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08)
# 97장 장백산에 갇힌 자 (4) #
-촤촤촤촤촥!
천여운의 왼손의 백룡도와 오른손의 천마검이 어우러지며 하나의 절세초식이 되어, 허공에 있는 검은 무복의 사내를 뒤덮었다.
좌도우검의 절초는 순식간에 그를 고기조각으로 만들 기세였다.
어이가 없어하던 검은 무복의 사내의 두 눈동자가 붉게 안광을 내뿜었다.
‘눈이?’
역혈마공과 비슷한 듯 했으나, 본질적으로 달랐다.
마치 흉흉한 야성에 가까웠다.
“이 건방진 간나 새끼가 고작 돌풍을 없앤 걸로 기고만장해진기야!”
그 순간 사내의 손에 들려있던 장도가 절세도초를 만들어냈다.
기존의 중원의 도법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초식이었는데, 여러 식이 조화를 이루는게 아니라 한 식마다 전부 일격 필살의 도초였다.
‘이 도법은 대체?’
처음 보는 도초의 위력은 가히 극도신무와 버금갈 정도였다.
-채채채채채챙!
두 사람의 도초가 허공에서 굉음과 함께 불똥을 튀면서 격렬하게 부딪쳤다.
밑에서 지켜보던 마교의 수뇌부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교주님의 좌도우검을 막다니?”
오랫동안 천여운의 곁을 지켰던 대호법 마라겸조차 놀라워했다.
천마검공과 극도신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저 초식은 여태껏 어떠한 고수들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런데 검은 무복의 사내는 처음 보는 절세도법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중원의 도법이 아니다. 저 자는 대체 누구지?’
전 태상교주 천인지가 눈살을 찌푸리고서 두 초식의 대결을 바라보았다.
설마 중원에서 정점이라고 할 만한 두 무공에 버금가는 도법을 저 사내는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투신은 오직 적수공권의 고수라 들었는데.’
오대고수 중에서 유일하게 병장기를 쓰지 않는게 투신 악의였다.
한데 저 검은 무복의 사내는 중원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장도로 도법을 펼쳤다.
‘설마 투신이 아닌데 저런 고절한 무공을 펼치는 건가?’
만약 그런 것이라면 정말 놀라웠다.
장백산에 투신 이외에도 오대고수를 상회하는 실력자가 숨어있었다는 의미가 아닌가.
-채채채채챙!
한편 천여운과 부딪치는 검은 무복의 사내도 꽤 놀란 듯 하다.
분노로 거친 말투를 내뱉은 것과 달리 상당히 냉정하게 초식을 겨루며, 그 약점을 찾아내려고 했다.
‘두 손으로 다른 무공을 쓰다니?’
자신이 오랫동안 겨뤄왔던 그 간나도 두 손으로 다른 초식을 쓰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 동안 이곳을 침입했던 그 누구도 말이다.
게다가 양손으로 펼치는 두 초식 전부 다 자신의 도법과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었다.
-슉!
머리를 꿰뚫으려는 검식을 고개를 옆으로 저어서 피해냈다.
인간을 능가하는 그의 동체시력이 아니었다면 벌써 네 식 이상을 허용했을 것이다.
‘이 간나! 정말 성가시다. 그런데 이 도초는 왠지 익숙한데….’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단숨에 자신의 요혈들을 베어낼 기세에 생각할 순간이 없었다.
‘일단은 이 간나를 제압하고 보자.’
검은 무복의 사내가 펼치는 도초의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마치 도결이 바람을 타고 흐르는 것처럼 기류에 저항을 전혀 받지 않는 듯 하다.
‘더 빨라졌어?’
천여운의 눈동자가 작게 떨려왔다.
분명 양손으로 다른 초식을 펼치는 자신이 좀 더 우위였다.
그런데 이 검은 무복의 사내는 엄청난 동체시력이라도 가진 듯 위기의 순간마다 간결한 움직임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채채채채채챙!
‘좌 하단.’
천여운의 우검이 놈의 머리를 노리고, 좌도가 기묘한 방향으로 뒤틀며 검은 무복의 사내의 등허리를 노렸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근골을 지녀야만 펼칠 수 있는 초식이다.
대부분의 고수들이 이 두 식이 교차할 때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휙!
‘또?’
검은 무복의 사내가 고개를 옆으로 저어서 우검을 피해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오른손의 장도를 뒤로 팔을 갑자기 뒤틀어서, 독특한 자세로 막아내는 것이 아닌가.
‘그 자세에서 팔이 뒤로 꺾여?’
천여운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극도신무 덕분에 근육의 한계를 벗어난 천여운이나 가능할 법한 자세였다.
이 자는 마치 근골의 움직임에 제한이 없는 듯하다.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머리와 등허리를 동시에 피해내고 막아내다니? 정말 짐승 같은 감각이다.’
인간이 단련할 수 있는 선상을 넘어섰다.
점차 천여운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며 이 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갔다.
-두드드득!
뒤로 꺾였던 검은 무복 사내의 팔이 화살 시위를 튕기듯이 탄력적으로 천여운의 몸을 두동강낼 기세로 내리쳐졌다.
‘이 상태에서 반격을?’
그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처음으로 좌도우검의 두 초식을 정면 대결로 막아낸 자가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반격마저 했다.
‘하지만!’
보통 고수들이라면 허공에서 방향을 뒤틀 수 없겠지만 천여운은 아니었다.
허공을 박차서 일도를 피해냈다.
-촥!
검은 무복의 사내의 도가 빈 허공을 가로질렀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천여운이 좌도로 그를 베어내려 했는데,
-핑그르르르!
‘이 자세에서 회전을?’
검은 무복의 사내가 그 상태에서 몸을 회전시키면서 마치 팽이처럼 도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덕분에 천여운이 좌도를 펼치던 도중에 몸을 뒤틀면서 피해야 했다.
-촤촤촤촤촤촤촥!
그렇게 빙글빙글 돌던 검은 무복의 사내가 허공에서 그것을 멈췄다.
그는 마치 바람이 받치고 있는 것처럼 둥실둥실 허공에 떠있는 상태로 고개를 돌려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간나 새끼. 정말 성가시구나.”
그와 마찬가지로 천여운 역시도 허공에 떠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진기로 허공에 발판을 만들어내 서있는 것이었다.
-웅성웅성!
“저 자는 대체 누구길래 교주님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그런데 투신은 맨손으로 싸운다고 하지 않았나?”
지상에서 이를 지켜보는 교인들 모두가 두 절세고수들의 대결에 연신 감탄을 흘렸다.
그들은 천여운이 한 사람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오래 싸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러나 놀라는 것과 별개로 모두가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투신 악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좌도우검이나 천마검공으로는 부족하다. 이 자는 그 검법을 써야 상대할 수 있다.’
-착!
천여운이 왼손에 쥐고 있던 백룡도를 등허리에 차고 있는 도집에 꽂았다.
이에 검은 무복의 사내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하는 거니? 양손을 다 써야 감당할 수 있을 긴데.”
“아니. 이제 제대로 상대하려고.”
“뭣?”
-스스스스스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여운의 몸에서 검은 흑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중단전에 있는 천마기(天魔氣)를 끌어올린 것이었다.
용으로 승천하기 전에 뿔이 잘리면서 흉흉한 마성을 가지게 된 그 기운이 천마검을 휘감으며 흑색 강기가 되었다.
-오싹!
지상에서 지켜보는 교인들조차 소름이 돋는 기운이었다.
반면 검은 무복의 사내는 천여운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흑기에 눈매가 매섭게 치켜 올라갔다.
“네놈 하나의 영물만 취한 게 아니구나. 게다가 선계로 등천하려….”
-스슥!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의 신형이 허공을 박치고 단숨에 거리를 좁혀왔다.
‘이놈 빨라졌어?’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쾌속함이었다.
검은 무복의 사내가 다급히 천여운의 검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챙!
오히려 그의 장도를 쥐고 있던 손이 위로 튕겨져 나갔다.
“아닛?”
그 상태에서 천여운이 기묘한 기수식을 취했다.
이를 지켜보던 전 태상교주 천인지가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마신검공!”
천마검공과 비슷했지만 파지법이 조금은 달라진 이것은 최강의 검법 마신검공의 기수식이었다.
-흠칫!
검은 무복의 사내가 순간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단지 기수식만으로 이렇게 전율적인 기운을 내뿜는 초식은 처음 보았다.
놀란 것도 잠시였고 그가 재빨리 튕겨나갔던 오른팔에 더욱 진기를 끌어올려, 장도로 천여운을 내리치려 했다.
바로 그 순간,
-촤아아아아아악!
흑기로 가득한 검초가 포효하는 용처럼 그를 덮쳤다.
검은 무복의 사내가 장도가 위로 튕겨나가며 그의 신형을 검은 궤적들이 요혈들을 전부 관통했다.
-촤촤촤촤촤촤촥!
“끄아아아아아악!”
검은 무복의 사내의 입에서 고통으로 가득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천여운의 몸이 그를 관통하듯이 스치고 지나가 멈춰 섰다.
‘됐다.’
유일하게 일식이 막혔지만 스물세 개의 식이 전부 놈의 요혈을 관통했다.
마신검공은 기존의 천마검공에 극도신무가 가미되어 검초로서는 완전무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것은 동체시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라면 확실하게 죽었다고 봐야 무방했는데…..
-사아아아아아!
뒤에서 치솟는 흉폭한 살의에 천여운이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마신검공의 일초식이 놈을 관통했기 때문에 당연히 죽었어야 했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럴 수가?”
천여운의 두 눈이 커졌다.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관통해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야 할 검은 무복의 사내의 요혈들이 엄청난 속도로 재생하고 있었다.
-촤르르르르르!
그 속도가 나노머신의 자가수복 하는 속도에 버금갔다.
-웅성웅성!
“뭐, 뭐야 괴물인가?”
“몸이 재생하고 있어!”
마교인들도 이 광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타격을 받았을 법도 한데, 오히려 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의와 기운이 훨씬 강해졌다.
“크르르르. 간나 새끼. 기어코 제대로 싸우게 만드는 구나. 기래.”
그 말과 함께 장도를 잡고 있는 검은 무복의 사내의 상의가 찢겨져 나가며 상의가 부풀기 시작했다.
-두드드드득!
마치 역혈마공을 보는 듯 했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면서 골격이 뒤틀리면서 뭔가 다른 형태로 바뀌려고 했다.
게다가 뭔가 이상한 게 놈의 몸에서 검은 털 같은 것이 올라오고 있었다.
‘막아야 한다. 완전히 변하기 전에.’
이 현상이 대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천여운은 놈이 변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고 여겼다.
-팟!
천여운의 신형이 바닥을 박차고서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천마기를 실은 마신검공의 초식으로도 죽일 수 없었다면 단숨에 목을 베는 수밖에 없었다.
-스르르르르!
검은 강기가 실린 천마검이 빠르게 변이하는 놈의 목을 노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오감을 자극하는 강렬한 기운에 천여운이 놀라서, 십성공력으로 휘두르던 천마검을 강제로 멈추고서 뒤로 신형을 뒤틀었다.
-두드득!
‘크윽!’
오른팔이 욱씬거리고 공력의 순환이 뒤틀렸지만 이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변이하는 검은 무복의 사내에게서 신형을 뒤틀면서 다섯 보 이상 거리를 띄우기가 무섭게 허공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순식간에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사 장(丈)이 넘는 거리의 땅이 균열과 함께 움푹 패어들어갔다.
위에서 거대한 압력이 내려찍듯이 그 반경에 있던 천여운의 두 발이 땅을 파고들었다.
-콰콰콰콰!
‘무슨 이런 기운이!’
거리가 떨어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힘이었다.
어지간한 고수들이 이 자리에 서있었다면 이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납작하게 뭉게질 만큼 강력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변이하던 검은 무복의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그와 달리 제대로 허공에서 떨어진 무언가에 당한 검은 무복의 사내는 전신이 땅바닥을 파고들어, 얼굴까지 파묻혀버리고 말았다.
놈이 큰 충격을 받았는지 변이가 하던 도중에 멈춰졌다.
‘죽립?’
바닥에 파여서 꿈틀거리는 놈의 등 위를 태연히 밟고 서있는 정체불명의 죽립인이 있었다.
미세하게 보이는 죽립인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상당한 진기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이 멀쩡히 두 다리를 꼿꼿히 편 채로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버텼나?’
놀라기는 천여운 또한 마찬가지였다.
‘강하다.’
-고오오오오!
어떠한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는데, 죽립인에게서 풍겨지는 무(武)의 기운은 전율 그 자체였다.
앞서 상대하던 자보다 순수한 무의 결정에 가까웠다.
갑작스러운 이 정체불명의 사내의 등장에 잠시 멈칫했던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혹시 그대가 투신….”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슥!
죽립인이 가볍게 천여운이 있는 방향으로 주먹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죽립인의 주먹이 닿은 허공의 공간이 비틀리며 엄청난 기운이 폭사되듯이 천여운을 덮쳤다.
‘이런!’
-콰콰콰콰콰콰콰쾅!
순식간에 천여운이 서있던 방향으로 폭풍이라도 휩쓴 것처럼 파괴되었다.
뿌옇게 올라오는 연기에 이를 지켜보던 마교인들이 놀라서 외쳤다.
“교, 교주니이이이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