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41)
# 14장 무공 교두를 이겨라(2) #
좌호법 이화명이 앞으로 나서는 무공 교두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생도들에게 쓸데없는 정을 가지지 말라고 하였는데, 아무래도 스물하루 동안 가르치며 정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후우…..’
이미 앞으로 나섰는데, 들어가라고 한다면 이들의 체면이 우습게 된다.
따로 집무실에 있을 때면 몰라도 생도들 앞에서 면박을 준다면 남은 마도관의 기간 동안 기강이 흐트러질 것이다.
그런데 일곱 명 중에 의외의 인물도 나섰다.
‘호?’
앞으로 나섰던 무공 교두들 역시도 그 자를 바라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무공 교두들 중에 세 명이 알아서 퇴진하였다.
오십대 후반에 희고 검은 수염이 듬성듬성 나있는 이 무공 교두는 모든 교두들을 통틀어 가장 나이가 많은 자였다.
‘호 교두.’
호진창.
무공 교두들의 최고선임으로 가장 경험이 많은 자였다.
호진창은 무공 또한 초절정의 초입에 이르러 단주 급의 실력자이다.
오랫동안 마도관의 무공 교두로 있었고, 예전에는 현역으로도 전쟁에서 이름을 날렸었기에 현 마도관주인 좌호법 이화명도 선배로서 존중했다.
‘아…..저 분이 나선다면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겠구나.’
팔 조를 담당했던 무공 교두 임평도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뒤로 물러났다.
사실 임평은 천여운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하지만 조장을 잃은 위기에 처한 팔 조를 통솔하여 이 단계 시험을 통과해 자신의 위신을 세워준 것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그 외의 도전자들을 상대하여 당장에 조장의 칭호를 얻지 못하게 해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굳이 최고선임인 호진창이 나섰다면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남은 건 네가 알아서 잘 해쳐 나가야 할 거다. 칠 번 생도. 저들 중에 누가 널 상대하든 봐주려고 하는 자들은 없을 터이니.’
직접적으로 자신이 담당했던 생도를 상대하여 조장의 칭호를 줄 만큼 사리분별을 못하는 무공 교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모두가 임평과 비슷한 마음으로 나선 것이었다.
자동적으로 상대할 숫자가 맞춰지자 이화명이 말했다.
“후후후, 이제 구색이 갖춰졌군. 먼저 일 조의 조장이었던 일 번 생도부터 해보도록 할까. 누가 상대할 텐가?”
“제…”
“제가 하겠습니다. 관주!”
호진창이 말을 하려던 찰나에 십이 조를 맡았던 무공 교두인 여순이 다급히 손을 들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 자가 감히?’
선수를 빼앗긴 것에 호진창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현재 소교주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현마종의 천무연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천무연이 얼마나 무의 재능을 지녔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나선 것이었는데, 그것이 어이없게 무산되어 버리고 말았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선배님이 나섰다면 적당히 하지 않으셨겠죠.’
십이 조를 담당한 무공 교두인 여순 또한 차기 소교주로 천무연이 어울린다고 생각했기에 그가 여기서 망신을 당하길 원하지 않았다.
최고선임 교두 호진창은 관심이나 호감과는 별개로 상대를 상대함에 있어서 절대로 적당히 라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호진창이 손을 들고 단상 위의 좌호법 이화명을 향해 외쳤다.
“관주! 그렇다면 저는 십팔 번 생도를 맡겠나이다!”
그 모습에 속으로는 웃음이 나왔지만 이를 억지로 참아가며 좌호법 이화명이 위엄있는 목소리로 승인했다.
“그러도록 하시오.”
십이 조의 담당 교두 여순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천무연을 위기에서 구해주려다 보니 도리어 자신이 담당했던 십팔 번 생도 백기가 위기에 처해버렸다.
호진창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였다.
덕분에 천여운을 상대할 무공 교두는 자동적으로 일조를 담당했던 상문여가 되었다.
원래부터 천여운을 상대하려고 했던 상문여만이 뜻대로 되어서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두 사람은 먼저 시작하도록 하라.”
가장 먼저 겨루게 될 현마종의 후보자 천무연과 무공 교두 여순이 서로를 마주보고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기수식을 취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천여운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리며 흰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먼저 나선 것은 당연히 생도의 신분인 천무연이었다.
-팍!
천무연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며 부드러운 장법을 펼쳤다.
현마종은 현마패검(玄魔敗劍)이라는 패도적인 검법과 유현운장(柔玄雲掌)이라는 장법으로 유명했는데, 검법 또한 뛰어났지만 장법만큼은 마교 내의 무공 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힐 만큼 대단했다.
‘유현운장.’
구름처럼 물 흐르듯이 펼쳐지는 장법에 여순이 흥겹다는 듯이 외쳤다.
“좋아!”
마교에 있는 무인이더라도 여섯 종파의 전인들과 겨뤄볼 기회는 흔치 않았다.
아쉬운 점은 독문무공으로 겨뤄보고 싶었으나, 시험을 위해서 칠마검으로 겨뤄야 한다는 점이었다.
-파파파팍!
여순이 칠마검의 검초 중에 방어 초식인 검오(劍五)를 사용하여 천무연의 장법을 막아냈다.
평범한 검식들로 이루어진 방어 초식이었는데, 상당히 견고하고 틈이 없었다.
여순이 펼치는 검초의 검식들을 바라보는 천여운의 눈빛이 묘해졌다.
‘뭐지?’
굉장히 익숙한 검식들이었다.
하지만 불과 한 초식만으로 판단할 수가 없었다.
첫 초식을 수월하게 막아낸 것에 흔들리지 않고 천무연이 제 이 초식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이 수많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여순의 상반신에 있는 요혈들을 향해 여러 각도로 쇄도해왔다.
‘대단하구나.’
생도의 실력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초의가 잘 살아있는 장법에 여순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장법에 실려있던 공력만 보더라도 완숙한 절정의 경지였다.
오히려 생도라고 방심했다가는 몇 초식도 버티지 못하고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생도라는 생각은 버리자.’
무위만 보았을 때는 이미 대주 급에 이른 천무연이었다.
여순이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손바닥의 그림자들을 향해 동시에 검이(劍二)와 검삼(劍三)을 펼쳤다.
-촤촤촤촥!
놀랍게도 평범한 검초 두 개가 맞물리면서 굉장한 변화를 일으키며 촘촘한 검식이 일어나, 수많은 그림자를 만들어낸 장법을 막아냈다.
‘이게 일류 무공이라고?’
천무연 또한 놀란 눈치였다.
상승절기인 유현운장의 장초를 이런 식으로 막아낼 줄은 몰랐다.
검마가 만든 칠마검은 평범한 일류 검법이었지만 그 검식들과 초식은 다루는 자의 실력에 따라서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럴 수가….’
천여운은 여순이 펼치는 초식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구성하는 초식은 달랐지만, 초식을 이루는 검식들은 청옥석 비석에 남겨져 있던 검식들과 완전히 동일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청옥석 비석의 검식들은 스물네 개라면 칠마검의 검식들은 그보다도 적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검식들은 여덟 개 정도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여순이 펼치는 초식들을 살펴보면 칠마검은 총 열두 개의 검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청옥석 비석의 검흔들과 동일한 검식이라니…..그렇다면.’
그 수많은 검흔을 남긴 자는 검마라는 말인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 검마와 관련이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파파파팍!
천무연과 여순이 십 초식 정도를 겨뤘을 때 이미 여순은 칠마검의 모든 일곱 초식을 사용했고, 모든 검식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견고한 여순의 초식에 점점 천무연의 눈빛이 냉정해져갔다.
동일한 절정의 경지였지만, 상대적으로 실전 경험이 월등하고 내공이 우위인 여순은 일류 무공인 칠마검으로도 여러 변화를 일으켜 잘 막아냈다.
‘교두는 교두란 말인가. 별 수 없구나.’
여기서 승부수를 내지 못한다면 대결이 길어지고 더욱 불리해질 것이다.
천무연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자세를 취했다.
앞으로 나와 있던 오른손이 뒤로 가있고, 왼손바닥이 앞으로 향해졌다.
“후우!”
천무연의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그가 절초를 펼칠 거라는 것을 확신한 여순이 최대한 공력을 끌어올리며 막을 태세를 갖췄다.
그 순간 천무연의 신형이 쾌속해지며 그의 장법이 지금까지와 완전히 방향이 바뀌어서 펼쳐졌다.
-타타타탁!
‘헛?’
오른손으로 펼치던 장법에 익숙해져 있던 여순이 이를 막아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왼손으로 펼쳐지는 장법은 같은 초식인데도 쇄도해오는 각도가 반대로 바뀌어서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파파파팍!
겨우겨우 막아내던 찰나에 여순의 왼쪽 어깨로 예상하지 못한 검결지가 찔러 들어왔다.
“아닛?”
여순의 눈이 커졌다.
왼손으로 장법을 펼치는 도중에 오른손으로 검초를 펼쳤으니 놀랄 만 했다.
-팍!
“크흑!”
여순의 어깨를 날카로운 예기가 관통하며 그의 몸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검기가 그의 어깨를 찌른 것이었다.
천무연의 오른손 검결지에는 선명한 빛으로 된 검의 형태를 갖춘 검기가 발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대연무장에 서있는 일 조의 생도들을 비롯해 수많은 생도들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교관을 꺾고 첫 번째로 조장의 자격을 갖춘 생도가 탄생한 것이었다.
그도 모자라 절정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하다는 검기마저 보였으니 생도들이 탄성과 함성을 지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무공 교두를 이기다니 대단해!’
‘역시 현마종의 공자님이야 말로 소교주에 가까운 분이 틀림없어!’
‘벌써 절정의 경지라니? 이미 생도들과는 차원이 다르잖아!’
모든 생도들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의 실력을 증명해보였으니 이점을 챙긴 셈이었다.
이로 인해 많은 생도들이 그를 향한 경외감과 지지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군.’
단상 위에서 대결을 지켜본 좌호법 이화명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검좌장(右劍左掌). 좌검우장(左劍右掌)……일 장로의 비기를 익혀 내다니, 그야말로 천재로구나.’
여섯 종파 중에서도 수좌를 차지하고 있는 현마종.
현마종의 수장인 일 장로 무진원은 두 절기를 양손으로 동시에 펼치고, 좌우를 바꾸는 비기로 교내에서 무공 서열 이 위를 차지한 절대적인 고수였다.
원래 현마종의 무공이라기보다는 그가 사라진 전진파(全眞派)의 비기인 쌍수호박에서 착안하여 만든 것으로 대결하는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어려운 기술이었다.
현마종 내에서도 수장인 무진원 이외에는 누구도 익히지 못한 것을 익혀냈으니 대단한 무재라고 할 수 있었다.
“훌륭하네.”
무공 교두 여순이 피가 흘러내리는 우측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소교주로서의 재능을 확인했기에 만족한 여순은 자신이 차고 있던 노란색 명찰을 떼어서 천무연에게 넘겼다.
“지금부터 자네는 삼 단계 시험에서 조장의 자격을 가지게 되었네.”
노란 명찰을 넘겨받은 천무연이 그에게 포권을 취했다.
“와아아아아아!”
이 모습에 모든 생도들이 다시 한 번 함성을 질렀다.
두 사람의 대결이 끝나면서 대연무장의 분위기가 뜨겁게 고조되었다.
모두가 천무연의 대단한 무위를 칭찬하고 경외하고 있을 때, 천여운의 시선은 그가 가슴에 차고 있는 노란 명찰로 가있었다.
‘명찰을 빼앗는 다라…..’
그것이 단순하게 생각되지가 않았다.
‘한 사람이 하나의 명찰만 얻을 수 있는 건가?’
명찰을 빼앗으면 조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생각해보면 명찰을 빼앗는다는 표현을 쓴 게 이상했다.
그렇게 천여운이 명찰에 대해서 의문스러워하고 있을 때, 좌호법 이화명이 단상에서 일어나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훌륭하다. 일 번 생도는 이 단계 시험에 이어서 조장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그럼 두 번째 대결을 보도록 하겠다. 두 사람은 단상 앞으로 나오도록.”
‘아! 내 차례구나.’
그의 말이 끝나자, 천여운과 일 조를 담당했던 무공 교두 상문여가 단상의 앞쪽으로 걸어 나와 거리를 벌리고 서로를 마주보았다.
노란색 명찰에 대한 의문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여기서 어떻게 하느냐가 향후를 판가름 한다.’
모든 생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다.
조원을 모으는 것을 넘어서서 소교주 쟁탈전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생도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했다.
긴장된 마음도 있었지만 천여운은 일부러 내색하지 않고 전의를 다졌다.
‘호오.’
무공 교두인 자신과 대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하는 내색 없이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는 천여운의 눈빛에 상문여는 제법이라고 생각했다.
‘일 단계조차 못 버티고 낙오될 거라 여겼건만.’
천여운은 지금까지 모든 무공 교두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아무런 연고조차 없고 마도관 입관 때만 하더라도 무공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천여운의 성장은 모두를 놀랍게 만들었다.
‘하나….네 녀석의 그 놀라운 행보도 여기까지다.’
상문여는 여섯 종파에 속하지 않은 천여운을 소교주 후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인정하는 후보는 현마종의 천무연과 도마종의 천유찬이 다였다.
이 자리 까지 올라온 것은 가상스러웠지만, 이제 그를 쓰러뜨리고 소교주의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자라는 것을 모두의 앞에서 증명해보일 것이다.
‘짓밟아 주마. 애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