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10)
# 98장 마신(魔神) 대 투신(鬪神) (2) #
‘허어….이 할애비에게 보인 것이 전력이 아니었단 말이더냐.’
천여운의 주위에 떠있는 세 개의 무형검을 보며 전 태상교주 천인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단순한 무형검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저 다양한 속성의 무형검들은 뭔가 달랐다.
뇌기(雷氣)부터 시작해 화기(火氣), 한기(寒氣) 등을 머금고 있었다.
‘진원을 흡수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하나의 몸으로 저렇게 다양한 진기를 다룰 수 있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일반적인 경우라면 절대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저 검은 기운이었다.
천마기(天魔氣)로 명명한 이무기의 기운이 하나의 중심이 되어, 전혀 다른 삼종의 기운들을 어우러지게 만들었다.
‘……이 대결이야말로 진정한 천하제일을 가르겠구나.’
다른 오대고수들 중에서 마신 천여운을 이길 자는 존재치 않았다.
투신 악의마저 꺾게 된다면 명실공히 진정한 천하제일 고수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 태상교주 천인지가 오대고수로 등극하기 전부터 투신 악의는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조심하거라. 여운아.’
만전을 기울여야 하기에 속으로나마 응원했다.
전력을 끌어올린 채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은 꼼짝하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진정한 고수들은 심상으로 보이지 않는 대결을 한다는 말이 있다.
천여운과 악의는 눈빛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서로의 허실을 찾기 바빴다.
‘기수식을 취한 후로 허실이 완전히 없어졌다.’
제대로 전투에 임한 투신 악의는 공수가 완벽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공략을 해야 할지 허실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악의조차 마찬가지였다.
‘저 무형검들은 위험하다.’
무형검에 화기와 같은 속성이 담긴 것도 처음 보지만, 하나가 아니라 검은 기운과 융합하여서 흉흉한 기세를 발하고 있었다.
어쩌면 공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완전히 상쇄시키지 못할 지도 몰랐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군.’
무극공허권의 최대 이점은 완벽한 수비에 있다.
그 방어가 만약 통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다.
한참을 노려보고 있던 대치 상황 속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악의였다.
-팟!
‘세 개의 무형검을 제대로 다룬다면 세 명의 고수와 상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근접해서 틈을 주지 않는 게 답이군.’
결론을 내린 악의의 신형이 순식간에 천여운의 세 보 앞까지 파고들었다.
악의가 주먹을 내뻗자 공간이 비틀렸다.
-파앙!
그와 동시에 풍압이 일어나 회오리를 치며 천여운을 덮쳤다.
‘엄청난 풍압이다. 하지만…’
천여운이 오른손 검결지를 가볍게 움직였다.
흑빙의 무형검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덮쳐오는 회오리로부터 천여운을 보호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천여운이 왼손 검결지를 앞으로 뻗자 흑뇌의 무형검이 회오리의 중심부로 파고들며, 악의의 주먹으로 뻗어나갔다.
-파치치치치치칙!
“진초는 그것이겠지.”
풍압은 저 엄청난 역량의 일권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회오리치는 풍압을 막는 데만 집중했다면 그 사이에 저 일권이 자신의 가슴으로 단숨에 직격해왔을 것이다.
‘눈치 챘나?’
그에게로 가는 길이 막히자 악의가 왼손을 둥글게 회전시켰다.
그러자 공간이 비틀리며 그곳에 쇄도해온 흑뇌의 무형검이 부딪쳤다.
-파아아앙!
비틀린 공간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퍼져나왔다.
그와 함께 흑뇌의 무형검이 그것을 뚫지 못하고 멈춰 서서 파르르 떨었다.
‘막았다.’
일반적인 무형검처럼 상쇄시키지는 못했지만 공간을 비틀면 속성이 담겨 있어도 뚫지 못하는 듯 했다.
그렇다면 충분히 방어를 할 수 있었다.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자 안심한 악의가 비틀은 공간을 넘어서, 천여운에게 일격을 날리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치치치치칙!
무형검에서 발산하고 있는 흑색 뇌기가 비틀린 공간을 뚫고서 그를 덮쳤다.
당황한 악의가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콰르르르!
진각에 의해서 부서진 땅의 파편들이 일어나, 뇌기를 막아냈다.
그러나 뇌기에 밀려난 파편들이 그에게 날아오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막지 못하다니?’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는 무형검의 예기는 상쇄되었지만 뇌기는 아니었다.
근접해서 역량이 집중된 일권으로 단숨에 승부를 내려 했는데, 이렇게 된다면 무리해서 파고드는 것은 위험했다.
-흠칫!
“이런!”
경신법으로 뒤로 신형을 날리는 그의 위로 흑염의 무형검이 덮쳤다.
오히려 틈을 주지 않는 것은 천여운 쪽이었다.
-화르르르륵!
흑염의 무형검이 흑색 불꽃의 화려한 궤적을 그리며 검초를 펼쳤는데, 마신검공의 일 초식이었다.
‘이런 검초도 펼칠 줄 알았나?’
범상치 않은 절세검초에 악의의 인상을 찡그렸다.
흑염의 무형검이 그리는 검초의 궤적은 그저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별수 없군. 무극공허권. 공(空).’
-타타타타탁!
악의가 거리를 벌린 후에 빈 허공에 권초를 펼쳤다.
그러자 그의 주먹이 닿은 곳에 공간이 일렁이더니, 이내 무형의 권이 생겨나며 그가 초식을 펼치는 것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화르르르르륵! 파파파파파팡!
흑염의 무형검이 펼치는 검초와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무형권이 부딪치며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강한 여파가 일어났다.
두 초식이 부딪친 것만으로 그곳이 초토화가 되었다.
-타타타타타탁!
“크윽!”
악의의 신형이 뒤로 여섯 보 가량 밀려났다.
역량을 집중시킨 공허권의 진초를 무형권으로 펼쳐서, 검초를 상쇄시켰으나 방어를 포기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천여운 또한 피해를 입기는 매한가지였다.
-찌릿! 찌릿!
손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강렬한 통증에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무형권으로 역량을 집중시키다니?’
덕분에 진기가 연결된 흑염의 무형검이 완전히 파해지면서 역류한 기운에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말았다.
그러나 네 개의 진원을 흡수한 천여운의 회복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역류한 기운으로 받은 내상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나노머신의 자가수복도 필요 없었다.
-파치치치칙! 화르르르륵!
다시 천여운의 주변에 흑뇌, 흑염의 무형검이 생겨났다.
아직까지는 진기에 여유가 있었다.
-주르륵!
반면 악의는 아니었다.
악의의 이마로 땀방울이 흘려 내렸고 두 팔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일권에 모든 역량을 하나로 집중시킨 무극공허권을 무형의 권으로 펼치는 진기의 소모는 생사경의 극에 오른 그조차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아…..”
멀쩡한 천여운의 모습에 악의가 혀를 내둘렀다.
‘난감하군.’
무위의 역량으로 동일한 위력을 발휘할 순 있었다.
하지만 천여운 만큼의 진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에 이 싸움은 장기전이 되면 자신에게 불리했다.
‘진기가 마르지도 않는단 말인가?’
이건 마치 등선하기 전의 영물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대자연과 감응하는 영물들은 인간과 다르게 영력을 소진하는 일이 없다.
네 개의 진원을 흡수한 천여운은 한없이 영물에 가까울 만큼 엄청난 진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악의의 굳은 결의가 담긴 눈빛이 되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할 수밖에 없구나.’
이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희생은 불가피했다.
결심한 그가 승부수를 던졌다.
-팟!
악의가 그를 향해 정면으로 신형을 뻗어왔다.
‘이건?’
엄청난 기세로 쇄도해오는 그의 모습에 천여운은 그가 이번 일격으로 승부를 내려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기전으로 이어지면 불리하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무형의 권으로 세 무형검을 동시에 파쇄하고 무극공허권의 비기로 쓰러뜨린다.’
단순한 전법 같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했다.
속성이 담긴 무형검은 그가 역량을 집중시킨 무형권과 위력이 비슷했다.
세 번이나 그 역류하는 진기의 여파를 이겨내야만 천여운의 심장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이겨 낸다.’
-고오오오오!
희생을 각오한 그가 굳은 눈빛으로 두 주먹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세 무형검이 자신을 향해 쇄도해오는 그 순간을 노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상했다.
천여운에게로 가까워져 가는데, 세 무형검이 움직이지 않고 자신을 겨냥한 상태로 멈춰져 있다.
무슨 수작인지 모르겠지만 간격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자신이 유리했다.
큰 피해 없이 무극공허권이 비기를 쓸 수 있었다.
그때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덕분에 좋은 걸 배웠군.”
‘?’
무슨 말인지 의아해하는데 세 무형검이 동시에 그를 겨냥했다.
‘무슨 짓을 하려….!?’
투신 악의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고오오오오오오!
그 중 흑뇌의 무형검의 검 끝 한 점으로 역량이 집중되어 갔다.
천마검공의 마지막 초식을 익히면서 스물네 개의 검식을 하나의 점으로 일원화하는 법을 체득하고 있던 천여운이다.
그것을 속성이 담긴 무형검으로 펼치려고 하는 것이었다.
-드르르르르르!
천여운의 주변이 들썩거렸다.
공간이 일렁이고 대지가 떨릴 만큼 엄청난 진기가 한 점으로 집중되자, 그를 향해 쇄도해오던 악의가 그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피, 피해야 한다.’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멈춰선 그가 거리를 벌리려는 순간이었다.
-쾅! 파치치칙!
벼락이 떨어지는 듯 한 큰 굉음과 함께 한 점으로 집중된 흑뇌의 무형검에서 눈부신 광선(光線)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용귀의 입에서 포효하던 번개의 빛줄기를 연상케 했다.
한 점으로 집중된 검은 뇌기의 광선은 눈앞에 있는 모든 것 파괴하며 앞으로 뻗어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섬광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속도에 악의는 이를 피할 수가 없었다.
‘큭!’
오른손 주먹에 모든 진기와 역량을 담아 무극공허권의 비기를 펼쳤다.
악의가 주먹을 내뻗자 그의 주먹을 중심으로 공간이 일렁이다 못해 일장 길이의 파문이 일어났다.
-우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천여운이 흑뇌 무형검의 광선이 파문에 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크헉!”
광선이 부딪치는 순간 악의의 입에서 선혈이 터져 나왔다.
단순히 검초를 펼칠 때의 수 배에 달하는 엄청난 위력이 흑뇌의 광선에서 뿜어졌다.
이것은 더 버텨냈다가는 휩쓸려 죽을 판국이었다.
‘더, 더는 무리다.’
악의가 있는 힘을 다해 공간에 파문을 일으킨 주먹을 위로 들어올렸다.
-우드드드득!
“끄으으으윽!”
그 대가는 가혹했다.
오른 팔의 뼈와 근육이 뒤틀려서 팔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덕분에 일직선으로 악의를 파괴할 기세로 쇄도한 흑뇌의 광선이 위로 빗겨 올라갔다.
-콰아아앙!
빗겨나간 광선은 바로 뒤쪽에 있던 한 산봉우리에 작렬했다.
-쿠르르르르!
산봉우리에서 낙석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지름이 반 장(丈) 정도되는 구멍이 횡하니 뚫려버렸다.
대결을 지켜보던 마교인들이 산봉우리를 관통해 구멍마저 뚫어버린 엄청난 위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마, 말도 안 돼!”
“산봉우리를 관통했어!”
그 위력은 가히 경천동지(驚天動地)라 할만 했다.
초식을 겨우 빗겨나가게 한 악의는 뒤틀린 오른팔의 어깨를 붙잡고서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헉….헉….”
이것은 정말로 인간이 낼 수 있는 영역의 힘이 아니었다.
그런 그의 떨리는 눈동자에 남은 흑염과 흑빙의 무형검을 겨냥하고 있는 천여운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대단하군. 이것도 막아봐라. 이번에는 동시에 쏴주지.”
‘뭣!?’
그 말에 악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이 정도 역량을 집중한 무형검이라면 탈진해야 정상이었는데, 또 다시 이것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진기에 여력이 남아있다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