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31)
# 105장 티피 (2) #
타임 패트롤들이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알고 있는 무림인들은 무(武)를 갈고 닦아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것은 굉장하다.
슈트를 입지 않고도 놀라운 운동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그러나 그 한계를 뛰어넘은 수준은 매우 위험하기는 하나, 당대 과학 기술을 능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말도 안 돼. m320은 무반동에 초속 1,200m/s에 탄환의 운동 에너지만 350m/kp에 달하는데 고작 저 거리에서 막아.’
무림인들 중에는 총알을 막아내거나 피하는 자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무리 뛰어난 무림인이더라도 고작 열네다섯 걸음 정도 거리에서 연사되는 총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육안이 뛰어나고 반응 속도가 남다른 무림인들은 차라리 피하는 것을 택할 정도다.
그러나 이 역시도 A.I 칩이 탑재된 m320이 자동 록 온 기능에 의해서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맞고 만다.
“네, 네놈 대체 뭐야?”
그들이 알고 있던 무림인과는 차원이 달랐다.
직접적으로 과거의 무림인과 접촉해본 적이 없는 타임 패트롤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데 여기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천여운의 후손인 천무성이었다.
‘크, 큰일이다!’
그는 천여운의 손에 죽은 타임 패트롤을 보고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았다고 판단했다.
천무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천여운에게 외쳤다.
“조상님 당장 도망치십…”
-팍!
“컥!”
그런 그의 목을 재빨리 타임 패트롤의 수장이 세게 밟았다.
그리고서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타임 패트롤들의 슈트가 변형하기 시작했다.
-스르륵!
평범한 형태에서 더욱 날렵해진 슈트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천여운이 이를 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나노가 상시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감지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저 자가 하는 말을 들었다.
‘대 게이트전 전투?’
마치 전음처럼 서로 들리지 않게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나노는 이들의 대화를 통신이라고 했다.
-스르륵!
‘?’
그때 천여운을 포위하고 있던 열아홉 명의 타임 패트롤들의 모습이 허공 속으로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그것은 빠르게 신형을 움직여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투명(透明)해진 것이었다.
‘많이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면 인간이 아니라고 상정하고 상대해주지.’
타임 패트롤들의 소대장인 마크는 천여운을 만만하게 보던 생각을 버렸다.
총알을 막아내는 것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대 게이트 전을 떠올린다면 일상적인 일이었다.
마크가 천여운의 손에 목이 붙잡혀 있는 제임스라는 패트롤에게 통신했다.
[제임스! 전자파 실드로 놈에게서 벗어나!]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임스라는 패트롤이 왼손 엄지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눌렀다.
그러자,
-파치치치칙!
그의 슈트에서 눈부신 전자파가 일어났다.
거대한 불곰마저 순식간에 쓰러뜨릴 만큼 강력한 전압을 일으켜 상대를 튕겨낼 수 있다.
타임 패트롤들은 그 순간을 노리려했다.
그러나,
‘아닛?’
전자파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임스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미친! 맨 몸으로 수천 볼트를 견뎠단 말인가?’
조금이라도 감전된 느낌조차 없었다.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제임스에게 말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감전이라도 당하지.”
“what?”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치치치치칙!
“끄가가가가가가각!”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뇌기(雷氣)가 천여운의 손에서 일어났다.
푸른 뇌광이 번쩍이며 감전 당한 제임스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슈트의 절연 기능도 소용없었다.
-파칙! 파칙!
[에러! 에러! 에러!]강한 전격을 버티지 못한 제임스의 슈트가 완전히 고장나버렸다.
얼굴까지 완전히 검게 타서 거의 죽어가자 타임 패트롤 중 하나가 천여운의 손목을 향해 총을 쏘았다.
-탕!
허공에서 갑자기 총알이 튀어나왔다.
엄청난 속도였지만 천여운은 그것을 감지해냈다.
천여운이 왼손을 뻗어 진기의 막을 쳐서 앞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총알을 막아내려 했다.
-팡!
예상대로 총알이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것처럼 부딪쳤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응?’
-우우우웅! 파치칙!
진기의 벽에 부딪친 총알이 그것을 뚫었다.
자신의 손목을 관통하려는 총알에 천여운이 다급히 뇌기를 뿜던 것을 멈추고, 목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빼냈다.
-쾅!
총알이 빗나가서 땅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구멍이 주먹 만하게 뚫렸다.
‘진기의 벽을 뚫어?’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까 전에 자신을 향해 날아온 그 총알이라는 암기도 강한 회전력과 화약 때문인지 상당한 위력을 갖췄지만 지금 것은 완전히 달랐다.
총알 자체에서 굉장한 떨림이 있어서 진기의 막을 찢어버렸다.
[초진동 탄환입니다. 엄청난 진동수로 운동 에너지가 증폭해 에너지 실드나 각종 방어막을 해체시킵니다.]나노의 말에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아무래도 저들이 모든 능력을 선보인 게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타임 패트롤들 역시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실드를 겨우 뚫었더니 초진동 탄환을 피해? 하!’
나노 슈트를 입고 있어도 총알의 속도를 감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정말로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 게이트 전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 한 발은 운이 좋아서 그렇다고 치자!’
대장인 마크가 통신으로 명했다.
[일 분대 초진동 탄환 사격!]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방으로 산개했던 열 명의 패트롤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탕! 탕! 탕!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총알이 날아왔다.
아까 전에 연사했던 총알과 다르게 초진동 탄환은 약간의 시간차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초당 한 발이었기에 위험하기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건 막을 수 없을 거다.’
라고 생각했지만 천여운이 가볍게 손을 들어올리자,
-채채채채채채챙!
그의 주변으로 열 개의 무형검들이 생겨나며 초진동 탄환을 베어버렸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속도였다.
-촤촤촤촤촤촤촥!
-투투투투툭!
천여운에게 발사되었던 탄환들이 반으로 갈라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나노 슈트에 가려져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타임 패트롤들은 하나 같이 어안이 벙벙해졌다.
믿을 수 없는 현상에 대장인 마크 역시 어이 없어했다.
‘저, 저게 대체 뭐야?’
허공에서 갑자기 생겨난 불투명한 검의 형상들이 초진동 탄환들을 전부 베어버렸다.
그냥 검을 들어서 베어도 놀랄 판국이었는데 황당하기마저 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소드 형태의 원인 불명의 에너지에서 초진동을 일으켰습니다.]그의 나노 슈트 A.I의 분석에 말문을 잃고 말았다.
A.I의 분석대로라고 한다면 저 자가 초진동 탄환을 따라했다는 소리였다.
천여운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은 걸 배웠군. 역량의 일원화보다 진기의 소모가 적어서 편하네.”
‘뭐?’
마크 뿐만이 아니라 모든 타임 패트롤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로 자신들의 공격에서 학습한 듯 했다.
물론 그것은 학습이 아니었다.
초진동 기술에 관련되어서 락이 걸려 있었지만, 적에게 초진동 공격을 당하자 자동으로 그것이 해제되면서 나노가 판넬 시스템에 그것을 도입시켜주었다.
[초진동 무형검의 판넬 시스템을 유지할까요?]‘그래.’
나노의 물음에 동의한 천여운이 보이지 않는 허공을 향해 검결지를 가볍게 뻗었다.
그러자 열 개의 초진동 무형검들이 일제히 사방을 겨냥했다.
‘지금 뭘 하려는 거지?’
스텔스 모드로 모습을 감추고 있는 타임 패트롤이 의아해했다.
“분명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오싹!
천여운의 살기 어린 목소리에 마크는 왠지 불안감을 느꼈다.
아무래도 무차별적으로 저것을 쏘려는 모양이었다.
초진동 탄환을 막아낼 정도의 위력이라면 슈트의 방어력을 최대치로 높였어도 위험할 지도 몰랐다.
[혹시 모르니 실드를 전개….]마크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슈슈슈슈슈슉!
초진동 무형검들이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푸푸푸푸푹!
“크헉!”
“끄악!
놀랍게도 초진동 무형검들은 정확하게 천여운을 향해 초진동 탄환을 쏘았던 패트롤들의 가슴을 관통해 버렸다.
슈트가 망가지면서 허공에서 푸른 불꽃이 튀면서 그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털썩!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스텔스 모드를?’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증강현실이 개안된 천여운의 두 눈에는 스텔스 모드 중인 적들의 모습이 정확히 보였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느껴지지만.’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기감으로 저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다 전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마크가 다급히 외쳤다.
[비, 빌어먹을! 가만히 있지 말고 계속 움직여! move! move!]그의 명령에 살아남은 패트롤들이 빠르게 산개하면서 움직였다.
슈트를 입어서 그런지 그들의 움직임은 어지간한 일류 고수들보다 빠른 몸놀림을 보이고 있었다.
[이 분대! 놈에게 전자포를 쏴라!] [저, 전자포를요? 아무리 그래도 저 자는 사람인데?] [저게 사람으로 보이나?]대장 마크의 말에 반문했던 타임 패트롤이 입을 다물었다.
초진동 탄환을 쓴 시점에서 이미 인간이 아닌 존재를 상대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격 개시!] [라저!]-철컹! 철컹!
그의 외침에 남은 타임 패트롤들이 들고 있던 총의 뭔가를 누르자, 그것의 총구가 길게 네모난 형태로 바뀌더니 푸른빛이 응집했다.
-구우우우우!
-푸슝!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푸른 섬광이 일직선으로 엄청난 속도로 강타했다.
그것은 전자의 입자가 일자로 뻗어나가는 현상이다.
‘초진동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빔(beam)만큼은 아무리 인간을 능가했어도 절대로 막…’
-우우우웅!
-푸슝! 푸슝!
그 순간 빔이 쇄도한 곳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그것이 휘어져버렸다.
빔들은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비, 빔을 휘게 하다니?’
마크의 두 눈이 커졌다.
손을 뻗고 있는 천여운의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져 보였다.
‘공간이 일그러뜨려?’
투신 악의와 도주와의 싸움으로 역량을 일원화하면 공간을 일시적으로나마 일그러뜨려서 빛을 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천여운이었다.
‘경험이 중요하군.’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파치칙!
“컥!”
“끄악!”
운이 없게도 다섯 명의 타임패트롤들이 휘어진 빔을 맞고 말았다.
빔이 슈트를 관통하면서 그들은 그대로 숨을 거뒀다.
이제 남은 자들은 천무성을 밟고 있는 대장 마크를 포함해서 다섯 명뿐이었다.
“이, 인간이 아니야! 으아아아아아!”
“도망쳐야 해!”
겁을 먹은 인간이 보이는 행동은 두 가지 양상이었다.
도망치거나 판단력이 흐트러져서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것이었다.
-두두두두두두!
세 명의 타임 패트롤들이 천여운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초진동이 아니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성이 무너져 있었다.
“주, 죽어어어어!”
-슈슈슈슈슈!
천여운의 앞 허공으로 그들의 총알이 멈춰 섰다.
그런 그들의 죽음은 앞에서 연사를 날리던 타임 패트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멈췄던 총알들은 역으로 날아가 그들을 관통했다.
-푸푸푸푸푸푹!
“컥컥커컥컥컥커!”
세 명이 쓰러지는 찰나에 뭔가 변화가 생겨났다.
-우우우웅!
‘응?’
비정상적으로 막혔던 대자연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순환하기 시작했다.
나노의 목소리가 귓가로 울렸다.
[스페이스타임(spacetime) 캔슬러가 해제되었습니다.]그것은 네 방위에 박혀 있던 기계들이 해지되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시공간에 간섭을 주는 행위를 배제하던 기계가 해제된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두 타임 패트롤들 중에 한 명이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무기?’
그것은 작고 둥근 기기였다.
-달칵! 우우우웅!
패트롤이 그 기기에 튀어나온 부분을 누르자, 이내 공간이 일렁이면서 그의 몸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뭐지? 사라졌어.’
그것은 모습을 숨긴 게 아니었다.
정말로 공간에 스며들 듯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둥글고 작은 기계는 바로 타임팩이었다.
의아해하던 천여운의 눈에 또 다른 패트롤이 같은 행동을 하려 하던 것이 보였다.
천여운이 재빨리 검결지를 뻗었다.
그러자,
-서걱!
패트롤이 들고 있던 타임팩이 반으로 잘려버렸다.
“아, 안돼에에에!”
당황한 패트롤이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갈라진 타임팩에서 강한 빛이 일렁이더니, 이내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슈우우우욱!
넓게 퍼진 것이 아니라 공간이 뒤틀리면서 패트롤이 몸이 괴상하게 일그러지며 빨려 들어가 버렸다.
-우드득! 우득! 우득!
“끄에에에에엑!”
타임팩이 폭발하면서 일어난 현상에 비참한 죽음을 맞고 말았다.
천여운이 한 명을 놓친 것에 대해서 아쉬워했다.
타임팩에 대해서 몰랐던 그로서는 먼 미래의 무기로 착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제 남은 자는 이들의 대장인 마크뿐이었다.
“비, 빌어먹을….”
그의 입에서 절로 거친 소리가 튀어나왔다.
슈트의 스텔스 기능은 있으나 마나였다.
천여운은 천무성의 목을 발로 밟고 있는 자신을 정확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발 떼지. 그래?”
그런 천여운의 경고에 마크가 천무성의 머리에 총구를 겨냥한 채로 소리쳤다.
“우,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내게 위협을 가하려 한다면 이 녀석의 머리통을 당장에 구멍내버릴 테다.”
어차피 천여운을 죽일 방법은 없었다.
타임팩을 사용해서 도망가는 것만이 유일한 활로였는데, 그가 조금이라도 방해하면 끝이었다.
“손가락도 움직이지 마. 그걸 움직여서 패트롤들을 죽이는 걸 보았어! 조금만 까딱하면…”
-푹! 콰직!
“컥!”
바로 마크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심장에서 느껴지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견딜 수가 없었다.
분명 저 자는 가만히 서있었는데, 자신의 심장을 날카로운 무언가가 난자했다.
‘소, 손가락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미 바닥이 자신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데서 자신이 죽게 되리라곤 꿈에도 몰랐다.
욕이 절로 나왔다.
“mother f….”
-팍!
어느새 그의 앞으로 도달한 천여운이 쓰러지는 마크의 손에서 총기를 빼앗았다.
그리고 그를 향해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 그렇게 어머니 생각이 간절할 정도로 효자였으면, 내 경고를 무시하지 말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