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21)
# 101장 생사의 경계 (4) #
도주와의 일대일 전투가 시작되기 전,
천여운은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상대는 진위여부를 떠나서 현 극도육무문을 이끄는 수장인 만큼 결과가 어찌될지 모를 노릇이었다.
‘나노. 용귀의 뇌기를 흡수했던 것처럼 나노 슈트에 진원의 영력을 흡수할 수 있겠어?’
[가능합니다. 게이트리윰 금속은 에너지 흡수와 충격 흡수에 적합한 구조의 물질입니다.]‘혹시 흡수하면서 에너지를 분석 가능해?’
[가능합니다.]나노의 연산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한 번에 수많은 이기어검을 판넬 시스템으로 다루는데, 단순하게 두 가지 일이 불가능할 리가 없었다.
이런 천여운의 판단은 정확했다고 할 수 있었다.
[게이트리윰 나노 슈트로 흡수한 진원 에너지를 사용자의 에너지로 변환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 진행률 3%.]-고오오오오오!
나노 슈트가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며 강한 영력을 내뿜었다.
이를 바라보는 극도신의 눈빛은 당혹감에 젖어있었다.
근 팔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래의 마신에 버금가는 힘을 얻은 후로는 그에 대한 관심과 전의가 거의 희색 되어 갔었다.
그러나 최근 자신이 알던 역사와 다르게 천여운이 벌써 세 개나 되는 영물의 진원을 얻었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는 이를 막아야겠다고 판단했다.
‘불로장생은 오직 이 세계에서 나만이 누릴 수 있는 권한이다.’
자신은 유일무이한 절대자로서 이 세계를 구축해야만 했다.
누군가 자신과 동등한 선상에 서서 이를 방해하려든다면 그를 배제해야 한다.
‘만년한철조차도 진원의 영력을 흡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나노 슈트가 저것을? 나보다도 더 먼 미래에서 온 기술이란 말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짐작 가는 부분이 없었다.
물론 그의 짐작은 일부 정확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노 슈트가 진원의 영력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의 금속이 아닌 게이트리윰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아…하아…제가 당신이 진원의 영력을 흡수하도록 내버려 둘 것 같습니까?”
극도신의 오른손 손날에 공기가 떨려왔다.
응축된 무형도를 만들어낸 그가 단숨에 천여운을 일도양단하려 했다.
엎드려 있던 천여운이 손바닥으로 바닥을 튕겨내며,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재빨리 앞으로 검결지를 뻗었다.
-화르르르르륵!
그의 앞으로 흑염의 무형검이 형성되며 방패처럼 극도신을 가로막았다.
“벌써 이 정도의 진기를? 하지만 통할 것 같습니까?”
극도신은 그것을 응축된 무형도로 베어내려 했다.
그러나 방패처럼 세워져 있던 흑염의 무형검이 검 끝을 겨냥하며 이내 그를 찔러왔다.
-화르르르륵!
“흥!”
-촥!
극도신이 옆으로 몸을 젖히며 무형검을 내리쳤다.
마치 검이 부러지듯이 흑염의 무형검이 반으로 갈라지며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천여운의 진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해도 원래부터의 격차는 단숨에 좁힐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무형검을 단숨에 파훼하다니.’
-욱씬!
“헉….헉….”
천여운이 몸을 비틀거렸다.
심장과 의지를 난자하는 심도(心刀)에 호흡이 벅찼다.
‘도를 배출시켜야 하는데….’
끊임없이 나노 슈트를 통해서 진원의 영력이 밀려들어오고 있지만, 이를 이용해서 극도신의 심도를 몰아낼 틈이 없었다.
극도신의 신형이 어느새 공간을 접듯이 천여운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큭!”
-슉!
천여운이 다급히 그를 향해 검결지를 찔러오자, 극도신이 재빨리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목을?’
-촤촤촤촥!
지금 천여운의 검결지를 펼치는 팔은 하나의 검이나 다름없을 만큼 날카로운 예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이를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적인 진기로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영력을 흡수하면 단번에 저를 압도하기라도 할 것 같았습니까?”
-콱!
‘무슨 진기가?’
천여운이 손에 진기를 집중해도 소용없었다.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진기에 오히려 손목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
진원의 영력을 끊임없이 흡수하고 있는데도 그 격차를 메꾸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슉!
손목을 빼내는 것을 포기한 천여운이 왼손의 검결지로 그의 심장을 찌르려했다.
그것을 극도신이 반대 손으로 무형도를 일으켜 속사포와 같이 왼 손목을 베어냈다.
-촥!
“끄아아아아아악!”
천여운의 입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선혈이 터져 나왔다.
그런 천여운에게 극도신이 비릿하게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말했죠? 당신과 나는 인간과 날파리 정도의….크헉!”
-욱씬! 욱씬!
그때 극도신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붙잡고 있는 천여운의 손목을 놓고 있지 않지만 반대 손으로 심장 쪽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끄으으윽!”
가슴을 강타했던 심권(心拳)이 심장에 통증을 일으킨 것이다.
방대한 진기로 고통을 억누르려 했지만 애초에 심권은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권이었다.
극도신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독한 놈.’
투신 악의의 마지막 일격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괴롭힐 줄 몰랐던 그였다.
당장에 이것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큰 타격을 입을 지도 몰랐다.
극도신이 눈부신 빛을 내뿜는 나노 슈트를 바라보았다.
‘차라리 이 기운을 이용해야 겠다.’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천여운이 완전히 나노 슈트의 영력을 흡수하기 전에 그것을 막으면서, 심권을 배출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었다.
-우드드득!
“끄으윽!”
극도신이 천여운의 손목을 부러뜨렸다.
그리고 그의 배를 향해 일도를 날려서 나노 슈트를 손상시키려 했다.
‘부서뜨린 후에 단번에 영력을 흡수한다.’
-촤아아아!
극도신의 무형도가 실린 손날이 천여운의 배에 닿으려던 찰나였다.
짧은 찰나에 극도신의 두 눈에 천여운의 눈빛이 보였다.
분명 손목을 완전히 아직 내서 고통스럽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매와 같았다.
‘설마?’
혹시나 하는 경각심에 일도를 거두려던 순간이었다.
‘나노! 이때야!’
[영력의 에너지의 5%를 파동으로 발산합니다.]-파아아아아앙!
“이, 이건!”
나노의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나노 슈트에서 뿜어져 나오던 휘황찬란한 빛이 둥근 구의 형태로 파장을 일으켰다.
자기장과 비슷했지만 그것은 영력을 물리 에너지에 가깝게 변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쾅!
“크헉!”
순식간에 반경 오 장 거리만큼 부풀어 오른 에너지 구에 극도신이 큰 충격을 받고 튕겨나가 버리고 말았다.
허공을 빙글빙글 돌면서 튕겨나가는 극도신이 막대한 진기로 균형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한순간 심장의 통증에 집중하던 것이 풀리면서,
-욱씬! 욱씬!
“끄으으윽!”
심장을 강타하는 고통에 가슴을 움켜잡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르르르륵!
-파치치치치칙!
-쩌저저저저적!
“아니?”
가슴을 움켜잡고 있는 극도신의 눈동자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막대한 역량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흑염의 무형검과 흑뇌의 무형검, 흑빙의 무형검이었다.
‘사종의 진기를 동시에? 어떻게 이것을!’
빙글빙글 도는 와중에 극도신의 두 눈에 천여운이 부러진 오른손을 잘린 왼 손목으로 겨우 받쳐서 들어 올리는 것이 보였다.
-드드득! 드드득!
일그러져서 꺾여있던 천여운의 손목이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러나 극도신의 심도가 심장을 압박하는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쿠지직!
“끄으으윽!”
심장을 난도질 하는 고통 속에서 천여운이 힘겹게 약지와 소지손가락을 엄지손가락으로 고정시켜 검결지를 만들냈다.
‘노, 놓칠 수 없어!’
극도신이 균형을 잡게 되면 이를 피해낼 지도 몰랐다.
투신의 심권에 정신 차리지 못하는 지금만이 기회였다.
천여운이 피를 토해내며 소리쳤다.
“쿨럭….쿨럭! 죽엇!”
-고오오오오오!
바로 그 순간 허공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던 세 무형검의 검 끝에 파문이 일어나더니, 이내 그것들에게서 엄청난 역량이 담긴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콰콰콰콰쾅!
-콰콰콰콰쾅!
-콰콰콰콰쾅!
허공의 공기층을 뚫어내며 세 속성의 무형검이 동시에 극도신을 향해 쇄도했다.
가슴을 움켜잡고 있는 극도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것을 막지 못하고 직격 당하면 불로불사의 그라고 해도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몰랐다.
‘기어코 초식을 쓰게 만들다니.’
극도신이 격통 속에서 두 손을 좌우로 뻗었다.
그와 동시에 뻗었던 두 손날을 교차시키며 독특한 궤적을 그렸다.
-촤촤촤촤촥!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날카로운 예기가 원형의 수많은 파문을 만들어내며 하나의 막을 만들어냈다.
도막(刀膜)처럼 보이지만 극도신무의 정수가 담긴 초식이었다.
‘버텨야 한다.’
극도신이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세 개의 광선이 그가 만들어낸 막에 부딪쳤다.
-콰콰콰콰콰콰콰쾅!
“크헉!”
-콰드득!
동시에 직격하는 세 광선에 극도신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원래의 몸 상태라면 부담이 가지 않았겠지만 비전 초식을 펼치면서 진기를 끌어낸 것도 모자라 이것에 부딪치자 심장에 무리가 갔다.
“끄으으으윽!”
나노로부터 받는 모든 진기를 집중하는 천여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똑같이 압박을 받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나 다른 것이 있었다.
“하아….하아….투신…..투신이 만들어준 기회를……내가…..날릴 것 같으냐!”
죽은 투신이 남긴 의지가 천여운의 전의를 죽음조차 이겨내게 만들었다.
천여운은 심장이 터져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극도신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진기를 쏟아부었다.
“크아아아아압!”
-고오오오오오!
-쩌저저적!
그 순간 세 무형검에서 발하는 광선이 더욱 굵어지며, 극도신이 만들어낸 도막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심도가 심장에 박혀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극도신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조차도 심권에 의한 격통으로 진기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없었다.
심장이 터져버리게 되면 아무리 그라도 재생 직전까지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이었다.
-쩌저저저저적!
한 번 금이 간 도막은 아무리 궤적을 그려도 회복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죽어있던 그의 감정이 완전히 살아났다.
당혹감과 분노로 인해서 말이다.
“마……신!!!”
-콰지지직!
그의 중얼거림이 끝나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광선이 도막을 부수고 그 내부의 중심에 있는 극도신에게로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쾅!
흑염과 흑뇌, 흑빙의 광선이 동시에 부딪치자 비가 쏟아지는 허공이 일순간 진공 상태가 되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 위력은 오 장 너머에 있던 천여운에게까지 미쳤다.
-파아아앙!
여파에 휘말린 천여운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이를 버텨보려고 했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진기의 소모로 결국 심장이 심도(心刀)를 버티지 못하고 갈가리 찢겨나가고 말았다.
그것은 죽음을 연상케 하는 고통 그 자체였다.
-파직!
“끄아아아악!”
심장이 손상된 천여운은 극심한 고통에서 한참을 나뒹굴었다.
얼마큼 날아갔는지조차도 모른 채, 날아간 천여운은 여파가 끝나고서야 겨우 멈춰 섰다.
격통으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놈은…..놈은….’
극도신이 죽은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절대로 눈을 감을 수 없었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천여운의 눈에 가장 먼저 띤 것은 호수의 일부가 날아갈 정도로 생겨난 거대한 구멍이었다.
얼핏 보아도 자그마치 이십여 장이 넘는 크기였다.
“하아….하아….”
-쏴아아아아아아!
아직까지 내리는 빗줄기에 피어오르는 먼지가 금방 가라앉았다.
그런데 먼지가 가시는 순간 천여운의 두 눈이 커졌다.
“이럴…수가….쿨럭…쿨럭!”
구덩이의 중심부에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인영이 보였다.
옷이 넝마가 되어서 겨우 신형을 유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극도신이었다.
그러나 생각한 것보다 극도신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끄웩! 켁켁!”
극도신이 연신 피를 토해댔다.
그의 오른팔부터 시작해 상체의 절반이 통째로 날아가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죽었어야 할 상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말로 불로불사의 존재인지 숨이 붙어있었다.
한참을 피를 토하던 극도신이 충혈 된 두 눈으로 멀리 있는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마……시이이이이인!!!”
설마 자신이 이런 꼴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였다.
당장에 몸이 재생하면 천여운을 갈가리 찢어서 티끌조차 남기지 않고 죽여 버리고 싶은 심경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대체 이 흑기운은 뭐란 말인가?’
-오싹!
흉흉한 흑기운이 그의 몸이 재생하려는 것을 방해했다.
오령의 진원을 전부 흡수하고서 불로불사의 존재가 된 그였다.
어떠한 상처도 순식간에 재생하고 절대로 늙지 않는 불멸의 존재인 그의 상처가 낫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이….이 기운을 내보내야 해.’
원래의 몸 상태였다면 다소 무리한다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욱씬! 욱씬!
“크헉!”
그러나 심장을 파고드는 심권이 그를 방해했다.
마치 죽음으로 계속 내모는 것처럼 말이다.
“투신……끄으으윽.”
죽은 그 자가 굉장히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투신 악의의 심권부터 심장에서 배출시키지 않는다면 재생하지 못하고 정말 죽을 지도 몰랐다.
바로 그때였다.
-스륵!
그의 앞으로 새빨간 머리카락의 미남자가 나타났다.
이 자는 죽어가는 붕대의 사나이인 황헐을 살린 그 정체불명의 사내였다.
“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