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57)
# 81장 오대고수 등극 (2) #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했던가.
‘이런…..’
맹주 이목을 비롯한 정도 무림맹의 웅주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천여운의 손에 붙잡혀 있는 남궁경을 보면서 그들 중에 누구도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억지 논리를 영리하게 받아친 셈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이 자는 내가 데려가겠다.”
-꽈악!
아무도 반박을 하지 못하자, 천여운은 머리통을 움켜잡고 있던 남궁경의 신변을 뒤에 있던 교인들에게 넘기려 했다.
사색이 된 남궁경이 맹주 이목을 바라보며 악을 쓰며 소리쳤다.
“매, 맹주! 이렇게 보고만 있을 참이오! 본 가주가 넘어가면…”
“시끄럽군.”
-타타타타탁!
“흡! 읍읍읍!”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혈도를 제압했다.
혈도가 제압되어 내공마저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전음조차 보낼 수 없는 남궁경은 미친 듯이 신음성만 토해냈다.
보다 못한 화산파의 장문인 풍청운이 나서서 말했다.
“원시천존. 원시천존. 천 교주. 동맹의 예우가 있는데, 부디 남궁 가주를 본 맹에 넘겨줄 수 없겠소이까? 그 역시도 엄밀히 본 맹의 수뇌부요.”
풍천운은 이곳에 있는 웅주들 중에 유일하게 천여운과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나름 교분이 있다고 생각한 그도 웬만하면 나서지 않으려고 했지만, 마교 측에 남궁경을 넘기는 것은 다소 위태롭다고 여겼다.
그런 풍청운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은 남궁경을 그대로 넘겼다.
당황한 풍청운이 그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정녕 이럴 것이오?”
이에 천여운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풍 장문인. 그대라면 목숨을 노린 적을 놓아줄 수 있겠소?”
“그, 그건…..”
창천회에 소속된 정도 무림맹의 수장들과 창천회의 간부인 천주 남궁경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천여운과 마교인을 공격해왔다.
풍청운이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자, 천여운이 웅주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맹의 예우니 듣기 좋은 소리는 전부 빼고 말하지. 남궁 가주가 동료라고 보호하려 드는 것이냐? 아니면!”
-우웅!
천여운이 손을 뻗자, 진성에 널브러진 시신들 중에 하나가 날아왔다.
머리가 잘려있는 시술자의 시신이었다.
통각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단전이 파괴되거나, 머리가 잘려야만 전투력을 상실하는 탈 인간적인 존재들이다.
“이 기술이 본 교에 들어갈 까봐 두려운 것이냐?”
“그, 그건….”
“처음부터 남궁 가주를 보호하고 싶었다면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그를 설득해서 동맹을 굳건히 했어야 하지 않나?”
“……….”
정곡을 찌르는 말에 웅주들은 어떠한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천여운의 말대로 내부를 좀먹고 있는 강경파라 할 수 있는 남궁경을 보호하려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극무지체의 시술법.
고통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탈 인간으로 이루어진 병단을 만들 수 있는 이 시술법을 마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물론 덤으로 그것을 정파에서 쓰일 수 있다면 이보다 금상첨화는 없었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때, 맹주 이목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천 교주. 솔직히 말하겠소. 진성 내에 있는 모든 영웅분들께서 보았겠지만 그 기술은 너무 위험하오. 그대의 말대로 본 맹에서는 그 기술이 귀교에 들어가 악용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소.”
정도의 수장답게 맹주 이목은 서슴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솔직하게 밝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런 악용될 문제가 있기에 마교 측에서 천주 남궁경을 데려가는 것은 그런 의도가 아니냐고 추궁하는 것이었다.
‘아!’
맹주 이목의 의도를 알아차린 제갈세가주 제갈용과 개방의 방주 홍팔우가 속으로 좋은 방법이라 여겼다.
확실히 이런 식으로 대놓고 말한다면 마교주가 데려갈 수 있는 명분을 없앨 수 있었다.
영악한 제갈용이 이를 돕기 위해 거들었다.
“그렇소. 맹주님의 말대로 본 맹에서는 그런 악용을 우려하는 것이오. 천 교주가 정말로 그런 의도가 없다면 무림의 은원대로 오히려 남궁 가주를 처단해야 맞지. 포로로 데려가는 것은 본 맹으로서는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지 않소?”
‘오오오!’
맹주의 추궁에 더해서 화룡점정을 찍는 제갈용의 말에 이를 지켜보던 웅주들과 각 파의 수장들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로써 마교주 천여운은 천주 남궁경을 데려갈 명분을 잃었다.
여기서 포로로 데려가겠다고 억지를 부린다면 그런 의도가 있다고 자백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마교주 이번만큼은 그대라도 양보해야 할 것이오.’
‘중원 무림의 영웅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스스로 악의를 가졌음을 밝힐 수 있을까?’
무엇을 택하든 무림맹에는 득이었다.
남궁경을 포기하면 그들이 이 극무지체의 시술법을 얻게 되는 것이고, 그를 억지로 데려가려 한다면 마교에서 위험한 기술을 악용하려 한다고 더욱 밀어붙일 수 있다.
고민이 될 거라 여겼다.
잠시 말이 없던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그대라고 해도 답이 없겠지.’
그 모습에 제갈용은 자신의 계획이 먹혔음을 확신하고 입술을 실룩였다.
그때 천여운이 그런 그에게 말했다.
“그 말에 일리가 있군.”
뜻밖에도 완전히 인정하는 말에 천여운의 주변에 있던 육검들조차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명분 때문에 남궁경을 포기하려는 모양이었다.
‘됐다!’
천여운이 한 발 물러서서 양보한다고 여긴 제갈용은 더는 무례하게 밀어붙이면 그의 심기가 불편해질 거라 여겨 부드럽게 말했다.
“역시 천 교주께서는 천하의 영웅답소. 본 맹에서도 천 교주께서 그런 악의를 가지지 않았음을 알고 있소이다.”
일부러 그를 치켜세워 주었다.
괜히 심기가 뒤틀려서 그가 무력을 들고 나오면 이 자리에서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서 무림맹의 수장들에게 일러서 남궁경을 인수받으라고 하려 했다.
“자청 문주. 남궁 가주를 데려와 줄 수….”
“잠깐.”
“……왜 그러는 것인지?”
갑자기 천여운이 그것을 제지하자 불안해진 제갈용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나 그 짧은 새에 마음이 바뀔 리는 없었지만 생사경의 고수라는 압도적인 무력이 괜히 떨리게 만들었다.
“이건 확실히 해두지.”
“무엇을 말이오?”
“창천회에 아직 한 명의 간부와 그들의 수장인 회주가 있다.”
“그것이야 그때 천 교주께서 본 맹에 정보를 보내주지 않았소이까?”
천여운은 그들이 알지 못하는 창천회의 간부들에 대한 정보를 보내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도 무림맹에서는 이번 조약식이 있기 전까지 창천회에 가입한 문파들을 추적하여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유독 그 두 사람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창천회의 흑막인 회주와 남은 단 한 사람의 간부 양주(陽主).
하지만 천주인 남궁경이 유일하게 회주를 알고 있다고 했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아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들을 꼭 잡아라.”
‘아!’
천여운의 그 말에 괜한 우려임을 깨달은 제갈용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확실히 마교에서 탄생한 새로운 영웅답게 훌륭한 배포를 가진 듯 했다.
제갈용이 굳은 결의가 담긴 목소리로 답했다.
“당연하오! 천 교주가 본 맹을 믿어줬으니 당연히 그리해야 하지 않겠소. 믿어주시오.”
“다행이군. 만약에 그들을 잡지 못하고 무림맹이 휘둘린다거나 본 교에 위협을 가하게 된다면 절대로 용서치 않겠다.”
“!?”
방금 전까지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 되려나 싶었던 제갈용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뭔가 부탁이라기보다는 위협, 혹은 협박에 가까운 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던 제갈용은 특별히 악의를 담고 한 말이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답변했다.
“크흠흠. 알겠소이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좋다. 그럼 데려가라.”
그 말에 제갈용이 찝찝한 얼굴로 오도문의 자청문주에게 부탁했다.
“그를 데려와주시오. 자청 문주.”
“아, 알겠습니다. 십삼웅주.”
그렇게 자청 문주가 눈치를 보면서 혈도가 점해진 남궁경을 데리러가려 하는데,
-푹!
“크흡!”
-주르륵!
남궁경의 부릅뜬 두 눈에 진한 피가 흘러내려 시야를 붉게 가렸다.
놀랍게도 그의 넓은 이마가 검기로 꿰뚫리고 만 것이었다.
-부들부들!
몸을 심하게 떨던 남궁경의 고개가 이윽고 밑으로 내려갔다.
‘!!!’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져서 죽은 남궁경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제갈용을 비롯한 무림맹의 웅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오! 남궁 가주를 넘겨주기로 하지 않았소!”
제갈용이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소리쳤다.
방금 전까지 포로를 넘긴다고 협의까지 해놓고 죽이다니 이건 아니었다.
이에 천여운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살려서 준다고 얘기한 기억은 없는데.”
“뭐, 뭐요?”
어찌나 당당하게 말하는지 제갈용이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역시!’
허봉과 육검들의 입 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주군인 천여운이 절대로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을 곱게 넘겨줄 리가 만무했다.
반면 맹주 이목은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강하게 항의했다.
“천 교주. 지금 농을 할 상황이 아니지 않소. 지금 이것은 본 맹을 능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능욕?”
“그러지 않고서 넘겨주기로 한 남궁 가주를 어찌 죽일 수 있단 말이오!”
이목이 손가락으로 숨을 거둔 남궁경을 가리켰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온갖 수를 강구하던 자의 죽음치고 허무했다.
천여운이 노기가 가득한 맹주 이목을 향해 말했다.
“귀 맹의 제갈웅주가 말한 대로 했는데 어째서 항의를 하는 것이지?”
“그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포로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무림의 은원대로 남궁 가주를 처단해야 맞다고 하지 않았나?”
‘뭣!?’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제갈용을 바라보았다.
제갈용은 그런 천여운의 말에 어이가 없어했다.
분명 그의 입으로 그런 말을 했지만 그것은 천여운을 명분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 했던 소리였다.
그런데 그 말을 빌미삼아 남궁 가주를 죽였다는 말이 아닌가.
“아, 아니. 천 교주. 아까 전에 했던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지…”
-고오오오오!
“헛!”
갑작스럽게 발산되는 강렬한 살기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정도 무림맹의 사람들이 일순간 경직되고 말았다.
칼날을 목에 대는 듯한 살기에 마치 사선에 서있는 느낌마저 받았다.
제갈용이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을 뗐다.
“명….왕!”
살기를 내뿜고 있는 자는 천여운의 왼쪽에 서있는 독특한 문양의 가면을 쓰고 있는 대호법 마라겸이었다.
명성에 걸맞을 만큼 죽음을 몰고 올 것만 같은 사내였다.
마라겸이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제갈 가주. 지금 그대의 눈앞에 있는 분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오?”
“어찌 이런….”
“설마 본교의 교주님을 상대로 허언이라도 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오? 그런 것이라면 본인이 용서치 않을 것이외다!”
마라겸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는 언제라도 출수할 기세였다.
현경의 고수가 내뿜는 살기에 질려버린 제갈용은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웅성웅성!
‘아! 언제?’
어느새 주변에는 마교의 수많은 교인들이 모여들어 둘러싸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자신들의 교주를 모욕한 것이냐고 항의를 하는 듯한 눈빛이다.
천여운이 당혹스러워하는 무림맹의 웅주들에게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그대들도 내부에 처리해야 할 적이었다면 시신으로 넘겨받아도 상관없지 않나? 그대들이 그렇게 우려하는 창천회의 시술이 무림맹 내부에서 악용될 일도 없고 말이야.”
‘아닛? 차, 창천회의 시술을 노리는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 말에 웅주들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당연히 시술법은 필요없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이 개량된 시술법을 개발한 신의가 마교에 있으니 말이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교에 창천회의 시술법을 빼앗기지 않았다고 쾌재를 불렀는데, 상황이 완전히 반전이 되어버렸다.
‘하! 어쩌다 이렇게…..’
제갈용은 그제야 자신이 꾀를 부리다가 당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마교주 천여운은 시술법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
‘큭! 그들을 잡지 못하고 휘둘리거나 마교에 위협을 가하게 된다면 용서치 않겠다는 것이 이런 의미였나.’
마교주 천여운의 진정한 목적은 창천회의 배후에 있는 자들이었다.
그런데 되려 잔머리를 굴린 덕분에 남궁경을 잃은 것도 모자라, 무림맹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창천회의 회주와 간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마교에서 그들을 간섭하거나, 침공할 좋은 명분까지 쥐어 준 셈이었다.
‘….당했다!’
-으득!
분을 이기지 못한 제갈용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으으으! 마교주우우우!!!’
무력으로 어찌 할 수 없다고 잔머리를 굴린 것이 어리석은 실책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결과였다.
덕분에 제갈용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정파의 수장들은 뚜렷하게 각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당금의 마교주인가.’
그 행보에 거침이 없었다.
기존에 그들이 알고 있던 마교와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받아들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