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34)
# 106장 하북성으로 (2) #
원래는 장백산의 근방에 주둔지를 지으려 했던 마교인들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합류한 교주 천여운의 명령에 의해 반쯤 지은 막사를 다시 거두고, 이틀 밤을 쉬지 않고 서북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틀을 거의 쉬지 않고 이동한 덕분에 요녕성의 서쪽 부근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날 밤 해시(亥時) 초,
장백산에서 꽤 멀어졌다고 판단한 천여운은 주둔할 야영지를 만들어 하룻밤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으윽, 발바닥에 불이 난 것 같다.”
“……진짜 지친다.”
“거기! 바닥에 퍼져 있지 말고, 빨리 쉬고 싶으면 어서 막사 밑에 돌로 고정해요.”
“추, 충!”
부관 허봉의 다그침에 바닥에 주저앉은 마교인들이 얼른 일어났다.
아무리 무공을 익혔다고 해도 이틀 동안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이동한 마교인들이었다.
대부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막사만 짓는다면 그대로 안에 들어가서 뻗을 기세였다.
‘흐음.’
천여운은 막사를 치는 마교인들을 보면서 내심 미안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타임 패트롤들이 두렵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들이 나타난다면, 후손인 천무성이 했던 경고처럼 상당한 준비를 하고 나타날 것이다.
[조상님.]귓가로 울리는 전음성에 바라보니 천무성이 쳐다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비록 짧기는 했지만 복색을 중원의 것으로 갈아입으니 위화감이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천마신교에 가입한다는 명목 하에 합류한 후손 천무성이다.
문규가 그를 알아보았지만 천여운의 당부로 이를 숨겨주었다.
[다 외웠나?] [일러주신 심법은 전부 외웠습니다.]‘영리하군.’
천무성은 생각보다 머리가 명석했다.
하나의 심법을 알려주면 외우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동하면서 무공을 전수하기 여의치 않기 때문에 천여운은 우선 심법이나 운기 행로부터 알려주고 있었다.
이틀 사이에 벌써 여섯 개의 무공과 심법을 외웠다.
‘상위 종파의 무공을 열 개 정도 외우게 하고, 밤마다 이십사마검과 천마검공을 전수해야 겠군.’
천무성은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나노머신을 천여운에게 주입한 덕분에 그는 움직이는 비급 서재라 할 만큼 현 마교의 무공을 육 할 가량을 외우고 있었다.
천여운은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상위 종파의 무공들을 선별해서 그에게 외우게 했다.
교주 전용 무공을 먼저 가르쳐줄 거라 여겼던 천무성은 처음에 의아해 했었다.
하지만,
[네 녀석만 강해진다고 될 문제가 아닐텐데.] [아…..]마교를 부흥시키려면 교주뿐만이 아니라 교인들의 무공도 발전해야 한다.
들어보니 미래의 마교라 불리는 스카이 코퍼레이션의 이사들 중에서 절정의 경지를 넘어선 자가 없다고 했다.
가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임원진 중에서 가장 최고의 실력자가 전무인데, 절정의 극에 이르렀단다.
[명맥이 남은 다른 무의 맥을 잇는 자들 중에서는 그 수장이 아니고는 절정에 이른 자들도 드뭅니다. 조상님.] [……네 말대로라면 네 시대의 수뇌부, 아니 그 임원진들인가 하는 녀석들은 현재 마교의 대주 급밖에 되지 않는다.] [그건….그렇지요.]이 정도라면 미래의 극도육무문과의 격차는 좁히기 힘들 것이다.
물론 천무성의 말을 들어보면 미래에는 무조건 무공만이 고하를 겨루는 조건이 아니라고 했다.
과학 기술을 비롯해 최신 병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게다가 무공뿐만이 아니라 특수 능력이라고 칭해지는 여러 능력들도 있기 때문에 블레이드 식스 이외에도 미래의 사회를 움직이는 여러 그룹들이 있다고 했다.
[조상님께는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본사는 반도체 및 나노, 그리고 여러 테크놀러지에 투자해서 그 맥을 이을 수 있었습니다.]천무성의 말에 따르면 스카이 코퍼레이션은 나노 기술 분야만큼은 전 세계에서 최고로 꼽힌다고 했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천여운의 몸에 있는 제 7세대 나노머신을 제작한 것이다.
천무성이 조심스럽게 전음을 보냈다.
[흠흠, 조상님. 그럼 오늘부터는 교주 전용 무공을 배우는 겁니까?]다른 무공들을 전수하는 이유에 대해서 납득했지만 내심 교주 전용 무공인 천마검공을 배우고 싶어 안달이 난 그였다.
장백산을 내려오기 전에 천여운은 그에게 천마검공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천무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때까지 자신이 익혔던 교주 전용 무공은 천마검공에 비한다면 그저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아니 검법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빨리 배우고 싶다.’
안달이 났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천여운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오늘 밤은 본교의 상위 종파 중 하나인 환영검종의 환영검법의 구결과 내공심법을 알려줄 테니, 그것을 외우고 자라.] [아……]천무성이 내심 실망을 금치 못했다.
오늘은 야영지를 만들어 주둔하기에 천여운에게 직접 무공 전수를 받으리라 기대했던 그였다.
하지만 천여운은 그보다도 먼저 계획한 것이 있었다.
‘문규와 회포를 제대로 풀지 못했어.’
문규가 그의 아이를 가진 듯하다.
아직까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틀 동안 이동하면서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이 내내 신경 쓰였던 천여운이었다.
본교에서 한참 대우를 받으면서 태교에 신경 써야 할 그녀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를 먼저 본교로 복귀하게 하고 싶었으나, 아직까지 극도신이 죽지 않았기에 위기가 도사린다는 생각에 곁에서 보낼 수가 없었다.
[너도 이틀 동안 자지 못했을 텐데, 내가 일러준 구결을 외우고 좀 쉬어라.] […..알겠습니다.]천무성이 시무룩해져서 구결만 중얼거리면서 물러났다.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천여운이 피식 웃었다.
의욕이 넘치는 것은 알겠지만 어차피 그는 부러진 팔이 낫지 않아서, 제대로 무공 연마를 할 수 없었다.
‘부러진 팔은 어차피 그것을 흡수하게 하면 나을 테니….’
-스륵!
그때 천여운의 옆에 독특한 문양의 가면을 쓴 사내가 나타났다.
대호법 마라겸이었다.
마라겸의 두 손에는 천으로 덮여있는 큰 쟁반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교주님.”
“대호법!”
천여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가 오기만을 계속 기다렸던 차였다.
마라겸이 천으로 덮여 있는 큰 쟁반을 보이며 말했다.
“말씀하신 것들을 가져왔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식었지만 덥히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교인들에게 말해서 준비해서 교주님의 막사로 가져다드릴지….”
“아닙니다. 지금부터 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네?”
마라겸이 의아해했지만 천여운이 쟁반을 받아들고서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곳은 가장 먼저 치도록 명령했던 문규의 막사였다.
누군가 마라겸을 불렀다.
“대호법.”
“아! 상 태상교주 어른.”
그는 전 태상교주인 천인지였다.
천인지의 옆에는 허봉이 있었는데, 그를 이곳으로 안내한 듯 했다.
“엇? 아까 전까지 교주님이 여기 계셨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허봉이 대호법 마라겸에게 물었다.
“대호법. 혹시 교주님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이에 마라겸이 언덕 아래쪽에 있는 문규의 막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교주님은 문 단주의 막사로 가셨네. 흠흠.”
그 말에 전 태상교주 천인지가 두 눈썹을 가운데 위로 치켜 올리더니,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동안 같이 지내면서 천여운과 문규의 관계를 알게 된 그였다.
물론 마교인들 중에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교주님도 참. 막사를 짓자마자 저곳으로 가시다니. 히히히”
‘……참 대단하군.’
히죽거리며 웃는 허봉의 모습에 마라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 태상교주인 천인지 앞에서도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허봉 밖에 없을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지 않는 게 용했다.
“급하신 용무시면 교주님께 말씀드릴지….”
대호법 마라겸의 그 말에 천인지가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허허허, 내버려 두게. 노인네가 눈치 없이 굴 필요가 있는가. 그런데 자네는 오늘 내내 어디를 그리 다녀온 겐가?”
이른 아침에 천여운의 명을 받고서 앞서 어딘가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궁금하던 차에 마침 잘됐다고 생각한 천인지가 이를 물었다.
“아아, 교주님께서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다고 하셔서, 그것을 급히 구해왔습니다.”
“먹고 싶은 게 있다고?”
천인지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것 때문에 대호법에게 명령을 내렸을 줄은 몰랐다.
식탐이 있어 보이진 않았는데 의외였다.
“허허허, 그 아이가 그런 명을 내렸던가. 근방에 마을이 있던가?”
“다행히 서북쪽으로 팔십 리 정도 떨어진 곳에 마을이 있더군요. 그곳에서 말린 복숭아와 오리탕, 떡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과일도 구해달라고 했나? 녀석도 참.”
천인지는 내심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과일이 먹고 싶다고 대호법을 그 먼 곳까지 보낼 줄은 몰랐다.
‘이걸 보면 아직 어리긴 하구나.’
워낙 대단한 일을 많이 벌여서 그렇지 생각해보면 천여운은 많이 젊었다.
갓 약관을 벗어났으니 말이다.
“우와.”
허봉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요 근래 계속 건량이나 건포 같은 것만 먹었는데, 듣는 것만으로 배가 고파졌다.
문규의 막사를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에구, 부럽네요. 부군을 잘 둔 덕분에 문규는 그런 것도 먹고. 요즘 살도 쪄서 배도 나온 것 같은데 조금만 먹고 남겨주면 좋을 텐데. 히히히.”
‘!?’
허봉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인지를 비롯한 마라겸이 동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영문을 모르는 허봉이 당황해했다.
“왜, 왜들 그러시는지?”
“방금 허 부관 자네 뭐라고 했나?”
“네?…….조…조금만 남겨주면 좋을 텐데라고 했는데,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저는 육포만 먹어도 충분….”
“아니. 그 앞에 한 말 말일세.”
“……문 단주가 살이 쪄서 배가 나온 것 같다고 했는데…..아니. 대, 대체 왜들 그러시는 건지?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팟!
그런 허봉을 남겨두고서 전 태상교주 천인지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느새 그의 신형이 문규의 막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천인지 뿐만이 아니라 대호법 마라겸 역시도 그 뒤를 따라갔다.
허봉이 어안이 벙벙해져서 중얼거렸다.
“대체 왜?”
이런데 만큼은 눈치가 전혀 없는 허봉이었다.
* * *
한편 문규의 막사 안.
천여운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문규의 배 위에 손을 얹고 있다.
그런 그의 귓가에 나노의 목소리가 울렸다.
[남아가 확실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초음파 진단 결과 십칠 주 정도로 추측…]나노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초음파로 임산부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나노의 말에 혹시나 해서 손을 얹었는데, 뜻밖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콩콩콩!
작은 심장 소리가 들렸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천여운의 두 눈에 개안된 증강현실에 아이의 형태가 보였다.
‘아아아…..’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자신의 아이를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천여운에게 있어서도 신기하면서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게 내 아이라고?’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새삼 자신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와 닿았다.
“아이. 교주님 언제까지 그렇게 만질 거에요?”
문규가 쑥스러웠는지 얼굴이 새빨개져 말했다.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천여운이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미안해. 배에서 들리는 고동 소리가 잘 느껴져서 좀 더….아!”
그때 천여운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문규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천여운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배 쪽만 걷어 올렸던 문규의 옷을 다시 내리고는 막사의 입구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펄럭!
막사 입구의 천막이 들리며 그 앞에 꽤 많은 이들이 보였다.
‘!?’
이에 문규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 태상교주 천인지를 비롯해 대호법 마라겸과 부관 허봉, 그리고 육검단의 단주들이었다.
그들은 각자가 흩어져서 마치 여기저기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하고 있었지만 그 반경이 문규의 막사 주변을 벗어나질 못했다.
모두가 막사를 곁눈질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얼굴이 상기되어서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아무래도 제대로 들킨 모양이었다.
문규가 부담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숨기려고 했는데 말이다.
천여운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해하는데, 허봉이 히죽거리는 얼굴로 한 쪽 무릎을 꿇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교주님. 경하드립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무릎을 꿇고서 외쳤다.
“교주님. 경하드립니다!”
얼떨결에 주변에서 막사를 치고 있던 교인들도 무릎을 꿇었다.
전 태상교주 천인지가 머쓱하게 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두 사람 축하한다.”
천여운과 문규 사이에 아이가 생긴 것이 공식적으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으아아아!”
문규는 어쩔 줄 몰라서 고개를 푹 숙였다.
기쁜 일이었지만 모두의 주목을 받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별 수 없구나.’
이런 식으로 알려져서 난처했지만 어차피 알려야 할 상황이었기에 천여운이 막사 바깥으로 나와, 조부인 천인지와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려 했다.
“조부님. 그리고 모두…”
바로 그때였다.
-흠칫!
천여운이 동남쪽 방향의 어두운 밤하늘을 다급치 쳐다보았다.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경고! 경고! 반경 2km 이내 상공에서 비행물체가 감지되었습니다.]‘비행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