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75)
# 87장 용귀 (3) #
‘이런!’
천여운이 다급히 손을 들어 올리며 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검은 불꽃이 전신에서 발산되며 그것이 회오리를 치며 거대한 방패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파치치치치치칙!
검은 불꽃의 방패에 부딪친 번개 빛줄기가 부딪치자, 뜨거운 열기로 전류가 분산되며 사라져갔다.
하지만 그것이 내뿜는 강렬한 힘에 천여운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갔다.
“큭! 무슨 위력이!”
-치이이이이익!
근 삼십 보 가량을 밀려나갔을 때, 용귀가 내뿜는 번개 빛줄기가 끝이 났다.
새롭게 생겨난 용귀는 강렬한 노란 안광을 내뿜으며 천여운 한 사람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크르르르르르!”
그가 가장 위협된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다른 교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행스러웠지만 목을 베어도 부활한다는 것은 모두를 허탈하면서도 두렵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불사(不死)의 괴물을 상대하는 것이니 말이다.
‘어째서 죽지 않는 거지?’
천여운이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용귀를 노려보았다.
막 잘렸던 머리가 재생해서인지 아까 전처럼 즉각 다시 공격해오지 않고 전격을 모으고 있었다.
분명 타격을 받은 것은 확실했는데, 이런 식이라면 자신들이 더욱 불리했다.
천여운이 다른 용귀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다른 곳을 바라보니 자신이 목을 벤 것처럼 용귀의 머리 부분만 색이 연해진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그것은 다른 용귀의 머리를 상대하는 정도 무림맹 측이나, 북해빙궁 역시도 한 번씩은 놈들의 머리를 베었다는 의미였다.
‘일반적인 신체부위가 재생하듯이 머리도 부활한다는 말인가. 네 개의 머리가 모두 그렇다면 상대하기…..잠깐 그러고 보니 머리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문득 천여운은 의구심이 들었다.
여기서 용귀의 머리 하나만 더 등장해서 돕는다면 확실하게 승기를 가질 수 있다.
듣기로는 분명 머리 넷에 거북이와 같은 등껍질을 가진 영물이라 했다.
그런데 두더지처럼 머리 셋만 툭 튀어나와 있다.
‘설마?’
-팍!
천여운이 바닥을 향해 손을 짚었다.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을 염려한 교인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교주님! 놈이 또 번개를 쏘려고 합니다. 피하십시오!”
그런 외침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은 바닥을 짚고 있는 손의 감각에 집중했다.
-두근! 두근!
땅 속 깊은 곳에서 강한 고동이 느껴진다.
그것은 굉장히 흥분했는지 점차 고동 소리가 빨라져갔다.
‘역시!’
뭔가를 깨달았는지 천여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봉을 향해 외쳤다.
“허봉!”
“네넵!”
“놈의 전류는 뜨거운 불꽃이나 열기로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네가 중심이 되어서 교인들을 보호해라!”
“헉! 제, 제가요? 아….알겠습니다!”
막중한 임무를 맡기는 명령에 허봉이 순간 당황스러워하다 답했다.
이 중에서 유일하게 불기린의 화기를 가지고 있는 허봉만이 천여운처럼 불꽃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팟!
명령을 내린 천여운이 빠르게 신형을 날려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은 용귀의 세 머리가 튀어나온 삼각지의 한가운데, 즉 무너져 내린 북해빙궁의 궁전의 잔해들이 있는 곳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이곳에 있다.’
고동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장소였다.
바로 이 바로 밑에 용귀의 본체가 숨어있다.
‘재생하는 머리라면 저것들을 계속 잘라봐야 시간 낭비에 불과해.’
도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천여운은 용귀의 본체를 노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충전된 에너지의 잔량이 189퍼센트.]증강현실에 표기된 진기는 아직까지 두 배 가량 남았다.
원래의 진기를 제외하고 전부 소모되기 전에 해결을 봐야 했다.
-팟!
천여운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폐허처럼 전부 무너져 내린 궁전의 허공으로 떠오른 그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잔해들이 바스락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파파파팍!
부서진 잔해의 틈바구니 속에서 주인을 잃고서 떨어진 병장기들이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백 자루의 병장기들이 떠오르는 광경은 언제보아도 장관이었다.
-고오오오오!
북해빙궁의 전역이 들썩일 만큼 허공을 뒤덮는 강렬한 진기를 여러 고수들이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다시 부활한 용귀의 머리를 상대하던 궁주 대리 단주천의 두 눈이 커졌다.
‘말도 안 되는 진기다.’
요동치는 기운들에 병장기들이 감응하고 있었다.
죽은 궁인들이 떨어뜨린 병장기들이 들썩이더니, 이내 허공으로 떠올랐다.
기이한 현상에 단주천과 장로들이 그곳을 바라보았다.
“마교주?”
“어, 어떻게 이런 일이?”
폐허가 된 북해빙궁의 한복판에 떠올라서 이 놀라운 일을 벌이는 자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이를 보고 있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죽은 황보능의 복수 때문에 미친 듯이 용귀를 공격하고 있던 모용강이 떨리는 눈으로 허공으로 치솟는 병장기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이건…천공섬광!”
통허현 진성의 전투를 유일하게 겪은 그만이 알고 있는 마신(魔神)의 절대초식.
성 전체를 피와 죽음으로 잠식시켰던 그 초식이 발현하려 했다.
“이게 정말 인간으로 가능한 일이야?”
부상 입은 제갈소희와 제갈세가의 진법가들을 지키고 있던 모용유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도 대단하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괴물 수준이었다.
분명 소문으로 들어왔던 절대초식 천공섬광을 펼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저게 그 말로만 들었던 그 초식인가?”
“아, 안 돼!”
“제갈 소저. 그게 무슨 말인지?”
“저기 용귀들을 보세요!”
‘!?’
제갈소희의 말에 용귀들을 바라본 모용유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눈치 챈 천여운의 절기를 영물인 용귀의 머리들이 알지 못할 리가 만무했다.
어느새 용귀의 머리들이 허공에 떠오른 천여운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위기를 감지한 그들의 목표가 하나로 집결된 것이다.
-우우우우웅!
하얀 섬광이 응집하며 푸른 불꽃이 번쩍거렸다.
이에 각각 용귀를 상대하던 마교, 북해빙궁, 정도 무림맹의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었는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교, 교주님을 보호해라!”
“당장 용귀의 공격을 막아라!”
“천 교주가 초식을 쓸 틈을 만들어줘야 해!”
모두가 천여운을 돕기 위해 다시 한 번 용귀의 목을 베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려고 하는 순간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쿠르르르르르르!
“따, 땅이?”
“지진이다!”
그들이 밟고 서있던 지축이 강하게 흔들렸다.
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고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 동안 머리 세 개만 나섰던 용귀의 본체가 위기를 감지하고서 드디어 움직인 것이다.
-파치치치치치치칙!
“이, 이런?”
“모두 갈라진 곳에서 피해!”
균열이 일어난 바닥에서 불길한 푸른 불꽃이 일렁거렸다.
그것은 전격의 파장이 일어나는 징조였다.
모두가 갈라진 땅바닥에서 몸을 날려서 피했지만 전격의 파장이 치솟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휘말렸다.
-파치치치치치치칙!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악!”
성의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용귀를 막기는커녕 도망쳐서 각자의 안위를 지켜야 할 판국이었다.
그러는 틈에 뇌(雷)의 진기를 입 안 가득 모은 세 용귀의 머리가 동시에 천여운을 향해 번개 빛줄기를 쏘았다.
“피하세요!!!”
마교인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나 천여운은 전혀 피할 생각이 없는지 미동조차 없었다.
육검들이 절규하듯이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파치치치치치치칙!
허공을 가로지르며 세 방향에서 뻗어 나온 강렬한 번개 빛줄기가 검은 불꽃에 둘러싸여 있는 천여운을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콰쾅!
-번쩍!
하나 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지닌 번개 빛줄기를 세 방향에서 동시에 맞자, 그 중심부에서 눈부신 빛이 새어나오며 모든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찌 이런 일이…..”
“왜….왜 피하시지 않은 것인지.”
“교, 교주님……”
모두가 망연자실한 눈으로 한 곳을 응시했다.
이번만큼은 아무리 마신이라 불리는 천여운이라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여겼다.
자살행위 그 자체였다.
“크르르르르르르!”
모든 힘을 모아 공공의 적을 제거한 용귀의 머리들이 흡족했는지 연신 콧김을 뿜어댔다.
그리고 다시 머리를 돌려, 남은 사람들을 처리하려던 세 용귀의 머리가 노란 안광을 내뿜는 두 눈이 커져서 허공을 쳐다보았다.
“크르르르르르?”
마찬가지로 그곳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천 교주가 무사하다!!!”
서로 각기 다른 세력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모두가 아군이었다.
놀랍게도 세 방향에서 날아온 번개의 빛줄기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죽었을 거라 여겼던 천여운이 멀쩡히 허공에 떠있었다.
“이럴 수가……그것을 맞고도 살아남다니…..마교주 그대는 정녕 인간이 아니구나.”
모용강이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만큼은 죽었을 거라 여겼는데 그 예상이 완전히 벗어났다.
게다가,
-파치치치치치치칙!
검은 불꽃을 두르고 있는 천여운의 전신이 뇌전(雷電)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천둥과 흑염의 신이라도 된 것 같았다.
엄청난 위용에 모두가 함성을 지르면서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에…너지 충전율 1200퍼센…트. 한계치에…임박 했습….니다. 사용자에게도….위…험한 수치입니다.]-파치치치치치칙!
흑염을 두른 전신에서 뇌전이 번쩍이는 천여운의 머릿속에 나노의 목소리가 끊기 듯이 들려왔다.
더 강한 진기를 모으기 위한 목숨을 건 도박이 성공했다.
하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흡수하는 과정에 나노에게 과부하가 일어난 듯 했다.
-불끈불끈! 파치치칙!
“후우….후우…..조금만 견뎌줘. 나노.”
전신의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온 천여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 진기를 빨리 발산하지 않으면 큰 사달이 벌어질 것 같았다.
“받은 만큼 돌려주마.”
천여운이 들썩이는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우우우우웅!
번개의 빛줄기에 부서지고 남아있던 허공의 병장기들이 흑염과 뇌전에 물들었다.
기존의 이기어탄검강에 무형검처럼 진기의 속성이 부여된 것이다.
평소라면 절대 불가능할 일이었다.
“오오오옷!”
“저, 저게 천공섬광입니까?”
놀라운 광경에 여기저기서 탄성을 지르는 소리에 유일한 천공섬광의 목격자 모용강이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야. 달라. 저건…..기존의 그것이 아니야.”
“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천여운이 오직 한곳을 응시한 상태로 검결지를 뻗으며 나노에게 명했다.
‘나노, 과녁 지정.’
[멀티….록…온….시스템(multi lock on system)을 가…동…합니다.]-차치치치칙!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며, 흰 빛의 입자들이 선을 그리고 있는 천여운의 개방된 증강현실로 수많은 십자 형태의 붉은 과녁들이 땅바닥에 수를 놓았다.
그 중에 일부는 그를 향해 번개의 빛줄기를 쏘았던 세 용귀의 머리도 포함되었다.
-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
‘발동!’
-팟! 팟! 팟!
그 순간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던 병장기들에서 뇌전을 머금은 검은 빛줄기가 폭격을 퍼붓듯이 용귀의 본체가 숨어있는 땅속을 향해 내리쳤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그것은 땅에만 그치지 않았다.
-파직! 파직! 파직!
맹렬한 기세로 뻗어 나온 뇌전을 머금은 검은 빛줄기가 세 방향으로 뻗어나가, 용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용귀가 다시 한 번 전격을 모을 틈도 없었다.
순식간에 허공을 가로지르는 검은 빛줄기에 용귀의 머리가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콰직! 콰직! 콰직!
머리가 소멸한 용귀의 몸체가 아까처럼 곧게 서있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쿵! 쿵! 쿵!
다시 재생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굵고 기다란 용귀의 몸체를 보며 궁주 대리 단주천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위력이 있단 말인가?”
수많은 희생 끝에 한 번 목을 베었던 것이 허무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쿠르르르르르!
뇌전의 검은 흑염의 빛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바닥이 심하게 들썩이며 기존의 용귀가 포효하던 것과는 비교도 힘든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땅 속 용귀의 본체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천여운이 살아있던 것에 환호성을 지르며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하나 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요, 용귀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그렇게 귀가 따갑게 들었던 마신의 절대초식 천공섬광의 위력은 전율 그 자체였다.
심지어 이것을 보았던 모용강조차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체 저 괴물을 누가 막는단 말인가.”
누구를 괴물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