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91)
# 92장 오령(五靈) (3) #
평소의 대부분을 천여운의 곁을 지키는 대호법 마라겸이다.
하지만 시간이 나는 틈틈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전 태상교주 천인지를 살피러, 의무실을 방문했다.
재건을 시작한 북해빙궁의 궁인들이 가장 먼저 지은 건물은 의무실과 숙소였다.
용귀와의 싸움을 비롯해 지하 동굴에서 치른 전쟁으로 부상자들이 많았기에 당연한 순리이기도 했다.
육검단의 단원들이 따로 지은 의무실.
그곳에 누워있는 주름이 가득하고 수척해 보이는 노인이 있다.
전격을 맞아 머리털부터 눈썹, 수염까지 전부 홀라당 타버렸지만 마교라는 거대한 단체를 지배했던 위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교주님…..”
가면의 틈새로 보이는 마라겸의 눈빛이 애틋하다.
천인지가 교주였던 시절부터 모셨기에 입에 전 태상교주라는 말이 붙지 않았다.
같이 의무실에 있는 허봉도 그것을 탓하진 않았다.
“서둘러서 본교로 모셔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대호법.”
허봉의 그 말에 동의하는지 마라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 태상교주 천인지의 현재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어찌나 원기의 손상이 컸는지, 천여운과 더불어 마라겸이 번갈아가며 지속적으로 진기를 불어넣는데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북해빙궁의 의원들 모두가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에 천여운은 이렇게 짐작했다.
[……어쩌면 머릿속에 있던 고(蠱)와 암시의 부작용일지도 모르겠군요.]천여운은 나노의 섬세한 보조로 머리에 있는 고가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전격으로 정지시킨 후에 분해하여 콧구멍과 입으로 흘러나오게 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머리에 고가 자리 잡고 있었으니 그리 멀쩡할 리가 없었다.
[태상교주도 역혈마공의 부작용과 암시만으로 심혼맥에 손상을 입었었으니….]태상교주 천유종 또한 깨어나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더 오랜 세월 동안 암시에 걸린 상태였기에 언제 깨어날지 기약할 수 없었다.
천여운은 진원의 흡수가 끝나고 북해빙궁의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곧장 십만대산으로의 복귀를 결정했다.
‘교주님…..깨어나십시오.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여섯 종파에 휘둘리던 본교도…..검마 공부터 당신께서 위험하게 여기던 극도육무문도 오히려 당대 교주님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하고 가기에는 천인지 또한 희생이 컸다.
“허 부관.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하염없이 그를 바라보다 의무실을 나가려던 찰나였다.
“쿨럭…쿨럭!”
가래로 들끓는 무거운 기침 소리에 마라겸이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잠이 든 것처럼 누워있던 전 태상교주 천인지가 눈을 떴다.
“교주님!”
마라겸이 다급히 침상으로 다가가, 기침을 하며 상반신을 일으키는 그를 부축했다.
초췌한 얼굴로 헛기침을 하는 그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쿨럭쿨럭….대호법…..”
오랜만에 듣는 자신을 부르는 천인지의 목소리에 마라겸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마라겸이 다급한 목소리로 허봉에게 부탁했다.
“허 부관. 당장 교주님을 모셔오게.”
“아,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탓!
말로만 듣던 전 태상교주가 깨어난 것에 같이 놀라하던 허봉이 서둘러 경공을 펼쳐, 밖으로 나갔다.
“교주님! 괜찮으십니까?”
“쿨럭쿨럭…..하아…..대호법 자네를 이렇게 살아서 보게 될 줄이야.”
상태가 나빴지만 전 태상교주 천인지 또한 감회가 남다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십여 년 만에 옛 수하를 보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쿨럭쿨럭!”
“교주님!”
마라겸의 두 눈이 커졌다.
기침을 하는 천인지의 입가에 피가 묻어있었다.
진기를 불어넣을 때만 하더라도 원기의 손상은 있을 지언정 큰 내상은 흔적을 찾지 못했었다.
당황한 그가 천인지를 도우려했지만 손을 들어 거부했다.
“쿨럭….쿨럭….괜찮네. 내상이 아니네.”
-주르륵!
개의치 말라고 말은 했지만 코피마저 흘러내리는 것이 위험해보였다.
천인지가 호흡을 가다듬더니, 이내 운기조식을 하는지 기운이 응집하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그런데 그의 전신에서 황금빛 기운이 서리는 것이 기존의 마교에 내려져오는 천마심법과는 전혀 다른 운기법을 행하는 듯 했다.
“이건?”
후광마저 생겨나는 천인지의 운기법에선 불도(佛道)의 기운이 느껴졌다.
마라겸은 전에 이 같은 기운을 본 적이 있었다.
“역근경?”
그것은 정도 무림의 근원인 소림사의 방장만이 익힐 수 있는 지고의 심법인 역근경(易筋經)이었다.
보리달마(菩提達磨) 조사가 창안했다고 알려진 역근경은 정통 내가 심법의 최고봉이자 불도의 정수가 담겨있다.
‘교주님께서 어떻게 역근경의 심법을?’
천마심법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운기법이다.
검마가 재창안한 천마심법은 철저하게 내공을 높이기 위한 심법인 반면, 역근경은 체내의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심법이라 알고 있다.
다만 그 성격이 달라 천마심법으로 익힌 내공과 상충할 수 있어서, 기존의 진기를 포기해야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팍!
그때 누군가 의무실의 문을 열고 다급히 들어왔다.
“교주님!”
그는 당대 교주인 천여운이었다.
허봉에게 전 태상교주 천인지가 깨어났음을 듣고서 급히 달려온 그였다.
-고오오오오!
“이건?”
의무실 전체에 감도는 불도의 기운에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역근경의 기운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불도의 기운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천여운의 질문에 마라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 태상교주께서 깨어나셨는데, 피 기침을 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운기에 들어가셨는데…..보시는 데로 역근경을 운기하고 계십니다.”
“역근경? 조부님께서 어떻게 소림사의 무공을?”
“아무래도 운기가 끝나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연유는 마라겸 역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역근경을 운용하고 있는 전 태상교주 천인지의 초췌했던 안색이 점차 밝아지고 있었다.
마라겸의 말대로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 시진 가량 전 운기를 하며 발산하던 불도의 기운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황금빛 기운이 완전히 가시자, 천인지가 눈을 떴다.
“하아…..”
한결 나아진 천인지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주변에 서있는 천여운을 발견하고는 눈에 이채가 띠었다.
‘!?’
고작 약관에 불과해보였지만 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원기가 손상되었다고는 하나, 지고의 경지라 불리는 현경에 이른 천인지는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고는 상대의 무력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청년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찌 이런 힘을…..’
눈앞의 청년은 자신조차 그 힘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풍겨져 나오는 무(武)의 기운이 전율적이었다.
천인지가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천여운을 바라보다, 옆에 있는 대호법 마라겸에게 물었다.
“대호법. 이 청년은?”
그 말에 답변한 것은 천여운 본인이었다.
“…….소손 천여운이 전대 태상교주이신 조부님을 배알합니다.”
-탁!
포권을 취하는 천여운의 모습에 천인지의 두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천여운?……화연의 아이?”
그 이름을 모를 리가 없었다.
교주전의 시녀와 혼인을 맺는다고 하여 여섯 종파에서 난리가 나는 통에 그가 직접 중재를 했기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청년이 그 여운이라고?’
마교를 떠나기 전에 아이의 이름을 직접 지었던 그였다.
여섯 종파의 부인들에게서 낳은 자식들 중 누구도 부탁하지 않던 천유종이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당대 교주님이십니다. 전 태상교주 어른.”
“당대 교주?”
마라겸의 그 말에 천인지가 더욱 놀라워했다.
“아니?….그, 그게 정말인가?”
천인지는 믿기지 않는지, 주름이 가득한 눈꺼풀을 크게 뜨고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그는 당연히 여전히 당대 교주가 천유종일 거라고 짐작했다.
자신이 제 발로 극도육무문을 찾아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유종의 치세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가 교주가 되다니…..어찌 이런 일이!’
천인지로서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당연히 여섯 종파 중에서 다음 소교주가 나오리라 여겼다.
시녀의 태생인 천여운은 아무리 교주인 천유종이 사랑하는 화연의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보호할 수 없으리라 짐작하여 늘 안타까워했었다.
‘정녕 기적이로구나!’
영원히 여섯 종파의 굴레가 계속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것을 벗어난 교주가 탄생했다고 하니, 말로 그 기분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단순히 말로만 들었다면 쉽게 믿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천여운에게서 풍겨지는 전율적인 무의 기운이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네가 교주가 되다니…..정말 놀랍구나. 더 가까이 올 수 있겠느냐?”
그런 천인지의 말에 천여운이 담담하게 침상으로 다가왔다.
천여운 또한 자신의 어머니인 화연을 언급하는 그의 말에 묘한 기분이 되었다.
화연이 죽은 후로 혈육의 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닮았구나. 네 어미와…..”
그 짧은 한 마디에 두 조손(祖孫)이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해후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무뚝뚝한 천여운이었지만 다소 감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탈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조부님.”
마지막에 붙은 조부님이라는 말에 천인지의 눈가가 떨려왔다.
그 역시도 이십여 년 만에 보게 되는 혈육에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손주라……’
그 단어만으로도 뭉클해진다.
“허허허.”
이에 천인지가 인자한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
천유종을 비롯해 다른 자식들에게 엄격한 그였지만 장성한 손주를 보게 되니, 할아버지의 마음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태상교주와는 다르구나.’
아기 때 이후로 처음 보는 조부 천인지.
그런 조부의 인자한 웃음 속에 담긴 혈육의 정에 천여운은 처음으로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이라……’
자신이 아이를 가지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라 여겼다.
혈육이란 참으로 기이했다.
얼어붙어 있던 천여운의 마음에 심금을 울리게 했으니 말이다.
‘교주께서도 이런 변화된 본교를 보시길 바랐습니다.’
마라겸 역시 말없이 두 사람의 모습을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때론 남자들은 많은 표현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감정의 교류라는 것이 있다.
지금 그들의 상황이 그러했다.
한참을 마주보고 있던 차에 전 태상교주 천인지가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안색이 어두워져서 다급히 물었다.
“대호법! 이곳이 어딘가?”
“진정하십시오. 이곳은 북해빙궁입니다.”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그를 마라겸이 달래듯이 말했다.
북해빙궁이라는 말에 천인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의아해하며 물었다.
“북해빙궁이라고?….그렇다면….크윽!”
“어르신!”
천인지가 고통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식은땀마저 흘리며 통증을 호소하던 천인지를 손자인 천여운과 마라겸이 부축하려하자, 그가 괜찮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괘, 괜찮네. 기억이 온전치 않아서 그렇다네.”
천인지는 지금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암시에서 풀려나면서 여러 기억들이 뒤섞이면서 정신이 없었다.
정확하게 기억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여운아. 다, 당장 막아야 한다! 그들의 손에 용귀의 진원이 들어가게 해선 안 된다.”
“진정하십시오.”
“이럴 시간이 없단다. 놈들이 오령의 진원을 전부 얻으면!”
“조부님!”
천인지가 비틀거리면서 억지로 침상에서 일어나려하자, 그것을 웅대한 진기로 부드럽게 눌러서 다시 앉혔다.
-털썩!
‘이런 공력을?’
상태가 온전치는 않다고는 하나, 압도적인 진기에 천인지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과연 대단했다.
“진원은 그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노, 놈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이에 천여운이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말했다.
“용귀의 진원은 제가 취했습니다.”
“뭣?”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천인지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어떻게든 놈들의 손에 그것이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 무안해질 지경이었다.
“여, 여운이. 네가 얻었다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천여운이 손바닥에 뇌기(雷氣)를 뭉치게 했다.
-파치치치치칙!
“이럴 수가!…..저, 정말이구나?”
푸른 섬광이 번쩍이는 뇌기에 천인지가 놀라워했다.
용귀의 진원을 설마 천여운이 얻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아…..”
-탁!
안도의 한숨을 내쉰 천인지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엉덩이를 떼려던 것을 멈추고서 침상에 등을 기댔다.
천인지는 진심으로 그것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이에 의아했는지 천여운이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부님. 막 깨어나셔서 천천히 물어보려했지만 대체 어찌 되신 일입니까? 오령을 전부 모으면 안 된다는 것부터…..어째서 극도육무문의 손에 붙잡혀 암시에 걸려있던 겁니까?”
워낙 궁금한 것이 많았기에 본의 아니게 한꺼번에 묻고 말았다.
아차 싶었는지 천여운도 너무 서둘렀나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막 깨어나서 성치 않을 텐데 말이다.
“아아아……”
자신을 바라보는 천여운과 마라겸의 걱정과 궁금증이 섞인 눈빛에 천인지가 두 눈을 감고서 깊은 탄식을 했다.
생각해보면 저물어가는 태양인 자신들이 희생한다면 본교와 무림의 안녕을 지킬 수 있으리라 여겼었다.
‘어리석었다. 노부 스스로를 과신했음이야.’
하지만 그것은 오만이었다.
전대 고수들의 힘을 합쳐도 그들의 야욕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붙잡을 뻔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령 중 하나가 자신의 손자인 천여운이 취했다는 것이다.
잠시 스스로를 정리하던 천인지가 두 눈을 뜨고서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은 노부의 과실이다. 노부로 인해 구중 대사와 ‘그들’ 또한 희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구중 대사?”
구중 대사는 십팔 년 전에 행방을 감췄던 전대 소림사의 방장이었다.
모용세가의 모용연이 이르기를 철가면의 고수들 중에 그 또한 있었다고 했었다.
의아해하는 두 사람에게 천인지가 말했다.
“이곳 북해빙궁까지 와서 용귀의 진원을 취했으니, 그들의 정체를 알겠구나.”
“극도육무문을 말하는 겁니까?”
“……역시 알고 있구나. 후우, 그리 놈들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 했건만.”
‘아!’
안타까워하는 천인지의 말에 대호법 마라겸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어렴풋이 그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 짐작을 했었다.
그것이 극도육무문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전 태상교주 천인지가 말을 이어갔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구나…….그래. 그게 좋겠다. 오령이 무엇이냐고 물었지? 오령은 이무기, 용귀, 불기린, 대붕, 풍백호 등의 다섯 영물을 뜻한다.”
그것은 천여운이나 마라겸 또한 알고 있었다.
중원 삼대 괴서 중의 하나인 선백진경에서 말하는 다섯 영물이다.
“북해빙궁으로 왔으니 알겠지만 극도육무문은 이 다섯 영물의 진원을 노리고 있단다.”
‘역시구나.’
그 말에 천여운이 한 가지 의문이 풀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북해빙궁 사태를 비롯해 지난번 황릉 사건 덕분에 극도육무문이 영물의 진원을 모으려고 한다고 짐작하고 있던 그였다.
“정말 다행인 것은 여운이 네가 그 중 하나인 용귀의 진원을 취한 것이다. 나의 기억이 온전치는 않지만 그들은 이곳 말고도 다른 영물의 진원을 노리려 한다.”
“그것은……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천여운의 그 말에 천인지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짐작하고 있었다고?”
“그들이 황성에 있는 황릉에서 불기린의 진원을 취하려던 것을 막았습니다.”
“……뭣?”
전혀 예상지 못한 소식에 천인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명제국의 황도에 불기린의 진원이 숨겨져 있는데, 그것 역시도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려던 차였다.
“조부님께서 방금 말씀해주신 것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본교에 간자를 심어서 마도관의 보고를 노렸던 것도 이무기의 진원의 힘을 노린 것일 수도 있겠군요.”
“아니. 그건 대체?”
이무기에 대한 것은 전혀 모르고 있던 천인지다.
이에 천여운이 오른팔을 감싸고 있는 보호대에 천마기를 불어넣자, 흉흉한 기운과 함께 흑철이 분해가되며 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차차차차차차착!
“이….이건?”
“진정한 천마검입니다.”
“처, 천마검!!!”
전대 태상교주인 그가 천마검을 몰라볼 리가 없었다.
오직 진정한 천마의 후계자만이 얻을 수 있다고 알려진 전설의 검이었다.
다만 천여운의 손에 그것이 들려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놀라움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천마검에 이무기의 진원의 영력이 담겨 있었습니다. 보시다시피…..이것 또한 제가 취했습니다.”
‘!!!’
이무기의 진원의 힘을 취했다는 말에 천인지의 입이 쩌억하고 벌어졌다.
대체 자신이 저들의 손에 붙잡혀 철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의아할 지경이었다.
“자, 잠깐! 여운아. 혹시 황릉에서 놈들을 저지했다고 했는데, 불기린의 진원도 취한 것이더냐?”
“그렇습니다만.”
“뭣?…….대체….이게….무슨…..하!”
어찌나 경악했는지, 천인지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신이 희생을 해가면서 겨우 알아낸 정보였다.
어떻게든 그것을 마교에 전해 극도육무문이 오령의 진원을 취하지 못하게 해야 경고하려 했는데, 손주인 천여운이 진원을 세 개나 취했다고 하니 황당하기마저 했다.
‘…….대붕은 말하지 말까?’
그런 전 태상교주 천인지의 반응에 천여운은 고민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