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8)
# 11장 마도관의 비급 서재(1) #
우호법 광도 섭맹의 독문무공인 접무도법은 초식과 내공이 최고 경지에 이르게 되면 도초를 펼칠 때마다 잔상이 남아 보는 이로 하여금 현혹시키게 만든다.
접무도법의 삼 초식 접무칠연(蝶舞七聯).
접무도법의 일곱 식이 연달아 이어지는 초식으로 날렵한 쾌도로 상대를 제압한다.
도가 아니 훈련용 검에 불과했지만 초식만큼은 육체 변환으로 인해 섭맹의 수준에 이른 천여운이었다.
“죽어어어엇!”
이성을 잃고 살의에 가득차서 펼치는 천원려의 파공연검의 절초인 파공월천(派攻月天)은 원래의 부드러움을 잃고 패도적인 기세가 실렸다.
-채채채채챙!
천여운의 검으로 펼치는 접무칠연의 오 식이 그녀의 검을 파훼했다.
그와 동시에 잔상을 남기며 마지막 이 식이 검초가 파훼되면서 경악해 하는 천원려의 팔과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촤악!
‘도가 아니라서 마지막 일 식이 완전하지 못했다.’
가볍고 부드러운 도로 펼쳐야만 초식이 완전히 살겠지만, 훈련용 진검에 불과했기에 마지막 일 식은 천여운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육 식까지는 완벽하게 초식이 발휘되었다.
-툭!
뭔가가 대연무장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푸슉!
잘린 단면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모래 바닥을 적셨다.
분노로 붉게 물들었던 얼굴이 어느새 창백해지며 천원려의 두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천원려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오며 대연무장 전체가 떠나가라 울려 퍼졌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오른팔이었다.
모든 무인들 역시도 같겠지만 검법 이외에도 비파음공을 익히는 음마종에게는 오른손은 없어서는 안 될 보물과도 같았다.
“아아아아악! 내 팔! 내 팔이 떨어졌어!”
고통으로 비명을 질러대던 그녀가 피가 흐르는 팔을 지혈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떨어진 팔을 움켜쥐고는 미친 듯이 고래고래 외쳐댔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모든 생도들, 심지어 무공 교두들조차도 넋을 놓고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팟!
오 조를 담당하고 있던 무공 교두 우칠이 빠르게 경공을 펼쳐 대연무장으로 난입했다.
우칠은 잘린 팔을 붙잡고 통곡을 하는 천원려의 수혈을 점했다.
-타탁!
그리고는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옷을 찢어서, 천으로 그녀의 잘린 팔을 압박하며 지혈시켰다.
스물하루 동안에 불과했지만 자신이 가르쳤던 생도인 천원려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에 우칠은 천여운을 노려보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강자존의 법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마도관의 시험에서 이 같은 행동은 절대로 나무랄 일이 아니었다.
“접무칠연? 하!”
좌호법 이화명은 방금 전에 천여운이 펼친 도법에 기가 차 했다.
교내에서 영원한 호적수라고 불릴 정도로 그만큼이나 우호법 섭맹의 무공을 잘 알고 있는 자는 본인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내공과 깨달음이 부족하다 뿐이지 초식 자체만 본다면 섭맹이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벽했다.
‘술주정뱅이 놈,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한 거냐?’
고작 열나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아무 것도 없던 백지에서 명화를 탄생시켰다.
첫 시험은 운이 좋아 통과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그 운도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니야. 섭맹이 잘 가르쳐서가 아니다.’
무공만 뛰어났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단계 시험마저도 너무 완벽하게 통과했다.
전술과 진형을 다루는 전략마저도 음마종의 소교주 후보인 천원려를 압도했다.
마지막에 와서 천원려의 팔을 베는 과감성마저도 마음에 들었다.
스물하루만에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한 천여운은 그야말로 천하의 인재라 불릴 만한 조건에 부합했다.
‘……섭맹 그놈이 선수치기 전에 제자로 받았어야 했나.’
이런 결과가 일어나고 보니 내심 후회가 되는 이화명이었다.
하지만 이미 섭맹에게 무공을 사사받았고 자신은 이곳 마도관을 운영하는 관주였기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좌호법 이화명이 단상의 좌석에서 일어나 외쳤다.
“팔 조의 승리를 축하한다. 조장인 칠 번 생도를 포함한 팔 조의 생도들은 이 단계 시험을 합격했음을 공표한다.”
그의 목소리가 대연무장을 울리는 순간 팔 조의 생도들이 있는 힘껏 함성을 외쳤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팔 조의 생도들의 눈빛은 감격으로 물들어 있었다.
원래의 조장이었던 복마종의 소교주 후보자 천무금이 부상을 입고 낙오되면서, 이 단계 시험에 떨어질까 전전긍긍했던 모든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이 단계를 통과했구나. 하아….’
천여운 역시도 조원들의 함성을 듣고서야 그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나노의 능력을 십분 살리면서 자신의 기지를 발휘했다는 점에서 그로서도 한층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다음 준비를 해야 하니깐 들어가도록.”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포효하던 팔 조의 생도들은 무공 교두의 말을 듣고서야 다시 자신들이 대기하고 있던 자리로 오열을 맞춰 돌아갔다.
모두에게 충격을 가져다 준 팔 조의 승리는 천여운에게 단순히 기쁨만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천여운.’
‘무공을 숨기고 있었구나.’
‘저 천한 놈이 음마종을 꺾어?’
‘…..기억해둬야 겠군.’
그 동안 팔 조만이 알고 있던 그의 능력을 모든 생도들에게 공개한 셈이었다.
덕분에 그에 대한 경계가 별로 없었던 상위 종파들의 생도들을 비롯한 다른 소교주 후보자들의 눈에 각인이 되고 말았다.
‘천…..여…..운!’
그리고 천무금 못지않게 그를 증오하는 독마종의 후계자인 천종섬으로 하여금 음침한 꿍꿍이속을 가지게 만들었다.
팔이 잘린 음마종의 천원려가 들 것에 실려서 의무실로 가게 되고 어느 정도 대연무장이 정리가 되자 다시 시험이 재개가 되었다.
“세 번째 대진 조는 연무장으로 나오도록!”
“마도!!!”
육 조와 칠 조의 생도들이 동시에 외치며 앞으로 오열을 갖춰서 걸어 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앞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천여운은 미묘한 적의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서 그곳을 향했다.
육 조의 가장 선두에서 걸어가는 조장 하일명이 무서운 눈빛으로 살기를 머금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야 알아챈 거냐?’
천여운도 그 눈빛의 의미를 깨닫고는 호기롭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천여운의 미소에 하일명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이놈이!’
팔 조의 시험이 진행되기 전만 하더라도 천여운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던 하일명이었다.
그러나 시합의 마지막에 천원려를 향해 펼치는 도법을 보는 순간 하일명은 확신했다.
밤중이라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특유의 잔상을 남기던 도법은 몸으로 직접 받아냈으니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갈비뼈에 금이 가게 만들고, 조원들의 절반 이상을 다리를 못 쓰게 만들어 놓은 범인이 도발이라도 하듯이 웃으니 하일명은 더욱 분노했다.
-으득!
‘빌어먹을 새끼!’
지금은 이 단계 시험을 치르는 중이기 때문에 어찌할 방법이 없었지만 이것이 끝나면 꼭 복수하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 전에 해결할 일이 있었다.
육 조와 칠 조가 대연무장으로 나와 거리를 벌리고 대치했다.
“흐흐흐!”
반 이상이 앞으로 대연무장으로 걸어 나오면서 발을 절뚝이는 모습을 보며 칠 조의 생도들은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저런 최악의 몸 상태를 가진 조라면 조장이 바뀐 자신들의 조라고 해도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 여겼다.
‘조원들을 노려? 누구의 짓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대담하군.’
이화명 역시도 육 조의 생도들이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에 눈에 이채가 띠었다.
가장 효과적인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조장이 아니라 저렇게 많은 수의 생도들을 대담하게 노린 녀석은 역대 기수를 통틀어 처음이었다.
물론 그 범인은 한참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천여운이었다.
두 조에서 준비가 끝나자 좌호법 이화명이 앞전과 같은 대사로 시합을 알렸다.
“상대 조를 제압하는 쪽이 승리한다. 시작하라!”
“마도!!!”
생도들이 외치며 칠 조에서 먼저 앞으로 진격했다.
칠 조의 조장으로 교체된 삼백십육번 생도 우준은 상대 조의 다리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과감하게 돌격 진형을 명했다.
“육 번!”
“육 번!!!”
여섯 번째 진형인 어린진이었다.
칠 조의 생도들이 일사불란하게 진형에 변화를 꾀했다.
다리를 다친 부상자들이 넘치는 육 조는 아직까지 아무런 진형 변화가 없이 방패만을 든 채 대기하고 있었다.
하일명이 뒤에 있는 생도들을 쳐다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네 녀석들…..평생 나한테 감사해라.”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 말과 함께 하일명이 진검을 높게 들며 소리쳤다.
“봉시진!”
“봉시진!!!”
하일명의 외침에 육 조의 생도들이 복창하며 느리지만 오열을 맞춰서 진형을 바꾸었다.
이 모습에 칠 조의 조장 우준이 같잖다는 듯이 비웃었다.
“하핫! 완전 멍청한 놈이 아니야. 진형을 대놓고 알리다니.”
더군다나 그 진형은 봉시진이었다.
앞서 오 조와 팔 조의 시합에서 증명이 되었듯이 물고기 형태의 어린진과 부딪치게 되면 그 견고함에서 차이가 나서 압도적인 실력 차가 아니라면 절대로 써선 안 될 전법이었다.
‘조원들 다리가 병신이 되었다고 희생정신 납셨군. 킥.’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생각에 우준을 선두로 칠 조의 어린진이 빠르게 그들을 향해 돌격해갔다.
그리고 두 조의 선두가 부딪치는 지점이 다가왔다.
“잘가랏! 키키킥.”
칠 조의 조장 우준이 전력을 다해 방패에 공력을 실었다.
그 순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육 조의 조장인 하일명이 들고 있던 방패를 바닥에 던지고는 진검의 검병을 두 손으로 잡는 것이 아닌가.
‘뭐하는 짓이야?’
어이가 없어하는 찰나였다.
하일명의 두 팔이 소매가 꽉 끼다 못해서 근육이 선명해지더니, 그가 아래 바닥에서부터 검을 밑으로 끌며 위로 쳐올렸다.
“이런 미친!”
우준이 다급하게 방패를 밑으로 내렸다.
-콰직!
“으아아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철 방패가 일그러지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순식간에 방패가 날아가면서 놀라서 시선이 위로 향하는 우준의 가슴으로 하일명이 강렬한 찌르기가 들어왔다.
-푹!
“크헉!”
우준의 가슴을 하일명의 진검이 꿰뚫었다.
설마 검으로 자신을 찌를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우준의 입에서 선혈이 솟구쳤다.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핏물로 인해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컥컥!”
그런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지 하일명이 전신의 내공을 다리에 집중하고 소리쳤다.
“밀어!”
그 말과 함께 같이 놀라하고 있던 육 조의 생도들이 복창하며 방패를 들고 앞으로 진격했다.
하일명은 검을 찌른 우준을 마치 방패삼아 칠 조를 밀어냈다.
“흐헉!”
피가 튀어서 얼굴에 묻은 그 모습이 악귀나찰과도 같아 당황한 칠 조의 생도들이 그대로 뒤로 밀려나 차례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조별 대결과는 전혀 다른 구도로 결판이 나버렸다.
시합을 지켜보는 모든 생도들조차 이 같은 결과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좌호법 이화명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서 웃을 뻔했다.
‘푸하하하핫, 무슨 이런 시합이 있단 말인가.’
물론 상대 조를 제압하는 것이 이 단계 시험의 최종 목표이긴 하지만 그 제압하는 방식이 그를 재밌게 만들었다.
진형과 전술, 전략의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직 한 사람의 역량과 기세만으로 이겨낸 셈이었다.
절반이나 다친 조원들을 이끌고 과연 어떤 전략으로 극복할까 지켜봤더니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크크큭, 이번 기수들은 정말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군.’
한참을 즐거워하던 좌호법 이화명이 좌석에서 일어나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외쳤다.
“육 조의 승리를 축하한다. 조장인 백팔 번 생도를 포함한 육 조의 생도들은 이 단계 시험을 합격했음을 공표한다.”
“와아아아아아!!!”
절반이나 되는 생도들이 다리가 다치는 바람에 승리를 꿈꾸지 못했던 육 조의 조원들이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는 와중에 조장인 하일명은 검이 박혀서 쓰러져있는 우준을 지그시 내려밟으며 시선은 이 시합을 지켜보고 있는 천여운에게로 향했다.
그 표정은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다음은 너다.’
천여운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정말 성가신 적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진행된 이 단계 시험은 늦은 오후 무렵이 되어서야 끝을 맺게 된다.
앞에 있던 시합들로 인해서 좀 더 재미있는 양상이 벌어지길 기대했던 좌호법 이화명의 바램과 달리 뒤에 있던 조들은 철저하게 진형과 전략에 의거해서 결판을 냈다.
총 열 번의 조별 시합에서 수많은 부상자들이 속출했지만 사망자는 칠 조의 새로운 조장이었던 우준 단 한사람 뿐이었다.
이로써 사백십오 명의 생도들 중에서 이백일곱 명의 생도들이 이 단계를 통과해 삼 단계로 진입하게 되었다.
가장 의외의 결과였던 것은 여섯 종파 중의 하나였던 음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원려가 조기에서 탈락한 것이었다.
쪽팔리게 낙오되지 말라고 천무금에게 했던 경고가 도리어 자신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온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