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03)
# 96장 동맹은 이것으로 끝이다 (3) #
-콰콰콰콰쾅!
푸른 빛줄기가 비처럼 삼면으로 둘러싸인 정도 무림맹의 주둔지를 강타했다.
쏟아지는 탄검강은 말 그대로 폭격이나 다름없었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악!”
“크헉!”
“피해랏!”
강기에 대응할 수 없는 고수들은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오직 피해야 하는데, 강기는 마치 정확하게 목표를 포착한 것처럼 날아와 그들의 몸을 관통했다.
‘비, 빌어먹을! 이래서야 진성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천공섬광의 전율스러운 위력에 개방의 방주 홍팔우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통허현 진성에서 이 절대적인 공격은 정도 무림맹을 노리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 화살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자 그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이 되고 말았다.
‘이대로는 안 돼.’
이 자리에서 동맹을 파기한 마교주 천여운의 손속에는 자비가 없었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천공섬광을 이어갔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얼핏 보아도 벌써 수백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
당시 진성에서는 수많은 난전이 있었다.
정도 무림맹, 사파 연맹, 마교, 창천회, 극도육무문 등 여러 단체들이 엮이면서 서로를 견제하느라 천공섬광을 더욱 막기 힘들었다.
‘천 교주만 죽이면 이 대량 학살을 막을 수 있다.’
어차피 탄검강을 막거나 겨우 피할 수 있는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런 식으로는 전멸은 시간 문제였다.
-슈우우욱! 카카캉!
“크윽!”
홍팔우가 개방의 신물인 타구봉에 봉강을 형성해, 탄검강을 막아내며 소리쳤다.
내공을 실은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당할 거라면 마교주를 죽이자! 적은 오직 한 명뿐이다. 그의 심장에 검을 박거나 목을 베면 우리의 승리다!”
반복되는 그의 외침에 아비규환으로 탄검강을 피하던 정파인들의 눈빛이 변했다.
절망 속에서 유일한 활로가 그뿐이라 여긴 탓이었다.
이백 자루나 되는 얼음검들을 동시에 다룰 정도면 마교주 천여운은 무방비 상태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쾅!
천여운의 주위로 떨어지는 탄검강은 그를 보호하듯이 더욱 세밀하다.
까딱 휘말리면 불에 달려드는 나방과 다를 바 없어진다.
게다가 압도적인 무력만큼이나 마교주 천여운이 주는 위압감과 공포감은 말로 이룰 수가 없었다.
‘두려움 때문에 전의를 상실했구나.’
수뇌부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홍팔우의 말대로 상대는 오직 단 한 명이었다.
물론 괴물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최대 강점은 수많은 전력이었기에 그것을 십분 살려야만 그나마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끄으으…..정파의 영웅들이여!”
“앗? 무 웅주!”
그때 누군가가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는데, 총사령관인 일 웅주 무구천이었다.
팔이 잘려서 내팽개쳐졌던 그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라고 하였다.”
필사즉생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칠십여섯 번의 전투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오자병법의 저자인 위나라의 명장 오기(吳起) 가 했던 말이다.
“쿨럭쿨럭, 죽는 것이….두려워 적을 상대로 피하지 마라. 죽고자 하는 각오로 저 사악한 마교주를 죽인다면 살 수 있다! 본 웅주가 앞 장 서겠다!”
-팟!
기개가 넘치게 외친 무구천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여운이 있는 방향으로 신형을 날렸다.
무구천은 스스로를 희생하여 정파인들의 전의를 살리기 위해 본신진기마저 끌어올려 천여운을 향해 절초를 펼쳤다.
“무, 무 웅주!”
“위험하오!”
이를 지켜본 정파인들이 놀라서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목숨을 각오한 무구천의 신형은 이미 천여운의 스무 보 이내 거리까지 진입했다.
-슈우우욱!
‘견뎌야 한다!’
-까가가가가강!
본신진기를 끌어내 원래보다도 훨씬 서슬파란 기세를 보이는 검강으로 허공에서 떨어지는 탄검강을 막아내며 앞으로 전진 했다.
“끄윽! 쿨럭!”
탄검강의 위력에 피를 토하면서도 절대로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그 모습은 마치 정파인들 모두가 꿈꾸던 진정한 영웅의 모습에 가까웠다.
“무 웅주!”
절망하면서 도망치던 정파인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죽을 걸 알면서도 동귀어진의 각오로 달려드는 그의 마음을 알기라도 했는지 모두가 속으로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무 웅주! 가시오!”
“저 괴물의 목을 베시오!”
하나 둘씩 외치던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함성이 되었다.
정파인들이 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외쳤다.
“무구천!!! 무구천!!! 무구천!!!”
“와아아아아아아!!!”
자신을 응원하는 정파인들의 기대를 보답하듯이 무구천이 피를 토하고 비틀대면서도 앞으로 죽을힘을 다해 나아갔다.
‘아직 정파 무림에는 희망이 있다. 본 웅주가 그 불씨를 지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여기서 천여운에게 생채기라도 낸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장렬히 전사하게 되면 정파인들은 그것에서 용기를 얻어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마음으로 전투에 임할 것이다.
-챙그랑!
그때 검강을 유지하던 그의 검이 부서져버렸다.
독문병기는 아니었지만 이 역시도 현철로 만든 보검이었지만, 본신진기로 일으킨 강기와 하늘에서 내려치는 탄검강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슈우우우욱!
절묘하게 탄검강 세 줄기가 그를 향해 동시에 쇄도해왔다.
‘끝이구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까가가가가강!
“와아아아아아아!!”
정파인들이 일제히 더욱 큰 소리로 함성을 외쳤다.
무구천의 두 눈동자에 이채가 띠었다.
정파인들의 전의를 되살리기 위해 희생을 자처한 것이라 다른 누구도 방해하지 않기를 바랐는데, 두 웅주와 한 명의 단주가 이를 막아냈다.
“우리도 함께 하겠어요!”
“일 웅주 혼자 멋있는 역할을 자처하게 할 수 있소이까!”
“필사즉생! 같이 하게 해주십시오!”
항산파의 정선 사태와 진주언가의 가주 언영인, 그리고 강검단의 단주 오맹이었다.
탄검강을 막아내는 이들의 모습에 무구천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마교주여. 이것이 정파의 저력이다.’
위기에 닥치면 정파는 하나로 뭉친다.
이런 각오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싸운다면 아무리 괴물인 마교주 천여운이라고 해도 반드시 물리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희생은 본 웅주 한 명으로도 충분하건만. 후우. 가십시다!”
-우웅!
무구천이 멋쩍어하며 왼손의 검결지에 검강을 일으키며 앞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를 보호하듯이 세 고수들이 탄검강을 막아내며 뒤따랐다.
드디어 거리가 열 보 이내로 좁혔다.
주변에 있는 모든 정파인들이 천공섬광을 피하고 죽어가면서도 눈을 떼지 않고 일 웅주 무구천과 그를 보호하는 세 고수들을 지켜보았다.
이기어탄검강에 집중하는 듯 여전히 천여운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세 보 이내로 거리만 좁히면 그를 죽일 수 있다.
절대로 꿈이 아니었다.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본 웅주를 죽이기 위해 천공섬광을 멈춘다면 전의가 되살아난 본 맹의 전력이 반전을 꾀할 수 있다.’
그의 목적은 단 두 가지였다.
정파인들의 전의를 살리는 것과 천여운이 천공섬광을 쓰는 도중에는 다른 어떠한 것도 할 수 없기에 충분히 모두가 힘을 합치면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여덟 보.’
‘일곱 보.’
‘여섯 보.’
‘다섯 보.’
‘네 보.’
정파인들이 한 마음이 돼서 소리쳤다.
“마교주의 목을 베시오!!!”
안 될 걸 알면서도 일 웅주 무구천의 전진하는 뒷모습에 모두가 희망을 품었다.
수뇌부들은 그가 전의를 살리기 위해 산화할 것을 알기에 눈시울이 붉어져서 이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일 웅주 무구천의 발걸음이 세 보를 내딛었다.
출혈이 너무 심해 하얗게 질려있는 얼굴이었지만 죽기 전에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에 흡족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홍 방주. 식솔들에게 본 웅주의 마지막을 꼭 전해주게.]후대들이 그를 대신해 마교인들과 싸워나갈 것이다.
더 이상의 미련은 없었다.
“흐아아아아압!”
개방 방주 홍팔우에게 마지막 전음을 보낸 무구천이 왼손 검결지에 남은 본원진기를 끌어올려, 천여운의 목으로 최후의 일검을 찔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제 놈들이 자초해놓고 신파극이 심하군.”
“뭣?”
-타타탁!
천여운이 움직였다.
당연히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움직일 거라 여겼다.
그런데 무구천이 예상했던 것과는 한 가지 달랐다.
-슈슈슈슈슉! 까가가가강!
“어떻게 이런?”
“처, 천공섬광을 멈추지 않다니?”
정선 사태와 언영인이 놀라서 소리쳤다.
천공섬광이 멈춘다면 무구천과 더불어 합공을 가하려 했는데, 이기어탄검강은 계속해서 그들에게 쇄도해왔다.
“말도 안 돼! 이 많은 이기어탄검강을 다루면서 움직일 수 있다고?”
무구천 역시도 이들의 외침에 당황해하는데, 천여운이 그의 왼손 검결지를 가볍게 피하고서 팔목을 잡고서 반대로 꺾어버렸다.
-우드득!
“끄아아아악!”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천여운이 그의 가슴에 왼손을 가볍게 얹었는데,
-쩌저저저저적!
엄청난 한기가 일어나며 순식간에 무구천의 몸을 얼려버렸다.
흑영단의 신임 단주인 맥위종처럼 전부 얼린 것이 아니라 머리를 제외하고서 말이다.
“이, 이게 대체?”
희생을 각오했던 무구천은 기묘한 자세로 석상마냥 서있어야 했다.
어느새 천여운의 신형은 이기어탄검강을 막고 있는 정선 사태에게 향해 있었다.
“천여운!”
그녀가 당황해서 검초를 펼쳤지만 실력의 격차가 너무 컸다.
천여운은 상체를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검초를 피한 뒤에 이내 그녀의 단전에 일장을 꽂았다.
-팍! 콰직!
“꺄아아아아아악!”
멀쩡한 단전에 공력이 실린 일 장이 날아왔으니 멀쩡할 리가 만무했다.
수십 년간이나 수련한 그녀의 단전에 일순간에 파괴되었다.
“아직 쓰러지면 안 되지.”
-쩌저저저적!
피를 토하며 쓰러지려 하는 그녀의 몸을 앞서 무구천에게 했듯이 천여운이 머리만 제외하고 얼려버렸다.
그 모습에 당황한 언영인과 오맹이 경공을 펼쳐서 천여운의 반경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어딜!”
-콰콰콰콰콰쾅!
“이, 이런 젠장!”
그들의 앞으로 이기어탄검강이 철장을 만들어내 듯이 내리쳤다.
앞이 가로막히는 순간 어느새 천여운이 다가와 요혈들을 찌른 후에 얼려버렸다.
순식간에 희생을 자처했던 네 명의 고수가 머리만 남겨놓고 전부 얼어붙어서 모양새가 볼품없게 되었다.
‘이, 이게 아닌데.’
원래의 계획과는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자신들이 죽었어야 정파인들이 두려움을 버리고 분노해 전의를 불살랐을 것이다.
-콰콰콰콰쾅!
“끄아아악!”
“컥!”
그러는 사이에도 여전히 이기어탄검강은 정파인들을 난사했다.
깔끔하게 죽인 것도 아니고 얼음에 갇혀서 아군이 죽는 모습들을 멀뚱히 지켜보게 된 일 웅주 무구천이 노기가 가득차서 소리쳤다.
“마교주! 이게 무슨 짓이냐! 지금 우리를 능욕하는 것이냐? 무자로서의 긍지와 희생을 이런 식으로 짓밟아도 좋단 말이냐? 차라리 본 웅주를 죽여라!”
죽음이 두렵다고 해도 이것은 아니었다.
지금 천여운의 행동은 정파의 수뇌부인 그들을 능욕하는 그 자체였다.
“희생?”
그때 천여운이 어딘가를 바라보면서 입 꼬리를 올리더니 손을 내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아!”
“머, 멈췄어?”
빗줄기처럼 내려치던 천공섬광이 멈췄다.
아비규환으로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 피해 다니던 정파인들이 어리둥절해했다.
그들의 공포와 의아한 눈빛으로 천여운과 그 주위에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네 명을 바라보았다.
‘내공이 떨어진 것인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진성에서도 반각이 넘게 천공섬광을 펼쳤는데…..’
수뇌부들 또한 천여운을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 웅주 무구천이 입을 열었다.
“마교주.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동맹 관계를 되돌리려고 해도 본 맹과 그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
“말이 많군.”
-우드드득!
“끄으으으읍”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후한 진기로 인해 턱이 어그러지며 뒤틀렸다.
턱이 뒤틀려서 닫힌 덕분에 일 웅주 무구천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일 웅주! 이 악독한 마인 같으니!”
화를 내는 정선 사태를 향해 천여운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들이 그렇게 희생하려 한다니, 그 각오를 무시할 수 없지.”
“뭣?”
“그….그게 무슨 소리요?”
“기회를 주마.”
‘!?’
천여운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분노를 토해내던 정선 사태를 비롯해 진주언가의 가주인 언영인이 의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에 천여운이 정파인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정도 무림맹의 무인들이여. 나는 그대들이 전부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웅성웅성!
천여운의 외침에 정도 무림맹의 수뇌부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그가 수작을 부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 자가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천여운이 계속 해서 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 있는 수뇌부들은 몇 차례나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와 본교인들의 목숨을 노렸지. 나는 네놈들과 같은 성인군자의 가면을 쓰지 않았다. 나와 본교인들을 노리는 자들은 철저하게 그 씨를 말려 후환을 제거한다.”
살기가 듬뿍 베여 있는 목소리에 정파인들이 긴장된 눈빛으로 침을 삼켰다.
그런 그들을 향해 천여운이 수뇌부들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들의 수장들이 희생을 자처하는 모습에 이번만 특별히 기회를 주도록 하지. 후환을 만들기는 싫어하지만, 나 역시 피를 좋아하는 살성이 아닌 이상 수천 명을 학살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웅성웅성!
‘학살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마 지금 마교주가 손을 내미는 것인가?’
정파인들의 분위기가 묘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절망하던 그들의 눈빛에 일말의 희망이 생겨났다.
혼잡해져가는 정파인들의 반응에 수뇌부들 또한 대체 천여운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안 돼. 이런 식으로 흔들리게 해선 안 돼!’
개방 방주인 홍팔우가 이를 위험하게 여겼는지, 다급히 소리쳤다.
“천 교주! 그대가 그런 식으로 본 맹의 무인들을 흔든다고 해서 우리가 쉽게 분열이라도 될 것 같소이까?”
그의 외침에 천여운이 냉담한 눈빛으로 답했다.
“분열까지도 필요 없다. 간단히 생각하면 될 문제일 테니 말이다.”
“그게 무슨?”
“선택권을 주도록 하지. 전적으로 여기에 있는 수뇌부들과 일반 무인들이 잘 조율해서 택하면 된다.”
천여운의 그 말에 홍팔우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뭐가 분열이 아니란 말이냐? 결국 수뇌부들의 목숨을 대가로 저들을 살려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하겠다는 것이 아니냐?’
이런 식으로 분열을 유도하는게 비겁하다고 여겼다.
문주들 역시도 그렇게 받아들였는지 상기된 얼굴로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마교주! 네놈의 실수다. 이런 협박은 오히려 본 맹의 무인들을 더욱 하나로 뭉치게 만들 뿐이다.’
팽가의 가주인 팽구유 역시도 두려움을 이겨내고 소리쳤다.
“마교주! 이런 허튼 수작을 부린다고 본 맹이 서로를 희생시킬 것 같으…”
“착각이 심하군.”
“뭐라!”
“선택권은 간단하다. 여기에 있는 수뇌부들의 일가 친족들과 그대들의 목숨을 맞바꾸겠다면 이번에는 특별히 전부 살려주도록 하마.”
‘!?’
천여운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정파인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뇌부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설마 자신들과 일반 무인들 간에 희생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일가 가족들을 대상으로 저울질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일가 친족들의 희생을 거론하자, 황당한 나머지 팽구유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본 가주의 친족들을 희생시키라니! 그딴 말도 안 되는…흡!”
순간 팽구유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주위에 있는 정파인들의 싸늘하게 식은 눈빛에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그런 그들을 향해 천여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들이 말한 희생은 이 정도의 무게는 가져야 타당하지 않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