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60)
# 82장 북쪽에서 온 손님 (2) #
개봉 마교 지부.
대명제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은 개봉 마교 지부의 부지는 마도관에 버금갈 정도로 넓었다.
마교의 본단인 십만대산의 성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라고 할 수 있었다.
지부의 대연무장에 사백여 명이나 되는 호위전의 무사들이 훈련복을 입고서, 단상 위에 있는 누군가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육검단의 두 단주인 백기와 채택겸이었다.
-파파파팍!
두 사람은 무기가 없이 적수공권으로 대결을 펼치고 있었는데, 기존의 박투술이나 혹은 장법, 권법, 각법 류의 무공과는 달랐다.
통상의 무공이 식(式)의 연계를 통해 초식(招式)을 이루는 것과 다르게 백기와 채택겸의 보여주는 동작들은 한 식 자체가 상대의 요혈을 노리는 일격의 기술들이었다.
-파팍!
백기가 허공에서 연달아 회전을 하면서 발차기를 하는 것을 채택겸이 바닥을 통통 뛰는 독특한 보법으로 피해내더니, 그의 발차기를 두 손으로 잡아챘다.
“앗!”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백기의 다리를 잡는 순간 뱀이 먹잇감을 조르듯이 자신의 양 다리를 꼬아서, 그가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다리 관절이 꺾일 정도로 구속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호위전의 무사들의 입에서 저마다 탄성이 흘러나왔다.
“우와!”
“백기 단주의 발차기를 저런 식으로 제압하다니?”
채택겸은 뛰어난 고수였지만 육검단에서 가장 아랫 서열이다.
그런데 서열 삼위인 백기의 발차기를 쾌속한 관절기로 제압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칫.’
그런 호위단 무사들의 반응에 빈정이 상했는지, 백기가 관절이 꺾인 상태에서 두 팔에 공력을 모아 등허리를 비틀며 두 다리를 벌리고서 풍차처럼 회전시켰다.
“우엇!”
-부우우웅! 팍!
덕분에 양다리를 꼬아서 밀착하고 있던 채택겸이 회전력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나가고 말았다.
물론 여기서 이를 악물고 억지로 다리를 부러뜨릴 수 있었지만, 그 전에 백기가 다리에 강기(罡氣)를 일으킨다면 서로 부상을 입고 말 것이다.
“우왓! 그걸 빠져나왔어!”
“바닥에서 어떻게 저런 초식을 쓸 수 있는 거지?”
얼핏보면 바닥을 뒹굴며 회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순간에 하나의 태풍처럼 기세가 돌변했다.
공력이 실린 두 다리의 회전에 날카로운 풍압은 다가가기조차 힘들어보였다.
통상의 무공과는 완전히 다른 독특한 초식이었다.
‘나노, 어때?’
[카포에라(Capoeira)의 윈드밀(wind mill)에 실린 에너지의 분배가 적절합니다. 더욱 강한 에너지를 응집한 강기(罡氣)를 발산한다면 살상력이 두 배 이상 높아질 겁니다]대결을 참관하고 있던 천여운의 물음에 나노가 답변했다.
지금 육검단주인 백기와 채택겸이 보이는 무공들은 나노가 미래의 무술들인 복싱, 태권도, 주짓수, 카포에라에 운기법과 초식의 투로를 대입하여 만든 무공들이었다.
기존 중원의 무공들은 초식을 파악하고 있으면 그에 대한 파훼법이 쉽게 이뤄질 수 있으나, 미래의 무술들을 대입한 이 무공들은 한 식, 한 식이 철저히 상대의 인체를 파괴시키기 위한 일격들로 이루어져서 위험한 살상 무공으로 탄생했다.
‘제대로 익힐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완벽하게 익혔군.’
천여운의 눈빛에 흡족함이 묻어났다.
물론 개개인의 편차는 있었다.
채택겸은 주로 두 손을 이용하는 복싱이나 주짓수에 좀 더 특화가 되었고, 각법의 달인인 백기는 태권도와 카포에라 등에 더욱 치중했다.
각자에게 맞는 기술을 더욱 잘 소화시킨 것이었다.
‘이 정도 완성도라면 백병전에서 훌륭히 쓰일 수 있겠어.’
교주로 취임하면서 시작된 현대 무술의 무공화 작업이 드디어 빛을 발할 만큼 완성도를 갖췄다.
시험 삼아 마도관의 전 선임교두였던 현 호위전의 수장 호진창과 이 두 사람에게 전수했는데, 몇 달 새에 훌륭하게 체득했다.
-팍!
비무를 마친 백기와 채택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에게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이 대결을 지켜본 호위전의 무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단상 석좌에 앉아있는 천여운의 옆에 서있던 호위전 수장 호진창이 앞으로 걸어와, 큰 목소리로 호위전의 무사들에게 외쳤다.
“잘 보았나? 이것이 교주님께서 만드신 새롭게 본교의 기본 무공이 될 합종투술이다.”
“와아아아아아아!!!”
합종투술(合綜鬪術).
천여운은 완성된 무공이 여러 미래 무술들의 정수를 모아서 만들었다고 하여 합종투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것을 처음 접하게 된 호진창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교주님께서 이런 무공을 만드셨다고요?]고작 약관에 불과한 천여운이 기존의 무공들과는 전혀 다른 인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깃든 무공을 창안했다는 것에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오오! 진정 대종사의 길에 드셨군요! 교주님의 존재가 본교의 홍복입니다!] [………]워낙 격하게 기뻐해서 마음이 불편할 정도였다.
엄밀히 말하면 천여운의 안에 있는 나노가 분석하여 만든 무공이었으니 말이다.
“오늘부터 본 호위전주가 예전처럼 무공 교두가 되어 귀관들에게 합종투술을 전수할 것이다. 교주님께 누가 되지 않게 완벽히 익히도록 하라!”
“충!!!”
대연무장 전체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호위전 무사들의 사기 넘치는 외침에 천여운이 입 꼬리가 올라갔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금 십만대산의 마교 내에는 신의 감로수를 비롯한 마의 백종우가 불기린의 피를 분석하여 안정된 영약으로 변환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사전에 나노가 성분을 분석한 정보도 넘겼기에 그것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머지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전력을 갖추는 그 날이 말이다.
한편 대연무장의 바깥쪽에서 이것을 지켜보는 두 명의 여인들이 있었다.
두 여인들은 중원을 통틀어 손에 꼽는 절세미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웃는 눈매가 아름다운 푸른 무복을 입은 여인은 바로 문규였다.
그런데 늘 웃는 얼굴인 문규가 약간은 볼이 부풀어 올라서, 옆에 서있는 여인을 의식하고 있었다.
천여운처럼 새하얀 얼굴에 긴 은발의 청초함을 지닌 그녀는 왕여군이다.
왕여군의 시선은 단상 위의 석좌에 군왕처럼 위엄 있는 모습으로 앉아있는 교주 천여운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두 볼에 홍조가 오른 모습에 문규가 두 볼이 더욱 부풀어 올랐다.
‘히잉.’
불만스러울 만도 했다.
닷새 전에 개봉의 마교 지부에 도착한 왕여군이다.
중요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좌호법 이화명과 함께 왔다는 그녀는 닷새 째 은근히 교주의 곁을 맴돌고 있었다.
자신의 입으로 왕여군까지는 허락한다고 했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이럴수록 대범해야지!’
질투 같은 것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았다.
문규가 그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다.
“흠흠! 왕 소저, 아직 몸도 안 좋다고 들었는데, 그만 구경하고 들어가서 쉬는 것이 어떤 가요?”
천여운 덕분에 구음절맥에서 벗어난 왕여군은 목숨을 구제 받았지만, 원래의 진기가 아닌 천여운의 양기가 채워지면서 내기가 불안정한 상태였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운기조식을 취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이를 핑계로 하는 소리였다.
그런 문규의 말에 왕여군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아니에요. 문 소저. 저는 괜찮아요. 이렇게 바람이라도 쐬면서 교주님을 뵈고 있으니까 좋네요. 혹시 피곤하신 것이면 제 걱정은 하지 말고 들어가세요.”
‘으아아아!’
그녀의 대답에 문규의 두 볼이 다시 부풀어 올랐다.
왠지 도리어 한 방 먹은 느낌이다.
‘담대해져야 해. 담대….담대…담대…담대……에잇! 몰라!’
도저히 담대해질 수가 없었다.
깨어난 태상교주 천유종의 소식을 전하러 왔다고 한 그녀는 이를 핑계로 계속 천여운에게 들러붙어서 친해지려고 애를 썼다.
‘좌호법이랑 같이 돌아가면 되지. 괜히 남아가지고. 쳇쳇.’
태상교주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천여운은 이곳 지부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서 본교로 복귀한다고 좌호법 이화명을 먼저 보냈다.
그런데 왕여군은 천여운과 함께 마교로 복귀하겠다고 남은 것이었다.
‘히잉.’
불이 잔뜩 부풀어 오른 그녀를 슬며시 쳐다보며 왕여군이 속으로 미안해했다.
‘문 소저, 미안해요. 저도 교주님의 얼굴 보기가 너무 힘드니, 이렇게라도 해야 저분의 마음에 들지요.’
마도관 시절부터 감정 교류가 있었던 문규와 다르게 구음절맥으로 연결된 왕여군은 그와의 접점이 많지 않다보니, 좀 더 알아갈 기회를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교주인 천여운이 마교에 있기는커녕 중원을 외유하며 들어오지 않다보니, 이런 식으로 밖에 기회가 나지 않았다.
‘교주님이랑 잘 되면 언니로 잘 모실게요. 그때까지만 흠흠.’
서로가 미묘한 경쟁을 하던 차에 누군가 대연무장 외곽으로 다급히 들어왔다.
-타타타타탁!
“허봉?”
문규가 놀라서 그를 불렀다.
그런데 얼마나 급한 일이었는지, 허봉이 그녀의 부름에도 답하지 않고서 곧장 연무장의 단상에 있는 천여운에게로 경공을 펼쳐서 다가갔다.
‘무슨 일인데 저러지?’
의아하던 차에 허봉이 뭔가를 아뢰자, 천여운이 놀란 눈으로 석좌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무슨 큰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 * *
천여운은 허봉의 뒤를 따라서 외당 객당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객당에 그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그의 손에는 허봉이 가지고 온 옥패가 쥐어져 있었는데, 그것에는 태상교주 천인지라 새겨져 있었다.
교주의 직인이 찍혀 있는 이 신분패는 가짜가 아니었다.
나노에게 시켜서 분석하게 했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주패와 동일한 성분의 옥으로 만든 물건이었다.
‘사라진 조부님의 신분패라니.’
이십여 년 전 중추절에 행방불명되었던 천인지였다.
아무런 일언반구의 말도 없이 사라져서, 그를 찾기 위해 중원 전역에 있는 교인들이 동원되었지만 끝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그 신변을 알고 있는 자가 나타난 것이다.
“교주님. 만에 하나의 경우도 대비하셔야 합니다. 옥패가 진짜이긴 하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옆에서 같이 이동하고 있는 대호법 마라겸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마라겸은 유일하게 사라지기 전의 천인지를 보았다.
그런 그에게조차 자신이 어째서 마교를 떠나는지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조심성이 많은 태상교주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자신의 신분패를 맡겨서 보냈다는 사실이 그 자를 쉽게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일단 보면 알게 되겠지요.”
어찌된 영문인지는 직접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동쪽 편에 있는 객당의 호실로 들어가자, 고왕흘과 호상화가 얼굴이 흉터투성이인 청년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여 그를 구류한 듯 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일어나 포권을 취하자, 흉터투성이의 청년의 두 눈에 이채가 띠었다.
‘이 사람이 마교주라고?’
척 보기에도 자신보다도 훨씬 어렸다.
중원으로 내려오면서 엄청난 신위에 대한 소문을 접했을 때는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가진 무인의 자태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눈매가 날카롭고 분위기가 오묘하기는 했지만 무공을 익힌 흔적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저 명문세가의 공자처럼 보였다.
‘혹시 나를 떠보기 위해서 그런 것인가?’
일순간 의심이 들었지만 그 옆에 서있는 가면의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심상치가 않았다.
겉보기만 봐도 엄청난 무(武)의 향기를 풍겼다.
‘아! 이 자가 명왕이로구나.’
명왕 마라겸에 대한 명성은 예전부터 풍문으로 들어왔다.
마교의 대호법이라고 들었는데, 그가 붙어있다는 것은 마교주가 틀림없었다.
그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하려 하는데, 마교주 천여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대가 이 물건을 가지고 온 자인가.”
천여운이 전 태상교주의 신분패를 보이며 물었다.
“그, 그렇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고왕흘이 그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한 일파의 수장을 뵈었는데, 계속 멀뚱히 앉아서 신분조차 밝히지 않을 생각이오.”
지부에 오는 내내, 교주를 직접 뵐 때까지는 아무 것도 밝힐 수가 없다고 고집을 부린 청년이었다.
강제로 입을 열게 만들까 하다가, 워낙 중요한 사안인 듯 하여 혈도를 제압해 내공을 금제한 뒤에 일단은 데려왔지만 그 점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탁!
그제야 흉터의 청년이 다급히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처, 천마신교의 교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북해빙궁의 사신으로 온 단백현이라고 합니다.”
“북해….빙궁?”
청년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정체에 객실 내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놀랍게도 그는 중원 무림인이 아니라, 세외 삼대 세력 중 하나인 차가운 북쪽 대지의 패권을 쥐고 있는 북해빙궁(北海氷宮)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