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5)
# 12장 천마 조사의 심득(4) #
육 조의 조장인 백팔 번 생도 하일명.
그는 본디 중소 종파의 무가에서 태어난 생도였지만, 뛰어난 오성과 깊은 잠재력으로 종파의 무공들을 빠르게 흡수하여 다른 생도들보다도 탁월한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일류고수로 성장한 하일명의 자신감은 소교주 후보자들마저도 꺾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실제로 소교주 후보들 가운데 방심했던 천무금에게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하지만 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유찬에게 압도적인 격차로 패하게 되자 그의 자존심은 금이 가게 된다.
‘나의 실력이 부족했다.’
스스로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
자부심이 강하고 담대한 그였지만 절대로 오만하다거나 어리석진 않았다.
천여운에 대한 분노는 전부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런 놈 따위보다 목표를 더 크게 가지자.’
그렇게 결심한 하일명은 그날 저녁부터 특훈을 시작했다.
모든 생도들도 그렇겠지만 하일명 역시도 사흘 간의 휴식 기간을 훈련으로 꽉 채울 작정이었다.
새벽 같이 일어난 하일명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개인 연공실로 왔다.
가장 기가 충만한 새벽부터 오전 시간은 운기조식을 통해 내공을 단련하고, 오후부터는 천유찬과의 짧았던 대결을 심상을 통해 복기하며 초식을 보완해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집중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쾅!
갑자기 천장에서 굉음이 터졌다.
-퍽!
“끄악!”
심상을 통해 복기에 집중하던 하일명의 머리로 돌벼락이 떨어졌다.
머리에 커다란 돌을 맞은 하일명은 그대로 대(大) 자로 뻗고 말았다.
머리를 맞은 충격에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와중에도 하일명의 실눈으로 뻥 뚫린 천장 구멍으로 얼굴을 들이 내미는 천여운의 얼굴이 보였다.
‘저….저….망할 새끼……끄르르르.’
깨끗하게 지웠던 분노는 기절하는 순간 불꽃처럼 다시 타올랐다.
얼마 있지 않아 개인 연공실을 담당하는 무공 교두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단 하나뿐인 종합 열쇠를 들고 와서 연공실의 문을 열고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하일명을 의무실로 데려갔다.
후에 무공 교두가 와서 사고를 친 천여운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퍼부었다.
“아무리 개인 연공실이라고는 하나, 모든 생도들이 훈련을 하는 곳에 구멍을 뚫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만약에 운기조식이라도 하고 있었어봐. 네 녀석은 그냥 한 놈을 골로 보내는 거야.”
그 점은 다행스러웠다.
하일명이 만약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면 강한 충격에 주화입마를 입었을 지도 몰랐다.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고 뇌진탕으로 끝났다.
“백팔 번 생도가 살아있는 걸 감사해라. 안 그랬으면 마도관에서 방출되었을 거다. 이번 일은 네 녀석의 평가에 반영할 테니 그렇게 알도록. 쯧.”
“……죄송합니다.”
하일명이 죽지 않은 덕분에 방출은 면할 수 있었다.
암략(暗略)을 비공식적으로 권하는 마도관이라고는 하나, 개인 연공실 만큼은 절대로 상대에게 방해를 주거나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존재했다.
천여운에게 고의성이 없다는 것이 정상참작 되었길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그리고 또 개인 연공실을 부순다면 네 녀석이 다시는 이곳 개인 연공실을 사용할 일은 없어질 테니 반드시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천여운은 일 층과 이 층의 개인 연공실 사용이 금지되었다.
완전히 사용금지를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여겨야 했다.
지하 연공실은 지상 층에 비해서 공기가 탁하고 답답한 감이 있었기에 모든 생도들이 꺼려하는 편이었지만 선택권은 없었다.
‘흐음.’
군말 없이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천여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공실 담당 교두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단세석(段世石)으로 만든 돌을 주먹으로 뚫다니….저 녀석의 내공이 절정을 넘어섰단 말인가?’
개인 연공실의 벽은 외부와의 차단과 연공을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단세석으로 만들어졌다.
적어도 일 갑자를 훨씬 상회하는 공력을 가하지 않는다면 부서지지 않는 단세석 벽에 구멍이 뚫렸으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지하에 있는 개인 연공실로 오게 된 천여운의 표정 역시도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노, 대체 내 힘이 왜 이렇게 세진 거야?’
천여운 역시도 그 두꺼운 연공실 벽을 뚫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절세초식을 사용하기 위해서 육신을 변환했을 뿐이었는데, 힘이 거의 초인적인 경지에 달했다.
[주인님의 근육섬유질과 근맥이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뭐?’
[경도가 높은 청옥석에 물리적인 힘으로 흔적을 남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근육섬유질과 근맥으로 변환하면서 주인님의 육신의 한계점까지 변환했습니다.]‘너 설마? 아아아….’
천여운은 그제야 일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있었다.
나노는 이번 육신 전이를 위해서 단검비술이나 접무도법처럼 동작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그렇게 분석할 수 있는 거지?’
나노는 이번 육신 전이를 위해서 청옥석 비석의 석면에 남겨져 있던 검흔들을 분석해서 초식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만들었다.
문제는 그것이 절세초식을 사용할 때의 체내 운기 경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물리적인 힘으로 청옥석에 흔적을 가할 수 있는 기준이었던 것이었다.
‘허참.’
이번만큼은 천여운 역시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힘이 내 몸의 한계점이란 말이야?’
[주인님의 신장 성장의 예측 데이터를 기준으로 신장이 자라는데 방해받지 않을 수준으로 미세 조정한 결과입니다.]본래 어설프게 근육을 키우게 되면 자라나는 성장에 방해가 된다.
그렇기에 나노 머신인 나노는 미래의 의학과 신체 성장 데이터를 기준으로 천여운의 신장이 성장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근육섬유질과 근맥을 한계점까지 미세하게 변환시켰던 것이었다.
‘내가 더 성장하면 이보다 강하게 조정할 수 있는 거야?’
[근골이 완전히 성장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물리적인 힘을 위한 근육섬유질과 근맥 변환의 한계점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신기하네.’
나노의 능력 활용법에 많이 익숙해졌지만, 이런 부분까지 알 때마다 놀라웠다.
‘풋, 네 말대로 되려면 열심히 자라야 겠네.’
청년기로 신장이 성장하는 것만큼은 나노 머신의 능력으로도 성장판을 자극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었기에 시간만이 답이었다.
자신의 늘어난 초인적인 힘에 대한 의문이 풀린 천여운은 드디어 육신 전이마저 마친 절세초식들을 시험하기 위해 기수식을 취했다.
‘긴장되는 구나.’
머릿속에 심어진 데이터로는 수십 년을 이 초식을 연마했다.
천여운이 가장 먼저 천마조사의 심득이라 할 수 있는 절세초식의 일 초식을 펼쳤다.
두 손가락을 모아서 만든 검결지(劍結指)가 개인 연공실의 허공을 갈랐다.
-촤촤촤촤촥!
천여운의 몸이 입체영상에처럼 찰나의 순간에 스물네 개의 식을 펼치며 초식을 구현해냈다.
접무도법을 펼쳤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쾌속하면서 화려한 움직임이 그의 몸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일 초식을 마친 천여운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어…..어째서지?’
초식을 완전히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의 얼굴은 실패한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납득이 되지 않는지 천여운이 다시 한 번 일 초식을 펼쳐보았다.
-촤촤촤촤촥!
‘아니야. 이게 아닌데.’
천여운은 앞에서와 동일하게 초식을 펼쳤는데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마치 초식을 완성시키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천여운이 이번에는 이 층에 남겨져 있던 절세초식의 이 초식을 펼쳐보았다.
-촤촤촤촤촤촥!
일 초식보다도 더욱 복잡한 형태의 화려한 초식이 그의 손에서 발현되었다.
스물네 개의 식이 끝났을 때, 천여운의 표정은 방금 전보다도 더욱 어둡게 변했다.
“어째서지?”
이제는 화가 나기마저 했다.
고민에 빠진 듯이 심각해하던 천여운이 이번에는 절세초식을 파훼하는 검 초식을 펼쳐보았다.
천여운의 검결지가 빠르게 식의 궤적을 그리며 입체영상으로 보았던 마흔다섯 번째 검 초식을 구현해냈다.
-촤촤촤촤촤촥!
검결지로 펼치는 마지막 일 식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천여운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것은 방금 전에 절세초식을 펼칠 때와는 다르게 기쁨이 실려 있었다.
‘된다. 완벽하게 해냈어.’
이어서 이 층의 청옥석 비석에 새겨져 있던 두 번째 초식도 연달아서 펼쳐보았다.
천여운의 검결지가 경쾌하게 허공을 가르며 절묘한 검 초식을 완성시켰다.
‘이것도 성공했다.’
두 초식을 연달아서 성공하자 기뻤다.
어쩌면 자신이 실수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천여운이 다시 한 번 절세초식들에 도전해 보았다. 그러나 두 초식을 연달아서 펼치고 난 후에 그는 절망에 빠졌다.
“왜 안 되는 거야?”
천여운이 펼쳤던 두 초식의 절세초식은 입체영상으로 보았던 것과는 달랐다.
찰나의 순간에 전율적인 느낌을 주었던 그 검 초식이 아니었다.
‘나노, 청옥석에서 추출했던 입체영상과 방금 전에 내가 펼쳤던 동작을 입체영상으로 구현해서 비교해봐.’
[사용자의 시각 정보에 증강현실(增强現實) 개안(開眼) 가동합니다.]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며 천여운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리며 흰 빛의 입자들이 선을 그리며 증강현실이 개안되었다.
[데이터에 저장된 입체영상과 사용자의 동작을 동시에 구현하겠습니다.]나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야의 증강현실에서 흰빛의 입자로 이루어진 사람의 형태와 그 옆에는 천여운를 완전히 복제한 아바타가 생성되었다.
흰빛의 입체영상과 아바타가 동시에 같은 절세검초식의 일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촤촤촤촤촥!
동시에 이뤄지는 초식들은 찰나의 순간에 허공을 가로지르며 화려하면서도 전율적인 검초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비교 동작으로 보게 되니, 다른 점이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입체영상이 펼치는 초식은 식들이 이어지는 동작이 부드러우면서 유연하게 연결되는 반면에 천여운은 단순히 동작이 연결되기만 할 뿐 부자연스러웠다.
심지어 초식이 끝나는 순간마저도 한 박자 더 늦게 이루어졌다.
‘역시 초식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 어째서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노의 전이를 통해서 뇌 속으로 수많은 반복 시뮬레이션과 육체 전이를 통해 초식을 구현할 수 있는 근육, 근맥으로 변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초식이 완전하지 못했다.
-털썩!
천여운은 그 자리에 앉아서 고민에 빠져들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해야만 절세초식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얼마나 고민에 빠져있었는지, 천여운은 반 시진 가까이 식은땀마저 흘려가며 몰두해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냥 초식이라서 그런가? 아무리 운기 경로가 없다고 해도 초식을 펼치는 것 자체에…..아!’
그렇게 몰두하던 찰나에 뭔가를 떠올렸다.
‘운기 경로인가?’
천여운은 어째서 초식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지 그 문제점을 찾아냈다.
그것은 운기 경로에 있었다.
보통 일반적인 초식들은 식의 동작이 이어지면서 초식의 형태를 갖추는데, 완전한 위력을 내기 위해서는 운기 경로를 통해 내공을 움직여야만 한다.
그런데 단순히 초식 동작을 반복 훈련할 때에는 굳이 운기 경로로 내공을 순환시키지 않더라도 동작을 펼치는데 무리가 없었는데, 이 절세초식은 초식을 완전히 펼치기 위해서 운기 경로가 필수적이었던 것이었다.
‘접무도법의 마지막 절기와 같구나.’
생각해보니 절무도법의 마지막 비기인 여덟 개의 식으로 펼쳐지는 절초도 운기경로로 내공을 순환시키지 않으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었다.
천마조사가 남긴 심득인 이 절세초식들은 운기 경로는 필수적이었다.
‘아아…..그럼 알맹이가 빠진 셈이잖아.’
원인을 알게 되자 허탈함이 찾아왔다.
‘파훼 초식을 얻은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건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뒤에 새겨진 검 초식은 특별한 운기경로가 없더라도 육신을 변환한 것만으로도 펼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많이 아쉬웠는지 천여운은 머리를 쥐어 싸면서 기분이 침체되고 말았다.
‘대체 검 초식을 남겨놓고 운기 경로는 생략하는 건 무슨 짓이란 말인가.’
괜히 심득을 남겨놓은 천마 조사에게 화가 나려고 했다.
마치 아이에게 사탕을 줬다가 도로 빼앗는 느낌이었다.
한참을 침체되어서 가만히 앉아만 있던 천여운이 문득 청옥석 비석의 앞면에 새겨져 있던 시조들을 떠올렸다.
‘혹시 그 시조에 뭔가를 숨겨놓은 것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용할 수 없는 검 초식만을 남겨놓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나노, 혹시 일 층 청옥석 비석의 앞면을 입체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어?’
[사용자의 시각 정보를 통해 저장해놓은 영상을 검색해보겠습니다.]평소에 명령이 없으면 스캔을 하지 않지만 천여운이 그동안 보고 들었던 것을 프로그램의 데이터로 저장해놓는 나노였다.
잠시 후 나노가 데이터 속에서 청옥석 비석의 앞면을 검색해냈다.
[프로그램 데이터로 저장해놓은 영상을 찾았습니다. 비석의 앞면만 영상에서 추출하여 입체영상으로 구현하겠습니다.]나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여운의 동공이 흔들리며 증강현실이 개안되었다.
-솨아아아!
그렇게 개안된 증강현실에서 흰 빛의 입자들이 모여들며 청옥석 비석의 앞면을 입체영상으로 그대로 구현해냈다.
[大風起兮雲飛揚 큰바람이 일고 구름은 높이 날아가네.威加海內兮歸故鄕 위풍을 대륙에 떨치며 고향에 돌아왔네.
安得猛士兮守四方 내 어찌 용맹한 인재를 얻어 사방을 지키지 않겠는가.]
청옥석의 벽면에 오직 손가락의 내공만을 사용하여 시원한 필체로 새겨놓은 시조였다.
처음 보는 시조에 천여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봐도 그냥 시조 같은데 대체 무엇이 숨겨진 것일까?’
[프로그램 데이터에 내장된 고시조를 검색한 결과 한나라의 건국시입니다.]‘건국시?’
[한나라 고조 유방이 호적수였던 초패왕 항우를 물리치고 돌아오는 길에 지은 시입니다.]‘……아무튼 천마 조사께서 지으신 시는 아니네?’
[그렇습니다.]학문을 갈고 닦은 천여운이지만 중원 대륙에 있는 시조들을 전부 알 리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나노의 정보 검색 능력만큼은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단 번에 시조의 기원을 알게 되었지만 문제는 여기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나노, 혹시 시조에서 달라진 문자라던가 그런 게 있어?’
[없습니다.]빠르게 없다고 답변하는 나노의 말에 천여운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다면 대체 여기에 무엇이 숨겨져 있다는 말인가?
‘나노, 석면을 분석해서 무언가라도 조그마한 단서가 있는지 찾아봐.’
[알겠습니다. 석면 전체를 스캔해서 분석해보겠습니다.]입체영상의 석면에 흰 빛이 일(一)자로 선을 만들어 내려가면서 스캔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내려가면서 석면의 맨 밑까지 내려오자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시조의 한 문자마다 밑에 작은 구멍들이 파여 있습니다.]그와 함께 시조가 있는 부분이 크게 확대가 되었다.
나노의 말대로 시조가 적혀 있는 글자의 한 문자마다 그 밑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점들이 파여 있었는데, 모든 문자마다 점의 숫자가 달렸다.
예를 들어 대(大)의 밑에는 네 개의 점이 홈으로 파여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지?’
전부 동일하게 홈이 파여 있지 않는 걸 보면 분명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또 다시 천여운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작게 구멍이 파져있다라….구멍이….아! 구멍이면 혈(穴)을 의미하는 건가?’
음독대로 한다면 구멍은 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뭔가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구멍이 네 개면……네 개의 혈? 아니다. 네 개의 혈도 아니면 대체 무슨 의미일까? 혈도 서적이라고 떠올려야 하나.’
처음 나노를 통해서 스캔해서 전이했던 혈도 책이 떠올랐다.
그것을 통해서 천여운은 혈도를 알게 되었었다.
천여운이 집중해서 혈도 서적을 떠올리자 머릿속에 전이되었던 책 내용이 떠올랐다.
‘네 개 구멍이면 네 번째 혈도를 말하는 건가?’
혈도 서적에는 순차적으로 번호를 달아서 혈도의 주석을 설명해놓았다.
네 번째로 설명해놓은 혈은 구미혈이었다.
‘이상하다. 운기경로의 기본이 되려면 적어도 기해혈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럼 점이 일곱 개가 파여 있어야….아!!!’
천여운의 눈이 큼지막하게 커졌다.
드디어 구멍이 의미하는 비밀을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가장 앞의 대(大)의 획은 총 삼 획이다. 그렇다면 네 개의 점과 더하면 일곱 번째 기해혈을 의미하게 된다.’
그 비밀은 바로 한자의 획이었던 것이다.
획과 점을 더해야만 혈도의 정확한 위치가 나왔다.
천여운은 떨리는 마음으로 모든 문자마다 새겨져 있는 획과 점을 더해서, 머릿속에 있는 혈도 책에 대입해 보았다.
그러자 기해혈부터 시작해 오른팔의 우횡문을 통과하는 총 스물세 개에 달하는 운기 경로가 완성되었다.
“하하하하하핫! 이거 였구나! 이거였어!!!”
드디어 시조에 숨겨져 있던 운기 경로를 알아내게 된 천여운이 기쁨에 환호성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