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68)
# 85장 북해빙궁(北海氷宮) (1) #
북쪽으로 대평원을 벗어나 올라가면 세외라 불리는 지역에 이른다.
흔히 북쪽 세외 지역은 사시사철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지로 여기지만, 울창한 침엽수림의 산과 초원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중원과는 비교하기 힘들만큼 사시사철이 춥다.
멀리서 보이는 산봉우리마다 눈이 듬성듬성 녹지 않은 상태인 것 만 봐도 알 수 있다.
워낙 추운 기온으로 종종 눈이 내리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북쪽 오지에 숨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호수가 있다.
호수의 이름은 바이칼(Baikal)호.
일반적인 호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크기의 호수가 대륙 한복판에 자리하면서 이곳의 정착민들은 이 호수를 여러 명칭으로 불렀다.
성스러운 바다.
차가운 대지의 푸른 눈.
여러 명칭이 있었지만 중원무림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북해빙궁의 성역이다.
광활한 호수.
그 안에는 거대한 섬이 자리하고 있다.
호수의 규모도 굉장히 거대했지만, 이 섬의 전체면적이 약 백팔십억 평에 육박할 만큼 그 광활함을 자랑한다.
단순한 섬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한 일대의 지역과도 같았다.
섬은 낮은 산과 들판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동남쪽에 자리한 산봉우리들 사이에 요새처럼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궁전이 있다.
무림맹의 본단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화려한 건물의 외관.
붉은 기와에 쌓여서 녹지 않은 하얀 눈은 마치 궁전을 눈으로 빚은 성처럼 보이게 했다.
사람들은 이 궁전을 북해빙궁(北海氷宮)이라 불렀다.
보는 것만으로는 아름다움과 고요함이 같이 묻어나는데, 이러한 북해빙궁에 미묘한 떨림이 있었다.
-쿠르르르르!
거대한 궁전뿐만이 아니라 담벼락까지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떨림의 진원지는 북해빙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그 진동이 심해져갔다.
-쿠구구구구구!
진동이 심해져가는 북쪽 부근으로 갈수록 풀은 커녕 황량한 땅이 펼쳐졌다.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흙을 쌓아서 만든 것 같은 단단한 민둥산으로 이루어진 장소가 있다.
이곳은 섬에서 유일하게 어떠한 생명체조차 보기 힘든 곳이었다.
사뭇 죽음만이 자리할 것 같은 느낌마저 풍겨왔다.
민둥산들 사이에 둘러싼 곳에 가장 높은 민둥산이 있었는데, 연일 이어지는 강한 진동으로 온통 균열이 일어난 이 산의 아래쪽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의 입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깊숙했다.
좁은 통로를 따라 그 안으로 한참을 들어가면 동굴 안에는 바닥부터 전체가 새파란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대하면서 광활한 공동이 있다.
이 얼음으로 만든 것만 같은 돌들은 빙장석(氷障石)이라 불리는 것으로 차가워질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성질을 가졌다.
-화르르륵!
공동 내는 수많은 횃불들로 환했다.
일렁이는 횃불들로 밝혀진 공동에는 근 오백 명에 이르는 하얀 털옷의 무사들이 바닥에 두 손을 갖다 대고서 차가운 한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쩌저저저적!
그들이 발산하는 한기가 빙장석에 스며들면서 그 강도가 겨우 유지되고 있었다.
하얀 털옷을 입은 이 무사들은 북해빙궁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빙장석이 부서지지 않도록 한기를 주입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쉬지 못했는지 얼굴이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조금만 힘내라! 곧 교대조가 온다. 그때까지 한기를 유지해야 한다!”
“추, 충!!!”
북해빙궁의 무사들이 지친 목소리로 외쳤다.
이런 그들을 북돋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짧은 은발의 중년인이 있었는데, 북해빙궁의 이 장로인 오무방이었다.
-주륵!
오무방의 얼굴이 땀으로 가득하다.
그 또한 바닥에 두 손바닥을 갖다 붙이고 있었는데, 근 세 시진이 넘도록 한기를 주입시키고 있느라 탈진할 지경이었다.
-쿠르르르르르!
빙장석 동굴 전체가 흔들거렸다.
갈수록 진동이 심해져갔는데, 한기를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는데도 빙장석에 균열이 갈만큼 점점 심해져갔다.
빙장석 바닥에 손바닥을 대고 있는 오무방의 얼굴이 심상치가 않았다.
손바닥을 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봉해져 있는 빙장석을 뚫고서 올라오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그 괴물의 공포스러운 고동이 말이다.
-오싹!
고동을 느낄 때마다 소름끼칠 만큼 두려워졌다.
‘더 이상은 무리다.’
봉인이 풀려난 용귀는 갈수록 그 힘과 영력이 강해져가는데, 자신들은 점차 지쳐만 갔다.
삼교대로 빙장석에 한기를 주입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그러던 차였다.
-우르르!
동굴의 출구 쪽에서 오백 명의 교대조가 도착했다.
그들을 이끌고 온 것은 오 장로 설이정이었는데, 운기조식을 해서 내기만 회복하고서 온 것이나 마찬가지로 피곤해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이 장로. 교대하러 왔소이다.”
그런 오 장로 설이정에게 이 장로 오무방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소.”
“…..이곳으로 오면서 느꼈소. 진동이 궁전에까지 느껴질 만큼 더욱 강해진 것을.”
“큭! 이런 식으로 이 괴물을 가둬두고 근근이 버티는 것보다, 차라리 본 궁의 모든 전력을 다해서 용귀와 싸워보는 편이 나을 것 같소.”
불평하는 이 장로 오무방의 말에 동의하는지, 오 장로 설이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들을 보면 알겠지만 모두가 지쳐있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차라리 목숨을 걸고 싸우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자들이 속출했다.
“조금만 참으시게. 무림맹의 파병단만 합류하면 싸우기 싫더라도 이 괴물 놈과 생사를 다퉈야 할 터이니 말일세.”
“하! 그놈의 이방인! 이방인!”
“이 장로. 궁인들이 듣고 있는데, 너무 그리…”
“내 말이 틀렸소이까! 대체 그놈의 이방인이라는 작자들이 언제 도착할지 알고 궁인들에게 계속 희생을 강요…응?”
-타타타타탁!
화가 끝까지 찬 이 장로 오무방의 불평이 끝나기도 동굴의 출구 쪽에서 누군가 급히 달려오더니, 공동에 있는 모든 궁인들이 들을 수 있도록 외쳤다.
“무, 무림맹의 파병단이 도착했습니다!!!”
그 외침에 두 장로가 두 눈이 커져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불만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차에 드디어 무림맹의 파병단이 도착한 것이다.
오무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었다.
“파병단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들은 지금…..”
* * *
섬의 남동쪽 방향의 부둣가.
바이칼 호의 규모는 호수라고 부르는 것이 우스울 만큼 강이나 바다처럼 광활하다.
그러다보니 이곳 섬으로 들어오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남동쪽 부근에서 선박을 이용해서 건너거나, 혹은 호수를 빙 둘러서 북서쪽에서 짧은 거리를 나룻배로 건너는 방법인데 후자는 시간이 너무 소요되기 때문에 차라리 한 번에 배로 건너는 편이 나았다.
부둣가에는 수많은 북해빙궁의 궁인들이 몰려와 있었다.
정도 무림맹의 파병단이 호수를 건너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급히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
부둣가에서 그냥 쳐다보면 호수 저 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근처의 높은 언덕에 자리한 망루 위로 화려한 문양이 그려진 회색 장포를 걸치고 있는 은발의 중년인과 연로해 보이는 백미의 노인이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북해빙궁의 궁주 대리인 단주천과 일 장로인 설영귀였다.
“저기 보이는 군요. 궁주님. 슬슬 한계였는데 다행입니다.”
그렇게 기다렸던 정도 무림맹의 파병단이었다.
“아직 그리 부르지 마시오. 일 장로.”
“지나친 겸양도 좋지 않습니다.”
그런 설영귀의 말에 궁주 대리 단주천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미 북해빙궁의 팔 할 이상을 장악했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를 궁주 대리가 아닌 궁주라고도 부르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광활한 호수의 한가운데에 수십 척의 선박이 보였다.
반 시진이면 호수를 가로질러 도착할 것이다.
“저 선박에 단 공자가 없기를 바라야 겠군요.”
일 장로 설영귀의 말에 웃고 있던 단주천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비록 가는 길은 달라졌지만 한 때는 직접 빙백신공을 전수하며 무공을 가르쳤던 조카였다.
“…..소궁주에 대한 말은 더 이상 삼가게.”
“노부의 말이 불쾌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어차피 그가 없어야 더욱 자연스럽게 공께서 남은 궁인들을 규합시킬 수 있습니다. 차라리 마교인들이 처리해주었다면 더욱 다행일 것 같습니다.”
소궁주가 마교에 원군을 청하려 한다는 단주성의 은밀한 보고에 장로들 모두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아무런 득도 되지 않는 일에 중원 무림에서도 그 악명 높은 마인들이 과연 그의 요청을 들어주겠는가.
살아 돌아온다면 용할 일이었다.
“허어!”
언성이 올라가는 단주천을 바라보며 설영귀가 강하게 말했다.
“공께서도 직접 가르쳤으니 알지 않습니까? 전 궁주께서 재능도 없는 단 공자를 끝까지 소궁주로 내세우지만 않았어도 이런 사달도 없었을 것입니다.”
일 장로 설영귀를 비롯한 장로들의 대부분이 반대했던 일이었다.
북해빙궁 역시도 철저한 실력주의다.
그런 곳에서 단지 현 궁주의 장자라는 이유만으로 빙백신공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한 자가 소궁주가 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
“본 궁의 신물을 찾으면 상황이 바뀔 거라 착각한 전 궁주의….응?”
한참 이야기를 하던 설영귀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궁주 대리 단주천이 호수의 저 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 때문이었다.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화경의 고수인 자신과 다르게 북쪽 세외의 고수들 중 정점에 서있는 절대고수 단주천의 시야에는 호수의 건너편도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것으로 들었다.
“공?”
일 장로 설영귀의 부름에 단주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예상이 완전히 벗어난 것 같소.”
“네?”
“뭐라 적혀 있는지 보이진 않지만 저 검은 깃발……그들인 것 같소.”
“그게 무슨?”
궁주 대리 단주천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교!”
‘!?’
그 말에 설영귀의 표정이 일순간에 굳어져 버렸다.
* * *
-철썩! 철썩!
바이칼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는 수십 척의 선박.
그 중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선박에는 정도 무림맹 파병단의 수뇌부들이 타고 있었다.
투명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광활한 호수의 정경에 모두가 용귀에 대해서 잊은 채,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절경이었다.
추운 날씨만 아니라면 무릉도원에라도 온 기분이었다.
한참을 감탄하면서 절경을 바라보던 제갈소희가 잠시 고민하다가, 선박의 머리 위에서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섬을 바라보는 사령관 강소아에게 다가갔다.
“강 단주.”
그런 그녀의 물음에 강소아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앞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한결 같이 차가운 태도로 일관하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제갈소희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강 단주. 이곳까지 오면서 파병단의 무사들이 제대로 쉬지 못했으니, 북해빙궁에 도착한다면 궁주 대리에게 부탁하여 상황이 급박하지 않다면 하루라도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게 어떨까요?”
한 시가 급하다는 북해빙궁의 사신 단주성 덕분에 파병단은 쉼 없이 북상했다.
지친 말이 숨을 돌리고 요기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파병단의 무사들 전체가 많이 지쳐있었다.
보름이 넘게 이동해야 하는 거리를 고작 열흘 만에 도착할 정도면 굉장히 무리한 것이기도 했다.
“강 공자?”
재차 부르는 제갈소희의 말에 강소아가 차갑게 답변했다.
“그것은 사령관인 제가 알아서 결정합니다. 군사로 온 것이 아니니, 당신의 임무인 진법에나 신경 쓰십시오.”
‘아……’
이에 그녀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칠 웅주인 모용세가주 모용강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편이 나을 뻔 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지간히 연부소와 관련된 모든 것을 싫어하는 강소아였다.
‘내가 싫은 것은 둘째 치고 어째서 이렇게 무리한 행군을 강행하는지 모르겠구나. 전력이 지친 상태라면 파병에도 지장이 생길 터인데.’
당연히 한시가 급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대흉족을 만난 이후부터 강소아는 파병단의 진군을 더욱 서둘렀다.
하루에 세 차례만 장시간 달리게 했던 말들을 다섯 차례로 늘릴 만큼 말이다.
덕분에 지쳐서 죽은 말만 서른 필이 넘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그것은 강소아가 최근 들어서 느끼는 특유의 직감 때문이었다.
그는 다른 이들보다도 감이 유독 좋았는데, 대흉족과 교섭했던 그날 밤부터 이상하리만큼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확신할 수 없는 이 본능이 그를 더욱 서두르게 만들었다.
“휴, 할 수 없군요. 단주의 뜻대로 하세요.”
그 동안 참아왔던 제갈소희도 많이 화가 났는지, 그 말을 하고서 선박의 선실 안에 들어가 잠깐이라도 눈을 부치려 했다.
그러던 때였다.
-웅성웅성!
선박의 뒤편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이 있는 선박이 아니라, 뒤에서 쫓아오는 선박들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무언가 일이 생겼나 보오. 제갈 군사.”
선실에 쉬고 있던 모용강이 나와서 그녀에게 말했다.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에 제갈소희를 비롯한 모든 수뇌부들이 배의 꼬리 쪽으로 이동했다.
수십 척의 선박들이 일정 거리로 붙어서 이동했기 때문에 뒤쪽이 가려져 있었는데, 그 선박들에서 소란스러운 외침들이 들려왔다.
‘뭐지?’
강소아도 의아한 표정이 되어 선박들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집중했다.
선박에 타고 있는 파병단의 무사들이 뭔가에 놀라서 외치는 것 같았는데,
“저기야!”
“마….말도 안 돼!”
“무, 물 위를 달려오고 있어.”
“이, 이 거리에서 저게 가능한 일이야?”
선박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외침들은 하나 같이 누군가 물 위를 달려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선박을 띄어서 출항한 지가 일 각 가까이 되어서 뭍에서 한참을 떨어졌다.
거의 중반까지 왔는데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황보세가의 가주인 황보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모용강에게 말했다.
“물 위를 달린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이에 모용강이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드, 등평도수?”
등평도수(登萍渡水).
경공의 경지에 오른 최고수가 수면을 밟고 달리는 경신술이다.
허공답보만큼은 아니더라도 높은 수준의 경공을 요하는 기술로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라면 짧은 거리의 물 위를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광활한 호수 위를 가로지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등평도수라니? 이 넓은 호수 위에서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소.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엇?”
황보능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불평을 하다 그것을 멈췄다.
그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세, 세상에!”
그뿐만이 아니라 선박의 뒤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란 나머지 입을 쩌억 벌리고서 같은 곳을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선박들 사이의 호수 위를 엄청난 속도로 가로질러 달려오는 인영이 보였다.
-파! 파! 팡!
그 자가 밟은 수면 위가 파문을 일으키며 선박들로 인해 출렁이던 물이 가라앉았다.
그야말로 전율적인 경공 실력이었다.
‘얼마나 내공이 심후하면 저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모두가 경악스러워 하는데 그 인영이 물 위를 박차고 뛰어오르더니, 어느새 그들이 타고 있는 선박의 뒤편에 가볍게 올라섰다.
-탁!
“헉!”
“저, 적습이다!”
-챙! 챙!
선박 위에 있던 단주들과 파병단의 무사들이 화들짝 놀라서 병장기를 뽑았다.
그때 모용강을 비롯한 제갈소희가 동시에 소리쳤다.
“처, 천 교주!”
긴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고 있는 새하얀 얼굴의 사내.
그는 바로 마교주 천여운이었다.
모두가 경악스러워 하는데 천여운이 선박에 있는 자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훑어보더니, 특유의 냉소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누가 강소아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소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