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72)
# 86장 무너져 내리는 빙궁 (2) #
-쿠르르르르!
강한 진동과 함께 찾아온 건물의 붕괴.
그것은 북해빙궁의 객당 건물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건물에 벌어졌다.
단세석으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무너질 일은 없다고 여겼지만 그것은 실제로 일어났다.
-쩌저저저저적!
붉은 기와에 하얀 눈이 쌓여 있는 거대한 북해빙궁의 본단 건물 벽에 균열이 생겨났다.
벽면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건물이 휘청거렸다.
“지, 지진이다!”
“탈출해야 해!”
여기저기서 외침 소리가 터져 나오며 건물 안에 있던 궁인들이 뛰쳐나왔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본단의 꼭대기 층에 있던 궁주 대리 단주천을 비롯한 장로들도 전부 무너져 내리는 빙궁의 건물에서 탈출을 감행했다.
-쾅!
건물 벽을 부서뜨린 단주천이 밑으로 뛰어내렸다.
꼭대기 층이었길 망정이었지 건물의 한 중간에 있었다면 탈출하기 힘들 뻔했다.
-탁!
“어, 어찌 이런 일이….”
궁주 집무실에서 같이 뛰어내려 옆에 안착한 일 장로 설영귀가 사방에서 무너져 내리는 빙궁의 건물들을 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놀라기는 단주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망연자실한 눈으로 벽이 갈라져서 기울고 있는 본단 건물을 바라보았다.
‘겨우…..겨우 나의 자리를 찾는가 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빙궁이 생겨난 역사 이래, 지금까지는 없었던 재앙이었다.
본단을 바라보던 단주천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으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로 사방에서 아비규환이 비명이 튀어나왔다.
탈출에 성공한 사람이 있듯이 무너져 내리는 건물에 깔려서 죽은 이들도 속출했다.
튼튼하게 짓는다고 단장석을 썼던 것이 자충수가 되어버렸다.
목재로만 지었다면 어지간히 운이 나쁜 경우가 아니라면 무공을 쓰는 이들이라면 탈출하기 쉬웠겠지만 단장석은 그러지 못했다.
-쿠르르르르!
한쪽으로 심하게 기운 본단의 건물이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기운 방향에 있던 기둥들이 부서지면서 건물이 내려앉으려 했다.
“큭!”
궁주 대리 단주천이 급히 신형을 날려 부러진 기둥에 빙백신장을 펼쳤다.
-솨아아아아아!
그의 손에서 하얀 냉기가 뿜어져 나오며 부서진 기둥을 얼려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당장에 무너질 것 같던 본단 건물의 붕괴가 잠시 멈췄다.
단주천이 본단 안쪽을 향해 외쳤다.
“어서 탈출하랏!”
그는 급히 탈출했지만 본단 안에 있는 궁인들의 절반도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단주천의 외침 소리를 들은 궁인들이 서둘러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우르르르!
무너져 내리는 천장 파편에 맞고서 부상을 입은 자들이 많았다.
몰골들이 말이 아니었다.
“궁인들은 무너져 내리는 건물을 얼려서 탈출을 도와라!”
“추, 충!”
단주천의 명령에 탈출한 장로들을 비롯한 빙궁의 전사들이 일제히 무너지는 건물의 붕괴를 지연시키는 일에 동참했다.
문득 단주천이 귀빈실로 안내했던 정도 무림맹과 마교의 수뇌부들을 떠올렸다.
“설 장로! 파병단의 귀빈들을 찾으시오!”
“알겠습니다!”
설영귀도 아차 싶었는지 건물의 지반을 얼리는 것을 중지하고서 신형을 날렸다.
객당 건물도 상당히 높아서 무너져 내리면 자칫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객당으로 향하는 설영귀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런!”
이미 객당의 건물은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 내려 있었다.
‘큰일이다!’
만약 귀빈들이 사고라도 당한다면 이 사태를 더욱 수습할 수 없다.
놀란 그가 서둘러 객당 건물의 근방으로 향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건물 근처에 마교의 귀빈들의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그들뿐만 아니라 잔해에서 떨어진 곳에 정도 무림맹의 귀빈들도 먼지를 잔뜩 뒤집은 몰골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하아….하아….”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소이다.”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능이 무너져 내린 객당 건물의 잔해를 바라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모용세가주 모용강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천장이 얼어붙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깔릴 뻔했소.”
정도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삼 층의 귀빈실에 여장을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건물에 속수무책으로 압사당할 뻔했다.
그러나 무너져 내리려 하던 천장이 갑자기 얼어붙으면서 가까스로 탈출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무사하셨구려! 다행입니다.”
설영귀가 먼저 정도 무림맹의 인사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에 대답한 것은 상의가 피로 젖어있는 제갈소희였다.
여인이라 혼자 따로 방을 배정받은 덕분에 무너져 내리는 파편들을 전부 피하지 못하고 맞으면서 부상을 입고 말았다.
“하아….하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용귀가 봉해진 동굴은 이곳에서 꽤 떨어져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듣기로는 이 진동은 용귀가 탈출하려는 움직임이라 했다.
갈수록 그 영력이 강해져서 진동이 강해진다고 했는데, 이건 북해빙궁의 지반 밑에 있어야만 가능할 법한 수준이었다.
“노부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당혹스럽소. 용귀가 빙장석을 뚫고 나왔다면 분명 동굴에서 사람이 왔을…..아! 서, 설마 봉인이 풀렸단 말인가?”
일 장로 설영귀가 놀란 눈으로 용귀가 봉해진 동굴 방향을 쳐다보았다.
같은 시각,
북해빙궁의 북쪽 민둥산.
-휘이이이잉!
진동이 절정으로 일어나서 아비규환인 북해빙궁 쪽과 달리 이곳은 차가운 바람 소리 외에는 유달리 조용하다.
북서쪽의 용귀가 봉해져 있는 동굴로 들어가는 높은 민둥산.
그곳의 지하 빙장석 공동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일렁이는 횃불들로 밝혀진 공동에는 오백 명의 궁인들이 바닥에 두 손을 갖다 대고서 차가운 한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상하다.’
이 장로 오무방과 교대하고서 빙장석을 얼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오 장로 설이정이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바닥에 손을 대고서 한기를 주입하고 있는데, 뭔가 지금까지와 달라졌다.
‘고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라면 바닥에 손을 대고 있으면 꿈틀거리는 용귀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빙장석을 뚫고서 지상으로 올라오려고 하는 놈으로 인해 바닥이 들썩거려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없었다.
마치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지쳐서 죽었을 리는 없는데.’
수백 년 동안 얼어 있었는데도 죽지 않는 용귀였다.
연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오 장로 설이정이 문득 뭔가를 떠올렸는지,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잠시 위에 올라갔다 오겠다.”
그 말과 함께 설이정이 동굴 통로를 향해 경공을 펼쳤다.
빠른 속도로 동굴을 올라온 그는 바깥으로 빠져나와 단숨에 민둥산 위로 올라갔다.
‘제발…..제발!’
부디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틀리길 바랐다.
얼마 되지 않아 민둥산의 꼭대기에 오른 그의 눈에 충격적인 광경이 벌어졌다.
남쪽 방향에 있는 북해빙궁의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에 설이정의 두 눈이 미칠 듯이 떨려왔다.
-쾅!
한참 떨어졌다고는 하나 그것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무너져 내리는 북해빙궁의 한가운데 지반을 뚫고서 길고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게 뻗은 검은 비늘에 용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그것이다.
“요…..용귀!”
이곳 빙장석 동굴에 여전히 가둬두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착각에 불과했다.
* * *
-콰콰콰콰콰쾅!
깊숙한 지반을 뚫고 뭔가가 올라오는 소리.
그것을 모든 사람들이 들었다.
그 소리는 단순히 지진으로 인해 일어나는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오감(五感)으로 느꼈다.
‘뭐, 뭔가가 오고 있어.’
-콰르르!
그리고 빙궁의 본단 앞쪽 땅바닥의 지반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가 조금씩 들썩이더니, 이내 땅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아아앙!
-고오오오오오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뿌연 흙먼지 사이로 보이는 거대하면서 긴 그림자.
이것은 얼핏 보면 머리가 이무기나 용처럼 보였지만 그 형태가 미묘하게 다르다.
상상 혹은 고서에서 볼 수 있었던 영물 용귀의 그대로였다.
유일하게 예상하지 못한 부분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거대하다는 것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봉해져 있는 빙장석 동굴 위로 오르지 않고 이곳으로 뚫고 이동했다는 말인가?”
자신의 바로 코앞에서 지반을 뚫고서 나타난 용귀의 길고 거대한 목을 보면서 궁주 대리 단주천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갈수록 진동이 강해지던 이유는 놈의 영력이 강해져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빙궁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교대하기 전만 하더라도 놈을 느꼈었는데.’
이 장로 오무방이 떨리는 눈으로 용귀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는 것은 이 영악한 영물이 자신들을 속이기 위해 계속해서 빙장석으로 봉인된 부근도 자극하면서 조금씩 땅을 파내며 이동했다는 의미였다.
‘우리가 용귀를 우습게 보았구나.’
영물은 그저 본능으로 움직이는 평범한 동물이 아니었다.
그 영악함이 인간 못지않았다.
-으득!
용귀로 인해 무너져 내린 북해빙궁의 궁전들을 바라보던 단주천이 강하게 이를 갈더니, 이내 놈의 거대하고 긴 목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좋다! 빙궁을 무너뜨렸으니, 그 대가로 당장에 목을 베어주마.”
-챙!
독문병기인 설원검(雪原劍)을 뽑은 단주천이 단숨에 검강을 형성하여 검은 비늘로 뒤덮여 있는 용귀의 목을 내리치려 했다.
그러나,
-까아아아앙!
“이, 이럴 수가!”
검강을 발산하고 있는 검에도 놈의 비늘을 뚫을 수가 없었다.
강철 방패를 내려치기라도 한 것처럼 오히려 검신이 떨리기만 했다.
놀란 것도 잠시였고 단주천이 이에 포기하지 않고 좀 더 세밀하게 검강을 집중해서 놈의 몸을 베기 위해 휘둘렀다.
-깡! 깡! 깡!
여전히 놈의 비늘을 뚫기는커녕 고작 생채기를 남기는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놈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
“으윽! 귀, 귀가!”
엄청난 포효 소리에 모두가 귀를 틀어막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치치치치칙! 파아아아앙!
“우와아아앗!”
“피해랏!”
포효하는 용귀의 몸체에서 섬광(閃光)이 번쩍이며 강한 전격이 일어나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이 튕겨나갔다.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피할 틈도 없었다.
물론 단주천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쨍그랑!
빙백신공을 운용하여 차가운 강기의 방패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이 순식간에 깨져서 삼십 장(丈)이 넘게 튕겨나가고 말았다.
“크헉!”
-쿠당탕!
바닥을 한참을 뒹굴고서야 멈춘 단주천이 허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직 큰 내상을 입진 않았지만 당혹스러웠다.
현경의 경지에 오른 후로 마땅한 적수가 없다고 좋아했던 것이 불과 몇 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영물에게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과연 재앙이라 불릴만한 존재다웠다.
‘이를 어찌 하지?’
검강으로 비늘에 고작 생채기 밖에 내지 못했다는 것은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이 괴물에게 절대로 물리적인 상처를 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영물의 몸체는 금강불괴(金剛不壞) 그 자체였다.
‘힘을 합쳐서 약점을 찾아야 해.’
그렇지 않고는 이 괴물을 죽일 방법이 없었다.
몸을 일으켜 세운 단주천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전에 용귀가 일으킨 전격의 파장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던 궁인들에게 외쳤다.
“정신 차려라! 전사들이여. 오늘 저 괴물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본 궁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추, 충!”
단주천의 외침 소리에 정신을 차린 장로들을 비롯한 단주들이 궁인들을 통솔했다.
수뇌부들이 나서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궁인들이 수습되어갔다.
-우르르르르!
그때 궁전 부지의 외곽에 있던 정도 무림맹의 파병단 병력이 용귀를 발견하고서 서둘러 안쪽으로 진입하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콰콰콰콰콰쾅!
또 다시 땅에서 진동이 일어나며 이내 용귀의 또 다른 머리가 바닥을 뚫고나와 그들을 가로막았다.
“헉! 다…다른 머리가?”
모두가 미처 간과했던 부분이었다.
북해빙궁에 봉해져 있던 용귀는 머리가 넷 달린 영물이었다.
새롭게 튀어나온 용귀의 머리는 그들이 북해빙궁의 병력과 합류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서 위협적인 포효를 내뿜었다.
“크와아아아아아아!”
“이, 이런! 모두 물러나랏!”
“피해랏!”
선두에서 달리던 대주들이 미친 듯이 외쳤다.
그때 앞선 전례와 마찬가지로 용귀의 포효와 동시에 전격의 파장이 일어났다.
-파치치치치칙! 파아아아앙!
정도 무림맹의 무인들이 일제히 몸을 돌려 이를 피하려했다.
그러나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완벽히 대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으아아아악!”
“끄가가가가가가!”
전격의 파장에 튕겨나간 파병단의 무사들이 감전되었는지 부들부들 떨면서 쓰러졌다.
“정신 차려!”
쓰러진 이들의 절반 이상이 심정지로 죽은 듯 했다.
한순간에 팔십여 명의 전력을 잃었다.
“요, 용귀가 번개를 다루다니?”
정도 무림맹의 파병단의 병력이 있는 곳으로 합류한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능이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맹수를 상대하는 것이 아님을 실감했다.
저 영물은 뇌(雷)의 힘을 다루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존재였다.
“제갈 군사 괜찮겠소? 그대는 잠시 진법가들과 함께 물러서는 편이 좋겠소이다.”
모용세가주 모용강이 옆에서 힘겹게 쫓아온 제갈소희를 달랬다.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무공이 떨어지는 그녀는 물러서는 편이 좋을 듯 했다.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제갈소희가 심각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향하려 했다.
-탁!
모용강이 그녀의 팔목을 붙들었다.
“지금 어딜 가려고 하는 거요?”
“지….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에요. 모용가주님. 당장 마교 측에도 알려줘야 해요.”
“그게 무슨?”
“용귀는 지금 저희들을 각개로 격파 하려고 하고 있어요!”
“?”
“제 생각이 맞다면 첫 번째로 등장한 용귀는 상황을 살피기 위한 목적이었어요. 지금 저희를 막아선 것도 우연이 아니에요. 아마 다른 목은 지금쯤….”
-콰콰콰콰콰콰쾅!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땅 밑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진동은 마교 파병단의 주둔지가 있는 서북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제갈소희의 예견대로였다.
“모용 가주님! 당장 저들에게 용귀와 거리를 벌리라고 알려줘야 해요!”
정도 무림맹의 파병단도 섣불리 접근했다가 전력의 사분지의 일을 순식간에 잃었다.
대책 없이 용귀가 내뿜는 번개를 맞게 되면 당하고 만다.
모용강이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같아서는 굳이 마교를 돕고 싶진 않았지만 확실히 그들마저 전력이 줄어든다면 용귀를 상대하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후우, 별 수 없구나.’
“유야!”
“넵! 아버님!”
“당장 마교의 파병단에게 용귀와 최대한 거리를 벌리라고 알려주어라. 어서!”
“알겠습니다!”
그의 옆에서 제갈소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모용강의 아들인 모용유가 서둘러 마교의 주둔지가 있는 서북쪽으로 경공을 펼쳤다.
그를 보낸 모용강이 살아남은 파병단의 무사들에게 외쳤다.
“거리를 벌려라! 불화살을 만들어라!”
“충!”
유일하게 용귀와 일전을 벌였던 모용가였기에 선조들의 기록에서 불화살을 쓰라는 기록을 읽었던 모용강이었다.
그의 명령을 받은 파병단의 무사들이 미리 준비해둔 화살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한편 서북쪽의 주둔지 쪽으로 향하던 모용유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 빌어먹을! 벌써!”
-콰콰콰콰콰콰콰쾅!
어떻게든 용귀를 앞질러 보려했는데, 그 거대하고 긴 목의 움직이는 속도를 이기지 못했다.
어느새 용귀의 세 번째 목이 바닥을 뚫고서 튀어나왔다.
“요, 용귀다!”
“산개해랏!”
마교인들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영악하게도 용귀는 정도 무림맹의 진군을 막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마교인들의 한복판을 뚫고 나온 듯 했다.
이대로 용귀가 번개를 부리면 전부 전멸할 지도 몰랐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모용유가 목소리에 공력을 담아서 있는 힘껏 외쳤다.
“당장 거리를 더 벌려어어어어어어!!!!”
그러나 그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용귀의 포효성이 사방을 울렸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
“아, 안 돼!”
모용유가 보는 눈앞에서 용귀의 몸체에서 하얀 섬광이 번쩍하면서 엄청난 전격의 파장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파치치치치치치치치칙!
당연히 주변에 있던 마교인들이 전부 감전되서 튕겨나갈 거라 여겼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엇?”
용귀의 몸체에서 뿜어져 나온 전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뭔가에 흡수되듯이 일제히 땅바닥 쪽으로 몰렸다.
“뭐, 뭐야?”
자세히 바라보니, 마교인들이 전부 몸을 숙이고 있었는데 그들 전부 무사해보였다.
그들의 군데군데에 긴 철창 같은 것이 땅바닥에 꽂혀 있었다.
그것이 용귀가 뿜어대는 전격을 흡수했는지 푸른 불꽃을 튀겼다.
-치치치치칙!
“이럴 수가? 저걸로 용귀가 내뿜는 번개를 막은 거야? 대, 대체 저건 뭐지?”
더욱 놀라운 것은 철창을 타고 내려간 전격이 땅바닥에 흐르는데도 마교인들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전격이 완전히 사라지자,
“성공이다!”
“와아아아아아아!!!”
마교인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뜨렸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몸을 숙이고 있던 천여운이 자신이 신고 있던 신발을 바라보았다.
황실 교역품으로 들어온 나무 수액을 굳혀서 밑창에 부착한 신발이었다.
마교인들 모두가 이것을 신고 있었다.
[지면으로 분산된 전류가 90퍼센트 이상 감소되었습니다.]‘피뢰침(避雷針)이랑 고무라고 했던가. 반신반의 했는데 성공이네. 나노.’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용귀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