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29)
# 104장 미래의 후손 (2) #
“켁켁!”
허공에 매달려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 천무성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사상 최고의 금속인 게이트리윰으로 만든 제 7세대 나노머신이다.
최고의 기술이 접목되어 자가 복구에 자가 업그레이드 기능까지 들어 있어서 고장 날 일이 없었다.
‘말도 안 돼. 어째서 구속에서 벗어난 거지?’
체내의 나노머신들이 내부를 통제하면 움직일 수 없다.
소뇌를 통제하고 움직임을 담당하는 신경 중추를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천무성은 많이 놀랐겠지만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외부의 간섭을 차단했습니다.]‘잘했어. 나노.’
처음부터 나노는 천무성이 들고 있던 기기가 보내는 명령 주파수를 감지했다.
그리고 그것을 자동으로 차단하여 간섭당하는 것을 막아냈다.
사실 원래라면 천무성의 의도대로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예상하지 못했었던 일이 있었다.
‘그때 나노에게 오류가 일어났던 게 천운이었구나.’
북해에서 용귀가 내뿜는 뇌격을 흡수하면서 손상이 일어났던 나노였다.
그때 오류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나노머신에 있던 주 메인칩에 손상이 있었고, 공교롭게도 자가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외부 간섭이 완전 차단된 것이다.
이를 모르는 천무성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외쳤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감정적으로 격해져 있었다.
그것은 나노머신의 데이터를 전송받을 수 없다면 그가 지금까지 고생한 것이 전부 헛수고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천여운이 알 바가 아니었다.
“무슨 짓?”
그 말을 반문한 천여운이 손가락을 위로 치켜 올렸다.
그러자 허공에 떠있던 천무성의 몸이 더욱 위로 올라가졌다.
“허억!”
천여운의 눈빛은 싸늘하다 못해서 날카로워져 있었다.
“해명을 들어보실까.”
‘젠장!’
천무성은 이를 어찌해야 하나 난감했다.
이 시대의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이 눈치 챌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길게 설득하기 보다는 단말기에 천여운이 그동안 익힌 모든 데이터만 담아서 원래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려 했다.
‘꼼짝도 할 수가 없잖아.’
목을 붙잡혔던 것보다도 더 구속이 심했다.
불쾌함으로 가득한 천여운을 보면 후손이더라도 많이 화가 난 듯 했다.
그래도 먼 훗날의 후손인 만큼 크게 해를 입히진 않겠지만 쉽게 넘어갈 것 같지도 않았다.
‘적당히 해명해야 하나.’
서두르지 않으면 정말 위험했다.
혼자 있으면 모를까.
자신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천여운에게 손을 댈 확률이 높았다.
만약에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운이 없어서 제 7세대 나노머신의 존재를 들키게 된다면 더욱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조, 조상님 제가 무례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제게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정말로 조상님께 해를 끼치려던 것이 아니라…”
“그건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군.”
“네?”
-슥!
천여운이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였다.
바로 그 순간,
-우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아악!”
천무성의 왼팔이 비틀리며 기괴하게 꺾여 버렸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천무성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 이런 미친!’
설마 후손인 자신의 멀쩡한 팔을 꺾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 번도 이런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는 그로서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끄으으으윽!”
“확실하게 말해주지. 네가 내게 나노를 주지 않았다면 진즉에 팔 하나를 잘랐을 거다. 더 이상 선을 넘지 마라.”
-오싹!
그 말을 듣는 순간 천무성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번개처럼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마교의 여러 사가들 중에 역대 교주들을 평가한 기록들도 있었다.
그것에 이십사대 교주인 완절마제 천여운에 관해 서술되어 있던 구절을 떠올렸다.
[그는 마교의 역대 교주들 중에 가장 잔인한 손속을 지녔다. 그 별호가 생긴 연유도 심기를 거스르게 했던 자들의 팔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잘랐어.’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랬다.
팔이 이렇게 뒤틀려서야 그것을 떠올렸다.
죽을 뻔했던 소년 시절의 천여운만을 생각했던 자신의 최악의 실수였다.
최대한 조심해야 할 상대인 것이다.
‘히익!’
천여운이 자신의 오른팔을 쳐다보고 있었다.
기겁을 한 천무성이 다급히 말했다.
“이, 이야기 하겠습니다!”
* * *
-AD.year.2940.12.25
과거로 이동하기 바로 한 시간 전.
스카이 코퍼레이션 연구실에서 백 박사가 제 7세대 나노머신을 추적할 수 있고 컨트롤할 수 있는 마스터 기기를 천무성에게 넘겼다.
백 박사가 영 탐탁지 않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말대로 데이터 단말 정보도 카피 받을 수 있도록 해놨네.] [감사합니다. 이 기기 이외에는 7세대 나노머신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없는게 확실하죠?] [그 사상 최악의 게이트가 다시 열리지 않는 이상은 게이트리윰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네.]이에 천무성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술을 실룩거렸다.
한 번 닫힌 게이트는 다시 열릴 수가 없다.
고로 이 기기가 마지막으로 제 7세대 나노머신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백 박사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이보게 천 이사. 차라리 이 나노머신을 자네가 활용하는 편이 낫지 않나?]자신이 만들었지만 최고의 역작이라 불릴 만한 나노머신이었다.
현존하는 모든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고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금속이라 추적도 불가능하다.
[이거라면 정부도 그렇고 블레이드 식스에서도 규정을 벗어나도 제재를 가하거나 간섭할 수도…]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건 박사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과거에 개입하면 블레이드 식스, 아니 극도육무문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 같나? 만약 시간의 축이 다르기라도 한다면 자네가 한 일은 그저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네.]백 박사가 가장 우려하는 일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과거에 개입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역사가 바뀌게 된다면 나비 효과처럼 현재의 미래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시간의 축이 달라진다면 결국 시간 낭비를 한 것에 불과해진다.
[상관없습니다. 그저 제 예상이 맞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니까요. 만약 사실이라면 놈의 뒤통수를 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만족합니다.] [후우, 고집하고는.] [그 고집에 응해주신 게 박사님이 아니십니까? 후후후.]백 박사가 졌다는 듯이 두 손을 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먼 옛날의 조상부터 선대인 부친까지 이 천(天)가를 모셔 왔지만 하나 같이 고집들이 셌다.
[알겠네.]만류해서 될 문제도 아니었다.
천무성이 허리춤에 있는 가방에서 타임팩 하나를 꺼내들며 말했다.
[까딱하면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습니까?]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말게……후우, 부디 자네가 말한 그 플랜만은 저지르지 않길 바라네. 그러라고 이 기기를 만들어준 거니까.] [하하하하핫, 어때서요. 제일 확실한…] [아서게! 과거의 인물을 미래로 데려오겠다는 제 정신이 아닌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가.]진중한 다그침에 천무성이 무거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큼 절실한 거죠. 제가 아는 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그 분뿐이니까요.] [……미치겠군. 발상이 뛰어난 게 아니라 미친 짓이야.] [해보면 알겠죠.] [자, 잠깐 기다리게!]백 박사의 다급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천무성은 빙그레 웃으며 타임팩의 안전 장치를 풀고서 시동 버튼을 눌렀다.
-우우우우웅!
눈부신 빛과 함께 공간이 일렁이며 그의 몸이 시공간의 틈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천무성의 이야기를 듣던 천여운이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뭐? 천마 조사님을 미래로 데려가려고 했다고?”
설마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동안 알게 된 정보들을 어느 정도 조합하면서 미래의 후손인 천무성의 목적이 극도신과 극도육무문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천마를 미래로 데려가려고 했다고 들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오직 그 분뿐이니까요.”
‘이놈도 제정신이 아니군.’
그 백 박사라는 자가 질려할 만도 했다.
물론 극도신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패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게 실패했다는 말이었다.
“그게 당초의 계획이었지만 천마 조사께서는 먼 훗날의 일은 그 시대의 사람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시더군요. 하아….”
지극히 천마다운 생각이었다.
“강제로 데려가 보려고도 했지만 도저히 그분을 데려갈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러기에는 천마는 너무 강했다.
씁쓸해하는 그를 보면서 천여운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그래서 조사님께 선지자인척 예언이라고 말 해서 훗날을 대비하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냐?”
‘!?’
천여운의 그 말에 천무성의 두 눈이 커졌다.
“아니! 그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는데 천여운이 그것을 알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시대에만 있었던 천여운이 이 정도까지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체 이 분은?’
나노머신을 주입해주긴 했지만 불과 사 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조사님이 직접 보여줬었으니까.’
천마의 의지체가 보여준 선지자의 모습은 천무성이었다.
그로 인해 천여운은 그가 더욱 먼 과거인 천마 조사의 시대에도 갔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설명을 해줄까 했지만,
“네가 하던 얘기나 먼저 해라.”
“……알겠습니다.”
팔이 잘릴까봐 잔뜩 겁먹은 천무성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천여운이 먼저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한 가지 궁금하군. 내 짐작이 맞다면 너는 극도육무문과 극도신을 막기 위해 내게 나노를 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조사님을 미래로 데려가려 한 거지?”
그게 천여운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자신이 못미더웠다면 처음부터 천마 조사를 찾아갔으면 됐었다.
굳이 일을 이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에 잠시 망설이던 천무성이 입을 열었다.
“타임 패러독스(Time paradox)라는 말이 있습니다.”
“타임 패러독스?”
“시간의 모순이라는 의미죠. 만약 시간의 순리대로라면 제가 조상님께 나노머신을 주입한 그 순간에 저는 사라졌을 겁니다.”
“사라지다니?”
“역사가 완전히 바뀌게 되니까요. 하나의 사실만을 바꿔도 그 파장은 엄청나죠. 당연히 저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어야 했지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시점에서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한 겁니다.”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뭔가 굉장히 복잡한 말이라 알 듯 말 듯 했다.
이에 천무성이 다시 설명했다.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에게는 행동의 결정권이라는 게 있죠. 제가 만약 이 시대의 누군가를 죽이게 된다면 원래는 살았어야 할 그의 자식, 손자, 그 미래의 후손들까지 사라지게 됩니다.”
“아!”
그제야 천여운은 천무성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가 자신에게 나노머신을 주입하지 않았다면 극도육무문은 자신들의 계획대로 오령의 진원도 얻었을 테고, 무림을 손아귀에 넣었을 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죠. 여러 유명한 저서들이나 논문 이론들에서도 많이 거론 했었으니까요. 시간과 우주의 축이 새롭게 생겨날 거라는 것을요.”
“시간의 축?”
“제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은 과거를 바꾸면서 조상님과 저는 다른 시간 축을 걷게 된 겁니다. 이대로 원래 제 시대의 시공간 좌표가 있는 미래로 돌아가도 그 세계는 여전히 블레이드, 아니 극도육무문이 세계를 움직이는 시대일 겁니다.”
천무성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된다면 제가 무리해서 과거로 온 보람이 없죠. 애초부터 저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과거로 왔습니다. 이렇게 시간의 축이 갈리게 된다면 제 시대에 있는 극도신을 상대할 수 있는 절대자인 천마 조사님을 미래로 데려가거나, 그게 안 된다면….”
바로 그때였다.
-삐삐삐! 삐삐삐!
그때 천무성의 손목에 차고 있는 기계식 팔찌에서 묘한 경고음이 울렸다.
그것을 쳐다본 천무성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이런!”
-우우웅!
천무성의 당혹스러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이 있는 주변의 공간이 일렁였다.
일렁이는 공간 속에서 환한 빛으로 뒤덮인 인영들이 나타났다.
천무성이 절망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티…피!”
기어코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