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39)
# 종장 (3) (수정) #
여타의 무림인들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한 손을 내밀고서 상상을 초월하는 진기로 타임젯을 끌어당기는 천여운의 모습은 가히 마신이나 다름없었다.
오령(五靈)의 진원을 전부 흡수하여 자연경의 경지에 오른 천여운의 내공과 진기는 영물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로 만들었다.
물론 무림인이 아니더라도 경악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지, 지금 타임젯을 끌어당기고 있는 거야? 분명 무림인이라고 들었는데….이건 염력의 최고 등급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잖아!’
그가 알고 있는 무림인의 무공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흡사 염력에 가까웠다.
슈트의 헬멧에 가려진 안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끼리리리릭!
출력 입자를 내뿜고 있는 타임젯의 고도가 조금씩 밑으로 끌려 내려오고 있었다.
이러다간 정말 추락할지도 몰랐다.
[안돼에에에에엣!]안나가 등에 차고 있던 총기 m320을 빼들어 천여운에게 초진동 탄환을 쏘았다.
어떻게든 그를 막아야 했다.
-탕! 탕! 탕!
천여운이 왼손 검결지를 움직였다.
그러자 허공에 떠있던 무형검이 초진동을 일으키며, 날아오는 초진동 탄환을 베어냈다.
-채채채채챙!
‘이, 인간이 아니야!’
대 게이트 전에서도 유용한 초진동 탄환이었다.
저자에게는 일절 통하지가 않았다.
그때 그녀의 귓가로 무전을 타고서 타임젯 안에서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빌어먹을! 출력 입자를 7단까지 끌어올려!] [넷? 7단은 대기권 바깥으로 나갈 때가 아니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야! 어서!] [알겠습니다!]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타임젯의 날개 밑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기장의 출력 입자의 빛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우!
입자가 강해지자 훨씬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아직 탑승하지 못한 안나가 균형을 잡지 못할 정도였다.
[꺄아아아아악! 대, 대장!] [안나. 조금만 참아! 기체를 붙드는 이 힘만 뿌리치고서…]기체의 출력이 강해지자 밑으로 내려오던 타임젯의 고도가 서서히 올라갔다.
‘이런!’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방금 전보다 타임젯의 힘이 강해지면서 진기로 끌어당기는 것이 벅차왔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기권을 벗어날 만큼의 출력 입자가 발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진기로 끌어당기는 게 힘들 수밖에 없었다.
‘손상을 입히지 않으려고 했는데.’
타임젯을 탈취할 목적이어서 조심스럽게 진기를 다루던 천여운이었다.
하지만 이러다가 저들을 놓칠 수도 있었다.
천여운이 검결지를 쥐고 있던 손가락을 풀고서 기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편,
-슈우우우우우!
[대장! 됐어요! 타임젯이 올라가고 있어요!]출력 입자 때문에 균형을 잡지 못하면서도 위로 떠오르는 타임젯에 안나가 환호를 질렀다.
그러나 그 기쁨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쩌저저저적!
바로 그 순간 타임젯의 자기장 입자의 출력이 낮아졌다.
[기, 기체의 엔진 부분이!]타임젯의 무전에서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체의 중추 부분에 갑자기 극한의 음기가 일어나면서 엔진을 얼어붙게 만들어 에너지 순환을 방해했다.
우주와 시공간에서 버틸 수 있는 타임젯이기 때문에 완전히 얼어붙진 않았지만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슈슈슈슈! 슈슈슈슈!
자기장 입자의 출력이 낮아지자 올라가던 타임젯의 고도가 다시 끌려 내려와 졌다.
[말…..도…..안……돼!]안나가 절망에 빠진 눈빛이 되어버렸다.
그저 괴물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불가한 존재였다.
‘두 부대의 특전대면 생포가 충분하다고?’
아니었다.
특전대 전부가 와도 저 괴물을 어찌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제대로 된 대 게이트 전 대대 이상이 나서야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판국이었다.
그것도 생포가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살해야겠다는 각오로 임해야만 말이다.
그때 그녀의 귀로 데드로즈 특전대장 루아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나. 이제 방법이 없다.] [넷?] [내가 저 괴물 놈을 막는 동안, 엔진을 복구시켜서 시공간 이동을 해라. 가족들에게는 사랑한다고 전해줘.] [대장! 안 돼요! 차라리 제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타임젯의 입구에 루아즈가 보였다.
가슴이 드러난 붉은 제복이 어느새 슈트의 형태를 갖추자, 그녀가 밑으로 뛰어내렸다.
-탁!
[대장!] [그만! 어서 올라가!]빠른 속도로 안나를 지나친 루아즈가 천여운을 향해 단숨에 뻗어갔다.
진기로 타임젯을 끌어내리는데 집중하고 있었기에 천여운은 무형검으로 그녀를 처리하려 했다.
그때 그녀의 등 뒤에서 환한 빛이 일어나며 날개, 아니 장미꽃의 형태를 이루었다.
‘저건 뭐지?’
루아즈가 천여운을 향해서 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장미가 만개하듯이 빛 입자가 꽃잎처럼 사방으로 흩날리더니, 이내 천여운을 향해서 폭격을 가하듯이 일제히 쇄도해왔다.
-슈슈슈슈슈슉!
[죽어랏!]수십 개의 작은 빛의 구들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졌다.
그녀를 공격하려 했던 천여운은 무형검으로 그것들을 막아냈다.
-파파파파파파팡!
[이때다! 어서!]특전 대장 루아즈의 무선에 안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대로 어물쩍 거려봐야 그녀에게 방해만 될뿐더러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 말과 함께 그녀가 슈트의 비행모드로 타임젯의 입구로 날아올랐다.
와이어는 이미 전부 감겨서 생존자 테레즈는 무사히 타임젯의 입구 안으로 안착해 있었다.
안나가 들어간 걸 확인한 루아즈가 고개를 돌렸다.
‘됐어. 이걸로.’
대장으로서 남은 부하들을 전부 살릴 의무가 있었다.
이제 남은 임무는 타임젯의 엔진이 해동되는 동안 저 자를 막는 일이었다.
직접 천여운을 보게 된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초능력인 플라즈마 꽃잎(Plasma petal)이 저 자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타임젯의 기체를 붙잡고도 저런 게 가능하단 말이야?’
정말 괴물이었다.
원래 세계의 정점에 서있는 능력자들과 비교해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자였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저 자를 죽일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든 엔진이 복구될 때까지만 버텨야 해!’
그녀가 더욱 많은 빛의 꽃잎을 만들어내 천여운에게 날렸다.
-슈슈슈슈슈슈슉!
꽃잎을 이런 식으로 난사하는 것은 대 게이트 전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 발이라도 맞기를 바랐지만 저 허공을 날아다니는 불투명한 검이 견고할 정도로 플라즈마 꽃잎을 막아냈다.
‘그래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얼마큼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십 분 정도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난사하는 게 아니라면 더 오래도 가능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틈을 주게 된다면 자신이 당할 지도 몰랐다.
-끼기기기기긱!
‘아!’
그런 그녀의 귓가로 기체가 조금씩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얼어붙은 엔진이 해동되고 있는 듯 했다.
이제 조금만 더 견디면 되었다.
‘다행이다. 그래도 저 자가 저 에너지 소드 같은 것을 하나 밖에 다루지….!?’
루아즈의 동공이 흔들렸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주위를 어느새 여섯 개의 불투명한 형태의 검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이건….”
당연히 하나만 다룰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당했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를 바라보고 있는 천여운이 냉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자를 죽이는 건 별로 내키지 않지만, 이 정도 선에서 끝내마.”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형검들이 일제히 허공을 비행하고 있는 루아주의 몸을 관통했다.
-푸푸푸푸푸푹!
“꺄아아아아아악!”
슈트를 뚫고서 살을 관통하는 고통에 루아즈가 비명을 질렀다.
고통으로 집중력이 흩어지자 난사되던 플라즈마 꽃잎들이 이내 흩어지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비….행모드….유지할…..없….]-파치칙!
슈트의 메인칩에도 손상이 갔는지 A.I의 목소리가 끊겨버렸다.
발산되던 입자가 멈춰지자, 무형검에 꼬챙이가 된 그녀의 몸이 힘없이 밑으로 떨어졌다.
-슈우우우욱! 쿵!
“컥….컥!”
벗겨지지 않은 헬멧 안이 입에서 솟구친 피로 물들었다.
그녀는 죽음을 실감했다.
온몸이 차갑게 식어가며 의식의 끈이 놓여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빨…..리…..탈출……’
자신은 가망이 없었다.
타임젯이 탈출하기만을 바라는데, 그녀의 귓가로 뜻밖의 무선음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아악!]찢어질 듯한 비명소리는 안나의 목소리였다.
[뭐, 뭐야!]-탕탕탕! 쿠당탕!
총을 쏘는 소리부터 여기저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
그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무림인은 지상에 있었고, 타임젯은 엔진의 해동이 다 되가는지 흔들거리며 공중에 떠있었다.
[다, 당신 대체 누구에요? 어떻게 타임젯에…컥!]단말마의 비명 소리.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무선으로 처음 들어보는 대원 안나의 무선 주파수를 타고 낯선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좌표로 타임젯을 가동시켜라. 어서.]‘대…..체…..누…..가…….’
-스륵!
더 들으려고 해도 더 이상 그녀는 무선을 들을 수가 없었다.
동공의 초점이 풀린 데드로즈 특전 대장 루아즈는 숨이 끊어졌다.
‘!!!’
천여운이 눈매가 매섭게 날카로워졌다.
그 역시도 나노의 도청 능력으로 방금 전에 루아즈의 무선 주파수로 들리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누군가가 타임젯 안으로 침입했다.
그것도 자신에게 들키지 않고서 말이다.
당금의 무림에서 자신의 기감을 속일 수 있는 자는 오직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극도신!’
-고오오오오!
그때 타임젯을 붙들고 있던 천여운의 진기를 또다른 방대한 진기가 방해했다.
진기가 막혀버리자, 해동이 거의 다되가면서 입자의 출력이 회복되어가는 타임젯의 고도가 위로 올라갔다.
-끼이이익!
열려있던 타임젯의 입구가 닫혀버렸다.
그와 동시에 타임젯의 추진기에서 자기장 입자가 강하게 뿜어져 나오며, 엄청난 속도로 하늘 위로 빠르게 솟구쳤다.
-슈우우우욱!
‘누구 마음대로 내 것을!’
천여운의 신형이 위로 날아올랐다.
위로 치솟는 그의 몸으로 게이트리윰 나노 슈트가 장착되었다.
-차차차차차착!
나노 슈트의 손과 발에서 자기장 입자가 뿜어져 나오며, 천여운의 신형이 하늘 위로 빠르게 일직선으로 날아올랐다.
‘따라 잡아야 해.’
타임젯이 날아오르는 속도는 굉장했다.
조금씩 시야에서 작아져갔다.
그때 천여운의 머릿속으로 나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스터 모드 가동합니다.]‘부스터 모드?’
그 순간 나노 슈트의 등쪽에서 또 다른 추진기가 생겨나며 자기장 입자가 출력되었다.
-푸슈우우우!
‘헛!’
-팡! 팡! 팡!
위로 날아오르는 천여운의 몸이 공기층을 뚫을 만큼 속도가 가속되었다.
일반적인 슈트라면 이 속도를 감당할 수 없지만 게이트리윰 금속으로 만들어진 천여운의 나노 슈트는 가능했다.
조금씩 멀어져가던 타임젯의 형체가 커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