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42)
# 14장 무공 교두를 이겨라(3) #
모든 생도들이 단상 앞에 서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앞에 있었던 대결과 다르게 생도들의 눈빛에는 큰 기대감은 없었다.
그것은 두 사람의 극명한 실력 차이를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세 초식이라도 버티면 다행일 것 같은데.’
‘일류와 절정의 차이야…..더 금방 끝날 수도 있어.’
‘실력이 늘었다고 무공 교두한테 덤비는 건….아직은 무리수인 것 같은데.’
이 단계 조별 시험에서 천여운이 보여주었던 무위를 기억하는 생도들이었다.
무공을 전혀 못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일류 수준의 무공과 고절한 도법마저 선보였다.
당시에 놀라기는 했지만 이번 상대는 생도가 아닌 무공 교두였다.
“그럼 대결을 시작하도록!”
좌호법 이화명의 목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무공 교두 상문여는 절정의 고수였다.
앞서 현마종의 후보자인 천무연을 상대한 무공 교두 여순처럼 칠마검의 초식만을 쓰겠지만 그 실력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천여운이 손바닥을 펴고서 접무도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상문여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접무도법인가?’
이 단계 시험이 끝나고, 마도관주인 좌호법 이화명을 통해서 천여운이 우호법 섭맹의 무공을 전수받았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무공 교두들이었다.
어째서 우호법 섭맹이 천여운에게 접무도법을 가르쳤는지가 의문스러웠지만, 평소에도 마음이 가는대로 멋대로 행동하는 섭맹을 떠올린다면 굳이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었다.
‘훗, 운이 좋아서 우호법의 도법을 익혔지만 아직 멀었어.’
이 단계 시험에서 보여줬던 실력으로 짐작한다면 천여운의 무공은 일류 수준에 이르렀다.
짧은 기간 안에 그 정도로 향상된 것이 놀랍기는 했지만 자신은 절정의 고수였다.
무위, 경험, 내공부터 시작해 모든 것에 앞선다.
상승 무공인 접무도법이라고는 해도 천여운을 짓밟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무공 교두로서 체면이 있기에 먼저 손을 쓸 순 없는 노릇이었다.
“덤벼라. 선공을 양보하마.”
천여운을 향해 손짓을 하며 먼저 공격하라는 표시를 했다.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기에 천여운이 땅을 박차며 선공을 취하기 위해 신형을 날렸다.
‘상대는 절정의 고수다. 전력을 다하자!’
절정의 초입에 이르렀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절정의 고수에 비한다면 내공이 모자라다.
천여운은 십성으로 내공을 끌어올렸다.
“하압!”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상문여를 향해 접무도법 중에서 가장 패도적인 기세를 가진 접무도법의 오 초식인 접무패도(蝶舞敗刀)를 펼쳤다.
‘응?’
예상했던 것보다도 초식에 실린 기세가 훨씬 패도적이었다.
‘며칠 전과는 기세가 다르다.’
일류 무공 실력을 지닌 천여운을 상대로 십성 내공을 사용하는 것은 수치라고 생각했기에 오성 정도로만 끌어올리려 했던 상문여가 패도적인 기세에 흠칫 놀라며 서둘러 공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칠성이면 충분하겠지.’
상문여가 칠성의 공력을 실어 칠마검의 방어 초식인 검오를 펼쳤다.
-팍!
상문여의 검결지와 천여운의 손날이 맞닿았다.
그 순간 상문여의 두 눈이 커졌다.
‘이, 이게 무슨?’
반 갑자 수준의 공력일 거라는 짐작과 다르게 공력이 훨씬 높았다.
더욱 그를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천여운의 도초에 실린 물리적인 힘이 너무 강했다.
“헛헛!”
-타타타타탁!
초식을 전부 펼칠 틈도 없이 손날을 막은 상태로 상문여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버렸다.
생도를 상대로 다섯 발자국 이상이나 밀려나 버린 것에 망신살이 뻗쳤는지 상문여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방심한 나머지 마치 자신이 밀리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대결을 지켜보고 있는 생도들 또한 많이 놀란 눈빛이었다.
현마종의 천무연을 상대하던 무공 교두조차도 밀리기는커녕 일류 무공으로 상승 무공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전혀 다른 상황이 발생했으니 말이다.
-웅성웅성!
‘크윽, 빌어먹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가볍게 천여운을 짓밟아서 소교주 후보로서 모자라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던 상문여였다.
생도들의 분위기가 술렁거리자 이를 의식했는지, 상문여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스스로 내공을 제한했던 것을 풀고, 전력을 다해서 압도적으로 천여운을 제압해야만 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흐아아아압!”
-팡!
상문여가 오른팔로 십성 내공을 끌어올리자, 그를 붙들고 있던 천여운의 손날이 튕겨나갔다.
이에 상문여의 눈에 회심의 빛이 감돌았다.
‘아직 완전한 절정의 공력은 아니구나.’
믿기 힘들만큼 엄청난 완력에 놀라기는 했지만 공력은 자신이 한 수 위였다.
상대가 내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린 것을 알아챈 천여운이 신중하게 보법을 펼치며 뒤로 거리를 벌렸다.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것을 놓치지 않고 상문여 역시도 보법을 펼치며 천여운에게로 파고들어, 상체의 요혈들을 향해 칠마검의 검사(劍四)와 검육(劍六)의 검초를 동시에 펼쳤다.
“받아랏!”
-촤촤촤촤촥!
무공 교두 여순이 보여줬던 것처럼 두 검초가 동시에 펼치자, 검식이 늘어나며 그 변화의 폭이 훨씬 커졌다.
“오오오!”
생도들도 상문여의 손에서 펼쳐지는 초식의 변화에 탄성을 내뱉었다.
웬만한 상승 절기를 펼치지 않고는 절대로 막을 수 없을 만큼 검식의 변화가 뛰어났다. 빠르게 쇄도해오는 검초에 천여운의 눈빛이 반짝였다.
‘아! 보인다!’
나노를 통해서 증강현실을 개안해서 튜토리얼 모드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상문여가 펼치는 검초의 허점들이 보였다.
‘검초가 불완전해.’
이것은 오직 천여운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청옥석의 남겨진 검흔을 통해 수십 차례 동안 절세초식을 깨기 위해 검식에 수많은 변화를 가미하고 완성해가는 파훼 검초를 입체영상으로 지켜 봐왔고, 심지어 그 완성된 초식을 익히기마저 했다.
‘청옥석의 파훼 초식에 비하면 장난에 불과하다.’
그것은 고작 십이 식으로 펼쳐지는 칠마검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청옥석에 있던 절세초식과 파훼초식을 펼친다면 쉽게 깰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것을 선보일 자리는 아닌 듯 했다.
‘내 눈이 잘못 되지 않았다면….’
검초에서 허점을 발견해낸 천여운은 대담하게도 쇄도해오는 칠마검의 두 검초를 향해 신형을 파고들었다.
제 발로 검초를 향해 부딪쳐 오는 천여운을 보며 상문여가 속으로 비웃었다.
‘멍청한 녀석이로구나. 제대로 된 도초를 펼쳐야 막을 수 있을 터인데.’
잘하면 이대로 두 초식 만에 승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상문여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파파파파팍!
상문여의 검결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변화를 꾀하는 검식들의 바로 앞까지 거리를 좁힌 천여운이 접무도법의 기본 도식만으로 검초의 검식들을 전부 막아내 버린 것이었다.
‘이, 이놈이!’
-파파파팍!
변초를 펼칠 틈도 없이 천여운은 칠마검의 두 검초를 파훼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공력에서 차이가 났기에 내상을 입었는지 천여운의 입가로 피가 흘러내렸다.
‘이럴 수가!’
‘검초를 파훼시켰어!’
지켜보는 모든 생도들과 무공 교두들조차도 검초가 파훼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조차도 현마종의 고절한 초식으로 상쇄시켰다 뿐이지 직접적으로 검초를 파훼시키진 못했다.
“크으으으!”
상문여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방심하지 않고 펼쳤던 칠마검의 두 검초가 너무도 완벽하게 파훼되면서 이미 생도들의 이목 따윈 잊은지 오래였다.
‘크윽! 이렇게 된 이상 공력으로 밀어붙여주마!’
상문여가 입술을 깨물며 전력을 다해서 검칠(劍七)을 펼쳤다.
초식에서 밀린 것이 분했지만 천여운을 쓰러뜨리기 위한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하아아압!”
-촤촤촤촤촤촥!
하지만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나노였다.
[사용자의 체내로 침투하는 에너지로 인한 내상을 빠르게 자가 수복합니다.]천여운의 체내로 상문여의 공력의 여파가 밀려올 때마다 그 즉시 나노는 빠르게 내상을 치료했다.
-파파파팍!
상문여의 검식을 파훼할 때마다, 입가에 피가 흘러내리는데도 쓰러지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에 상문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어째서 쓰러지지 않는 거야? 어째서!!!’
아무리 전력으로 공력을 실어도 고통은 커녕 멈추지 않으니 괴물처럼 느껴졌다.
기세에서 완전히 밀려버리니, 당연히 펼치는 초식 역시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짧은 찰나의 순간, 상문여의 우측으로 빈틈이 생겨났다.
‘이때다!’
천여운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상문여의 상체 왼쪽을 향해 도식을 펼쳤다.
그의 손날이 검초의 빈틈을 가로질러 상문여의 오른쪽 갈비뼈로 향했다.
‘크윽! 버텨야 한다!’
당황한 상문여가 손날이 날아오는 곳으로 내공을 끌어올려 호신기운을 형성했다.
그러나 천여운의 손날이 닿는 순간,
-퍼억! 우드드드득!
“끄아아아악!”
갈비뼈들이 부러지는 선명한 소리와 함께 상문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공력이 파고드는 것은 내공이 우세하니 호신기운으로 막아낼 수 있었지만, 천여운의 손날에 실린 무지막지한 힘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끄으으으윽! 헉….헉….”
우측 갈비뼈 쪽을 내려다보니, 옷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은 부러진 갈비뼈 조각들이 살을 파고나왔기 때문이었다.
상문여의 시야가 점차 흐려졌다.
“이….이 괴물 같은…놈이…괴물 같은…..끄르륵”
-털썩!
출혈로 인해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된 상문여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같은 말을 중얼거리더니, 이내 연무장의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와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대연무장에 있는 생도들의 입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누구도 천여운의 승리를 생각하지 못했었다.
잘해봐야 조금 버틴다면 다행이라 생각했었는데,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칠마검을 파훼한 것도 모자라서 무공 교두를 쓰러뜨리기마저 했다.
그 모습에 생도들은 천여운을 향해 놀라움을 넘어서 전율마저 느끼게 되었다.
‘…….염파 놈이 헛소리를 한 게 아니네. 이거 좀 위험한데.’
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유찬의 눈빛이 경계심으로 가득해졌다.
그것은 대연무장에서 대결을 지켜보았던 모든 소교주 후보자들이 전부 같은 마음이었다.
그만큼 이 대결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검초를 파훼하다니?’
단상 위에 앉아서 대결을 지켜보던 좌호법 이화명은 어느새 자리에 일어나 있었다.
그것은 천여운이 칠마검의 검초를 파훼하고 나서부터였다.
칠마검이 비록 일류 무공이라고는 하나, 마교의 또 다른 전설인 검마가 만든 검법이었다.
평범한 검식들이 모여서 무궁무진한 변화를 일으킬 만큼 파훼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그 검 초식을 천여운이 파훼시켰다.
‘…..정말 그 주정뱅이 놈한테 양보할 게 아니었군.’
이건 뛰어나다 못해 무공의 천재라고 할 만 했다.
천여운을 제자로 받은 우호법 섭맹이 굉장히 부러워지고 있었다.
그런 좌호법 이화명에게 단상 밑에서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관주님! 상 교두를 의무실로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졌는데….으음. 뼈가 세 개나 튀어나왔네요.”
“당장 의무실로 옮기도록 해라.”
이화명의 명이 떨어지자 무공 교두 두 명이 급히 들 것을 가져왔다.
갈비뼈가 부러져서 본관의 의무실로 실려 가는 상문여의 모습에 이화명은 문득 개인 연공실 담당 교두가 했던 보고를 떠올렸다.
‘개인 연공실의 단세석 벽을 뚫었더군요. 아무래도 칠 번 생도의 내공이 절정에 이른 것 같습니다.’
‘단세석 벽을 뚫어?’
미처 깜빡하고 있었다.
보고 받았던 정보를 사흘 동안 휴가를 다녀온 무공 교두들에게 전해준다는 것을 말이다.
적어도 이 정보를 상문여가 알고 있었다면 이 정도까지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흠. 별 수 없지.’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이제 모두가 천여운의 향상된 실력을 보았기에 굳이 개인 연공실에서 벌어졌던 일은 자신만 알고 있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화명이었다.
“자! 상 교두의 명찰을 내가 떼어왔다.”
“아!”
팔 조의 무공 교두였던 임평이 대결이 끝나고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천여운에게 노란 명찰을 넘겼다.
그것을 받아들며 천여운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원래는 아니었다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걸 보니, 점점 네게 기대가 생겨나는구나. 앞으로의 무운을 비마.”
임평이 짧은 격려와 함께 자신이 서있던 위치로 돌아갔다.
노란 명찰을 손에 꾹 쥔 천여운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오열을 맞추고 서있는 팔 조의 생도들 앞으로 돌아왔다.
“주군! 축하드립니다!”
“조장이 되신 걸 축하합니다.”
천여운이 돌아오자 충성을 맹세했던 허봉과 세 명의 생도들이 앞 다퉈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울상을 짓는 이들이 있었으니, 어젯밤 조원으로 들어오라는 천여운의 제의를 거절했던 네 명의 생도들이었다.
‘젠장……’
후회해도 들어온 복을 걷어찬 것은 그들이었다.