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4)
# 12장 천마 조사의 심득(3) #
건물의 넓이만큼은 마도관 내에서도 큰 규모의 부지를 차지하는 개인 연공실은 총 삼 층으로 이루어졌다.
지상으로는 두 층, 지하 한 층으로 되어있는데, 지상은 한 층당 백 호실의 개인 연공실이 있고 지하에는 오십 호실의 개인 연공실이 있다.
천여운은 지상 이 층에 있는 한 호실로 들어가기 전에 입구 문 앞에 걸려있는 공실(空室)이라 적힌 푯말을 뒤로 돌려놓았다.
[사용중(使用中)]개인 연공실로 들어가니 벽에 걸린 작은 호롱불이 호실 내를 밝히고 있었다.
연공실은 천장부터 시작해 종횡(縱橫)이 정사각형으로 일곱 자 정도의 크기에 불과했고, 보법을 자유롭게 펼쳐가며 초식을 연달아 연마하기에는 부적합한 넓이였다.
-쿵쿵!
천여운이 주먹으로 벽을 두드려보니 둔탁한 소리가 났다.
석벽이 두꺼워서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연공할 수 있게 지어졌다.
애초에는 더 좁게 하여 앉아서 운기조식만이 가능하게 만들어서 수용 인원을 늘리려고 했으나, 누워서 운기를 하는 심법은 어찌할 거냐? 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종횡을 일곱 자로 만들었다.
‘그래도 충분하다.’
천여운에게 있어서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의무실에서 혼자 있었을 때는 전이를 받더라도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았지만, 숙소 생활을 하면서 내심 걱정했던 그였다.
다행히 개인 연공실이 개방되어서 그런 걱정은 한시름 덜었다.
‘나노, 증강현실 개안.’
[사용자의 시각 정보에 증강현실(增强現實) 개안(開眼) 가동합니다.]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며 천여운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리며 흰 빛의 입자들이 선을 그리며 증강현실이 개안되었다.
‘나노, 이 층 서재의 청옥석 비석에서 스캔한 초식을 입체영상으로 구현해봐.’
[가장 먼저 새겨진 초식부터 구현하겠습니다.]나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야의 증강현실에서 흰빛의 입자가 사람의 형태로 바뀌었다.
흰 빛으로 이루어진 사람의 형태가 흰 빛의 검을 들고는 청옥석에 새겨져있던 절세 검 초식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촤촤촤촤촤촥!
순식간에 수많은 식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검 초식이 허공에 빛의 선을 그렸다.
일 층 서재에서처럼 검 초식이 그리는 궤적은 전율적인 충격을 가져왔다.
‘더 빠르고 더 복잡하다!’
천여운은 입체영상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접무도법의 마지막 비기인 절초를 사용해보았지만 고작 한 식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청옥석 비석에 숨겨져 있던 두 번째 절세초식은 일 층에서 발견한 첫번 째 초식보다도 그 위력이 상회하고 있었다.
‘정말……무섭다. 이 초식을 막아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라고 여겨질 만큼 그 충격은 쉽게 벗어날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나중에 검흔을 남긴 사람은 대체 무슨 수로 이 초식을 파훼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다른 객체가 남긴 검흔의 초식을 가장 오래된 순부터 차례대로 입체영상을 가동합니다.]나노의 말이 머릿속을 울리며, 다른 객체라 명명된 자가 남긴 검흔의 초식들이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처음에 펼쳐지는 초식은 어색하면서도 부자연스러웠다.
그러나 한 초식, 두 초식, 세 초식 입체영상이 가동될 때마다 초식들이 세련되게 가다듬어져 갔다.
마지막에 쉰여섯 번째 초식이 발현되는 순간 천여운은 온몸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는 이렇게 할 수 없다.’
검에 미치지 않고는 이런 검초를 완성시킬 수 없었다.
한 초식이 완성되기까지 그 과정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아!’
천여운은 문득 마지막에 완성된 초식만 배틀 모드로 대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전부 대치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하고 생각이 들었다.
‘나노, 먼저 남겨진 초식을 상대로 쉰여섯 초식을 순차적으로 붙게 해봐.’
[알겠습니다. 먼저 새겨진 검 초식을 중심으로 배틀모드를 진행하여 순차적으로 입체영상을 가동하겠습니다.]흰 빛의 입자들이 움직이며 또 다른 사람의 형태를 갖췄다.
그렇게 두 입체영상이 서로 대치하더니, 동시에 검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촤촤촤촥!
쉰여섯 초식 중에서 첫 번째 초식은 앞서 새겨진 절세검초의 첫 번째 식조차 막아내지 못하고 결판이 나고 말았다.
곧바로 이어지는 입체영상들의 대결 또한 첫 식을 견디지 못하고 패했다.
그렇게 진행되어 가며 중반부인 서른여섯 번째 초식으로 오자 스물네 식 중에서 열다섯 식까지 막아내기에 이른다.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식을 생각할 수 있는 거지?’
영상이 순차적으로 진행될수록 천여운은 발전되어 가는 초식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은 전혀 생각하지 못할 방식으로 전율적인 초식에 대응하는 모습에 점차 몰입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쉰여섯 번째 초식이 발현했다.
-촤촤촤촤촥!
빠르게 식과 식들이 흰빛의 궤적을 그리며 부딪쳤고, 결과는 전처럼 한 식 차이로 절세초식이 완전히 파훼되고 말았다.
‘아아아!’
마지막 식까지 전부 파훼되고 입체영상의 머리가 잘려나가며 흰 빛의 사람 형태가 입자를 흩날리며 사라져 버렸다.
[입체영상의 가동이 전부 완료되었습니다.]나노가 입체영상이 끝났음을 알렸지만 천여운은 이 엄청난 대결을 곱씹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노가 뇌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전이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천여운의 머릿속에서 두 고수가 끊임없이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파팍!
검은 공간 속의 심상에서 천여운은 두 번째 객체와 혼연일체가 되어 검초가 아닌 접무도법의 절초를 펼치며 절세검초에 대항했다.
그 과정이 심층화 되어지면서 천여운의 동공 초점이 흐릿해져갔다.
[사용자의 뇌속 신경세포(neuron)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습니다.신경세포가 활성화 되면서 승장혈, 천돌혈, 전중혈, 구미혈, 중완혈, 신궐혈, 기해혈로 에너지가 순환하며 자극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단전에 있는 에너지가 활발해지며 증식하고 있습니다.]
나노의 울림에도 천여운은 여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사용자의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나노 머신은 더 이상의 알림을 중지하고 에너지 변화를 데이터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사용자의 신체에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이미 분석을 마쳤기 때문이었다.
-팡!
어두운 공간에서 수십, 수백 번이나 절세검초와 대결을 펼치던 천여운이 드디어 심상 속에서 깨어났다.
흐릿했던 초점이 돌아오며 천여운은 어리둥절해했다.
‘이게…..뭐지?’
분명 입체영상의 대결에 몰두했다는 것까지는 기억이 났지만, 심상 속에서 깨어나고 보니 마치 모든 것이 환상처럼 느껴졌다.
‘느낌이 이상하다? 아!’
천여운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신체 변화를 감지했다.
단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기운이 전보다 훨씬 강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재빨리 운기를 해서 내공을 측정해보았다.
‘……내공이 늘었어.’
놀랍게도 단전에 쌓여 있는 내공이 전보다 훨씬 늘어나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조금 늘은 수준이 아니었다.
믿기 힘들었지만 반 갑자(삼십 년)에 불과했던 천여운의 내공은 어느새 사십 년에 육박할 만큼 늘어 있었다.
‘아! 내가 깨달음을 얻었단 말인가?’
천여운이 환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무공의 깨달음이었다.
일류 고수의 실력에 불과했던 천여운은 중원에서 최고의 절학들이 펼치는 대결을 지켜보면서 나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었다.
깨달음은 단순히 내공의 증대만을 가져오지 않았다.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천여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공을 끌어올려 접무도법의 일 초식을 펼쳐보았다.
-촤촤촤촤촥!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전과는 사뭇 달랐다.
팔에서만 잔상을 일으키던 접무도법의 초식이 천여운이 움직일 때마다 미묘한 잔상을 남기고 있었다.
“아!”
일 초식을 펼치고 난 천여운의 입에서 육성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의 오른손에서 희미하지만 은은한 빛이 휘감겨 있었다.
‘내가…..지금 기를 유형화 시킨 건가?’
손날에서 느껴지는 이 감각은 분명 기(氣)가 외부로 방출되면서 유형화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직까지 내공이 모자라고 기를 방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도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지만, 분명 수기(手氣)를 형성시키는데 성공했다.
‘형태는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원래는 도를 통해서 기를 방출하는 것에 익숙해진 후에, 도의(刀意)를 담아서 맨손으로 수기를 발산해야 도의 형태를 갖출 수 있다.
내공이 일 갑자에 도달하고 기를 유형화하는데 익숙해 진다면 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 천유찬처럼 완숙한 절정의 경지로서 맨손으로 도기를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아아!”
천여운은 진심으로 기쁨에 젖어 감격하고 말았다.
그만큼 무공에 있어서 깨달음은 중요했다.
천여운이 손에 집중되어 있던 내공을 회수하자 은은하게 휘감던 빛이 사라졌다.
‘이번에 받게 될 마룡단을 섭취한다면 일 갑자의 내공을 달성할 수도 있겠구나!’
깨달음은 이미 충분했다.
일 갑자의 내공을 가지게 된다면 명실상부한 절정의 고수로 거듭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멀게만 느껴졌던 도마종의 천유찬과의 격차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상승한 무위에 기뻐하던 천여운이 문득 나노에게 물었다.
‘그런데 나노, 내가 얼마만큼 이러고 있던 거야?’
[한 시진 동안 몰아(沒我)의 상태로 있었습니다.]‘한 시진? 그렇게나 오래?’
찰나에 불과했다고 생각한 환상은 오랜 시간을 소요하게 만들었다.
나노의 말대로 한 시진이 지났다면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나머지는 내일 해야 겠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뇌 속에만이라도 절세초식들을 전이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로 전이할 시간까지는 없어보였다.
‘나노, 일이 층 청옥석 비석에서 스캔한 먼저 새겨졌던 두 초식과 나중에 새겨진 마흔다섯 번째 초식, 그리고 쉰여섯 번째 초식을 뇌로 전이해줘.’
[알겠습니다. 사용자의 뇌로 선택하신 네 초식의 분석 시뮬레이션을 전이합니다.]천여운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리며 머릿속이 짜릿해졌다.
전이가 완료되자 약간 머리가 울렸지만 괜찮았다.
확인하기 위해서 집중해보자 머릿속에 뚜렷하게 절세검초들이 떠오르며 지금이라도 그 검초들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노 육신에 전이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지?’
[네 개의 초식을 분석해본 결과, 주인님의 근육 섬유질과 근맥을 변환하는데 다섯 시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뭣?’
순간 천여운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절무도법을 육신으로 전이했을 때보다도 너무 길었다.
무공의 수준이 궤를 달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만큼이나 시간이 소요될 줄은 몰랐다.
‘쩝, 그렇다면 내일 일찍 나오는 수밖에 없겠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흘 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는 점이었다.
육신으로 초식을 전이 받지 못했지만 깨달음을 얻어서 절정의 초입에 이르렀다는 기쁨에 천여운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왔더니 평소와 달리 아직까지 많은 생도들이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오늘은 다들 제법 늦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평소 때라면 한 시진 전에는 절반 이상이 돌아왔다.
의아해하던 천여운이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두 명씩 돌아오는 생도들의 손에는 비급서를 필사한 종이들이 들려 있었다.
‘아아…..저들도 나와 같았구나.’
다른 생도들 역시도 이 단계 시험을 통과하면서 비급 서재의 이 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생도들은 비급 서재의 이 층에서 원하는 비급서를 외운 뒤, 까먹지 않게 곧장 개인 연공실로 가서 이것을 필사했다. 그리고 그 필사한 무공을 연마하느라 숙소로 늦은 것이었다.
“주군 먼저 오셨습니까?”
뒤늦게 들어온 이십삼 번 생도인 허봉이 천여운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허봉의 손에도 필사한 한 권의 비급서가 들려 있었다.
“좋은 거라도 얻었나봐?”
천여운의 질문에 허봉이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아닙니다. 이류 무공이라서 별 것 아니지만 제가 적수공권에 약해서 퇴법서 하나를 필사했습니다.”
허봉의 종파는 검을 주로 다룬다.
검법 이외의 무공을 익히지 않은 허봉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퇴법서를 구했다.
그런 호봉의 모습에 천여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도약하는 시기이구나.’
휴식이라고 주어진 사흘은 단순히 휴식만을 위한 기간이 아니었다.
모든 생도들이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어진 사흘을 헛되이 보낸 자는 도태될 것이고, 알차게 보낸다면 남들보다 한 걸음 더 앞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휴식으로 주어진 첫날 밤이 지나갔다.
새벽 묘시(卯時) 초에 일어난 천여운은 바쁘게 개인 연공실로 향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느껴지며 대기의 기운이 충만했다.
‘정말 빠르구나.’
숙소가 개방되는 것은 인시와 묘시 사이(새벽 다섯 시)였는데, 일어나보니 벌써 두 명의 생도가 이미 침상을 정리하고 사라져있었다.
그만큼이나 강해지는 것에 간절한 생도들이었다.
개인 연공실이 있는 건물에 도착해보니, 새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도들이 모여 있었다.
‘노력하는 자만이 이곳에서 살아남겠지.’
그것은 마도관이 아니더라도 모든 세상에 속하는 진리일 것이다.
천여운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 층으로 올라가 비어있는 개인 연공실로 들어갔다.
개인 연공실의 문은 안에서만 잠글 수 있다.
누구도 들어올 수 없게 문을 잠그고 난 후에 천여운이 나노에게 명을 내렸다.
‘나노, 어제 전이했던 네 초식을 육신으로 전이해줘. 아! 그리고 꼭 수면 마취하고.’
한 번 된통 당하고 나니 수면마취가 필수라는 것을 인식한 그였다.
[알겠습니다. 네 개의 초식을 시뮬레이션 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사용자의 근육 섬유질과 근맥을 변환합니다. 먼저 수면마취를 하겠습니다.]나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여운이 수면 상태에 들어갔다.
-우우우우웅!
천여운의 체내에 있는 모든 나노 머신들이 바쁘게 가동되기 시작했다.
접무도법을 전이 받을 때보다도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는 육신의 변환 과정은 전보다 더 세밀하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다섯 시진의 시간이 지났다.
[사용자의 근육 섬유질 변환 및 근맥 변환이 100% 완료되었습니다.]나노의 목소리와 함께 수면 상태에 있던 천여운이 깨어났다.
깨어남과 동시에 천여운은 접무도법을 전이 받았을 때처럼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바닥에 토를 올렸다.
“우웨에에에엑!”
장시간에 걸친 육체의 변화에 대한 과부하와 반동이 온 것이었다.
세 시진 동안 진행되었을 때보다도 더욱 심했다.
속은 올라오고 온몸이 뒤틀릴 것만 같은 고통에 천여운은 죽을 맛이었다.
[사용자의 육신 변환 전이에 대한 체내 반동의 안정화를 진행합니다.]나노가 반동에 대한 안정화 작업을 하고나서야 고통이 멈출 수 있었다.
‘하아….이것만큼은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 되네.’
진정이 된 천여운은 호흡이 어느 정도 가다듬어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보았다.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주먹을 쥐어보았다.
-불끈!
손에 들어가는 힘이 완전히 달랐다.
접무도법을 익혔을 때도 육신이 강해졌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 느낌이 워낙 판이하게 달랐기에 상의를 탈의해 보았다.
“오옷!”
탄성이 절로 나왔다.
천여운의 탈의한 상반신은 그야말로 전 부위의 근육이 팽배하게 부풀어져서 혈관마저 선명하게 튀어나올 만큼 극한으로 발달되어 있었다.
빨래판을 보는 것만 같은 복근은 손가락을 꾹꾹 눌러도 튕겨낼 만큼 강한 탄력을 보였다.
‘내 몸 같지 않아.’
지금과 같은 기분이라면 이 단단한 개인 연공실의 벽조차 구멍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일지 간단하게 시험해볼까?”
그래도 이 두꺼운 벽이 뚫릴 리는 없으니 얼마큼 힘이 늘어났는지는 확인해보고 싶었다.
“후우!”
호흡을 들이키고서 천여운이 개인연공실 바닥을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그 순간 큰 굉음이 터져 나왔다.
-쾅!
굉음과 함께 천여운의 얼굴로 뿌연 먼지와 돌 파편들이 튀어 올랐다.
“끄악!”
그때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엇?”
당황한 천여운이 손을 휘젓자, 뿌옇던 먼지가 가시며 바닥에 뚫린 구멍이 보였다.
설마 정말로 벽에 구멍이 뚫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천여운이 놀라서 구멍 아래를 살펴보았다.
뚫려진 구멍 틈 사이로 일 층의 개인 연공실이 보였다.
구멍이 뚫리면서 떨어진 돌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 파편들 한가운데에 머리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생도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아…..”
천여운이 난감한 표정으로 신음성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