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28)
# 104장 미래의 후손 (1) #
천 이사라 부른 삼십대 초반의 청년은 바로 나노머신을 주입한 후손이었다.
그 당시의 기억과 나노에게 저장되어있던 영상 기록을 보았던 천여운은 그를 절대로 몰라볼 수가 없었다.
천여운이 놀랐듯이 후손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 이사?’
이사는 스카이 코퍼레이션, 즉 회사의 직위였다.
하지만 그 짧은 한 마디로 많은 것을 유추하게 만들었다.
‘뭐지? 혹시나 해서 당사와 관련된 모든 정보 기록은 나노 머신에 집어넣지 않았을 텐데…’
그런데 자신을 천 이사라고 부른 것이 이상했다.
기존에 나노머신에 녹화된 것을 모르니 의아한 것은 당연했다.
‘미치겠군. 뭔가 잘못된 건가?’
그는 이곳까지 오면서 상당한 고생을 했다.
첫 번째 계획도 어긋난데다가 이렇게까지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북해빙궁이 러시아에 있는 알혼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정확한 위치를 알아서 그곳에서 천여운을 보게 될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때는 북해빙궁은 재건 중이었다.
덕분에 추적하는데 애를 먹었다.
몇 번이나 ‘그들’에게 들킬 뻔 한 위기를 넘겨서야 겨우 도착한 것이다.
‘설마 블레이드 식스에서 손을 쓴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천여운이 자신의 정체를 아는 게 이상했다.
의아한 것도 잠시였고 천 이사는 숨이 막혀서 죽을 것만 같았다.
“켁켁, 이….이 손을 놓고….”
-스륵!
“하아….”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천여운이 손아귀에 주던 힘을 일부 풀었다.
하지만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비록 그가 자신의 후손임을 알게 되었지만 방금 전에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문규를 노린 거지?”
그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아….노린 게 아니라….마취총으로 잠시 재우려고 한 것뿐입니다.”
“마취총?”
의아해하는 천여운의 머릿속에 나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석한 결과 총기 TG-3100에서 쓰이는 마취 바늘입니다.]-우웅!
증강현실의 시야로 천여운이 아까 전에 낚아챘던 바늘의 영상과 그것을 분석한 정보가 흰 입자로 표기되었다.
‘총은 대체 뭐야?’
마취가 무슨 말인지는 대략 알았다.
약물 따위로 의식이나 감각을 잃게 하는 행위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총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화약이 터지는 것을 이용하여 뭔가를 발사하는 무기입니다. 제조법에 관한 것은 시스템에 락이 걸려있습니다.]제조법에는 어차피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것이 암기 같은 것을 발사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 듯 했다.
어찌 되었든 후손의 목적은 문규를 해하려는 게 아니라, 그녀를 잠재우려고 한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어째서 재우려고 한 것이냐?”
“그건….”
-타탁!
천 이사가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그의 옆으로 문규가 나타났다.
문규가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교주님 이 자는 누구죠?”
그녀의 물음에 천여운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미래에서 나타난 후손인데 너를 잠시 잠재우려고 했어 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때 천여운의 귓가로 천 이사의 전음이 들여왔다.
[이래서 재우려고 한 겁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수하 분은 물러주시겠습니까?]‘수하?’
천여운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미래의 천마신교의 사기에는 적혀 있지 않는 것인지, 후손은 아무래도 문규가 누구인지는 모르는 듯 했다.
“교주님. 일단 제압해서 데려갈까요?”
문규의 말에 천여운의 인상이 굳어졌다.
단 둘이 서로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던 차에 방해받은 셈이었다.
그렇다고 뒤로 미루기에는 이 일도 간과할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이 한 가득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천여운이 그녀를 바라보며 다소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술을 뗐다.
“문규.”
“네. 교주님.”
“네가 아까 전에 한 말이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오늘 내게 있어서 너무 기쁜 날이야.”
“으아아아아! 그, 그걸 지금!”
천여운의 그 말에 문규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부끄럽다 못해서 당황한 나머지 두 손을 이리저리 파닥거렸다.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왼손으로 쓰다듬으며 천여운이 달래듯이 말했다.
“섭섭하겠지만 조금만 있다가 다시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평소보다도 더 부드러운 천여운의 말에 문규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섭섭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말을 해주니, 오히려 자신을 배려하는 기분이 들어서 천여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자와 긴히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먼저 교인들을 따라서 내려가.”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은 멀쩡히 부활했지만 불과 두 시진 전만 해도 큰 부상을 당했던 천여운이었다.
그녀로서는 혼자 천여운을 두는 것이 불안했다.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
“……알겠어요. 교주님. 그래도 조심하셔야 해요. 복색이 괴상한 것이 왠지……많이 수상해 보이는 자 같아요.”
‘괴상?’
아직까지 목이 붙잡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후손을 의심의 눈초리로 위아래로 훑어본 그녀의 평이었다.
누구라도 이런 복장을 본다면 경계심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신! 교주님께 함부로 위해를 가한다면 절대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거야.”
“……예예.”
문규의 경고에 천 이사가 마지못해 그렇게 대답했다.
누차 살기 어린 경고를 한 후에 문규는 멀리 보이는 횃불의 행렬을 향해 장백산을 내려갔다.
그녀의 기척이 완전히 멀어지자,
-탁! 털썩!
“윽!”
손아귀에서 벗어난 천 이사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찍었다.
천 이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내둘렀다.
먼 과거의 선조들이 자신의 시대와 달리 무공이 퇴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천여운 또한 괴물이었다,
‘불과 사오 년 만에 괴물이 되었군.’
그러기 위해서 나노머신을 주입하기는 했는데 대단했다.
전대 교주인 천유종과 당대 교주인 천여운 두 사람 모두에게 슈트의 스텔스 모드가 들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스텔스 모드는 단순히 시각만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 방출되는 에너지도 숨길 수 있는데 그것을 이렇게 쉽게 발견할 줄은 몰랐다.
천 이사가 자신의 허리에 매고 있는 네모난 가방에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
-우우웅!
“엇?”
하지만 그의 손이 가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멈춰 섰다.
심후한 진기에 의해 붙잡힌 것이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천여운의 목소리에 천 이사가 당황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말했다.
“…….위해를 가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런 겁니다.”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천여운이 진기를 풀었다.
손이 움직여지자 천 이사가 속으로 놀라워했다.
자신의 시대에서도 가장 뛰어난 고수인 천 회장이라도 이렇게 진기로 상대의 움직임을 속박할 수는 없었다.
‘시대가 흘렀는데 퇴보하다니.’
부끄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의 시대에서 제대로 된 무(武)를 익힌 것은 오직 블레이드 식스 그룹뿐이었다.
천 이사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저게 뭐지?’
뭔가 나노의 영상에서 보았던 미래의 물건인 듯 했다.
손바닥 만한 네모난 물건에 영상이 출력되고 있었는데 신기했다.
천 이사가 네모난 물건에서 출력되는 영상을 엄지 손가락으로 몇 번 누르더니, 그것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삐삐! 삐삐! 삐삐!
“아!”
그것을 확인한 천 이사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가 쥐고 있는 것은 유일하게 7세대 나노머신을 추적할 수 있는 기기였다.
이것을 꺼낸 것은 천여운의 몸에 나노머신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과거로 간 것을 블레이드 식스 그룹에서 눈치 채고서 미리 손을 쓴 것이 아닐까 우려해서였다.
‘하긴 게이트리윰으로 만든 나노머신을 무슨 수로 발견하고 건드린단 말인가.’
다행이라 여겼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천 이사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천여운에게 말했다.
“어떻게 저를 아시는 겁니까?”
얼굴을 기억하는 건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직위를 아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에 천여운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노의 영상 기록에서 보았다. 백 박사라는 자가 너를 천이사라는 이름으로 부르더군.”
“영상 기록? 연구실이 녹화되고 있었구나. 하!”
그제야 의문이 풀렸는지 천 이사가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 박사님께서 녹화된 영상을 삭제하거나 락을 거는 것을 깜빡했나 보구나.’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자신의 직위를 아는 게 당연했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한 게 많았다. 네가 내게 나노를 주었는데…”
“나노? 혹시 나노머신을 이야기하는 거죠?”
“그래.”
천여운의 긍정에 천 이사가 배를 붙잡고 웃어댔다.
“푸하하하하핫! 나노. 나노라고 해서 왠지 나노머신일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꼭 사람을 부르듯이 지칭하네요.”
“뭐가 웃기다는 거지?”
불쾌함을 느낀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흡!”
이에 웃어대던 천 이사가 합죽이가 된 듯이 입을 다물었다.
사오 년 전에 보았을 때는 그저 소년에 불과했는데, 지금 천여운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부친인 천 회장도 넘볼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아무튼 천이사 너는 어째서 내게…”
“잠깐만요. 정말 죄송한데, 제 이름은 천 이사가 아닙니다.”
“뭐?”
“천 이사는 직위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장로나 호법 같은 직위입니다.”
알기 쉬운 설명에 천여운이 단번에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름이 뭐지?”
“소개가 늦었군요. 어차피 영상을 보셨다면 어느 정도 제 정체를 눈치채셨을 테니,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탁!
후손이 그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서 포권을 취하며 예를 표했다.
“대 천마신교의 백십칠 대 교주인 천무진의 장자이자 소교주인 천무성이 이십사대 교주님이시자 완절마제 천여운 조상님께 인사 올립니다.”
정중함이 묻어나는 인사였지만 천여운의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의아해하는데 천여운이 말했다.
“……내 별호는 그게 아니다.”
“아! 아직 별호가 생기지 않으셨나 보군요. 아마 후에 완절마제라고 불리실 겁니다.”
자신을 천무성이라 밝힌 후손이 확신하듯이 말했다.
그가 알고 있던 역사와 전혀 달라져 별호가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
“그 별호가 아니라고…”
“저 조상님께 자꾸 말을 끊어서 죄송합니다. 정말 제가 한 장소에 오래 있을 수가 없어서 그런데 먼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뭔가 초조한 눈빛을 보이는 천무성이었다.
이에 천여운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먼 미래의 후손이기에 말을 끊었다는 이유만으로 화를 내는 것도 우스웠다.
천무성이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먼저 조상님께 실례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뭐?”
그때 천무성이 들고 있던 기기의 영상 화면을 엄지로 누르며 말했다.
“제 7세대 나노머신 마스터 아이디 천무성이 명한다. 사용자의 신체를 일시적으로 구속해라.”
‘!?’
-삐이! 삐이!
[명령어가 제 7세대 나노머신으로 전송되었습니다. 실 사용자보다 마스터 아이디로 우선 명령권이 지정됩니다.]네모난 기기에서 나노와 비슷한 목소리가 울렸다.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리며 의아해하자, 천무성이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조상님. ‘그들’의 추적 때문에 시간이 많이 없어서요. 이곳까지 오는데 공간 포탈을 사용하느라, 타임팩 하나의 배터리를 써버리는 바람에 플랜 B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천여운이 날카로워진 눈매로 물었다.
이에 천무성이 두 손을 모으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도 속 시원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과거의 사람이 미래의 일을 알아서 좋을 것도 없습니다. 절대 해가 되는 일은 아니니, 잠시만 참아주십쇼.”
그리고는 기기를 천여운을 향해 내밀며 말했다.
“사용자의 신체를 분석한 데이터를 전부 마스터 제어기기로 옮겨라. 데이터로 저장한 무공이나 내공심법에 관한 정보도 전부 복사해.”
[명령을 제 7세대 나노머신에 전송합니다.]천무성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것이 그가 세운 두 번째 계획이었다.
그 동안 나노머신이 수집하여 데이터화 한 정보만 있다면 미래로 돌아가서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금방….어라?”
기기의 영상 화면을 바라보는 천무성의 두 눈이 커졌다.
[에러(error)! 에러(error)! 나노머신 7세대에 명령어가 전송되지 않습니다.]“뭐야. 다시 해봐.”
[에러(error)! 에러(error)!]여전히 영상 화면에 에러(error)라는 글자가 표기되었다.
천무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마스터 아이디로 명했는데…켁!”
-부웅!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무성의 숨이 턱 막혀 오며 위로 떠올랐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지 천무성의 두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분명히 마스터 명령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속했는데, 천여운이 그를 향해서 손을 뻗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 후회할 거야. 후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