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02)
# 96장 동맹은 이것으로 끝이다 (2) #
-파치치치치칙!
‘끄어어어억!’
맥위종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천여운에게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여 자신도 뇌기를 지녔으니 이를 흘려보내는 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전혀 통하지가 않았다.
영력이 집중된 진원을 흡수한 그와 비견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끄으으으! 이, 이러다 죽을 지도 몰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나 있었다.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확실히 용귀의 피를 먹고서 뇌기를 가져서 그런지, 감전 당하고 있는데도 신기하게 몸이 타거나 하지 않았다.
‘이 괴물을 당장에 어찌할 방법이 없다. 차라리 도망가야 해.’
잡힐 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죽게 되면 창천의 세상을 만들 수 없었다.
언제까지고 뇌기를 유지하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버티는군.”
-파치치치치치칙!
“끄가가가가가가가각!”
검날을 타고서 들어오는 뇌기는 끝이 없었다.
아무리 화상을 입지 않는다고 해도 장시간 감전이 이어지자, 점차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때 창천회에 속해있는 문주들 중에 몇몇이 정신을 차리고서 공격해왔다.
“당장 멈추시오!”
“하압!”
마교주 천여운이 두렵지만 기습이라도 가하면 검날에 손을 떼리라 여겼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천여운인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서 왼손을 가볍게 내리는 시늉을 했다.
-쾅! 쾅! 쾅!
“크헉!”
“모, 몸이!”
세 사람의 몸이 동시에 허리까지 땅바닥을 파고들었다.
화경 초입의 고수인 언영인조차 겨우 견뎠는데, 그보다 훨씬 내공이 떨어지는 그들이 버틸만한 진기가 아니었다.
‘이러다 맥 단주가 위험하겠어.’
진기의 여파를 몰아낸 소림사의 방장 각연 대사 이를 지켜보지 않고서 맥위종을 살리기 위해 역근경을 운기하며 소림 칠십이절예 중 하나인 용조수를 펼쳤다.
“천 교주! 한 번 더 무례를 용서하시오!”
-슈슈슈슉!
황금빛 조강이 천여운의 검날을 잡고 있는 오른손목을 노리려했다.
강기였기에 피할 법도 했지만 천여운의 반응은 담담했다.
“소림의 승려라 배려했건만.”
“헛?”
천여운이 왼손의 검결지를 가볍게 휘두르자,
-푸푹!
무형의 검기가 일어나서는 각연 대사의 양쪽 어깨를 꿰뚫고 지나갔다.
“크헉!”
어깨가 꿰뚫린 각연 대사는 피를 토하고서 튕겨나갔다.
설마 오른손으로 이 정도 엄청난 뇌기를 부리면서 반대 손으로 이런 고절한 기예를 부릴 줄은 몰랐다.
“쿨럭…..무, 무형검!”
그것은 생사경의 고수만이 가능한 절예인 무형검이었다.
순식간에 파고드는 무형검은 아무리 정파 최고의 내가 고수인 각연 대사라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저, 정말 생사경의 고수가 틀림없구나.’
‘소림사의 방장인 각연 대사를 삼류 무사마냥 저리 만들다니?’
천여운을 처음 접한 각 파의 문주들이 눈빛에 두려움이 서렸다.
마치 이 기분은 투신을 처음 접했을 때와 같았다.
투신 이외에는 그런 압도적인 고수를 만날 일이 있을까 했는데, 불과 나흘 만에 그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되자, 누구도 섣불리 천여운을 막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스르르르르르! 파칙! 파칙!
그때 천여운의 손에서 번쩍이던 뇌기가 멈췄다.
“끄으으윽!”
-털썩! 댕그랑!
힘이 빠진 맥위종이 검을 놓고서 무릎을 꿇었다.
뇌기가 멈추는 순간만을 기다렸던 맥위종이었으나, 워낙 오랫동안 감전된 상태라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도….도주해야 하는데…’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던 찰나였다.
“일단은 적당히 묶어둬 볼까.”
‘?’
천여운이 아무렇지 않게 검결지로 그의 단전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순간 맥위종이 놀라서 소리쳤다.
“서, 설마? 마교주…..잠깐!”
-푸슉!
천여운의 손에서 뻗어 나온 검기가 그의 단전을 파고들었다.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엄청난 고통이 엄습해오며 맥위종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멀쩡한 단전이 파괴되면 내공이 빠져나가면서 그 박탈감을 말로 이룰 수 없다.
무림인에게 있어서는 죽이는 것보다도 더욱 고통스러운 형벌이었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바닥을 뒹구는 맥위종을 싸늘하게 내려보던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방해꾼들이 많으니,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지.”
-솨아아아아!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손을 뻗자, 싸늘한 기운이 막사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이, 이 한기는 대체?”
입김이 나올 만큼 극한의 음기였다.
막사 내의 정파인들이 놀라하는데, 이윽고 바닥을 뒹굴던 맥위종의 전신이 얼어붙으려고 했다.
-쩌저저저저적!
고통스러운 와중에 몸이 얼어붙자 당황한 맥위종이 소리쳤다.
그러나 몇 마디도 제대로 뱉지 못했다.
“차라리 나를 죽….”
-쩌저적!
순식간에 완전히 얼어붙은 맥위종은 악을 치던 상태로 얼음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살지도 죽지도 못한 애매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막사 내부가 정적으로 물들었다.
‘어, 어찌 인간의 몸으로 이런 다양한 진기를 지니다니?’
‘이 자도 정녕 투신 악의와 같은 괴물이란 말인가?’
여섯 웅주들은 뇌기(雷氣)도 모자라 극음의 한기(寒氣)를 다루는 천여운을 보며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천여운의 행동이었다.
정파인들이었다면 점혈을 하는 정도에서 상대를 구속했을 텐데, 설마 단전을 부수고서 얼음에 가둬버릴 줄은 몰랐다.
후환을 대비하는 수준이 철저하다 못해 독할 정도였다.
일 웅주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역시 마교주 이 자는 투신보다 더 위험하다. 그 자는 장백산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라도 않지만 이런 괴물이 작정하고 든다면….’
삼대 세력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리라.
총 군사인 유범려를 비롯해 무림맹주 이목이 사파 전선의 사령관인 자신까지 불러서라도 어떻게든 풍백호의 진원이 넘어가지 못하게 막으라고 할 만 했다.
고민이 되었다.
지금 마교주 천여운은 오천 명의 정도 무림맹의 정예가 모여 있는 그 중심부에 혼자서 서있었다.
‘어차피 저 자의 기세를 봐서 대화는 글렀다.’
정파 무림의 미래를 위해서 다수의 희생을 각오하고 죽이는 것이 나을 지도 몰랐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려던 차였다.
그의 귓가에 개방 방주 홍팔우의 전음이 들려왔다.
[일 웅주! 저 자와 싸워서 안 되네. 어떻게든 대치하지 않고 투신과 싸우도록 유도해야 하오.]그 말에 일 웅주 무구천이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그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마교주 천여운은 자신들이 양패구상을 통해 어부지리를 취하려 한다는 회의 내용을 들었다.
무구천이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게 통할 것 같았다면 아까 전에 이미 대화가 이뤄졌을 것이다.
저렇게 의지가 확고한 자는 설득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강하게 나가는 편이 나을 지도 몰랐다.
-착!
무구천이 검을 들고서 그를 겨냥하며 말했다.
“천 교주. 지금 그대는 본 맹의 총력에 해당하는 주둔지의 한복판에 있소이다. 이곳까지 몰래 들어오는 것은 가능했을지 몰라도 오천여 명의 정파 정예 고수들을 상대로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 가능할 것 같소?”
그 말과 함께 무구천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 역시도 화경의 극에 이른 고수답게 심후한 내공의 소유자였다.
-들들들!
진기를 일으키자 막사가 들썩이더니, 이내 찢겨나가며 사방이 트여졌다.
막사가 사라지면서 주위로 수많은 정파인들이 병장기를 들고서, 천여운과 정도 무림맹의 수뇌부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마, 마교주!”
“마신이다!”
수뇌부들이 있는 막사 내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던 그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장을 하고서 포위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 외의 인물에 막사 내에 있던 수뇌부들처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교주가 어떻게 이곳을?”
“보초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이냐!”
이곳은 삼면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였다.
덕분에 유일하게 뚫려있는 입구 쪽에 모든 경비가 집약되어 있는데, 회의 막사에서 나타났으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웅성웅성!
“정도 무림맹의 무인들이여! 들어라. 보는 바와 같이 지금 우리의 주둔지 한 가운데에 마교주가 침입했다. 이를 지켜볼 셈이냐!”
“충!!!”
-우르르르!
그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오천 여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검과 도를 다루는 무인들은 원진으로 둘러싸고, 활을 다루는 궁문 계열의 무인들은 멀리서 활에 화살 시위를 당기고서 오직 한 사람을 겨냥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다니?’
‘과연 마교의 수장다운 기개로구나.’
아무리 절대고수라고 해도 이런 상황이라면 긴장하는 눈치라도 있을 법한데, 천여운은 전혀 미동도 없이 일 웅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이게 네놈들의 뜻이로군.”
-움찔!
짧은 말이었지만 패도적인 위세에 문주들의 경계심이 강해졌다.
상대는 투신 악의와 더불어 현 무림에서 천하제일고수로 거론되는 마신 천여운이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일 웅주 무구천이 말했다.
“우리도 천 교주 그대와 싸워서 희생을 치르는 것은 원하지 않소. 솔직히 말하리다. 막사로 침입했을 때 들었다시피, 본 맹에서는 귀 교나 귀하가 또 다시 영물의 진원을 손에 넣는 것을 우려하고 있소. 그 이유는 당연히 잘 알거라 생각하오.”
“……..”
“여전히 본 맹과 귀 교는 동맹 관계요. 만약 영물을 포기하겠다고 약조한다면 귀하를 향한 검을 거둘 수 있소이다.”
강하게 나가면서도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그런 일 웅주 무구천의 제안에 팽가의 가주 팽구유와 항산파의 정선 사태는 부디 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사령관인 무구천은 목숨을 걸고서 도박을 하고 있지만, 만약 불발되어서 싸움이 벌어진다면 가장 근접해 있는 자신들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어찌 하시겠소? 그대가 끝까지 본 맹과 대립하겠다면 우리 역시도 목숨을 걸고 항전할 것이오! 아무리 명성이 두터운 그대라고 해도 혼자서 오천여 명의 본 맹의 최정예들을 상대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소? 선택하시오. 영물을 포기하고서 동맹과의 평화를 선택할지 혹은 끝까지 피를 볼…”
-오싹!
“아닛!”
-파팍!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카롭게 휘감아오는 예기에 언제든 공격에 대비하고 있던 무구천이 다급히 신형을 비틀었다.
그 순간 그의 뒤쪽에서 파공음이 일어나며 비명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촤아아아악!
“끄아아악!”
“크헉!”
고개를 돌려보니, 그가 피한 덕분에 뒤에 있던 문도들이 무형의 검기에 베이고 말았다.
팔이 잘리고 심하게는 몸이 반 토막이 난 이들도 있었다.
그 모습에 일 웅주 무구천이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천 교주! 정녕 본 맹과의 동맹을 파하고 끝까지 피를 보겠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천여운의 신형이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 들어왔다.
‘큭!’
무구천이 검초를 펼치며 그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려 했으나, 천여운이 가볍게 검결지를 휘젓자 허공을 가로지르는 무형검에 순식간에 파훼되고 말았다.
-촤촤촤촥!
‘이럴 수가! 내 검초를 이리도 쉽게…’
놀랄 틈도 없이 어느새 천여운이 코앞까지 파고들며 일 웅주 무구천의 목을 움켜쥐었다.
-콱!
“켁!”
너무 빨라서 붙잡혔지만, 무구천이 신중하게 이것을 풀어내기 위해 검강이 실린 검으로 천여운의 왼쪽 허리를 찌르려했다.
하지만 그보다 천여운의 왼손이 더욱 빨랐다.
-팍! 우드득!
“끄읍!”
일 웅주 무구천의 오른 손목이 부러뜨리자, 쥐고 있던 검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댕그랑!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동맹…동맹…그 놈의 동맹.”
천여운이 그의 오른손목을 잡은 채로 그대로 공력을 가했다.
검강을 펼치기 위해 극성으로 끌어올린 공력이 무색할 만큼 순식간에 무구천의 오른팔이 어깨채로 뜯겨져 나갔다.
-콰지지직!
“끄으으으으으읍!”
목을 움켜쥐고 있어서 크게 비명을 지르지 못했지만 무구천이 고통을 호소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푸슈슉!
오른팔이 뜯겨져 나간 덕분에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로 사방으로 튀었다.
이런 과격한 행동은 그렇지 않아도 천여운을 두려워했던 정파인들을 공포로 물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파, 팔을 뜯어버리다니?”
“무림 구패의 정점을 저리도 쉽게….”
웅주들이라고 다를 바는 없었다.
생사경과 화경의 고수 간에 간극을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
두려워하는 그들을 향해 천여운이 말했다.
“필요할 때마다 동맹을 운운하는 것도 이젠 지겹다.”
“처, 천 교주. 아직 극도육무문이 건재하고 있는데, 우리끼리 반목하게 된다면…”
개방의 방주인 홍팔우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천여운이 그것을 끊었다.
“그게 어떻단 말이지?”
단호한 한 마디에 홍팔우의 눈동자가 떨렸다.
“지, 지금 그 말은….”
“동맹은 이것으로 끝이다.”
‘!!!’
천여운의 입에서 나온 동맹 파기에 웅주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실낱같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이 끊어진 것이다.
당혹스러워하는 그들에게 천여운이 살기가 들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극도육무문은 이제 본교의 전력만으로 충분하다. 언제까지고 동맹을 들먹이는 네놈들의 장단에 맞춰줄 거라고 착각한 것은 아니겠지? 정도 무림맹!”
-고오오오오오!
천여운이 기운을 개방하자 순식간에 반경 수십 장이 흉흉한 진기로 뒤덮였다.
최정예라고는 하나 무공이 비교적 낮은 이들은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엄청난 진기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진기를!”
지난번 진성에서 보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팍!
“크헉!”
바닥에 일 웅주 무구천을 내팽개친 천여운이 두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무구들이 천여운의 진기에 감응하여 떨리기 시작했다.
“내 목숨을 노렸으니, 그만큼의 각오는 했겠지?”
이에 당황한 홍팔우가 소리쳤다.
“처, 천공섬광이다! 당장 들고 있는 무기를 산산조각 내라! 어서!”
“병장기들을 박살내라!”
홍팔우의 명령에 다른 웅주들과 수뇌부들이 외치며 병장기들을 부수게 했다.
마신 천여운의 악명을 드높인 최악의 초식, 천공섬광이 발현되는 것만큼 기필코 막아야 했다.
그의 손에 병장기들이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이기어탄검강을 난사하면 그 피해는 말로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천여운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대인 공격 능력이었다.
-챙그랑!
-차차차창!
웅주들의 외침 소리를 들은 정파인들이 누구 할 것 없이 재빨리 들고 있던 병장기에 공력을 주입해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렸다.
“더 잘게 부숴라!”
파편도 남지 않게 하기 위해 가루에 가깝게 만들었다.
‘우리라고 아무 대응책도 만들지 않은 것 같소?’
수백 자루의 병장기로 펼치는 이기어탄검강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차륜전을 통해서 상대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그런 정파인들을 바라보며 천여운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학습 능력이 없진 않군.”
-솨아아아아아!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두 손을 들어 올리자, 북해의 북풍이 찾아온 것처럼 사방의 공기가 차갑게 변해갔다.
그런데 그 차가움이 막사 안에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극한의 음기 그 자체였다.
“웃?”
“이….이건 대체?”
이상 현상에 놀라하는데, 어느새 허공에서 차가운 서리들이 뭉치더니, 이내 검의 형태로 바뀌어갔다.
-쩌저저저적!
순식간에 허공에 이백 자루가 넘는 영롱한 얼음검들이 형성되었다.
기껏 병장기들을 부숴놨는데 얼음검을 만들어버리자 정도 무림맹의 무인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개방의 방주인 홍팔우가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리쳤다.
“두려워하지 마라! 얼음검으로 탄강기를 펼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우우웅!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홍팔우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주조된 병장기도 아니고 한기로 만들어진 얼음검에 강기가 서린 것이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과거라면 모를까 북해빙궁의 절학인 오한빙천공을 익히면서, 한철에 버금가는 얼음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안 되긴 뭐가 안 돼.”
-촤촤촤촤촤촤촤!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손을 밑으로 까딱이자, 허공에 떠있던 얼음검에서 탄검강의 푸른 빛줄기가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