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12)
# 99장 타락한 영물 (2) #
풍백호(風白虎).
신령스러운 이 동물은 오령(五靈) 중의 하나이다.
풍백호는 오령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 서식지가 알려진 존재였다.
동쪽의 장백산이 바로 그곳이다.
삼대 괴서(怪書)중 하나인 선백진경(仙白眞經).
괴서라 불릴 만큼 이 서책에는 오령에 관한 여러 자세한 이야기들이 서술되어 있는데, 그들이 언제부터 이 땅에 존재해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모른다.
다만 이 영물이라 불리는 오령들은 수많은 세월을 살아가면서 영력(靈力)이 최고조에 이르면 등선(登仙)을 한다고 했다.
등선은 모든 존재가 도(道)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깨달음을 얻고서 선계로 간다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다.
무인이든 도를 수양하는 도사이든 깨달음을 얻고서 우화등선을 했다는 구절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무당파의 개파 조사인 장삼봉 진인이다.
-슉! 슉!
장백산으로 향하는 초입 부근.
두 명의 인영이 굉장한 속도로 그곳의 숲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등선이라고 함은 내가 알고 있는 그게 맞소?”
천여운의 물음에 경공을 펼치고 있는 투신 악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짙은 먹구름 밑에서 보이는 거대한 범의 그림자.
풍백호라는 이름답게 새하얀 털에 검은 줄무늬가 있어야 할 존재가 완전히 어둠에 잠식된 흑빛을 띠고 있었다.
“한 없이 어둡소.”
“등선을 하지 못하면서 영력이 분노와 증오로 잠식되어 저렇게 변했다.”
투신 악의는 아직도 그때를 잊지 못했다.
오열하는 것처럼 분노를 포효하며 변해가던 풍백호의 변이.
그것은 그가 알고 있던 장백산의 신성한 영물이 세상을 파괴로 뒤덮을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그런 악의의 말에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꼭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천여운은 자신의 오른팔에 흑철 보호대를 바라보았다.
천마검(天魔劍).
이것을 처음 얻었을 당시에 천마 조사로 짐작되는 사내가 용이 되어 승천하려 하는 이무기의 뿔을 자르는 것을 보았다.
그때 새하얗던 이무기의 전신이 어둡게 변했었다.
신비로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흉흉한 마물처럼 돌변한 것을 천마 조사가 죽였다.
‘그 이무기도 타락했던 거였나.’
아무래도 그런 듯 했다.
영력을 쌓아서 등선하는 것이 막힌 영물은 평생의 숙원을 잃고 만다.
‘저 정도일 줄이야.’
그저 환상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무기가 변모했다는 것 정도만 와 닿았었다.
그러나 천지가 요동칠 만큼 영향을 줄 정도의 괴물로 변한 이무기를 천마 조사는 고작 한 초식 만에 머리를 수십 조각으로 갈랐다.
‘……알면 알수록 그분의 무위는 진정으로 신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폐검곡에 새겨져 있던 검(劍)이라는 글씨 역시도 그러했다.
단 한 글자로 모든 검객들을 굴복시키고 그곳을 검의 무덤으로 만들었다.
대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다면 그게 가능할까?
천마 조사를 떠올렸던 천여운이 문득 궁금해졌는지 물었다.
“혹시 풍백호 역시도 등선하려던 것을 강제로 방해받은 것이오?”
그 물음에 악의의 인상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사연이 있는 듯 했다.
개인적인 연유라고 판단한 천여운이 더 이상 묻지 않으려 했는데, 그가 씁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녀석은 백여 년 전에 가장 소중한 벗을 잃고서 저리 되었네.”
“벗?”
“……그렇다. 그 벗은 내게도 오랜 지인이었지.”
벌써 백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를 기억했다.
유일한 호적수이자 생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벗이었다.
“모두가 두려하던 장백산의 수호신마저도 벗으로 삼을 만큼 재미있는 친구였다. 그가 그때 허무하게 죽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악의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의 죽음은 너무도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등선하기 전의 영물이 그 분노로 타락할 정도로 말이다.
“크워어어어어어엉!”
장백산 쪽에서 엄청난 범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먹구름이 껴있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열을 하듯이 증오와 분노를 토해내는 타락한 풍백호의 모습에 악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근 백 년 동안 맹약을 어긴 적이 없는 녀석이 본신으로 화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네 스스로 한 맹약마저 어기고서 그런 단 말이느냐. 무엇이 네 녀석을 자극했기…..설마?’
악의가 떨리는 눈빛으로 장백산의 봉우리를 바라보았다.
그가 용천혈에 공력을 더욱 끌어올리며 경공에 속력을 박찼다.
한편 같은 시각 장백산의 산봉우리.
-쏴아아아아! 휘이이이잉!
천지를 비추는 광활한 거울 같은 천지호가 먹구름으로 뒤덮여 비바람이 몰아치는 기이한 이변 현상에 성난 바다의 파도처럼 격하게 출렁였다.
“크워어어어어어엉!”
“크윽!”
“귀, 귀가!”
천지호 바깥 부근에 있던 수많은 극도육무문의 무사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그저 포효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진탕이 되어갔다.
내공이 절정에 달한 무인조차도 이를 버티지 못하고 귓구멍에 피가 흘러내리며 쓰러질 정도였다.
-털썩! 털썩!
쓰러지는 무사들을 힐끔 쳐다본 붕대의 죽립인이 당혹스러워했다.
어쩌다가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얼떨떨하기만 했다.
“저 괴물이 정녕 풍백호가 맞단 말인가?”
그의 눈앞에 보이는 괴물은 족히 삼십 장(丈)의 높이는 되었다.
붉은 안광에 흉폭한 기세가 가득한 이 괴물은 범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알고 있던 풍백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탁!
“하아….하아….빌어먹을!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 없구려.”
붕대의 죽립인의 옆으로 흰 백미의 대머리 노인이 안착했다.
노인은 고통스러운지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왼팔 어깨를 붙들고 있었다.
피로 물들어 넝마가 된 왼팔은 거대한 발톱 자국에 찢겨 나가서 거의 떨어질 듯 덜렁거리고 있었다.
“좌 태상 괜찮습니까?”
“하아….괜찮을 리가 있소이까? 팔 하나를 잃었는데. 갑자기 멀쩡하던 인간이 저런 괴물로 변하다니.”
변이하던 것을 저지하려 했던 좌 태상이라 불린 노인은 어이없게 당했다.
역혈 마공과 같은 무공인가 싶어서 사전에 제압하려 했는데, 도강마저 찢어버리고 이 꼴로 만들었다.
“황헐 공. 저 괴물은 대체 무엇이오?”
거대해도 너무 컸다.
그가 알고 있는 풍백호는 일반적인 범의 세 배 정도 크기라 들었다.
물론 영력이 강해질수록 영물의 신장이 커진다고는 들었지만 이건 괴수나 다름없었다.
-탁!
그때 누군가 가벼운 신형으로 붕대의 죽립인 황헐의 옆으로 다가왔다.
금색 안대를 하고 있는 노인으로 극도육무문의 우 태상이었다.
그 역시도 많이 놀랐는지 포효하는 너무도 거대한 흑범을 쳐다보면서 심각한 눈빛으로 말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구려. 아까 전 그 남자가 저 괴물이란 말인가?”
“그 하나뿐인 눈으로 보고도 그 말이 나오나?”
대머리의 노인 좌 태상이 짜증을 냈다.
한 쪽 팔을 잃었기 때문에 최저의 기분인 것을 감안해 우 태상은 입을 다물었다.
붕대의 죽립인 황헐은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정말 이 검은 괴물이 풍백호인가?’
장백산 근방에 도착한 그들은 북쪽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파악하고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산봉우리로 올랐다.
영물인 풍백호를 찾으려고 수색을 하던 과정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를 만났다.
운기를 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던 자였는데, 갑자기 그들이 나타나자마자 놈이 공격해왔다.
[더러운 떼놈들이 감히 백두산에 침입하다니! 간나 새끼들 죽여버리 갔어!]중원어가 아닌 말을 해댔다.
처음에는 그저 이곳을 장백산 지키는 동이족인가 싶었다.
그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도법으로 극도육무문의 사람들을 놀라 켰다.
이 자의 도법은 극도신무에 버금갈 정도였다.
괴물이라 불리는 투신 악의 이외에도 이런 고수가 숨어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네. 노부가 나서도록 하지.]분명 부상을 입은 것 같았는데도 귀철대의 절반을 몰살시킬 만큼 엄청난 도객의 실력에 결국은 좌 태상이 나서게 되었다.
도주를 지키는 두 태상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극도신무를 자랑하는 그였다.
한데, 그와 불과 몇 초식 정도 겨루던 눈이 부리부리하던 사내가 갑자기 광분을 하더니, 이내 저렇게 변한 것이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콰아아앙!
“끄악!”
“으아아악!”
“피, 피해랏!”
거대한 흑범이 포효와 함께 발길질 한 번 하자, 문도 수십 명이 휩쓸리듯이 목숨을 잃었다.
무공으로 극복할 만한 그런 류가 아니었다.
저 괴물은 천재지변에 가까운 존재라고 해도 무방했다.
천여 명이나 되는 극도육무문의 전력이 황헐의 명령으로 저 괴물을 둘러싸고 공격하고 있었는데, 허무할 정도로 죽어나가고 있었다.
-휘이이이이잉!
“이, 이건 대체 뭐야?”
먹구름이 껴서 비바람이 몰아치던 하늘에서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갑자기 거대한 범의 주변으로 하늘의 먹구름들이 뭉치면서 운무가 내려오더니, 이내 그것들은 회오리바람이 되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이잉!
“도, 돌풍이?”
하나가 아니었다.
용오름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겨난 네 개의 회오리 돌풍이 범을 보호하는 신장처럼 네 방위에서 몰아쳤다.
거대한 흑범을 둘러싸고서 공격하던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이 회오리 돌풍에 일순간에 수백 명이나 되는 자들이 휩쓸려 허공으로 날아갔다.
“으, 으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어!”
경공이 출중한 자들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회오리 바람은 그저 평범한 자연 현상과는 궤를 달리했다.
회오리 바람의 날카로운 예기가 그들을 스칠 때마다 도기로 공격한 것처럼 극도육무문의 무인들이 베여나갔다.
-촥! 촤촤촤촥!
“끄악!”
“으헉! 바, 바람이 날카로워?”
“모두 회오리 돌풍에서 멀어져라!”
극도육무문의 문주, 문도들이 사방으로 산개하면서 회오리 돌풍을 피했다.
단순한 돌풍도 인력으로 어찌하기 힘든데, 이렇게 되면 상대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붕대의 사내 황헐 공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대붕과는 차원이 달라.”
얼마 전 포달랍궁에 봉해져 있던 대붕과도 일전을 벌였던 그들이었다.
대붕도 굉장한 영력을 지녔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비교하면 어른과 아이가 가진 힘의 차이를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력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오싹!
한 번 포효할 때마다 느껴지는 흉폭함은 너무 소름 돋았다.
황헐을 비롯해 두 태상조차도 어떻게 놈을 공략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차였다.
“호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타락한 영물인가?”
“도, 도주!”
언제 나타난 것인지 뒷짐을 지고서 나타난 죽립인에 세 사람이 깜짝 놀라했다.
정도 무림맹의 총력을 막고서 합류한다고 해서 더 시일이 오래 걸릴 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도착할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정도 무림맹의 그 엄청난 전력을 막았다는 소리였다.
“오셨습니까? 도주!”
좌 태상과 우 태상이 동시에 한쪽 무릎을 숙여 인사했다.
그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도주라 불린 죽립인이 회오리 돌풍에 둘러싸여 있는 거대한 범을 올려다보았다.
“어, 어찌할지….”
“본좌가 직접 나서겠다.”
“넷?”
-팟!
그들이 뭐라고 반문하기도 전에 도주의 신형이 허공을 날아올랐다.
허공에 떠오른 도주는 시위에 튕겨져 나간 화살처럼 순식간에 거대한 범을 가로막고 있는 회오리 돌풍의 근방까지 도달했다.
도주가 자연스럽게 회오리 바람을 향해 손날을 베는 시늉을 했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거대한 무형의 도(刀)가 허공에서 생겨나, 몰아치는 회오리 돌풍을 허리를 일순간에 베어냈다.
-촤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위용에 이를 지켜보던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이 탄성을 질렀다.
“도주시다! 와아아아아!”
“회오리를 베었어!”
“아, 아냐! 완전히 없앤 게 아니야.”
-휘이이이이이잉!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었다.
잠깐 허리가 베여나갔던 회오리 돌풍의 운무가 다시 연결되려 했다.
도주의 노림수는 그것에 있었다.
-슉!
잠시 공간이 생겨난 그 짧은 틈에 도주의 신형이 그곳을 통과했다.
바로 거대한 흑범의 가슴 앞까지 근접한 도주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도집에서 날카로운 예기로 번쩍이는 보도를 뽑았다.
-챙!
자신의 앞에서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자의 등장에 흑범이 포효를 내뱉으며 앞발을 들어올려 그를 쳐내려고 했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휘이이이이이!
발톱이 날카로운 앞발을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엄청난 풍압이 일어났다.
모든 것을 찢어발길 기세로 앞발이 날아왔다.
그 앞발을 향해 도주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보도를 휘둘렀다.
-우우우웅!
그 순간 그가 휘두르는 방향으로 공간이 일렁이며 보도에서 엄청난 역량이 집중되었다.
-쾅! 촤아악!
그런 도주의 보도에 부딪친 거대한 흑범의 앞발의 일부가 베여나가며 위로 튕겨나갔다.
앞발의 일부가 베여나간 것에 고통을 느낀 흑범이 울부짖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죽립의 밑으로 보이는 도주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투신 네놈이 이십여 년 전에 보여주었던 그 일권을 본좌도 이렇게 얻어냈다.’
이것은 투신 악의의 깨달음인 역량의 일원화였다.
이십여 년 간의 폐관 끝에 도주는 자신의 역량을 일도에 합칠 수 있게 되었다.
-팟!
“이대로 단숨에 그 목을 베어주지.”
-팡! 팡! 팡!
도주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 흑범의 목 한 가운데를 향해 허공답보를 펼쳤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가로 질러 그의 신형이 앞으로 나아갔다.
바로 그때였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
“아닛!”
포효하는 흑범의 입에서 엄청난 돌풍이 뿜어져 나와 그를 덮쳤다.
마치 태산으로 짓누르는 듯한 풍압이 일어나 그를 짓누르자, 도주가 다급히 거대한 무형의 도를 만들어내 이를 막아냈다.
하지만 그 압력이 어찌나 강했는지 도주의 신형이 호수의 바닥으로 처박혔다.
-풍덩!
“도주!!!”
이를 지켜보던 황헐과 두 태상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니?”
흑범은 도주가 빠져 있는 호수 물을 향해 반대쪽 앞발을 들어 올려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촤아아아아!
거대한 앞발이 호수를 내려치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물이 엄청난 파도를 일으켰다.
확실하게 도주를 죽이기 위한 일격을 가한 것이다.
붉은 안광을 반짝이는 흑범의 두 눈이 자신이 내려친 호수 쪽을 무섭게 내려다보았다.
“이, 이놈 감히!”
금색 안대를 쓴 우 태상이 노기가 치솟아 신형을 날리려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쩌저저저저저적!
철썩거리며 풍랑이 일렁이던 호수의 물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흑범이 앞발을 내딛은 곳을 중심으로 해서 말이다.
어찌나 빠르게 얼어붙는지 순식간에 흑범이 있던 곳의 호수가 완전히 얼어붙었고, 그 앞발을 타고서 한기가 뻗어왔다.
-콰지지지지직!
한기가 자신의 앞발을 타고 올라오려하자, 흑범이 그것을 들어올렸다.
호수의 얼음 파편이 부서지면서 앞발을 들어 올리는데, 그 안에서 용수철처럼 튀어오른 도주가 두 손을 뻗었다.
-쩌저저저저적! 슈슉!
그 순간 허공에 극한의 음기를 머금은 두 개의 무형도가 생겨나 흑범의 가슴을 찔렀다.
“진원을 가져가마!”
방심했던 흑범의 가슴 정중앙을 한기를 머금은 무형도가 박혔다.
흑범이 포효를 내지르며 강한 영력을 발하며 이것을 튕겨내려고 했지만, 가슴을 찔러 들어온 무형도의 한기가 파고들어 퍼져왔다.
-쩌저저저저적!
“크워어어어어어어!”
고통스럽게 울부짖은 거대한 흑범이 육중한 몸을 뒤틀며 앞발을 휘둘렀다.
허공에 떠서 한기를 머금은 무형도에 집중하고 있던 도주의 몸이 그것에 맞고서 포탄처럼 튕겨나가고 말았다.
-쾅!
“크헉!”
순식간에 삼십 장 거리까지 튕겨나간 도주의 몸에 산 벽에 처박혔다.
이번에는 꽤 충격을 받았는지 도주의 입가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진원을 복용한 그는 빠르게 내상이 회복되는지, 몸에 하얀 서리가 일어나더니 이내 혈색이 밝아졌다.
“꽤 반항이 심하군.”
하지만 조금만 더 몰아붙인다면 충분히 놈을 죽일 수 것 같았다.
도주가 산 벽에서 빠져나오며 녀석을 향해 다시 몸을 날리려던 순간이었다.
-흠칫!
엄청난 역량의 기운이 북쪽에서부터 장백산의 천지호를 가로질러, 회오리 돌풍마저 꿰뚫더니 이내 무형도의 한기로 고통스러워하는 거대한 흑범의 가슴을 관통했다.
-콰아아앙!
“크워어어어어어어어!”
가슴이 뚫려버린 흑범의 붉은 안광으로 두 눈이 뒤집혔다.
-파치치치치치칙!
흑색 뇌기가 일렁이는 광선이 흑범의 가슴을 관통해 나와 허공에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그렇게 관통당한 흑범이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었다.
-쿵! 쾅! 쾅!
육중한 몸으로 발광을 하니, 얼어버린 호수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이 이를 피해야만 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이야?”
“방금 그건 뭐야?”
모두가 당황스러워 하던 찰나였다.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이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가슴이 횡 하게 뚫려 있는 거대한 흑범의 그곳에서 강렬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다.
“저, 저건!”
“진원이닷!”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는 그것은 바로 진원이었다.
그런데 진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흑범의 뚫려 있는 가슴에서 흰 안광을 내뿜고 검은 철갑주의 인영이 서있었다.
핏물에 철갑주가 젖어 있는 그 인영은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하는 흑범의 가슴에서 진원을 쥐고서 이내 빠져나왔다.
-우우웅!
철갑의 발 부분에서 흰 입자가 발하면서 공중에 떠있는 존재.
그 철갑의 투구 부분이 흩어지듯이 사라지면서 얼굴이 드러났다.
비바람에 긴 머리카락의 흩날리는 그는,
“마, 마신!!!”
그를 알아본 붕대의 사내 황헐이 경악해서 소리쳤다.
“뭣?”
“아니! 마신이라고?”
마신이라는 말에 두 태상 역시도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허공에 떠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한 가운데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내공을 실어서 외쳤다.
“수고했다.”
산 벽에서 처박혀 있던 도주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