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89)
# 92장 오령(五靈) (1) #
마교주 천여운이 북해빙궁을 취한지 보름이 지났다.
폐허가 되다 못해 거대한 구멍을 통해서 물이 차올라, 옛 터전을 잃은 북해빙궁이었다.
수백 년 동안 선조 대대로 지내온 터전이었지만 한 번 무너졌던 곳에 새로운 무언가를 짓는다는 것은 풍수에 맞지 않았다.
그들은 옛 터전에서 동쪽으로 나아가 북해빙궁의 재건에 들어갔다.
물론 새로운 빙궁을 건설한다고 해도 완전한 무(無)에서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기란 힘들었기에 폐허에서 기존의 자재들 중에 일부 멀쩡한 것들을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부지의 반 이상이 차오른 호수 물에 잠겨서 작업조차 하기 힘들 터인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대단하구나.”
수많은 하얀 털옷의 궁인들이 일하는 작업터를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북해빙궁의 원로들과 소궁주 단백현이었다.
단백현은 폐허가 된 부지를 바라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내가 오한빙천공을 부단히 익힌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가능할까?’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당연했다.
물이 차오르던 북해빙궁의 폐허가 된 부지의 뚫려 있던 거대한 구멍이 완전히 얼어붙어 더 이상의 수재는 없었다.
이것을 얼려서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든 자는 바로 마교주 천여운이었다.
‘그분은 정녕 인간이 아니다.’
아직도 천여운이 저곳을 얼렸을 때를 기억한다.
한철에 버금가는 얼음검들을 만들어낸 천여운은 천공섬광에 극음의 한기를 실어 발산하여 물이 차오르는 구멍을 얼려버렸다.
덕분에 이렇게 재건 작업을 하는데 무리 없이 박차할 수 있었다.
“빙궁의 혈족이 아닌데도 이런 일이 가능한 사람은 오직 스승님 밖에 없겠죠?”
단백현의 말에 옆에 있던 원로원주 설암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분은 평범한 범인들이 헤아릴 수 있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래도 그분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려서 다행입니다. 궁주님.”
놀랍게도 설암백은 그를 궁주님이라 불렀다.
어떻게 된 일이기에 그가 궁주라고 불리게 된 것일까?
“그렇죠. 스승님의 진정한 혜안을 알기 전까지는 저도 오해했었으니까요.”
단백현은 도움을 청한 마교주 천여운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여겼다.
차라리 혈족인 궁주 대리 단주천에게 빼앗기는 것만도 못한 상황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여 절망했었다.
그러나 궁인들의 앞에서 천여운은 예상 밖의 공표를 했다.
[소궁주 단백현을 제자로 받아 오한빙천공을 전수하겠다.]뜻밖의 공표에 단백현을 비롯한 모든 궁인들이 의아해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단백현을 제자로 받겠다고 한 천여운이 자신은 태상궁주로 물러나고, 제자에게 궁주직을 물려주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빙궁의 신물을 얻어서 인정했지만 외부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상황을 탐탁해하지 않고 있던 궁인들의 입장에서는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
이래나 저래나 마교의 산하로 들어가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제자가 되면서 입교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백현이 궁주가 되면서 기존의 수뇌부들이 자치권을 보장받는 것이었기에 궁인들로서는 조삼모사(朝三暮四)임을 알아도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궁주님. 오늘은 가르침이 없는 겁니까?”
원로들 중 한 명인 설융이 궁금했는지 물었다.
제자가 되면서 신시(申時) 이후에는 천여운에게 오한빙천공을 전수받고 있는 그였다.
그런데 벌써 유시(酉時) 가까이 되었는데 이곳에 있었다.
“오늘은 그 자를 심문 하신다고 하더군요.”
그 자라고 지칭했지만 원로들 모두가 단번에 알아들었다.
“……차라리 태상궁주께 말씀드려서 단주천 그 자를 처형케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로들이나 몇몇이 다소 반발이 있어도 후환은 없애는 게 낫습니다.”
“그건 노부의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로들의 대다수는 궁주 대리 단주천을 처형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최고 주동자라 할 수 있는 일 장로 설영귀는 현재 혈도가 제압된 상태로 임시 구금실에 갇혀있었다.
“지금 처형하면 그 자와 장로들 산하에 있던 자들의 반발이 커질 겁니다.”
“크흠….”
원로들의 우려를 그라고 해서 모를까.
다만 단주천을 따르는 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천여운이라는 최고의 후원자가 생기고 사장된 북해빙궁의 무공을 익힘으로써 어느 정도 불만을 잠식시켰지만 마지막에 단주천의 태도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죽이시오! 본인은 절대로 그대를 따를 수 없소!]그는 그 자리에서 자신은 절대로 마교주를 인정할 수 없으니, 처형시키라고 하였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판단한 그는 깨끗하게 죽음을 받아들였고 그런 결연한 모습에 일부 궁인들의 지지를 얻었다.
여기서 정도 무림맹의 모용강과 제갈소희는 마교주 천여운이 그런 여론을 개의치 않고 후환을 없앨 거라 여겼지만 의외로 그러지 않았다.
[내가 이곳에 상주하는 게 아닌 이상 사형시키면 네 녀석이 뒷감당을 전부 할 수 있나?]그런 천여운의 말에 단백현은 어떠한 답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에서 압도적 천여운의 힘에 억눌려 있으나, 북해의 영웅이자 패자인 단주천을 거두지 못하면 언젠가 반발이 찾아올 것이다.
이에 그때는 천여운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모르겠구나. 그를 살려두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차라리 일부 궁인들의 반발을 감당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원로들이 우려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서서히 머릿속을 채워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오늘 모든 결정이 날 것이다.
‘마지막 심문이라고 했으니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천여운은 그에게 오늘 단주천에 대한 마지막 심문을 한다고 하였다.
같은 시각 새로운 북해빙궁 재건 터의 임시 구금실.
막사들로 가득한 터의 한복판에 유일하게 얼음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있었는데, 천여운이 오한빙천공의 오층 신공으로 만든 얼음 감옥이었다.
입김이 나가올 정도로 차가운 얼음 감옥 속에서 전 궁주 대리 단주천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음을 녹이거나 부숴보려고 했으나, 한철에 버금가는 강도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오한빙천공이 확실하구나.’
빙백신장으로는 이런 강도의 얼음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운이 좋아서 신공을 얻어냈지만 제대로 익히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 여겼는데,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 정도 고수이기에 이건 일도 아니라는 말인가.’
예전에 중원 오대고수라 불리는 북정도 이목을 만난 적이 있지만, 자신보다 한 수 위라고는 여겼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저 괴물이라는 말 이외에는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었다.
‘차라리 시원하게 겨뤄보고 죽을 걸 그랬다.’
후회가 된다.
이렇게 하염없이 갇혀서 언제 죽을지를 기다리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던 차였다.
-끼이이익!
얼음 감옥에 덮어져 있는 임시 막사의 입구가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빛을 등지고 있어서 얼굴이 검게 보였지만 긴 머리카락의 인영만 보아도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천 교주.’
사흘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마교주 천여운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그때 보았을 때랑은 다르게 느껴졌다.
-고오오오오!
‘큭!’
내공이 금제되어서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진원을 완전히 흡수했구나!’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런 엄청난 뇌기를 내뿜는 진원을 이렇게 짧은 시일 안에 흡수에 성공할 줄 몰랐다.
진원을 흡수하기 전에도 괴물 같았는데, 지금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때 가까이로 다가온 천여운이,
-타타타타탁!
단주천의 아혈을 풀어주었다.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천여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라진 빙궁의 육 장로 원상오의 시신을 발견했다.”
“……..”
“그대의 말대로 사라진 용귀의 머리에 대한 혐의는 풀렸다.”
천여운의 말에 그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아니라고 했잖소.”
그는 한 가지 혐의가 있었다.
폐허의 서쪽 편 마교의 막사 쪽에 있던 용귀의 머리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이때 그를 따르는 북해빙궁의 장로들 중 한 사람인 육 장로 원상오의 행방이 묘연했는데, 그 시신이 발견되었다.
수차례나 그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결백이 입증되지 않았는데, 운이 좋게도 재건 작업을 하던 궁인들이 얼어있는 원상오의 시신을 찾았다.
“정도 무림맹일 거라고 하지 않소.”
단주천은 사라진 용귀의 머리를 빼돌린 것이 정도 무림맹일 거라고 주장했다.
물론 그것은 일리가 있었다.
극도육무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정도 무림맹의 인물들 중에 몇몇이 행방불명되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흑영단의 임시 단주인 부관 맥위종과 몇몇 대주가 사라졌다.
모용강과 제갈소희는 그들이 진원을 찾기 위해 사라졌다고 주장했지만, 지하에서 극도육무문 이외의 맥위종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었기에 현재는 정도 무림맹이 가장 유력해졌다.
그러나 천여운의 생각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정도 무림맹도 아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정도 무림맹의 사람들 중에서도 사라진 자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그들의 시신 중 일부가 발견되었다.”
“뭐요?”
놀랍게도 이틀 전 흑영단의 사라진 대주 몇 명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남동쪽의 백 리 정도 남하한 벌판에서 들짐승들에 먹히고 남은 손상된 시신들을 추적자들이 찾아냈다.
많이 손상되어 일부만 남았지만 숨길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찾은 시신들에 극도육무문의 독문무공인 극도신무의 흔적이 있더군.”
“아니?……그놈들이 빼돌렸단 말이오?”
전혀 예상지 못한 결과에 단주천의 두 눈동자가 떨려왔다.
* * *
납살(拉薩)의 홍산(紅山).
해발 약 천이백 장(丈) 높이의 고산 위에 존재하는 포달랍궁(布達拉宮).
포달랍궁은 제 이의 보타산이자 관음보살의 성지로 불린다.
이 높은 곳에 궁전이 위치한다는 것이 참으로 신비하기까지 하다.
화강암과 나무를 섞어서 만든 건물은 백색의 외벽과 어두운 적색의 지붕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위산 위로 솟아 있는 웅장한 궁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평소라면 모두가 그것을 바라보며 그리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이 궁전에 문제가 생겼다.
포달랍궁은 크게 백궁과 홍궁으로 나뉘는데, 궁주인 당대 달뢰라마(達賴喇嘛)는 백궁에서 정무를 관장하고 홍궁에서 종교 의식을 치른다.
평소라면 경건한 불경을 외우는 소리가 들려야 할 홍궁이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전쟁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궁전의 절반이 폐허가 되어 있었고, 그곳의 한가운데는 천 구가 넘는 시신들을 태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화르르르륵!
“역하군.”
드러난 부위는 온통 붕대를 매고 있는 죽립인이 매캐한 살이 타는 냄새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태운 그을음들 사이에 반짝이는 흰 구슬들이 잔뜩 보인다.
오묘한 빛을 내고 있는 이것들은 사리(舍利)였다.
“스님들이 아니랄까봐 엄청도 나오는군.”
얼마나 많은 포달랍궁의 제자들을 태웠는지 사리들이 한 가득이었다.
도주의 손에 죽은 달뢰라마를 태웠을 때 나온 사리는 이들 열 명이 태운 몫만큼이나 나왔다.
그만큼 불성이 높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런 달뢰라마도 도주의 세 초식조차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도주가 그것을 완전히 흡수하려면 어느 정도 걸릴까나.”
이틀 전부터 백궁에 있는 달뢰라마 전용 수련실에 박혀서 나오지 않는 도주였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해서 웬만한 일은 그의 선에서 전부 해결하고 있었다.
그러던 때였다.
-푸드득! 푸드득!
“호오.”
푸른창공을 가로지르며 보랏빛 매 한 마리가 그에게로 날아왔다.
야생의 매라고 하기에는 자연스럽게 붕대 죽립인의 팔에 익숙하게 발톱을 내리며 안착했다.
이 매는 전서를 전달하기 위해 훈련받았다.
발톱의 아래쪽에 끈으로 묶어놓은 원통이 있었는데, 그것을 풀어서 열자 안에 둘둘 말아놓은 전서가 나왔다.
-촤르륵!
전서를 펴자 종이에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비어있었는데, 붕대 죽립인은 익숙하게 품에서 시약 같은 것을 꺼내서 한 방울 떨어뜨리자 신기하게도 비어있는 부근에 글씨가 진해져갔다.
“어디 보자.”
숨겨진 내용을 살피던 붕대 죽립인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당혹감에 젖어있던 그가 팔에 안착해 있던 매를 수하에게 맡긴 후에 다급히 백궁으로 경공을 펼쳐서 갔다.
백궁으로 들어가 달뢰라마의 집무실 들어가면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그곳을 따라 한참을 내려갔더니 두껍고 큰 철문이 하나 나왔다.
-꿀꺽!
긴장된 눈으로 침을 삼키던 붕대 죽립인이 조심스럽게 철문을 두드렸다.
-쿵쿵!
두 차례 정도 철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대답소리가 들린 것이 아니라, 굳게 닫혀있던 그것이 심후한 공력에 의해서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익!
-솨아아아아!
문이 열리자 싸늘한 공기가 새어나왔다.
붕대 죽립인이 떨리는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사방이 전부 얼어서 마치 북해로 온 것만 같은 느낌을 풍겼다.
그 얼어있는 공동 한 가운데는 놀랍게도 새하얗고 엄청나게 거대한 몸체에 머리가 잘려 있는 거조(巨鳥)가 죽어 있었다.
이것은 오령 중의 하나이자 북극 바다의 곤(鯤)이라는 큰 고기가 영력을 가져서 변했다고 알려진 대붕(大鵬)의 사체였다.
‘어디에 계신…..아!’
두리번거리던 그의 눈에 대붕의 사체 위에 좌선을 하고 있는 한 중년인이 보였다.
그는 바로 극도육무문의 수장인 도주(刀主)였다.
도주의 몸에서는 강렬한 극음의 한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이틀 동안 진원에 담긴 영력을 많이 흡수한 듯 했다.
‘크윽,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하지?’
난감했다.
이번 일만큼은 별 일이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했던 그였다.
그런데 설마 이번에도 그 자가 관여했을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망설이던 찰나에 두 눈을 감은 채, 좌선하고 있던 도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방해하지 말라고 했거늘.”
“도, 도주!”
-털썩!
붕대 죽립인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사죄의 표시를 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 그게….”
“본좌의 심기를 건드릴 셈이냐.”
-솨아아아아!
불쾌함이 담겨있는 목소리만으로도 강한 압박감이 그를 짓눌렀다.
이에 붕대 죽립인이 결국 자신이 전서구로 읽었던 내용을 알려야만 했다.
“도, 도주! 북해빙궁으로 보낸 도살대와 도살문주, 그리고 귀철대가 전부 사망했습니다.”
-부우우웅!
“흐헉!”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상을 초월하는 진기에 죽립인의 몸이 떠올라서는 거대한 대붕의 죽음 몸통 위에 앉아있는 도주의 앞으로 끌려왔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고작 북해빙궁과 용귀를 해결하지 못해서 도살대와 귀철대가 전멸했다고?”
“저, 전부는 아닙니다. 두 문주와 몇 명이 살아서…”
-휘리릭! 콱!
“켁켁!”
죽립인의 목을 움켜쥔 도주가 감고 있던 두 눈을 부릅뜨고서 살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결국 실패했다는 말이 아니더냐.”
“켁….켁…..마, 마신이….북해빙궁에…..개입한….것 같습니다.”
‘!?’
그 말에 힘이 들어가던 도주의 손아귀가 약해졌다.
이에 죽립인이 다급히 해명을 이어갔다.
“마…..신이라고?”
“그, 그렇습니다! 놈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무사히 용귀의 진원을 옮겨왔을 텐데…..부, 북해빙궁의 소궁주라는 애송이가 마교에 파병 요청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도살문주가 놈과 부딪치기 전에 미리 용귀의 머리 하나를…흐어엇!”
-팡!
바로 그 순간 도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진기에 죽립인이 튕겨나가 버렸다.
어찌나 그 힘이 강했던지 한참을 나뒹굴던 죽립인이 멈추고는 피를 토해냈다.
“쿨럭쿨럭!”
그런 그를 전혀 개의치 않는지, 도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다. 설마 놈도 오령을 노리고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