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16)
# 100장 네놈이 아니야 (3) #
-화르르르르륵!
“끄아아아아악!”
흑염의 무형검으로 펼치는 마신검공에 난자된 도주.
검초에 휩쓸리면서 그는 전신의 살점이 베이고 타서 만신창이처럼 되고 말았다.
오히려 죽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다.
-쾅!
초식의 여파가 가라앉아 그의 몸이 얼어붙은 호수에 처박혔다.
-쏴아아아아아!
상처 부위로 빗줄기가 떨어지면서 쓰라렸다.
도주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허무하게 패했다.
분명 그 분이 남긴 기록대로라면 지금 마신은 절대로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해야만 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괴물 그 자체였다.
‘모든 것에서 밀렸다.’
대붕의 진원을 흡수 했는데도 불구하고 진기에서 밀렸고, 심지어 자신만만했던 초식 대결에서조차 완전히 깨져버렸다.
천마검공 그 이상의 검법을 보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기록대로라면 마신이 진원을 손에 넣는 것은 더 먼 훗날이 되어야만 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투신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마신 천여운이 나타나기 전만 하더라도 그들은 그분이 남긴 도표대로 움직이며 준비해왔다.
그 준비된 완성체가 바로 자신이었다.
‘영생을 얻어서 불멸의 존재가 되어 무림을 지배해야 할 본좌가 어째서?’
첫 번째 패배보다도 더 지독할 만큼 비참해졌다.
차라리 투신에 대한 이야기는 애초에 그 분의 기록에조차 남겨져 있지 않았기에 충분히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여겼지만 마신의 경우는 아니었다.
-웅성웅성!
패배의 여파는 단순히 그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타락한 풍백호가 일으킨 태풍에서 휩쓸렸지만 겨우 살아남은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의 충격도 굉장했다.
“도….도주가 패하다니?”
“마신이 그보다 강했단 말이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극도육무문에 있어서 도주는 말 그대로 신(神)이었다.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견고한 태산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무너져 내린 것이다.
화상과 피로 넝마가 된 모습은 패배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안 된다. 이래선 안 돼!’
수장의 패배로 사기가 급격하게 저하되는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을 보면서 붕대의 사내 황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가 아니라 무(無)로 돌아간다.
마신과 투신 저 두 괴물을 붙잡아두고 도주와 최정예들만이라도 피신시켜야 그나마의 전력을 보존시킬 수 있다.
[황헐 공.]귓가를 울리는 전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투신에게 당했던 권력을 해소시키고 있는 금색 안대의 노인인 우태상이었다.
[노부와 좌 태상이 남은 귀철대와 문도들을 이끌고 저 두 괴물들을 막겠네. 자네는 서둘러 도주와 문주들을 데리고 퇴각하게. 안타깝지만 승산이 없어.]인정하기 싫지만 반전을 꾀할 수 없었다.
황헐과 마찬가지로 좌태상 역시도 최소한의 전력을 보존하는 것을 선택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도주가 살아남아야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어찌 두 분이 희생한단 말입니까? 제가 전력을 이끌고…] [자네가 감당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야. 우리는 역혈대라신공을 펼쳐서 동귀어진의 수법까지 할 각오로 하는 말일세.]강한 결의를 보이는 목소리에 황헐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우태상의 말대로 그 정도 되는 고수가 동귀어진을 각오로 공격하지 않는다면 저 괴물들을 상대로 시간을 끌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럼 도주를 부탁하네!]그 전음을 끝으로 우태상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에게 소리쳤다.
내공이 실린 목소리는 장백산 전체를 크게 울렸다.
“모두 들어라. 이 자리에서 저 두 괴물들을 죽이지 못한다면 본문의 미래는 없다. 모든 제약을 풀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놈들을 죽여라!”
“충!!!”
그의 외침에 호응하듯이 살아남은 문도들이 일제히 외쳤다.
천여 명 중에서 휘몰아치는 태풍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고작 사백여 명에 불과했다.
그래도 이 정도 인원이 역혈대라신공을 펼쳐서 동귀어진의 수법을 펼친다면 아무리 저 괴물들이라고 해도 쉽게 어찌하지 못하리라.
-불끈!
-우드드득!
희생을 각오한 문도들이 일제히 역혈대라신공을 펼쳤다.
완성된 역혈대라신공은 일 각에서 최대 이 각 동안 공력과 재생력을 폭증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한 번 쓰고 나면 탈진해서 운기를 해야만 하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도 이지를 점차 잃어가는 전의 부작용보다는 훨씬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크르르르르!”
여기저기서 사나운 짐승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근육과 골격이 비상적으로 커진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원래부터도 절정 이상의 고수들로만 이루어진 최정예들이다.
“좌도방문에 능한 사악한 것들이구나.”
-고오오오오!
그런 그들을 보면서 투신 악의가 전의를 풀풀 풍겼다.
오랜 옛 벗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면서 최악의 기분이었기에 지금이라면 손속에 자비를 베풀고픈 마음이 없었다.
“투시이이이이인!”
“크와아아아아! 죽어랏!”
-파팟!
악의를 향해서 근방에 있던 역혈대라신공을 펼친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이 달려들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도검에는 하나 같이 강기가 실려 있었다.
반 장(丈)이 넘게 강기가 치솟는 걸로 보아서 모두가 사생결단으로 달려드는 게 확실했다.
“어리석은!”
악의가 그들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주먹이 닿은 허공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강렬한 풍압이 일어나 그들을 휩쓸었다.
-콰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악!”
“끄억!”
엄청난 역량이 담긴 풍압에 그들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나갔다.
제대로 살수를 펼치기로 마음먹은 투신의 일격을 어찌 이들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다만 물고 늘어질 뿐이었다.
-슈르르르륵!
“크르르르르!”
“음?”
악의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풍압에 목이 찢겨져 나가거나 몸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 자들은 몸이 빠른 속도로 재생하면서 고통을 이겨내고서 미친 듯이 앞으로 전진해왔다.
“인간의 몸으로 괴물이 되려하는 것이더냐.”
아무래도 목을 베거나 완전히 짓이겨 놓아야만 움직임이 멎을 기세였다.
풍백호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악의가 불쾌한 눈빛으로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그들을 향해 다시 한 번 엄청난 역량의 권을 날렸다.
-팟!
한편 바닥에 처박혀 있는 도주에게로 내려가던 천여운에게도 수많은 역혈대라신공을 펼치는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가장 먼저 그를 습격한 자는 바로 도주를 보필하는 우태상이었다.
-슉!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는 패도적인 도초에 천여운이 이를 막아냈다.
-채채채채챙!
도초에 실린 기세가 굉장했다.
공력만으로 따지자면 현경의 극을 훨씬 웃도는 위력이었다.
“크르르르르! 죽어라! 마신!”
원래부터도 오대고수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닌 우태상이었다.
역혈대라신공을 펼치면서 공력이 원래의 한계를 넘어선 그는 체내의 모든 선천진기마저 끌어내 동귀어진의 각오로 공격해왔다.
방어는 일체 포기하고 오직 상대를 죽이는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었다.
-채채채채채챙! 촤촤촤촤촥!
‘……죽을 작정이로군.’
무형검에 의해 몸이 베여도 개의치 않고 공격하니, 천여운 역시도 요혈을 노려오는 우태상의 도식을 막는다고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버틴다. 도주가 도망갈 시간은 벌기 위해서라도.’
천여운을 상대로 이긴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자신들의 수장인 도주를 피신시킬 수 있는 시간만 번다면 이 한 목숨이 불타서 없어져도 좋았다.
-파파파팍!
“죽어라!”
그때 어느새 그의 주변으로 몰려든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이 뒤를 기습했다.
역혈대라신공을 펼친 그들의 기세 역시도 심상치가 않았다.
뒤를 기습하는 그들이 붉은 눈동자가 회심의 눈빛으로 물들었다.
‘우태상의 공격을 막느라 정신이 없어.’
어찌나 분전을 했는지 우태상의 도초를 막느라, 천여운이 그들이 기습을 해옴에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잘하면 죽일 수도 있을 지도 몰랐다.
“크르르르르르! 하압!”
짐승의 울음소리와 뒤섞인 기합을 내뱉으며 문도들의 도강이 천여운의 등을 베었다.
성공했다는 생각에 그들의 얼굴이 희열로 가득 차려는 순간,
-깡!
‘!?’
강기를 발산하고 있던 그들의 도가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흑철로 만든 갑옷이 단단해봐야 얼마나 강도가 대단하겠어 하고 강기를 휘둘렀는데, 상상 이상이었다.
“무슨 갑옷이 강기를?”
앞에서 그를 붙잡아두고 있는 우태상 역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기는 철을 베어내고 바위도 가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쓸모없는 갑옷을 입고 있다고 착각한 건 아니겠지?”
-푹!
잠시 멈칫한 사이에 천여운의 두 손가락이 우태상의 두 눈을 찔렀다.
이런 공격은 예상하지는 못했는지 그가 자신의 두 눈을 붙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끄아아아아악! 내 눈! 내 누우우운!”
-촤촤촤촤촥!
재생력이 빠르다고 해도 눈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천여운은 두 눈을 한손으로 부여잡고 마구잡이로 도강을 휘두르는 우태상의 목을 무형검으로 그대로 베어버렸다.
-촥!
필사의 각오로 덤벼들었는데 그 최후가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목이 잘려서 떨어지는 우태상의 모습에 그들이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우태사아아아앙!”
“네놈들이나 걱정해라.”
천여운은 곧장 자신의 뒤를 노렸던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촤아아아아악!
투신 악의와 달리 천여운은 역혈대라신공을 쓰는 적들과는 수도 없이 싸워왔다.
처음부터 목만 자르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다.
다만 숫자가 굉장히 많기는 했다.
어림잡아도 이백여 명 이상의 붉은 안광을 내뿜는 괴인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일일이 목을 베기에는 많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 틀림없었다.
“크르르르르!”
“놈을 죽여라!”
수십 명이나 되는 괴인들이 일제히 뛰어올랐다.
무위로는 어찌할 수 없으니 압도적인 수로 밀어붙일 요량이었다.
이에 천여운이 냉담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시간을 끌려는 속셈인가 본데, 그게 통할 것 같나?”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허공의 먹구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쿠르르르르르!
먹구름에서 천둥소리가 들리면서 밝은 빛의 뇌운이 번쩍였다.
역혈대라신공을 펼쳐서 이성이 반쯤 날아가고 호전적으로 변한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조차도 이 괴이한 현상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르! 서, 설마?”
“그럴 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전의 천둥소리는 그저 우연에 불과했다.
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려쳐라.”
-콰르르르! 쾅쾅!
천여운이 손을 아래로 내리자, 먹구름 속에서 번쩍이던 뇌운이 벼락이 되어 떨어졌다.
하늘에서 내려치는 거대한 벼락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이…이런 미친!”
“정녕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산개해서 피할 수 있는 그런 류가 아니었다.
-쏴아아아아! 파치칙!
바닥에 고인 빗물과 빗줄기에 젖어있던 그들의 몸을 타고서 이백 명이 넘는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이 일제히 벼락을 맞고서 감전이 되고 말았다.
-파치치치치치치칙!
“끄가가가가가가가가!”
“끄아아아아아악!”
용귀의 진원을 흡수하고서 뇌기를 다룰 수 있는 천여운이다.
먹구름에 의해 생겨난 뇌운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런 위력을 낼 수 있었다.
-콰르르르! 쾅쾅!
멀리서 내려치는 눈부신 벼락의 빛줄기에 붕대의 사내 황헐이 혀를 내둘렀다.
얼핏 보아도 누구의 소행인지 알 것 같았다.
‘……저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야.’
뇌기(雷氣)를 다룰 수 있는 용귀의 진원을 얻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기가 막힐 정도였다.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르는 게 무의미한 일로 보였다.
무공이 극에 이른 도주만이 오직 신에 버금가는 인물이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도주…..’
황헐이 도여문주의 등에 업혀 있는 도주를 쳐다보았다.
-스르르르!
도주의 몸이 조금씩이나마 재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진원을 흡수했으니, 굉장한 재생 속도로 몸이 나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뭔가에 제약이 걸린 것처럼 느렸다.
‘놈의 무형검에 실려 있던 흉흉한 마성이 재생을 방해하고 있다.’
체내로 침투한 이 흑기운만 아니었어도 훨씬 빨리 재생했을 것이다.
도주는 지금 업혀있는 상태로 그것을 체외로 배출 시키는데 모든 집중을 하고 있었다.
‘마신!!!’
-으득!
투신 이외로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분노가 그를 감싸 안았다.
치욕을 넘어서 비참하기마저 했다.
수많은 극도육무문의 최정예들을 희생시키고 고작 여덟 명의 문주들을 데리고 도망가는 꼴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의 심정을 느꼈는지 장백산을 급히 내려가는 문주들도 침묵을 지켰다.
퇴각, 도망, 도주는 어떤 식으로든 기분을 침체시킨다.
‘쓰라린 패배는 곧 자양분이 된다. 마신…..본좌는 패배에 안주하지 않는다. 지금의 승리를 즐겨라. 어차피 시간은 우리들의 편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바로 잡은 도주가 침체된 문주들에게 말했다.
사기가 꺾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패퇴해도 본 문의 대계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저들이 흘린 뜨거운 피와 희생을 기억해라. 본좌 역시도 그대들에게 약조하마. 머지않아 본좌의 손으로 마신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산을 급히 내려가는 그들의 앞으로 푸른 빛줄기들이 떨어졌다.
-콰콰콰콰콰쾅!
“머, 멈춰랏!”
경공을 펼치던 문주들이 일제히 멈춰 서야만 했다.
황헐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이건 천공섬광?”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을 가로지르며 누군가가 날아왔다.
-슈우우우욱!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바로 마신 천여운이었다.
흰빛의 입자를 발에서 내뿜으며 그들의 앞에 내려선 천여운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에게 다음은 없다. 가짜 극도신.”
‘!!!’
그 말을 들은 도여문주의 등에 업혀 있는 도주의 두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