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85)
# 90장 뇌기(雷氣) (3) #
극도신무는 무림 최고의 도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극도신무가 최고의 도법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관절이나 근육의 한계를 벗어난 초식의 운용에 있다.
실질적으로 초식의 완성도로 친다면 천마검공보다 아래라고 인정해야 했다.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초식에도 불구하고 천마검공이 훨씬 뛰어났고, 심지어 그 위력조차 극도신무보다 한 수 위다.
‘천마검공에 극도신무의 운용법을 합치다니? 이 괴물은 종사급의 인물이란 말인가.’
종사(宗師).
문파의 개파 조사나 무공의 창시자를 뜻한다.
무공을 익히는 것과 창안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뭔가 잘못 되었다. 저 자가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마신이 맞단 말인가? 분명 아득히 먼 훗날의 일이라고 했는데…..’
도주가 이야기했던 ‘그 분’의 유산에 남겨진 내용과는 달랐다.
정확한 시기에 맞춰 오랫동안 철저하게 준비한 모든 것들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하나의 톱니바퀴가 망가지면 결국 이어지는 부속품들도 망가지기 마련이다.
‘도주가 이 사실을 알아야 해. 저 검법은 너무 위험하다.’
천마검공의 파훼법을 연구하는 데만 그 도주조차 오랜 세월을 소요했다.
그런데 극도신무와 합쳐진 이 검법은 그보다 더 최악이었다.
-욱씬!
“끄으으윽.”
잘린 팔의 단면이 화끈거렸다.
공력의 소실이 너무 컸다.
도주에게 알려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오른팔을 잃은 것도 모자라 왼쪽 어깨에 구멍이 뚫리면서 근맥에 이상이 생겼는지, 왼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두 팔을 쓸 수 없는 시점에서 승패가 갈라졌다.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아까 전만 하더라도 스스로의 힘에 취해서 오만함이 끝을 달리던 그였다.
흡수했던 진원의 영력을 완전히 체화하진 못했어도 어느 정도 동등할 거라 여겼는데, 허탈하기마저 했다.
절망에 빠지려던 찰나였다.
-츠르르르르!
“크윽!”
도살문주 상달의 뚫려 있는 왼쪽 어깨의 핏줄과 근육이 들썩였다.
쓰라린 통증에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는데, 들썩거리는 핏줄들이 이어지며 뚫려있던 부위가 재생하기 시작했다.
‘아닛?’
상달의 본인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원의 영력을 흡수한 자는 강한 재생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굉장했다.
이 정도까지 빠르게 회복될 줄은 몰랐다.
‘이럴 수가! 이 정도 재생력이라니?’
방금 전까지 전의를 상실하고 있던 상달의 표정이 묘해졌다.
뚫려 있던 부위가 빠르게 재생하며 주먹을 쥘 수조차 없던 팔과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아아!’
잘려나간 오른팔은 다시 생성되지 않았지만, 한 팔을 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절망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이 살아났다.
그러나 더 이상 시간이 없었다.
-쩌저저저저적!
-푸슉! 푸슉! 푸슉!
갈라지는 얼음 벽면에서 작은 물줄기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벌써 그들이 서있는 발목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런!”
희망을 떠나서 더 싸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곧 동굴이 수장된다. 더는 무리야. 서둘러 탈출하지 않으면….’
-파치치치칙!
그때 문득 도살문주 상달의 두 눈에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뇌기가 물을 타고서 사방으로 갈라져 뻗어나가는 것이 보였다.
‘뇌기가 우연히 방출된 것이었는데….아!’
문득 상달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천여운을 이곳에 매장시키고 자신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말이다.
-철컹! 철컹!
감전을 당한 것처럼 잠시 가만히 서있던 천여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달의 눈빛이 회심으로 반짝였다.
‘놈은 저 검은 철갑주 입고 있어서 뇌기에 감전된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전격을 먹인다면 승산이 있다.’
-파치치치치칙!
상달이 전신에 뇌기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언제라도 방출할 준비를 마친 그가 긴장된 눈빛으로 기다렸다.
천여운이 바닥에 고여 있는 물이 있는 곳까지 들어오기만을 말이다.
-팟!
천여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순식간에 공간을 접듯이 거리를 좁혀왔다.
그의 신형이 고여 있는 물위로 들어온 순간,
“기다렸다! 마신!”
-파치치치치치치치칙!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엄청난 전력이 엄청난 뇌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뿜어져 나온 뇌기는 바닥에 고여 있는 물을 타고 흐르며 순식간에 동굴 전체가 푸른 섬광으로 가득해졌다.
너무 밝은 빛에 눈이 부셔서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파치치치치치치치치칙!
순식간에 고여 있는 물을 밟고 있던 천여운의 몸이 강렬한 뇌기로 뒤덮였다.
뇌기를 발산하고 있었기에 그것이 마치 촉감처럼 이어진 듯이 느껴졌다.
‘됐다!’
상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크하하하하하핫! 본 문주의 승리다. 이대로 뇌기에 타서 그을음이 되어 죽어랏.”
상달이 중단전에 있는 모든 뇌기를 끌어냈다.
진기를 전부 소진해서라도 놈을 감전시켜 죽일 수 있다면 절대로 손해가 아니었다.
-파치치치치칙!
눈부신 섬광에 뒤덮인 천여운의 모습이 검게 보였다.
갑주 채로 타들어가는 모양이었다.
‘크크큭, 아무리 강해도 별 수 없…..’
바로 그때였다.
-철컹! 풍덩! 철컹! 풍덩!
물웅덩이를 밟는 갑주의 소리가 들려왔다.
강렬한 뇌전으로 사방이 번쩍이며 지지는 소리들로 가득한데, 그것이 너무 뚜렷하게 들려왔다.
“이걸 버텼다고? 마,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푸른 섬광 속에서 다가오는 검은 인영이 보였다.
검은 인영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이 섬뜩해 보이기 마저 했다.
[충전율 250퍼센트.충전율 255퍼센트.
충전율 260퍼센트.]
뇌전을 뚫고서 걸어오는 천여운의 증강현실 속의 흰빛의 입자의 숫자가 빠르게 상승하며 에너지가 충전되어 갔다.
‘좋은데?’
나노 슈트의 가려진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안타깝게도 도살문주 상달의 계산을 틀렸다.
천여운이 아까 전에 잠시 멈춰 섰던 이유는 그가 경계하느라 내뿜었던 전격을 나노 슈트를 통해서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신이 들린 듯이 게이트리윰이 뇌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파치치치치치칙!
“어째서! 어째서 통하지 않는 거야!”
-철컹! 철컹!
죽을힘을 다해 끌어낸 뇌기는 아무 소용없었다.
전격이 일으키는 뇌기의 폭풍을 뚫고서 천여운이 그의 앞에 섰다.
비장의 수가 어이없게 틀어지자 전의를 상실한 상달이 망연자실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네, 네놈은 정녕 괴물이란 말…”
-꽉!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왼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켁켁!”
그리고는 고통스러워하는 상달의 가슴 부근에 오른손을 얹었다.
괴로운 와중에도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가 싶어 쳐다보는데, 나노 슈트에서 흉흉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오싹!
‘이, 이건 대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검은 기운이 천여운의 전신을 감싸며 그렇지 않아도 나노 슈트로 인간 같지 않던 모습이 정말 지옥의 마신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닌 존재의 흉폭함을 보이고 있었다.
“네놈이 훔쳐간 것은 토해내야지.”
“켁…케켁, 뭣?”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하는 순간 검은 기운이 그의 몸을 파고들었다.
-콰직!
“끄어어억!”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검은 기운이 그의 체내로 파고들면서, 중단전에 자리 잡고 있던 용귀의 뇌기가 속수무책으로 그것에 먹혀들었다.
“나, 나의 진기가….끄아아악”
탐욕스러운 천마기가 뇌기를 삼키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육신과 나노머신들이 뇌기를 견딜 수 있게 조정되었기에 흡수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예상대로구나.’
구음절맥의 극음의 한기와 불기린의 화기를 흡수할 때의 경험대로였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천마기는 다른 속성의 진기를 흡수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마치 내공을 흡수하는 사파의 마공인 흡성대법처럼 말이다.
“끄어어어억! 제, 제발! 그만….”
중단전을 개방시켰던 뇌기가 빠르게 사라져가자, 점점 무력해져가는 상달이 애원하듯이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없었다.
‘내 힘이! 내 힘이….끄으으으윽.’
이미 그가 흡수한 뇌기를 전부 빼앗기고 말았다.
-파치치치치칙!
천여운은 체내로 들어온 뇌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흡수하여 생겨난 힘이 아닌 영구적인 진기였다.
바로 그때였다.
-쩌저저저저적!
“엇?”
균열이 가는 소리에 천여운이 물이 새어나오는 얼음 벽면을 쳐다보았다.
겨우겨우 버티고 있던 얼음벽이 완전히 갈라져서는 더 이상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하려 했다.
‘이런!’
-우드득! 첨벙!
천여운이 움켜잡고 있던 도살문주 상달의 목을 꺾어버리고, 그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용귀의 진원을 얻어 야망을 떨치려던 도살문주 상달의 꿈은 불과 일 각만에 허무한 죽음으로 끝나고 말았다.
‘서둘러야 한다!’
천여운이 다급히 용귀의 등껍질로 신형을 날렸다.
여전히 엄청난 영력이 담긴 뇌기를 뿜어대는 용귀의 진원이 등껍질 속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파치치치치칙!
-팍!
보통 사람이라면 용귀의 진원을 건드리지 못하겠지만 천여운은 아니었다.
이미 뇌기에 적응했기 때문에 이것을 잡는데 무리가 없었다.
-탁!
‘많이 크네. 나노 고정해줘.’
[알겠습니다.]-쉬리리리릭! 꽈악!
머리통만한 크기의 진원을 나노 슈트의 손목 부근에서 수십 개의 게이트리윰 철선들이 튀어나와, 그것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제 동굴을 빠져나가야 했다.
원하는 것을 얻은 천여운이 서둘러 용귀의 등껍질을 빠져나와, 동굴의 반대편으로 신형을 날리려는 순간이었다.
-콰르르르르릉! 촤아아아아아아!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얼음벽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수압으로 인해 호수의 물이 동굴 속으로 성난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그것이 동굴의 절반만 차지한 것이라면 허공을 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활한 동굴 전체 면적으로 밀려들어오는 수압은 대재앙 그 자체였다.
-촤아아아아아! 파악!
“크헉”
천여운이 순식간에 거센 물살에 휩쓸려버렸다.
공력을 일으켜서 물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뚫려있는 동굴로 영역을 넓혀나가는 엄청난 물살에 휩쓸려 온몸이 이리저리 부딪치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었다.
-보글보글!
-솨아아아아아!
-쿠당탕!
어두운 물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그것들뿐이었다.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천여운이 몸은 거센 물살을 따라서 끝없이 휩쓸렸다.
신형을 유지하고 싶어도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었다.
-삐이! 삐이! 삐이!
[긴급 상황. 나노 슈트의 잠수 모드를 실행합니다. 산소 잔량 90퍼센트.]-부글부글!
유일하게 다행인 것은 나노 슈트에 잠수 기능도 있다는 점이었다.
투구 부분을 개방하고 있지 않았기에 나노가 급히 잠수 모드를 실행하여, 호흡이 막히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었다.
-쿵! 쿵!
물살이 어찌나 센지 계속 동굴의 벽면에 부딪쳤다.
나노 슈트를 입었기에 큰 충격은 받지 않았지만 중력을 잃은 것처럼 어지럽고 정신이 없었다.
보이는 것은 오직 어둠과 기포가 가득한 물뿐이다.
‘이러다간 정말 큰일 나겠어. 나노, 야간투시경 모드.’
[야간투시경(夜間透視鏡) 모드를 개안합니다.]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며 천여운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이내 어두웠던 그의 시야에 빛이 증폭되면서 어두웠던 눈앞의 광경이 선명하게 보였다.
‘균형을 잡을 수가 없어.’
수압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울 줄 몰랐다.
천여운의 몸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물살에 휩쓸려 뚫려 있는 동굴 안쪽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파팍!
물살에 휩쓸리는 것은 천여운뿐만이 아니었다.
동굴에 죽은 시신들도 이리저리 물살에 휩쓸려 같이 이동하고 있었다.
-휙! 휙! 둥강!
시신들 말고도 그들이 흘린 병장기들도 물살의 유속에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천여운의 몸을 둔탁하게 때렸다.
나노 슈트가 몸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날카로운 검이나 도가 신체에 직접적으로 닿았을 것이다.
물론 금강불괴에 가까운 신체라서 다칠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부글부글! 휘이이이이!
어느 순간부터 물살에 휩쓸리던 천여운은 자신이 거대한 공동을 회전하듯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빠르게 휩쓸리고 있어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곳은 그가 천공섬광으로 꿰뚫은 거대한 구멍이었다.
어디까지 뚫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깊은 곳까지 뚫어놓았는지 천여운의 몸이 점차 회전하면서 밑으로 더욱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산소 잔량 60퍼센트.]벌써 잠수 모드의 산소 잔량이 절반 가까이 소모되었다.
‘더 깊이 빨려 들어가면 위험하다.’
이대로 가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천여운이 전신에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어떻게든 유속을 견뎌내려 했다.
-파앙!
‘우아아아앗!’
하지만 수압을 이기기는커녕 잠시 버티다 도로 휩쓸렸다.
회전하는 물살의 힘은 마치 태산 같이 거대한 존재가 그 자신과 줄다리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쿵! 쿵!
그러다 천여운의 몸이 벽면에 수차례 부딪쳤다.
벽면에 부딪치는 천여운의 두 눈에 동굴의 벽 곳곳하게 우연하게 박혀서 부러진 검신들이 보였다.
‘벽면을 붙잡아야 해!’
이에 천여운은 빨려 들어가는 유속을 견뎌내려면 벽을 붙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집중하고 있던 천여운은 물살에 회전하며 벽에 부딪치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러다 그 기회가 왔다.
‘이때다!’
천여운이 십성 공력을 끌어올려 부딪치는 순간 벽면을 향해 왼손 주먹을 꽂았다.
-콰아아아앙!
오른손에는 용귀의 진원을 고정하고 있어서 왼손만으로 버텨야 했다.
나노 슈트에 괴력, 그리고 심후한 공력이 바탕이 되어 벽면에 안착된 천여운의 신형이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겨우 버텨냈다.
-콰르르르르르!
그러나 유속 때문에 왼팔을 꽂은 채로 뚫은 벽면에서 상당히 길게 밀려났다.
밀려나는 도중에 천여운은 등에 뭔가 받쳐지는 것을 느꼈다.
-탁!
등받이처럼 굵은 금속 막대기 같은 것이 지탱해준 덕분에 완전히 밀려나던 것이 멈춰 섰다.
‘하아….다행이다. 벽에 병장기가 꽂혀있던 것인…응?’
천여운이 고개를 돌리다 자신의 등을 받치고 있는 금속 막대기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은 일반적인 병장기가 아니었다.
차가운 한기를 발산하고 있는 화려한 황금빛 지팡이였다.
‘이게 뭐지?’
적들 중에 이런 지팡이를 가진 자는 본 적이 없었다.
한기를 내뿜는 것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워낙 특이하게 생긴 지팡이였는데 자세히 보니, 뭔가 글씨 같은 것이 지팡이의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나노 글자를 확대해봐.’
[알겠습니다.]천여운의 명에 나노가 그것을 스캔하여 증강현실로 구현해냈다.
흰빛의 입자가 지팡이에 새겨진 글씨들은 생겨났는데, 그것을 보는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무공이잖아?’
놀랍게도 그것은 심공을 비롯한 장법의 구결들이 적혀 있었다.
가장 상단에 새겨진 글씨에 무공의 이름이 있었는데,
[오한빙천공(澳寒氷天功)]그것은 한기를 다룰 수 있는 빙공이었다.
흰 빛의 입자 글씨를 훑어본 천여운의 눈동자가 떨려 왔다.
‘하!’
오한빙천공은 오래 전에 사장된 북해빙궁의 궁주들이 익히는 절세신공이다.
용귀를 수백 년이나 얼려서 가둬둘 만큼 빙백신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설의 빙공이었다.
‘뭐, 이런 경우도 다있나.’
수재로 인해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 재해가 공교롭게도 오래 전 용귀와 함께 깊은 빙장석 봉인에 잠들어 있던 북해빙궁의 신물을 찾아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