운강이 재빨리 신형을 왼쪽으로 뒤틀었지만 이미 늦었다.
천여운의 흑빙도가 그의 오른쪽 어깨를 파고들었다.
-푹!
“쿨럭!”
자운강의 입에서 선혈이 터져 나왔다.
한기가 어깨를 파고들자 베인 부위가 잘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
머릿속으로는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고 여겼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쩌저저저적!
“끄아아아아아아악!”
도광문주 자운강의 입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깨를 파고든 흑빙도가 어느새 그의 상반신을 시원하게 반으로 갈라버린 것이다.
반으로 갈라진 그가 힘을 잃고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파스스스슥!
놀라운 것은 바닥에 떨어진 자운강의 몸은 그새 얼어붙어서 바닥에 떨어지면서 얼음조각처럼 깨져버렸다.
‘크윽! 이놈은 정녕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도공문주 이욱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세 명이서도 균형이 맞지 않던 것이 한 명이 죽음으로 이탈했으니, 당연히 견딜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아래쪽이 비었군.”
“뭣?”
-푸욱! 치이이이익!
“으헉!”
도염문주의 노도경의 왼쪽 허벅지로 흑염검이 꽂혔다.
검이 꽂힌 곳에 검은 불꽃이 파고들면서 그 부위가 매캐한 연기와 함께 타들어갔다.
‘화기를 몰아낼 수가 없어.’
내공을 끌어올려 허벅지로 집중했지만 화기를 몰아내기는커녕, 타들어가는 고통을 완화시키는 것이 한계였다.
‘무리다. 이 괴물은 우리가 상대할 수 없어. 오직 도주만이 이놈을 죽일 수 있다.’
타들어가는 고통에 도염문주 노도경은 어떤 식으로든 이곳에서는 절대로 마교주 천여운을 죽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겨루다 죽는 것은 개죽음이었다.
적어도 남은 전력만이라도 살려서 본문으로 보내야만 했다.
어차피 한 쪽 다리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신은 이곳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번에 실패를 겪었으니 다음번에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겠지.’
도염문주 노도경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도공문주 이욱을 바라보았다.
세수가 일흔을 넘긴 그가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는가.
본문의 대계를 위해서라도 젊은 자들을 살리고 죽을 수 있다면 절대로 헛된 죽음은 아니라고 여겼다.
노도경이 도공문주 이욱을 향해 입을 벙긋거렸다.
허벅지를 찔린 바람에 당황해서 그를 보고 있던 이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도망가게?’
그가 희생을 자처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욱이 안 된다고 외치려고 하는데, 노도경이 결의에 가득 찬 눈빛으로 천여운을 향해 몸을 던졌다.
마침 그들의 신형이 성내 바닥으로 떨어진 순간이었다.
-쾅!
도염문주 노도경이 쥐고 있던 붉은 보도를 두 손으로 쥐고서 지면을 향해 내리찍었다.
그 순간 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패도적인 도세가 여덟 갈래로 갈라지면서 천여운을 향해서 쇄도했다.
-촤촤촤촤촤촤촤촤!
극도신무 제 칠초식 팔선도경(八僊刀競)이다.
여덟 갈래로 뻗어나간 잔상이 일순간에 폭발적인 역량의 패도적인 도세를 만들어내며 천여운을 뒤덮었다.
워낙 가까이에서 벌어졌지만 천여운은 이 초식의 유일한 허점을 알고 있었다.
‘도초의 중심부.’
그곳을 공격하면 단숨에 초식이 파훼된다.
단순한 약점이었지만 이 패도적인 여덟 도세의 한 가운데를 파고들 만큼의 대담한 배짱을 가진 이들이 없었다.
-슉!
천여운이 단숨에 여덟 갈래로 뻗어나가는 팔선도경의 패도적인 도세의 중심부를 향해 과감하게 흑염검을 찔러왔다.
‘역시 극도신무를 알고 있구나.’
그런 천여운의 대담한 일검에 노도경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초식을 잘 알지 않고는 팔선도경의 유일한 약점을 알 수가 없는데, 정확하게 그 부위를 노려왔다.
-푹!
“크헉!”
천여운의 검이 절묘하게 중심부에 있는 노도경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심장이 꿰뚫렸으니 당연히 절명해야 할 노도경이 갑자기 그를 더욱 끌어당겨서 끌어안았다.
-불끈불끈!
어느새 역혈대라신공을 펼쳤는지 노도경의 상반신이 찢어지고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선혈을 토해내면서도 노도경은 있는 힘을 다해 천여운을 압박했다.
“역시 예상대로 움직여줬구나!”
“?”
“극도신무를 알고 있으니, 당연히 그 약점인 중심부로 뛰어들 줄 알고 있었다.”
팔선도경은 다름 아닌 도염문주 노도경의 함정이었다.
애초에 죽음을 각오한 그는 그가 자신을 향해 근접하게 만들도록 유도한 것이다.
모험 삼아 초식을 펼치는 도중에 역혈대라신공을 펼쳤기에 흑염검이 완전히 그의 심장을 관통하지 않았다.
노도경이 사자후를 터뜨리듯이 성내가 떠나가라 소리쳤다.
“산개해서 도망쳐랏!!!”
짧은 외침.
그것은 이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알아듣기에 충분했다.
살아남아있던 사파연맹, 창천회, 극도육무문의 마흔 명 채도 되지 않는 고수들이 일제히 뒤도 돌아보아보지 않고 진성의 사방으로 산개했다.
“잡아랏!”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당연히 이 외침을 같이 들은 마교인들이나 정도 무림맹의 고수들이 그들이 도주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성벽으로 오르려는 가로막고서 탈출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천공섬광의 초식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삼대 세력 내에서도 손을 꼽는 실력자들인 만큼 그 반항이 보통아 아니었다.
게다가,
“이놈들 팔이 잘렸는데도?”
“고통을 정말 못 느끼는 건가?”
창천회의 극무지체 시술자들은 몸이 베이든 말든 무조건 성벽을 기어올랐다.
이미 전쟁에서 졌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숫자가 적다보니 제압될 수밖에 없었다.
“앗!”
대호법 마라겸, 무쌍검 왕전이 동시에 동쪽 성벽으로 도주를 시도하는 도공문주 이욱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를 제지하려는 순간에 역혈대라신공을 펼친 화경의 경지인 극도육무문의 문주들과 살아남은 문도들이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막히고 말았다.
“도공문주께 손을 대게 할 것 같으냐!”
“우리를 뚫고 지나가야 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오대고수에 명왕 마라겸이라 해도 역혈대라신공을 펼쳐서 공력이 폭증한 화경의 고수들을 단번에 제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죽을 각오로 덤벼, 단 한 사람을 탈출시키려 하고 있었다.
‘이런 저 자는 놓치면 안 되는데!’
그 사이에 도공문주 이욱은 이미 성벽을 뛰어넘고 있었다.
동료와 수하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만들어준 기회를 쉽게 저버릴 남자가 아니었다.
-울룩불룩!
상체 근육이 고왕흘보다도 훨씬 비대해져서 천여운을 껴안고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는 도염문주 노도경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부들부들!
“으으으으!”
역혈대라신공을 펼쳐서 근육이 인간의 한계치에 이르게 된 그였다.
당연히 힘으로는 일반적인 무인들의 범주를 훨씬 벗어났다고 자부하는데, 그의 양팔이 근육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이, 이게 대체 무슨 힘이란 말인가.’
말이 되지 않았다.
현경의 경지에 오른 자신이 펼친 역혈대라신공의 괴력을 순수한 완력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내공이야 생사경의 경지에 올랐기에 당연히 능가한다고 치지만 이건 아니었다.
일개 인간이 어떻게 이런 완력마저 지닐 수 있단 말인가.
‘어차피 최대한 끌었다.’
다른 사람은 탈출하지 못하더라도 상위 문주인 도공문주 한 사람만 도주에 성공한다면 이 희생은 제 값을 치른 것이었다.
-부들부들!
양팔의 근육이 찢겨나가서 피가 흘러내렸다.
더 이상 힘으로 묶어둘 수 있는데 한계가 있었다.
“마교주, 이 괴물 같은 자여! 노부와 함께 저승으로 가자꾸나!”
-파르르르! 투둑! 투둑!
노도경의 몸이 떨리면 전신의 핏줄이 울룩불룩 올라왔다.
역혈대라신공의 대법 중에 스스로의 내공을 폭주시켜 상대와 자폭하는 비술이 있다.
내공이 깊을수록 그 위력은 배로 커지는데, 현경의 경지인데다가 역혈대라신공으로 폭증한 공력으로 인해 그 폭발은 누구도 버티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아무리 네놈 같은 괴물이라고 해도 이번 만큼은 절대로 살아남지…”
“다른 녀석들도 다 그렇게 말하더군.”
“뭐?”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치치치치치치치치치칙!
“끄가가가가가가가가가!”
천여운의 몸에서 엄청난 전격이 일어나며 도염문주 노도경을 감전시켰다.
몸이 전격으로 경직되는 순간 천여운의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가면서, 그렇게 버텨왔던 노도경의 양팔이 찢겨져나갔다.
-찌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악!”
양팔이 떨어져 나간 노도경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 * *
동료와 수하들의 희생으로 진성을 벗어난 도공문주 이욱은 벌써 동쪽으로 삼 리(里) 가까이 멀어져 있었다.
전력을 다해서 도망쳤기 때문에 벌써 이 정도 거리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의 시야에서도 성이 주먹에 가려질 만큼 작게 변해 있었다.
‘크윽!’
도망가는 이욱의 눈빛은 수치심으로 가득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를 도주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대계를 짜야만 했다.
-으득!
얼마나 분했는지 갈고 있는 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번 일로 확실해졌다.
그들이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이 말이다.
마교주 천여운을 죽이지 않는다면 모든 대계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의 승리를 즐겨라. 마교주여.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가진 것이 많은 자는 약점이 많은 법이다.’
직접 겨루지 않더라도 그를 압박할 방법은 넘친다.
가령 그의 소중한 존재들을 전부 납치한다면, 아무리 냉정한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미친 듯이 도망가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본좌가 다시 돌아온다면 마교주 네놈과 마교는 무림에서 사라…’
-푹!
“크헉”
가슴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에 도공문주 이욱이 흔들리는 눈으로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치이이이!
타는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매캐한 연기.
놀랍게도 흑색 불꽃의 검이 그의 가슴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었다.
“이, 이건…..”
마교주 천여운이 펼치는 무형검인 흑염검이었다.
도공문주 이욱이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서 진성을 바라보았다.
거의 손가락 마디만큼 작아져 있는 성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 거리를……”
삼 리를 훌쩍 넘긴 거리였다.
날려 보낸 건 둘째 치고 이 엄청난 거리에서 정확하게 맞춘 것이었다.
그 말은 단순히 투창 식으로 무형검을 던진 것이 아니라 이기어술을 펼쳤다는 말인데,
“이…..이기어무형검이라고? 하! 마교주…..네 놈은…정녕 인간이….쿨럭!”
안색이 하얗게 질린 도공문주 이욱이 피를 한 움큼 토해내더니, 이내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