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24)
# 102장 자연경(自然境) (3) #
‘마도의 밑거름?’
천마의 의지체가 내뿜는 흉흉한 흑 기운에 천여운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가진 이 흑기운을 처음에는 단순히 천마기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후에 타락한 풍백호를 보게 되면서 이것이 타락한 영물이 가지게 된 영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풍백호의 영력은 어째서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 부분은 한 가지 짐작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진원을 빼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풍백호의 몸속에 있는 또 다른 기운.
그것에서 흉폭한 마성을 느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조사님께서 마를 봉인한 게 아니었다니…..’
그것이 천여운에게는 충격이었다.
마도관의 봉마동에 봉해져 있던 천마검.
천여운은 그때의 환상을 보면서 천마가 타락한 이무기의 영력을 천마검에 봉했다고 여겼는데, 아무래도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인 듯 했다.
‘조사님께서 승천하려는 것을 타락시킨 것이었습니까?’
그때를 떠올려보면 분명 확실했다.
천마가 승천하려던 용의 뿔을 자르면서 증오와 분노를 머금게 되었다.
그것이 타락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승천하려는 용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본좌에게도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선택권?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만남은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이다.]-스륵!
천마의 의지체가 무(無)의 공간에 가볍게 손을 뻗자, 앉을 수 있는 돌 의자가 생겨났다.
그가 그곳에 앉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천마검 안에서 네가 이 자와 싸우는 것을 지켜보았다.]-스물스물!
천마의 의지체가 우측을 향해 손을 뻗자 사람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증강현실과 다르게 뿌연 연기 같은 것이 뭉쳐지면서 변했다.
그렇게 사람의 형태를 갖춘 것은 다름 아닌,
‘극도신!’
무림에 출도한 이래로 처음 천여운을 목숨의 경각까지 몰아간 괴물이었다.
천마검 안에 존재하는 의지체라고 하더니, 그 대결까지 지켜보고 있을 줄은 몰랐던 천여운은 괜히 머쓱해졌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혈손이여. 그 정도 무위의 격차가 있음에도 냉철하게 판단한 것은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보통이라면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천여운은 끝까지 전의를 불태우고 포기하지 않았다.
천마의 의지체는 그 점을 높이 샀다.
[그 예언이 현실로 이루어지리라고는 본좌 역시도 직접 볼 때 까지는 믿지 못했다. 불로불사라…..]천마가 인형처럼 가만히 서있는 극도신의 형태를 지그시 응시하며 말했다.
마치 먼 과거를 회상하는 듯 했다.
‘예언이라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먼 옛날 한 비범해 보이는 선지자가 본좌를 찾아와 먼 훗날의 신교에 대한 예언을 내렸다.]‘선지자?’
정신체가 아니었다면 인상을 찡그렸을 것이다.
선지자(先知者)라 함은 앞의 일이나 혹은 미래를 예견하는 사람을 말한다.
‘…..조사님. 선지자라 함은 예언가를 말하는 게 맞습니까?’
그런 천여운의 질문에 천마의 의지체는 부정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선지자는 먼 훗날 본교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 하였다. 한 불멸의 존재가 본교를 비롯하여 모든 무림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고 했지.]불멸의 존재는 분명 불로불사(不老不死)를 뜻하는 말이다.
천여운이 천마의 의지체 옆에 서있는 극도신의 형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선지자가 말한 그 불멸의 존재가 바로 극도신입니까?’
그 질문에 천마의 의지체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본좌 역시도 반신반의 했었다. 하나 이 자를 다시 본좌의 두 눈으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그 말을 듣는 순간 천여운은 폐검곡을 떠올렸다.
폐검곡의 낭떠러지 절벽에 새겨져 있던 대결의 흔적들.
그것은 분명 천마검공과 극도신무가 부딪치면서 생겨난 흔적들이었다.
‘조사님. 하나만 여쭤 봐도 괜찮겠습니까?] [어려워하지 말거라.]
‘혹시 폐검곡의 낭떠러지에 남겨진 그 흔적들이 바로 그 자와 겨뤘던 흔적이십니까?’
[폐검곡?]‘조사님께서 호북성의 한 산봉우리에 검(劍)이라고 새기신 장소입니다.’
그제야 천마의 의지체는 그것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을 폐검곡이라고 불렀었나? 그래. 그곳에서 본좌는 놈과 겨뤘었지. 당시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전혀 다른 무(武)의 체계를 지닌 자였다.]극도신무의 도법은 인간의 육신으로 펼치기 힘든 무공이었다.
천마 역시도 그 무공을 본 후에 천마검공에 극도신무의 묘리를 담으려고 했었다.
[그렇다 하여도 놈은 도법에 비해서 그 경지가 부족했지. 이제 겨우 기(氣)에 대한 이해만을 한 수준에 불과했다.]‘아…..’
절로 납득이 되었다.
마교의 사기(史記)를 보면 천마 조사에 관한 전설적인 기록들이 존재한다.
하나하나가 믿기 힘들 만큼 전설적인 일화들이다.
불과 열여덟의 나이에 현경의 극(極)에 오른 천마는 당시 명성을 떨치던 모든 고수들을 격파하고 천하제일의 칭호를 얻었다.
정사마 아니, 역대 무림을 통틀어 최고이자 최강이라 불렸던 천마는 일평생 동안 패배를 몰랐다는 기록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한데, 머리에 검이 관통하고도 살아남았을 줄이야.]천마의 의지체는 그를 죽였다고 확신했었다.
그러나 천여운의 앞에 나타난 모습을 보면서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서 말이다.
‘…….진원을 흡수했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천마의 의지체의 말대로 그에게 치명타를 줬음에도 살아있다는 것은 단 하나의 이유였다.
당시에도 극도신은 진원을 흡수했을 확률이 높았다.
모든 진원을 손에 넣지 않더라도 영물의 영력이 담긴 피나 진원을 흡수하게 되면 인간을 초월하는 재생력을 가지게 된다.
[네 말이 맞도다. 아마도 그럴 테지. 영물의 영력을 흡수한 자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된다.]영물인 이무기의 목을 직접 베었으니, 천마의 의지체가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천마의 의지체가 왼쪽 편으로 손을 내밀었다.
-스르르륵!
그러자 연기가 뭉치면서 다섯 개의 형태를 이루었다.
원래의 크기보다는 확연히 작지만 그것들은 다섯 영물들인 오령이었다.
용귀, 불기린, 이무기, 풍백호, 대붕.
이것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선지자는 본좌에게 불멸의 존재를 이야기 했다. 하지만 아무리 무공의 경지가 극한에 이른다고 해도 인간의 수명은 유한한 법이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로불사에 이를 수가 없지. 이에 본좌는 여러 고서들을 탐독하여 이 다섯 영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영물들을 통틀어 오령이라고 부른다.]영물의 존재를 알게 된 천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영물의 진원이나 피가 인간의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알아냈다.
[본좌는 이 다섯 영물의 진원을 전부 흡수하게 된다면 불로불사가 그저 허황된 꿈이 아닐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지.]‘……그렇습니다.’
그것은 천여운 역시도 부정할 수 없었다.
영물의 영력은 조금만 얻게 되어도 인간을 초월하게 된다.
[그때부터 본좌는 세 가지 방안을 떠올리게 되었지.]‘세 가지나 말입니까?’
[그렇다. 첫째는 어느 한 사람의 존재가 다섯 영물을 전부 얻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지.]하지만 이 첫 번째 방안에는 크나큰 문제가 있었다.
오령이란 영물들은 세상에서 하나가 사라지면 새로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이 자식이나 제자를 통해 그 뜻을 계승하고 번영하듯이 그 존재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었다.
결국 첫 번째 방안은 실효성이 없었다.
[두 번째는 방법을 바꾸어 본좌나 혹은 후대가 불멸의 존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타날 불멸의 적과 동등한 존재를 키우는 셈이지.]‘아!’
사실 이 같은 방법은 천여운도 의문스러워했던 부분이었다.
천마 본인이 불멸의 존재가 된다면 더욱 후대를 견고히 할 수 있는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어째서 조사님께서 그러하지 않으셨습니까?’
[후후후, 어리석은 질문이로다. 간단하다. 언제까지고 본좌가 신교를 본좌의 품에 껴안고 지킬 수 없는 노릇이 아니느냐? 게다가 더는 내세에 적수가 없는데,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 불멸의 적을 기다릴 이유도 없지.]그 말에 천여운은 잠시 말문이 막혔으나 납득했다.
후대를 걱정하여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도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이었다.
‘잠깐. 그러면 조사님께서 등선(登仙)을 하셨다는 사기의 그 내용은?’
[네 말을 들어보니, 본좌의 본신이 등선에 성공했나 보구나.]천마의 의지체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교의 사기에는 그리 적혀 있었다.
한 해가 넘어가던 날, 천마가 무(武)로써 도(道)를 이뤄 우화등선하였다고 말했다.
우화등선과 같은 깨달음은 도가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 같았지만 천마는 무에 극에 이르러 그것을 실현했다고 했다.
[잘된 일이로다. 어찌 되었든 본좌가 생각한 두 번째 방안 역시도 후대가 할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본좌가 영물을 전부 잡아다가 숨겨둔다면 분명 신교에 내분이 일어났겠지.]‘아……’
천마는 신교를 세웠지만 모든 사람을 신뢰하지 않았다.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더라도 무한한 힘에는 탐욕이 일어날 거라 확신했다.
그래서 영물을 모으는 것 또한 보류하였다.
‘……옳으신 결정입니다.’
여섯 종파의 일을 떠올린다면 천마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
실제로 그가 영물들을 잡지 않았더라도 천여운은 운명처럼 그것들을 전부 얻게 되었다.
[본좌는 차라리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이것은 본좌에게도 하나의 도전이었기에 즐거운 일이었지.]‘천마기와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천여운의 질문에 천마의 의지체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좌는 선지자가 말한 불멸의 존재를 죽여보고 싶어졌다. 이 세상에 영원불멸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졌지.]그것은 지극히 천마다운 발상이었다.
천마는 불멸의 존재라도 없앨 수 있는 힘을 연구하게 되었다.
진원을 복용한 자는 강한 재생력을 가지게 되어, 목을 베거나 혹은 몸을 완전히 소멸시키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되살아나는 게 가능했다.
[이 존재들이 회복할 수 없게 만든다면 불멸의 존재도 죽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천마는 이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거듭했다.
처음에는 무(武)의 관점으로만 접근했지만 영물을 알기 위해 선법과 불가의 지식에도 능통해져갔고 끝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영물은 천지 간의 신령스러운 영력에 의해서 탄생한 존재다. 본좌는 이 영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정 반대의 힘이 필요하다고 여겼다.]‘마(魔)로군요!’
[영리하구나. 그렇다. 그것이 마도(魔道)의 시작이지.]천마신교는 천마라는 칭호와 마신을 숭상하기에 마인(魔人)들이라고도 알려졌지만, 실질적으로 악한 기운을 탐하지는 않았다.
그저 철저하게 강자존에 의거하여 무를 숭상할 뿐이었다.
그러나 천마는 만물을 멸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서는 그와 반대되는 힘인 증오와 분노, 파괴의 속성을 지닌 마(魔)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인간의 증오와 분노는 살의와 흉성을 지닐 수 있는 있어도 순수한 마도에 이를 수는 없다.]‘아아아!’
그 말만으로 천여운은 어째서 천마가 승천하는 이무기의 뿔을 베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신령스러운 영력이 극대화된 영물이 선계로 들어서는 것을 막음으로써 증오와 분노, 파괴심으로 돌변하게 만든 것이다.
[나의 의지를 계승하여 본좌가 남긴 이무기의 마성이 담긴 영력을 얻게 되었지만 완성되지 않은 마도로는 불멸의 존재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그것은……그렇습니다.’
천마의 의지체의 말대로 천마기가 실려있음에도 극도신을 완전히 죽이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체내에 파고든 천마기에 대항할 수 있었다.
그저 재생력을 방해한 정도의 영향만을 끼친 셈이었다.
[상심하지 말거라. 이제 너는 진정한 마도를 이루었다. 지금의 네 힘이라면 만물을 멸할 수 있노라.]그 말과 함께 천마의 의지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챙!
허공에 검이 생겨났다.
그 형태는 천마검이었다.
천마검의 검병을 잡은 천마가 천여운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이제 자격을 갖추었으니, 네게 천마기를 다루는 진정한 방법을 알려주마.]‘진정한 방법?’
천여운은 지금까지 천마기를 제대로 다뤘다고 생각했다.
천마기를 다루게 되면 모든 기술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이에 천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자연의 묘리를 깨달은 자는 신검합일과 의지를 담은 검을 다룰 수 있게 되지.]그 말에 천여운이 극도신과 투신이 보여주었던 것을 떠올렸다.
마음의 도가 그의 심장을 난자해서 일순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었다.
‘신검합일…..’
그러고 보니 극도신이 한순간 도(刀)와 하나가 되어, 그의 비기를 막아냈었다.
이것은 투신 악의의 비기인 역량의 극대화보다 더 높은 경지의 묘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의아해하는 천여운에게 천마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놈이 보여준 심도와 신도합일 따위는 잊게 해주지. 본좌에 이어 마도를 대성한 너만이 유일하게 익힐 수 있는 최고의 검을 전수해주마.]‘그게 무엇입니까?’
정신체임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은 왠지 모를 전율감에 사로잡혔다.
이에 천마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만물을 완전히 멸할 수 있는 검. 무상천마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