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76)
# 88장 진원 쟁탈전 (1) #
-콰콰콰콰콰콰콰쾅!
“크와아아아아아아!”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포효에 가까운 비명.
그것은 비처럼 쏟아지는 뇌전의 검은 화염의 빛줄기에 고통 받고 있는 용귀가 울부짖는 소리였다.
-쿠르르르르르!
지축이 심하게 들썩이며 폐허가 된 북해빙궁의 부지 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균열이 일어나는 땅을 이리저리 경공을 펼치며 피해 다녔다.
“우와아아아악!”
“최대한 떨어져라!”
“저것에서 멀어져야 한다!”
처음에는 엄청난 초식의 위용에 놀라서 지켜보던 이들도 혼비백산이 되어 내달렸다.
그만큼 천여운이 펼치는 절대초식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콰르르르르르! 쩌저저저적!
“헉! 여기도 갈라진다! 뛰어!”
“대체 어디로 피하라는 거야?“
문제는 초식의 여파도 모자라 고통스러워서 지하 속에서 날뛰는 용귀로 거의 재앙 수준에 가까운 지진이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위용에 응원하던 북해빙궁의 궁인들의 도망치는 와중에도 죽을상이 되었다.
“다….다 부수는 구나.”
“칠백 년 전통의 비, 빙궁이…큭!”
건물만 부서진 것이면 다시 쌓아올리면 된다.
하지만 지반이 이렇게 부서져서야 원래의 터전에 재건축하는 일은 애당초 물 건너갔다.
[충…전된 에….너지의 잔량이 339퍼…센트.] [충전,,,된 에너…지의 잔..량이 335퍼센..트.]-파치치치칙!
머릿속에 울리는 나노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끊기듯이 들려왔다.
잡음이 섞인 것을 보면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보였다.
‘벌써 진기의 칠 할 가량을 소모했는데, 아직인가.’
나노가 돕고 있기는 했지만 이 초식은 여타의 것에 비해 정신력 소모가 컸다.
게다가 충전된 진기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 정도 공격에도 끝까지 버틴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충전,,,된 에너…지의 잔..량이 203퍼센..트.] [….충전된 에…너…지의 잔..량이 197…퍼센트.]증강현실에 표기된 수치가 두 배 밑으로 떨어질 무렵이었다.
강진에 가까울 만큼 흔들리던 지축이 어느덧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용귀가 움직임을 멈춘 것이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구나.’
완전히 진기를 소모하기 전에 놈이 먼저 두 손을 들어서 다행이었다.
-슈우우우욱!
천여운의 전신을 두르고 있던 흑염이 가라앉았다.
진기를 거둬들이자 절대초식을 발현하던 허공에 떠있던 병장기들이 으스러지며 가루가 되어 허공을 흩날렸다.
제대로 만들어진 보검이 아니고 이 정도 진기를 견디는 것이 용한 일이었다.
“하아….하아….”
‘나노. 수고했어.’
나노가 아니었다면 이런 모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과….과부하….된 충전….율로….생긴 오류를…자가….수복…. 및….시스…템 업데이트가 이루어 지겠….습니다. 잠시 대기모드 상태로…]-픽!
끊기듯이 말을 하던 중에 나노의 음성이 종료되었다.
동공에 서려 있던 흰빛의 입자가 그려내던 증강현실도 사라졌다.
‘나노? 나노! 나노오오오!’
[………….]놀란 천여운이 나노를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나노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되자 천여운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찌릿! 찌릿!
바로 그때 전신에 강렬한 통증이 잠식해왔다.
그것은 근육통이라기보다는 내공과 진기가 흐르는 경맥의 통증이었다.
‘으으으! 원래의 힘을 넘어선 초식을 발휘한 부작용인가.’
터질 듯한 고통에 천여운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끄으으으윽!”
-비틀!
통증으로 인해 진기를 자유롭게 유동시킬 수가 없자, 허공을 날고 있는 것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크윽!”
-슈우우우우욱!
혼미해져 가는 정신을 붙잡고서 천여운은 겨우 땅바닥으로 내려왔다.
그가 비틀거리면서 내려오자, 이를 주시하고 있던 마교인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달려왔다.
“교주님!”
“괜찮으십니까?”
걱정스러운 대호법 마라겸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전신의 경맥은 터질 듯이 아파왔고, 그릇이 넘치도록 담아둔 물을 전부 쓴 것처럼 진기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일단 옷부터.”
허봉이 자신이 걸치고 있던 장포를 벗어서 흑염으로 나신이 된 천여운에게 덮어주려고 했는데,
“끄으으으!”
-파치치치칙!
“헉!”
천여운의 주위로 푸른 불꽃이 튀며 전격이 일어났다.
알 수 없는 괴현상에 허봉을 비롯한 모두가 화들짝 놀라서 천여운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이건 대체?”
강한 전격은 아니었지만 섣불리 다가가기도 힘들었다.
문규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마라겸에게 물었다.
“대호법! 대체 교주님께서 왜 이러시는 거죠?”
가면에 가려진 마라겸의 미간에 주름이 섰다.
아무리 무공이 높고 경험이 많은 그라고 할지라도 이런 현상은 처음 겪어본다.
다만 한 가지 짐작가는 것이 있다면 아까 전 세 용귀의 머리가 쏜 번개 빛줄기를 맞은 것에 대한 부작용으로 보였다.
“일시적으로 진기가 폭증하면서 이러시는 것 같네.”
마신이라 불릴 만큼 대단한 무위를 지닌 천여운이다.
하지만 방금 전에 보인 그 힘은 진성에서 보여주었던 기존의 수준마저 월등히 넘어섰다.
인간을 완전히 벗어나 영물에 버금가는 힘을 발휘했다.
당연히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우, 우선 교주님의 몸에서 일어나는 이 전격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지?”
고왕흘의 말에 육 장로 몽무 역시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몽무가 교주님의 몸에서 뇌기(雷氣)를 몰아내겠습니다. 모두 물러나있게.”
“아닐세. 몽 장로. 이건 본 호법이…..”
대호법이 자신이 하겠다고 말을 하려하는데, 신음성을 흘리며 두 눈을 감고 있던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하아….하아….내기를 다스릴 테니, 모두 호법을 부탁한다.”
“교주님!”
-파치치치치칙!
“후우.”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정좌의 상태로 들어갔다.
몸에서 여전히 뇌기가 뿜어져 나왔으나, 그와 동시에 전신에서 김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운기조식을 취하는 듯 했다.
“저, 정말 괜찮으실까요?”
눈물을 글썽이며 묻는 문규에게 허봉이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일단 명을 받들어야죠.”
호법을 서라고 명했다는 것은 스스로 회복에 들어가겠다는 의미였다.
수하들인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누구도 교주인 천여운에게 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지켜야 했다.
천여운이 취약해졌을 때를 노릴만한 자들이 너무 많았다.
마라겸이 조용히 명을 내렸다.
“육검단은 교주님의 호법에 들어간다.”
“충!”
모든 육검단의 단원들이 작게 대답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천여운을 중심으로 원진을 치며 철저한 호법에 들어갔다.
육 장로 몽무가 우려가 되는지 굳은 얼굴로 마라겸에게 말했다.
“정도 무림맹과 북해빙궁에서 동시에 뒤통수를 치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호법을 설 게 아니라, 차라리 교주님을 데리고 물러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전선의 경험이 많은 몽무는 저들을 믿지 않았다.
용귀라는 공동의 적이 있기 때문에 힘을 합쳤으나, 그것이 제거된 이상 언제든지 배신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정도 무림맹주의 둘째 아들인 강소아가 천여운의 손에 죽지 않았는가.
이 말에 마라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교주님의 명은 절대적일세. 그리고 교주님께서 만약 물러나야 할 만한 상황이었다면 그리 명하셨겠지.”
“하지만….”
“자네의 우려도 알고 있네. 하지만 그것은 당장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세.”
“네?”
“눈앞에 내공을 폭증시킬 수 있는 영물의 진원과 피가 있는데, 과연 어떤 선택을 먼저 하겠는가?”
“아아아!”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무림인이었다.
은원 관계를 넘어서 무림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자신의 무공을 상승시키는 일이었다.
이러한 마라겸의 예상은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모용 가주님!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런 절호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정도 무림맹의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해졌다.
주군인 강소아를 잃은 흑영단의 대주들이 파병단의 사령관인 모용강에게 당장에 복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천여운이 힘을 잃고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모용강은 그들의 그러한 청에 고개를 저었다.
“안 되네.”
“어, 어째서 입니까? 저 자를 제거하면 단주님의 복수도 할 수 있고, 향후 정파 무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자네들은 모르겠지만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네.”
“네?”
통허현 진성에서도 천여운은 천공섬광의 초식을 발현했다.
그때도 모두가 마교주 천여운이 무리한 초식으로 내공을 전부 소모했으리라 여겼다.
“당시에도 극도육무문의 고수들이 천 교주가 약해진 틈을 노리려고 했는데, 그 결과가 어찌된 줄 아나? 한 사람도 남김없이 전부 죽었네.”
“!!!”
“천 교주. 저 자는 절대로 남에게 당할 자가 아니네. 그때도 자신의 상태를 속여서 적들을 끌어낼 만큼 영악한 자일세. 그리고 지금 전력으로 저 호법진을 깨뜨릴 수 있단 말인가?”
사백 명 중에 절반이나 되는 전력을 잃은 정도 무림맹의 파병단에 비해 마교 측은 전력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여전히 오백 명이 넘는 전력을 유지하는데다가, 명왕과 육검들마저 건재했다.
쉽사리 건드렸다가 도리어 역풍을 당하리라 판단한 그였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호법진을 서고 있다는 것은 분명 이상이 생긴 게….”
대주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저런 괴물을 죽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가 않았다.
누구 한 명이라도 운 좋게 마교주의 심장에 칼을 꽂을 수만 있어도 파병단이 전멸해도 정도 무림맹의 입장에선 절대적인 이득이었다.
“임시 단주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모용강에게 말이 통하지 않자, 흑영단의 대주들이 임시 단주직을 맡은 부관 맥위종을 쳐다보았다.
황보능이 전사하면서 현재 이 인자나 다름없었다.
맥위종 역시도 호법진 사이에 둘러싸인 천여운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 그렇지! 이건 어떠신지요? 북해빙궁과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저들을 상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임시 단주.”
북해빙궁 역시도 용귀로 많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그들의 본거지였기에 여전히 많은 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북세외의 정점이라 불리는 단주천과 북해빙궁의 전사들이 지원해준다면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분명 승산은 있다. 대법을 풀고서 내가 명왕을 상대하기만 해도 깡그리 일망타진시킬 수 있겠지만……’
모용강이 말한대로 전례가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마교주 천여운의 함정이라면?
오히려 자신들을 제거할 수 있는 명분만 제공할 뿐이었다.
게다가,
“나 역시도 자네들과 뜻이 같지만 저들이 우릴 도운다는 보장이 없는 듯 하네.”
“네? 그게 무슨….아!”
임시 단주 맥위강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자, 살아남은 북해빙궁의 궁인들이 어딘가로 집결하고 있었다.
그들은 머리가 없는 용귀의 몸체로 향했는데 그 목적은 극명했다.
“지금은 마교주보다 다른 것이 급한 것 같군.”
맥위강이 자신들의 근처에 있는 용귀의 몸체를 가리키며 모용강에게 말했다.
“모용가주님. 지금 상황에서는 저희도 용귀의 피를 취할 방법을 모색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자들에게 넘어가기에는 위험한 힘입니다.”
영물의 피와 진원.
그것은 공력의 폭증과 영생을 가져다준다는 전설이 있다.
처음부터 정도 무림맹 측도 용귀가 죽은 후에 일을 어느 정도 상정하고 있었다.
‘전설대로라면……’
용귀의 진원은 현재 마교와 극도육무문의 사이에서 많은 타격을 입은 정도 무림맹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다. 정말로 마교주가 지금 회복하는 중이라면 이때 용귀의 진원을 취하는 것이 옳다.’
그가 깨어난다면 호법을 서던 마교인들도 움직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용귀의 피와 진원이 전부 그들의 손에 넘어갈 확률이 높았다.
고심하던 모용강이 결정을 내렸다.
“본 맹이 먼저 진원을 취한다!”
한편 천여운의 호법을 서고 있는 사마착이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무림맹과 북해빙궁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들이 교주를 노릴 수도 있었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서 살펴보는데, 두 세력이 쓰러져 있는 용귀의 몸체로 향하자 화가 났다.
“대호법! 그냥 내버려둬도 괜찮겠습니까?”
엄밀히 용귀의 진원과 피에 대한 소유권은 놈을 제거한 천여운에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차라리 전력의 일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교주님이 우선이다. 만전을 기해라.”
하지만 마라겸은 딱 잘라서 말했다.
호법인 그에게는 교주의 안위가 가장 우선이었다.
의외로 이런 일에 가장 날뛸 거라 여긴 허봉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채택겸이 의아하했는지 물었다.
“허봉. 자네는 아무 생각이 없는 건가? 저들의 손에 용귀의 피를 뺏길 수도 있는데.”
“히히히, 저거요? 가시가 들은 생선을 그냥 삼키면 찔리거나 탈이 날 텐데요.”
“응?”
전혀 의문을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곧 그들은 허봉이 했던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용귀의 몸체에 몰려있는 북해빙궁 측에서 웬 찢어질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파치치치치치칙!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머리가 없는 용귀의 거대한 몸체를 둘러싸고 있는 북해빙궁의 궁인들.
그들은 하나 같이 놀란 표정으로 전신이 검은 그을음이 되어 쓰러져 있는 시신을 쳐다보았다.
“어, 어째서 이런 일이?”
-파치치치칙!
시신에는 여전히 푸른 불꽃의 뇌전이 튀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