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40)
# 종장 (完) – Day of Future (수정) #
타임젯의 안에는 짙은 눈썹에 강인한 인상을 가진 사내가 흡족한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바로 극도신이었다.
천여운에게 큰 부상을 당하고서 모습을 감췄던 그가 타임젯을 탈취한 것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무감정해진 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기쁨을 감출 수가 없는지, 입 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천운이 따랐도다.’
하룻밤을 꼬박 새서 몸 안을 파고든 흉흉한 흑 기운과 심권(心拳)을 몰아낸 그였다.
오령의 진원을 흡수하고서 불멸의 생명을 얻게 된 그는 그 기운들을 해소하자마자, 반시진 채도 되지 않아 육신을 완전히 회복시켰다.
몸의 삼분지의 일이 날아갔는데 경이로운 회복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마신이 오령의 기운을 완전히 흡수하기 전에 처리하려고 왔건만.’
극도신은 더 이상 천여운이 강해지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은 자연경의 경지를 밟기 전에도 위기로 내몰리게 만들었다.
천여운을 서둘러 처리하지 않는다면 과거를 바꾸려고 했던 자신의 모든 계획이 무산된다고 생각한 그는 추적 끝에 놀라운 광경을 발견했다.
‘타임젯이라니!’
설마 타임 패트롤이 이곳에 강림했을 줄은 몰랐다.
그때부터 극도신의 사고는 빠르게 기존의 계획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이곳에 도착하면서 그는 우려한대로 천여운이 자신에게 버금가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불멸의 존재끼리의 승부였다.
같은 경지에 서로가 불멸의 존재라면 그 승부의 결착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타임젯이 있는데, 무리해서 마신과 겨룰 필요가 있나. 처음부터 당신이 태어나기 전으로 가서 마교를 없애버리면 되지 않은가.’
그와 동등한 입장에서 싸우겠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졌다.
굳이 그런 자충수를 둘 의미가 없었다.
[기체가 성층권을 넘어섰습니다.]타임젯의 A.I가 기체가 얼마큼 고도를 높였는지를 알렸다.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이 정도 높이라면 나노 슈트를 입든 허공답보를 펼치든 따라잡기 힘들다고 생각되었다.
“이 정도 고도에 오르면서 엔진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텐데…..어서 내가 말한 좌표로 시공간 이동을 해라.”
극도신이 조정석에 앉아 있는 데드로즈 특전대의 대원인 알렌을 닦달했다.
얼굴이 피멍으로 가득한 알렌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시간의 파수꾼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이 목숨에 위협을 받고서 정체불명의 적이 원하는 시공간으로 운송해주게 생겼다.
‘크윽! 이를 어쩌지?’
뭘 어떻게 하고 싶어도 이 자는 괴물이었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만으로 안나를 죽이고 자신의 왼팔을 잘라버렸다.
슈트가 지혈을 시켰지만 너무 아팠다.
망설이는 그의 등뒤로 극도신의 살기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남은 한 팔도 잃고 싶지 않다면 빨리 시공간 이동…”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삐! 삐! 삐!
[기체의 우측 격납고 쪽이 뚫렸습니다. 미확인 개체가 침입했습니다!]‘!?’
타임젯 A.I의 경고음에 극도신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타임젯이 성층권을 넘어섰다고 해서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하리라 확신했던 그였다.
그런 그의 귓가로 조정석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컹! 철컹!
기계 바닥을 울리는 소리.
극도신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곳에 흑철로 만들어진 천마검을 들고 있는 천여운이 보였다.
“역시 네놈이었군.”
천여운의 눈빛에 강렬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마신!”
극도신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눈빛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확신할 수 있다. 마신은 나와 같은 영역에 들어섰다.’
승패를 알 수 없는 싸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곳에서 겨룬다면 타임젯이 부서질 지도 몰랐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과거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
‘방법은 하나인가. 놈을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
다소 기체에 손상이 가는 위험부담이 생길지도 몰랐지만, 천여운을 한순간만이라도 기체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다면 시공간 이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우우우우우우웅!
[미지정 좌표로 임의 시공간 이동을 합니다.]“뭣?”
-쿠당탕!
강한 충격이 일어나며 극도신과 천여운이 동시에 몸이 이리저리 휩쓸렸다.
타임팩과 달리 타임젯은 광속을 넘어서는 속도로 시공간을 이동하는 기체이기 때문에 원래는 출발 시에 좌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
-쿠르르르르르!
엄청난 압력에 겨우 균형을 잡고 있는 천여운과 극도신에게 조정석에 앉아 있는 특전대의 대원인 알렌이 소리쳤다.
“크크크큭, 네놈들 같은 괴물들이 원하는 대로 내가 해줄 것 같으냐! 평생 시공간을 떠돌다 죽어버려랏!”
그 말과 함께 대원 알렌이 조정석 기판에 권총을 난사했다.
-타타타타타타탕!
-파치치치칙!
[메…..인….시….스템에….손상이…..손상이…..]타임젯의 A.I의 목소리가 끊기면서 나왔다.
정말로 메인 시스템에 손상이 갔는지 기체 안을 밝히고 있던 LED등이 깜빡거리며 난리도 아니었다.
-쿠르르르!
시공간의 흐름 속에 진입한 타임젯의 기체가 흔들거렸다.
이대로라면 정말 시공간의 미아가 될 지도 몰랐다.
“네놈이 감히!”
극도신이 분노에 토해서 알렌을 진기로 끌어당기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알렌의 행동이 빨랐다.
-탕!
알렌은 권총을 입에 물고서 쏴버렸다.
그의 뒤통수에 구멍이 뚫리면서 몸이 조정석 앞바닥에 쓰러졌다.
타임젯의 유일한 조정사가 죽어버린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는지 극도신이 고함을 지르다, 이윽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상기된 얼굴로 천여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후우, 별 수 없군요. 마신. 일단은 잠시 휴전을 하도록 하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끼리 싸우면 서로 자멸하는 꼴이니….”
-채애애애앵!
극도신이 다급히 우수에 신도합일을 일으키며 천여운의 흑검을 막아냈다.
그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천여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마신! 이게 무슨 짓입니까?”
“헛소리 집어치워라. 네놈과 휴전은 없다.”
“당신!……”
-으득!
극도신이 이를 갈면서 말했다.
“이 상황에서는 불멸이 통하지 않습니다!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가볍게 들립니까? 기체가 부서져 시공간에 휩쓸리면 육신이 통째로 사라질 수도….”
“죽는 게 그렇게 두렵냐?”
“넷?”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왔다면서 죽음을 두려워하다니. 우습군.”
천여운을 비추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뭔가 그가 한 말이 자신의 본질적인 부분을 꿰뚫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불멸의 존재가 되면서 생사를 초월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기에 직면하면서 목숨을 부지하려고 적이라 할 수 있는 천여운에게 휴전까지 청하고 있다.
‘내가 죽음을 두려워 해? 이 내가? 과거와 미래를 아울러 이 세계의 유일한 신이 되어야 할 내가 죽음을?’
그 순간 그의 모든 평정심이 깨져버렸다.
더 이상 그는 무감정한 존재가 아니었다.
극도신이 충혈 된 두 눈으로 천여운에게 분노를 토해냈다.
“네놈이! 네놈이 뭔데 이 나를 평가할 수 있단 말이냐? 영원한 끝이라 할 수 있는 죽음 앞에서 네놈만은 다르다는 듯이 지껄이고 싶은…”
바로 그 때였다.
-촥!
‘!?’
극도신의 두 눈이 커졌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검은 선이 오른쪽 어깨를 시작해, 복부를 가로질러서 오른쪽 허벅지까지 몸을 가르고 있었다.
-툭툭툭!
극도신의 잘려진 오른손의 손가락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가락 단면에서 진한 피가 흘러내렸다.
-뚝! 뚝!
“어…..어떻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刀)의 극이라 할 수 있는 신도합일(神刀合一)로 천여운의 검을 막고 있었다.
내 자신이 도와 하나가 되는 최고의 경지였다.
신검합일로도 벨 수 없는 이 도를 천여운은 베어버렸다.
“무상천마검.”
“무상……천마검?”
-부들부들!
조금만 움직이면 몸이 갈라져서 바닥으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극도신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욱씬욱씬!
뭔가 느낌이 달랐다.
전에 천여운에게 당했던 흑기운은 흉폭 했다면 지금은 뭔가 심연과도 같은 어둠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그 어둠에 마치 먹혀버릴 것만 같았다.
‘재…..재생….해야 해.’
서둘러 체내의 오령의 기운을 끌어내 재생력을 촉구했다.
심후한 진기로 베인 부위가 떨어져나가려는 것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도 더욱 빠르게 재생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어….어째서?”
베인 부위의 신체가 재생되지 않았다.
이래선 그저 진기로 신체가 떨어져나가지 않게 붙잡은 꼴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재생이 되지 않는다면…..그 부위의 단면을 다시 베어내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
순간 극도신의 머릿속에 극단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천여운이 가만히 내버려둘 지가 문제였다.
혼란스러워하던 차였다.
-츠츠츠츠츠!
그때 기체 안으로 강한 압력이 일어났다.
그것은 안에서 바깥으로 끌리는 관성적인 중력과도 같았다.
천여운의 무상천마검이 극도신의 몸을 벤 것도 모자라, 그 위력이 너무 강해 기체마저 베어버린 것이었다.
-콰지지지직!
시공간의 흐름이 어찌나 강했는지, 갈라진 부위를 중심으로 기체가 일그러지며 구멍이 커져가려했다.
“쿨럭….쿨럭….네, 네놈 정말 같이 죽을 작정이냐?”
극도신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이대로라면 자신뿐만이 아니라 천여운도 시공간에 휘말려 죽고 말 것이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네놈의 이야기지.”
“뭣?”
반문하는 극도신의 몸을 천여운이 공력을 실어 발로 걷어찼다.
-퍽!
“크헉!”
-서걱!
그 순간 진기로 겨우 몸의 형체를 유지하던 극도신의 몸이 오른쪽 어깨와 오른쪽 허벅지가 갈라지며, 기체의 구멍 쪽으로 몸이 끌려갔다.
-슈우우우우우욱!
“안돼에에에에!”
극도신이 진기를 끌어올려 버티려고 했다.
그러나 무상천마검에 베인 부위를 중심으로 체내로 파고드는 심연의 기운에 진기가 흩어졌다.
-욱씬! 욱씬!
‘끄으으윽! 불사의 몸인 내가 어째서!’
미칠 지경이었다.
진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자, 극도신은 살아남기 위해 왼손으로 기체의 난간을 붙잡고서 어떻게든 버티려 했다.
-꽈악!
“마시이이이이인!!!”
충혈된 두 눈으로 절규하고 있는 극도신의 분노는 끝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 극도신을 향해 천여운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만큼 살았잖아. 죽어.”
‘이, 이놈!?’
천여운이 그를 향해 천마검을 그었다.
-촤악!
“컥!”
검은 선이 극도신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생겨난 선을 기점으로 극도신의 목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주르륵!
입을 벙긋 거리며 무언가를 격렬히 말하고 싶어하던 극도신의 목이 이내 갈라지며,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서걱! 슈우우우우욱!
그와 동시에 난간을 잡고 있던 극도신의 몸도 기체의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콰지직! 콰지직!
시공간의 격류에 휩쓸린 극도신의 머리와 몸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압축되듯이 쪼그라들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불사의 몸도 시공간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는 티끌에 불과했다.
‘이때다!’
기체의 구멍이 더욱 커지려고 하는데, 천여운이 그곳을 향해 재빨리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극한의 음기가 일어나더니, 이내 구멍보다 훨씬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생겨났다.
-쩌저저저적!
-슈우우욱! 쾅!
바깥에서부터 빨아들이는 힘이 얼음덩어리에 막혀버렸다.
그러나 그 압력이 어찌나 강했던지 한철에 버금가는 강도의 얼음에 금이 가려 했다.
‘이걸로는 임시방편 밖에 안 되나.’
-쩌저저적!
천여운이 얼음 덩어리를 중심으로 더욱 한기를 불어넣어, 그 주변의 기체 벽을 전부 얼어붙게 만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을지 몰랐지만 서둘러야 했다.
천여운이 타임젯의 조정석으로 달려갔다.
‘나노. 이걸 해킹해서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겠어.’
[기판 자체에 물리적 손상이 있어서 해킹으로도 조정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어떻게든 해봐야 해. 우리 둘 다 죽을 수도 있어.’
[해킹을 시도해보겠습니다. 조정석 기판에 손바닥을 얹어주십시오.]‘알겠어!’
천여운이 다급히 기판에 오른 손바닥을 얹었다.
오른손에 장갑 형태의 나노 슈트가 착용되며, 그곳에서 게이트리윰 선이 나와 부서진 기판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시스템의 해킹에 들어갑니다.]-쩌저저적!
나노의 목소리와 함께 천여운의 귀로 얼음이 조금씩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서두르지 않으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었다.
초조한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해서 깜빡거리던 타임젯의 LED 등에 불이 완전하게 들어왔다.
-우우우웅! 삐빅! 삐빅!
그와 동시에 조정석의 메인 기판에 있는 버튼들에도 불이 들어왔다.
일부 들어오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뭔가 일부 정상적으로 가동되려는 것 같았다.
‘나노! 되는 거야?’
[시스템 기판의 좌표 설정 장치에 손상이 가서 임의로 시공간의 흐름을 벗어나 불시착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게 무슨 소리야?’
[원래 있던 시공간과 다른 지점에 착륙할 수도 있습니다.]천여운의 인상이 굳어졌다.
나노의 말대로라고 한다면 자신이 원래 왔던 곳이 아닌 전혀 모르는 시공간에 도착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쩌저저저저적!
기체의 구멍을 막고 있는 얼음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은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기체가 부서져서 시공간에 휘말릴 것이다.
‘문규.’
그 순간 천여운의 머릿속에 문규와 자신의 아이가 떠올랐다.
이대로 죽게 된다면 그들을 다신 볼 수 없을 것이다.
살아야 했다.
천여운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결의에 찬 목소리로 나노에게 명했다.
“가자!”
[알겠습니다. 시공간 흐름을 빠져나갑니다.]-고오오오오오! 덜컹덜컹!
나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타임젯의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오색 빛깔이 선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 조정석 앞의 창으로 보이고 있었는데, 타임젯의 기체가 임의로 이탈을 시도했다.
-쿠르르르르!
처음 시공간에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체에 강한 압력이 일어났다.
“큭!”
천여운이 조정석의 난간을 붙잡고 이를 버텼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손을 떼면 나노가 조정하는 것이 힘들지도 몰랐다.
-덜컹덜컹! 슈욱!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티던 차에 오색 빛 선으로 이루어진 창밖의 공간이 다른 것으로 바뀌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쩌저저저적! 콰지지지지지직!
시공간을 빠져나오면서 임시방편으로 막아놓은 얼음이 깨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조정석 난간을 붙잡고 있던 천여운의 몸이 엄청난 압력에 의해 기체의 바깥으로 빨려가고 말았다.
-파아아앙!
“흐헉!”
[게이트리윰 나노 슈트 가동!]-차차차차착!
천여운의 몸에 나노 슈트가 착용되었다.
몸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면서 몰랐는데, 나노 슈트의 바깥 부분이 붉게 물들었다.
뭔가 주변이 하늘빛과 남색빛이 섞여 있었다.
‘대체 여긴 어디?’
[고도 60km 지점인 중간권 하늘입니다.]성층권보다도 높은 지점이었다.
그것은 타임젯이 시공간 이동을 하던 위치와 동일했다.
‘허공이라는 거야?’
그렇다면 서둘러 타임젯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손바닥만 한 크기로 멀어지고 있는 타임젯의 기체가 붉은 빛을 내더니, 이내 폭발해버렸다.
-콰아아앙!
‘이런!’
조금만 늦었다면 기체 속에서 같이 폭발을 맞을 뻔했다.
그렇다면 자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나노 비행 모드!’
[비행 모드로 전환합니다.]나노 슈트의 발과 손바닥 부분에서 자기장 입자가 뿜어져 나왔다.
천여운의 몸은 빠르게 밑으로 떨어졌다.
최대한 자기장 입자를 이용해 속도를 줄여나가서, 열기로 붉게 물들었던 나노 슈트의 겉 부분이 원래의 색깔을 되찾아갔다.
-슈우우우우욱!
얼마나 밑으로 떨어졌을까?
서서히 천여운의 두 눈에 지상이 보였다.
그런데 녹음으로 가득하던 중원의 대지가 아니었다.
[고도 15km] [고도 14.5km] [고도 13km]점점 내려오면서 보이는 것은 굉장히 뭔가 거대한 건물들이었다.
‘이게….대체 뭐야?’
풀숲이나 산이라고는 주변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회색 빛깔 세상이라 할 수 있었다.
기와집이 아닌 사각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위에서 보였는데, 천여운의 몸은 지상에 완전히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윽고,
[고도 300m]그 지점으로 들어서자, 천여운의 몸은 거대한 건물을 가로질러 내려가고 있었다.
건물의 내부가 보이는 투명한 벽들에 천여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지만 그 투명한 벽들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고도 100m 곧 착지합니다.]-쿵! 철컹!
천여운의 몸이 진한 회색 빛깔의 땅에 안착했다.
안정된 착지를 위해 굽혔던 한쪽 무릎을 펴면서 일어났다.
-차차차착!
나노 슈트의 헬멧이 해제되면서 천여운의 두 눈에 높은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새로운 세상이 들어왔다.
이곳은 그가 알고 있던 원래의 세상이 아니었다.
-웅성웅성!
“사, 사람이 위에서 떨어졌어!”
“빌딩 위쪽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방금! 슈퍼 히어로 랜딩 맞지? 영화 강철남이라도 찍고 있는 거야?”
처음 보는 복장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주변에 몰려들어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자신을 경계하는 듯 했다.
‘여긴 대체 어디지?’
혼란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나노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