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88)
# 91장 신물 (3) #
궁주 대리 단주천과 소궁주 단백현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마교주 천여운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긴장하고 기대하는 마음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상정 밖의 말이 나오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란 반응은 원로들과 장로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 자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한단 말인가?’
‘지금 신물을 가지고 농을 하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더러 있지만 육검들의 표정은 그러지 않았다.
평소부터 천여운이 허투루 말을 던지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을 정확하게 의사를 파악했다.
‘북해빙궁을 취하시려고 하시는 구나!’
원래의 계획은 북해빙궁과의 단독 동맹이었다.
그런데 신물을 얻고 나서 주군인 천여운의 계획이 달라진 듯 했다.
‘반발이 크지 않을까?’
육 장로 몽무가 내심 우려했다.
당연히 마교의 입장에서 북해의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북해빙궁을 산하에 두게 된다면 굉장한 성과가 될 수 있다.
다만 신물을 볼모삼아 밀어붙이면 심한 반발을 얻을 수도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천 교주…..방금 발언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용귀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가 아니오. 그것은 본 궁의 신물이오.”
궁주 대리 단주천이 굳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론 소궁주 단백현도 마찬가지였다.
“천 교주님. 도와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외인이 신물을 가졌다고 본 궁의 궁주가 된다면 누가 탐내지 않겠습니까?”
-웅성웅성!
북해빙궁의 궁인들의 분위기도 심상치가 않다.
천여운이 아닌 다른 이가 이런 발언을 했다면 북해빙궁의 모든 궁인들이 격노해서 달려들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신위를 보였기에 그럴 엄두는 나지 않았다.
부디 천여운이 격해지는 양측의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위해 한 농담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대들의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신물을 얻는 자가 북해빙궁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안타깝게도 천여운은 전혀 농담이 아니었다.
정말로 신물을 가졌으니 빙궁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듯 했다.
‘이 자가 정녕!’
단주천이 겨우 마음을 다스리며 입을 열었다.
“천 교주. 그런 의미가 아니지 않소. 그것은 궁인들 아니, 우리 단가 혈족들에게 내려오는 조사령이지. 세상 모든 사람들을 통틀어서 한 말이 아니외다.”
“…….그건 이 자의 말이 맞습니다.”
단백현이 그의 말을 거들었다.
방금 전까지 대립하던 이들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이때만큼은 같은 의견을 보였다.
그러지 않고는 신물을 빼앗길 판국이었으니 당연했다.
“재미있군. 내가 기억하기로 외인이라 적힌 구절은 없었던 듯한데.”
“네?”
-쿵!
천여운이 왼손에 들고 있던 황금 지팡이를 바닥에 꽂았다.
그리고는 검결지를 만들어 바닥을 향해 날카로운 예기로 글씨를 새겼다.
그 글씨를 보는 모든 궁인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허어…..”
단주천과 단백현 역시도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오한빙장과 그것에 숨겨진 힘을 얻은 자야말로 진정한 궁주의 자격을 갖춘다! 이것이 아니었나?”
두 사람은 뭐라고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북해빙궁의 본단 건물 앞에 있는 개파 조사 단영의 석상에 새겨져 있는 조사령이었다.
잠깐 본단에 들렸던 천여운이 이 문구를 정확히 기억할 줄은 몰랐던 그들이다.
“신물을 내가 쉽게 얻은 것 같나? 그대들이 모시는 주군들과 역대 궁주들은 왜 이것을 지금까지 구하지 못했지?”
-웅성웅성!
천여운의 그 말에 궁인들의 반응이 제각각 묘해졌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요지이기는 했지만 여태껏 모든 역대 궁주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용귀를 처단하고 빙궁의 궁인들을 구한 것이 바로 천여운이다.
게다가 수장되어 영원히 지하에 가라앉을 뻔한 신물을 찾아오기도 했다.
어찌 본다면 외인임을 떠나서 가장 영웅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는 생각이 어느새 궁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소궁주는 정통성은 있으나 빙백신공조차 제대로 연마하지 못할 만큼 부족한 실력이다.’
북해빙궁의 궁주라면 빙백신공을 대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은발이 아닌 흑발은 수치인 것이다.
‘궁주 대리는 북해의 패자이긴 하나…..외부인을 끌어들여서 용귀가 깨어나게 하고, 전 궁주를 해한 반역자다.’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끝이 없어진다.
단 한 번으로 시작된 파장은 어느새 궁인들의 머릿속에 천여운은 같은 자가 궁주여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궁주 대리 단주천과 소궁주 단백현을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설마…..지금 궁인들이 흔들리는 것인가?’
‘백현아…..백현아….최악의 수를 뒀구나.’
단주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약 단백현이 마교주 천여운을 데려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전 궁주의 강경한 후계자 책봉에 불만을 가진 궁인들의 마음은 궁주 대리 단주천에게 치우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외부인을 끌어들여 전 궁주를 처단했다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장로들 이외에 젊은 궁인들의 시선이 일부 달라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이대로 천 교주에게 휘둘리게 내버려둬선 안 돼.’
단가 일족이 아닌 외부인에게 북해빙궁을 넘겨줄 순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단주천은 잠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난처해하고 있는 소궁주 단백현에게 전음을 보냈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이제야 알겠느냐?]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좋다.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지 않으면 본 궁이 저 간악한 마교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만다. 동맹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네 녀석도 그것을 원치는 않겠지.]당연한 소리였다.
단백현이 어두워진 얼굴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단주천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너도 단가의 혈통이니 만큼 잘 알겠지. 조사령에 감춰진 비밀을 말이다.] [아!]그런 단주천의 전음에 소궁주 단백현의 두 눈이 커졌다.
당황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신물인 오한빙장은 주인을 선택한다. 그것은 자격을 갖춘 자만이 가능하지. 그 자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단가의 피!] [그렇다. 아무리 마교주라고 해도 신물의 선택을 받을 순 없다. 이 점을 노려야 한다.]북해빙궁의 단가 혈족에게도 내려오는 구전이 있었다.
단주천의 말대로 신물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주인을 선택한다는 이야기였다.
이것은 궁주 일가인 단가 일족만이 알고 있었는데, 흔들리는 궁인들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이 점을 이용해야 했다.
“천 교주! 혹시 그것은 알고 있소이까?”
단주천이 모든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본 궁의 신물인 오한빙장은 그 주인을 선택하는 영험함을 가지고 있소이다!”
“오오오!”
“조사님의 영이 깃들었구나!”
그 말에 궁인들이 반응이 집중되었다.
궁주 혈통은 아니었지만 그들도 가전이나 풍문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심드렁한 천여운의 반응에 답한 것은 소궁주 단백현이었다.
“천 교주님. 신물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진정한 주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주인이라……그것을 그대들이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인가?”
‘걸렸다!’
그 질문에 두 사람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일부러 내색하지 않고서 천여운의 질문에 의도한 바를 진행해갔다.
“신물은 북해빙궁의 개파 조사께서 만드셨소. 당연히 조사님의 영험함을 증명할 수 있소이다!”
이에 천여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재밌군.”
그 말과 함께 대범하게 바닥에 꽂혀 있는 황금 지팡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조금 더 설득해야 가능할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기회를 주자 두 사람의 눈빛에 의아함이 서렸다.
‘……오한빙장을 직접 쥐어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 틀림없다.’
단주천은 천여운의 속내를 그리 짐작했다.
수장된 신물을 찾아낸데다가 그것을 만져봤으니, 여러모로 자신들보다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험함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만져봤다고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준 것을 후회할 것이오. 젊은 마교주여.’
단주천이 태연하게 소궁주 단백현을 바라보며 황금 지팡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마치 먼저 기회를 주겠다는 듯이 말이다.
이에 소궁주 파에 속하는 원로원들과 궁주 호위단이 의아해하면서도 기대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단백현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증명을 하게 되면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궁주가 될 수 있다.
‘내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양보하는 구나.’
-으득!
자신감이 가득한 단주천의 표정을 보며 단백현이 이를 갈았다.
‘그 자신감을 부숴주겠소.’
단백현이 천천히 황금 지팡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버님…..그리고 조사님과 역대 궁주님들이여. 부디 본 궁의 신물이 반역도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속으로 간절히 바라며 단백현이 지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탁!
바로 그 순간이었다.
-쩌저저저저적!
“헉! 소, 손이….끄으으으윽!”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팡이를 잡은 단백현의 손이 상상을 초월하는 한기로 인해 급격하게 얼어붙으려 했다.
정말로 지팡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신물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
‘정말 주인을 선택하는 것인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단백현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원로원주 설암백이 다급히 외쳤다.
“소궁주! 빙백신공을 운용하시오! 그것을 견뎌야 선택을 받을 수 있소이다!”
‘빙백신공!’
고통스러운 와중에 그것을 들은 단백현이 얼른 빙백신공을 운용했다.
오층의 경지에 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신물이 내뿜는 한기를 견뎌내려면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솨아아아아!
빙백신공을 오층 경지로 끌어올리자 단백현의 머리카락이 은발로 변했다.
신공을 운용하는 그가 어떻게든 신물이 발산하는 한기를 견뎌내고 그것을 몰아내려는 순간이었다.
-팡!
“크헉!”
단백현의 몸이 일격에 당한 것처럼 뒤로 튕겨나갔다.
“소궁주!”
놀란 원로들과 호위 단주가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그런데 단백현의 오른팔이 통째로 얼어붙어서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어, 어찌 이런 일이…..”
“소궁주가 신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단 말인가.”
그들은 참담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정통성과 전대 궁주에 대한 충성으로 그의 자질이 모자람에도 끝까지 지지했다.
그런데 설마 신물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탁!
“소궁주 본 노가 돕겠소이다. 한기를 몰아내시오.”
일단은 그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설암백이 등에 손을 얹어 진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는 와중에 단주천이 입 꼬리를 슬그머니 올리며 황금 지팡이를 향해 천천히 걸어나왔다.
운기를 하고 있는 단백현의 귓가에 전음이 들려왔다.
[어리석구나. 백현아. 네가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다.]한기를 몰아내는데 집중해야 하는 단백현은 이 전음을 그대로 듣기만 해야 했다.
단주천이 황금 지팡이 앞에 서서 흡족해하며 전음을 이어갔다.
[물론 단가의 핏줄도 자격 요건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직접 겪어봐서 알겠지만, 신물을 제압해서 그 주인이 되려면 그만한 공력과 한기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고작 오층 빙백신공밖에 익히지 못한 그릇으로 욕심낼 물건이 아니란 소리다.]-움찔!
전음에 분한 마음이 들었는지 단백현이 운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를 개의치 않고 궁주 대리 단주천이 정중한 목소리로 천여운에게 말했다.
“천 교주. 이제 본인이 증명해 봐도 되겠소이까?”
“뜻대로.”
단주천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모든 궁인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웃어보였다.
신물의 선택을 받아 모든 이들의 인정을 받는 순간이 온 것이다.
자신을 반대하는 원로들, 호위전이라고 해도 소궁주조차 실패한 것을 성공하게 된다면 더 이상의 불만을 제기할 수 없으리라.
‘자! 보아라.’
-솨아아아아아!
극성의 빙백신공을 운용하는 단주천의 몸에서 강렬한 한기가 발산되었다.
한기에 닿는 모든 것을 얼려버릴 기세였다.
‘과연 명불허전이로다!’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그를 탐탁해하지 않으면서도 원로들이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반응들을 만족스러워하며 단주천이 과감하게 황금 지팡이를 잡아서 들어 올리려 했다.
-꽉!
지팡이를 잡은 그가 희열에 가득 찬 눈빛으로 위로 들어 올리려는데,
-쩌저저저저적!
“이, 이게 무슨!”
단주천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빙백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여 지팡이를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는 말도 안 되는 한기가 그의 손바닥을 침투해왔다.
현경의 고수답게 심후한 공력으로 겨우 얼어붙는 것은 막아냈지만, 아무리 한기를 제압하려고 해도 그것이 불가능했다.
-우우웅!
“크으윽!”
게다가 지팡이에서 한기뿐만이 아니라 묘한 반탄력이 일어났다.
마치 그의 손에 잡히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이럴 리가 없다. 어째서…..어째서 거부하는 것이냐!”
분노한다고 될 일은 아니었지만 신물은 끝내 그를 선택하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한기가 반탄력을 일으키며 반항하려 들었다.
현경의 고수였기에 강제로 버티고 들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웅성웅성!
궁인들도 이 같은 모습에 다들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단주천과 단백현이 했던 말대로라면 궁주 일족인 그들이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어찌 된 영문일까?
바로 그때였다.
천여운이 지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팍!
“아앗!”
단주천의 손에 잡혀 있던 지팡이가 빠져나와, 천여운의 손으로 빨려들어 왔다.
놀랍게도 그렇게나 두 사람의 손을 거부하던 신물 오한빙장은 얌전하다 못해서 천여운의 손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단주천에게 천여운이 혀를 차며 말했다.
“멍청하군. 직접 신물을 잡아봤으니 깨달았을 텐데 말이야.”
‘!?’
그 말에 어안이 벙벙해하는 단주천과 달리 문규나 육검들이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천여운이 아까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지팡이를 주지 못한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그것은 바로 천여운이 신물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주인을 선택했으니 다른 사람의 손을 거부하는 것도 당연했다.
-웅성웅성!
놀란 궁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이럴 수가!’
‘궁주 일족의 핏줄만이 신물을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원로들을 비롯해 살아남은 장로들이 놀랍다는 눈빛으로 천여운과 영롱한 빛을 발하는 오한빙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단주천에게 천여운이 전음을 보냈다.
[고맙군. 좋은 명분을 제공해줘서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단주천의 두 동공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처음에는 천여운이 자신의 계획에 넘어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천여운이 가만히 그들의 말을 들어가며 기회를 준 것은 애초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 모든 궁인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우리를 이용했단 말인가!’
그들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천여운을 더욱 돋보이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상황을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저게 북해빙궁의 신물?”
“어째서 저게 천 교주의 손에서 빛을 내는 거죠?”
마침 마교인들과 북해빙궁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왔던 모용강과 제갈소희 역시도 이 같은 광경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잘됐군. 증빙인들도 생겼으니 말이야.”
그들을 발견한 천여운이 멍한 얼굴로 망연자실해하고 있는 단주천을 지나쳐, 북해빙궁의 궁인들을 향해 오한빙장을 크게 들어보였다.
그것은 누군가 강제로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오오오! 신물의 주인이시여!”
원로 중의 한 사람이 신물과 천여운에게서 나오는 위엄에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서 머리를 조아렸다.
-탁!
분위기라는 것은 참으로 묘하다.
한 사람이 무릎을 꿇자, 누구 할 것 없이 궁인들이 파도처럼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무언에 힘을 받은 것처럼 몇몇 이들을 제외한 모든 북해빙궁의 궁인들이 충성을 맹세하는 것처럼 천여운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어찌 이런 최악의 상황이 있단 말인가.’
그 광경에 모용강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용귀의 진원도 모자라 천고의 신물, 게다가 북해빙궁마저 천여운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납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천여운이 그런 그와 제갈소희, 그리고 궁주 대리 단주천, 소궁주 단백현을 차례대로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모두 다 있으니 공표해도 되겠군. 이제 북해빙궁은 나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